"여보, 빨리 가자구요!"
"좀 피곤한데 다음에 가면 안 될까요?"
"아니, 점심까지 굶어가며 하루종일 쳐 주무신 분이 뭐가 피곤하다는 거에요?"
아내의 성화에 피곤하다며 응수했지만 아내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사실, 아내 말대로 피곤한 것은 아니고 단지 가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댄 것이지만요.
"근데, 민정이는 왜?"
"민정이 혼자 심심할거 아네요? 아빠 맞아요?"
왕초보운전 아내가 드라이브 겸 운전코치 해달라는 것인데,
나 하나 희생하면 될 일을 민정이까지 희생시키다니.
그래서 한마디 했습니다.
"민정아, 엄마한테 맛난거 사 달래자!"
"부르릉!"
아내는 시동을 겁니다.
"당신, 정말 잘 할수 있는 거요?"
"걱정말아요. 당신한테 코치 받는것은 처음이지만 나름 연수 받았다고요."
아내는 소위 말하는 장농면허인데
얼마 전 부터 운전한다고 야단법석이더니 나름 연수까지 받았는지는 몰랐습니다.
"우우우우웅!"
"얼래? 차가 왜 안나가지?"
"기어를 넣어야지, 악세레타만 밟는다고 차가 나갑니까?"
"호호호, 나도 알아요. 지금 막 넣을라 그랬다구요."
아내는 웃음으로 무마하려 했지만,
왠지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민정아, 뒷자리에서도 안전벨트는 꼭 매야하는 거란다.
특히나 이런 전시상황에서는 더욱 그렇고. 아빠가 해 줄게."
뒷자리의 민정이에게 안전벨트를 해 주고자 문을 열고 내리려는데
차가 붕하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였습니다.
"으아악!"
차에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다...당신, 괜찮아요? 보험처리 해야 하나?"
불길한 기운은 가실 줄 몰랐고, 나는 민정이에게 말했습니다.
"민정아, 안전벨트 2개 하자."
스타트 부터 이렇게 난리부르스인데 참 막막했습니다.
아무튼 아내의 고집에 차는 출발했고, 아파트단지를 빠져나왔습니다.
음.
50M 빠져나오는데 30분이 걸리다니, 대한민국의 교통체증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막상 단지를 빠져나오니 우려와는 반대로 곧잘 하더군요.
그래서 격려차 아내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좌회전 할거면서 왜 우측깜빡이를 켜는 거요?"
아내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말합니다.
"말 시키지 말아요!"
하긴 나도 초보일때 땀 뻘뻘 흘리며 고생 꽤나 했었으니 아내의 마음을 잘 압니다.
"여보! 물!"
"네?"
"물! 물!"
"아니, 왜 운전하는 사람한테 물을 달라고 그..."
"끼이이익!"
눈이 녹아서 물이 고여있었는데 사람이 지나가고 있길래
'물!' 이라고 조심하라고 외쳤건만,
아내는 '왜 운전하는 사람한테 물을 달라고 하냐'로 알아들었나 봅니다.
지나가던 나이 지긋하신 분은 물 세례를 받았습니다.
"당신, 시야가 너무 좁아! 내가 플립비콘 지어서 시야업그레이드 해 줘? 응?"
이제 존대말도 안나옵니다.
아내는 물 세례를 받은 분께 사죄하기 위해 내렸습니다.
민정이를 데리고 말입니다.
민정이의 해맑은 표정을 방패삼아 위기를 대처하는 모습이 한두번 솜씨가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민정이를 데리고 나왔구만!'
세탁비 드리고,
아내가 친히 차로 세탁소까지 모셔다 드린다는 것을
"아마 물세례보다 더 위험할겁니다."
하며 제가 말렸습니다.
세탁소까지 걸어서 모셔다 드리고 다시 차에 왔습니다.
"당신, 도대체 나름 받았다는 연수 누가 시켜준거요?"
내가 약간은 화난 목소리로 묻자 아내는 미안해는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카...카트라이더 했는데요."
헛! 카트라이더?
"이 아줌마가 안 되겠구만. 빨리 집으로 갑시다!"
제가 운전을 할 까도 했지만 마침 면허정지 상태라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개그 하는 것도 아니고 운전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너무도 화가 나서 차에 타고는 아무말도 안 했습니다.
집으로 다시 오는 길.
아내는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며 운전을 했고,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는지 곧잘 하더군요.
측은하기도 하고 안쓰러웠지만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나 봅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습니다.
"아직 집에 도착 안 한...헛!"
순간 제 눈에 들어온 이정표.
이정표에는 판교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거요?"
"그...그게요."
왕초보운전 아내는 낄때 끼지도 못하고 좌회전 해야하는데 직진하며 헤메이다
결국 자랑스럽게 당당히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만 것입니다.
왜 깨우지 않았냐고 물으니 피곤해보여 차마 못 깨웠다고 그럽니다.
허탈한 웃음 밖에 안 나옵니다.
"아니, 도데체 면허는 어떻게 땄대?"
결국 해서는 안 될 말까지 나왔습니다.
미안해하던 아내는 내 말에 발끈하더니 말했습니다.
"그래요. 나 면허 딱지치기해서 땄어요!"
정말 운전코치하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싸우게 된다더니 그 말이 맞나 봅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서 출발한지 다섯시간만에 집에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뾰로퉁해 있는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운전은 왜 갑자기 하려는 거요? 게다가 연수도 제대로 받지도 않고요."
"날씨도 추운데 당신 면허정지 되서 출, 퇴근 시켜 줄려고 그랬단 말에요!"
눈물을 흘리며 아내가 말하자 화가 나 있던 내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아내를 가만히 안아주었습니다.
다음 날
우리 부부는 차안에서 또 싸웁니다.
"브레이크! 브레이크! 차는 가는 것보다 서는게 중요하다고 몇번을 말해요!"
"면허정지 주제에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하지만 이 싸움이 왠지 즐겁습니다.

첫댓글 잘 읽었어요~
장인어른 오늘도 좋은사진 감사합니다.
↑ 지금 저와 배틀을 해보자는 겁니까?
언제 봐도 흐뭇한 장인어른과 장모님처럼 민정이와 알콩달콩 살겠습니다
네 여보.
??? 당신 누구세요?? ㅡㅡ; 내 색시 민정이를 내놔라!
우왕 드르륵
2222222
댓글이나 구경하려는 1人
카트라이더 ㅋㅋㅋ
ㅋㅋㅋㅋㅋ재밌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하나에 사진 2장씩 올려주세요 ㅡㅡ^
zzㅋㅋㅋ 카트로 연수를..대박이네요 ㄷㄷ;; 자살행 ㅋㅋ
★★★★시각 자료가 부족합니다 글은 재밌었지만 따님의 사진을 더올려 주십시오. 글 중간중간 마다 부탁드립니다. 장인어른
아이 귀엽네.. 연하녀한테 눈독들이지 마세요들 ㅋㅋ
왜들이래~ 그 민정이. 이미 나랑 야쿠르트 한잔 한 사이야~~아!
ㅋㅋ카트라이더로연수를?? ㅋㅋㅋㅋㅋㅋ 민정이 정말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