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차에 올라 라디오를 켰다. 성탄캐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올해 처음 듣는 성탄 캐럴이다. 그러고 보니 11월도 중순을 넘겼고 올해도 4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 잘 지낸 것이 감사하고, 여러 가지 사역 잘 감당해 온 것도 감사하고, 우리 부부가 아파서 수술도 받았지만 그 와중에도 서로 격려하며 가정을 잘 이끌어 온 것이 감사하고,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면서 이런 저런 일들도 많았지만 그것도 지내고 보니 감사의 조건이었음에 감사하다.
막힌 도로를 뚫고 성남 모란시장 앞에서 인선씨를 픽업하고, 청평역을 지나 검문소 앞에서 미인님을 픽업한다. 오늘 봉사 가는 인원은 네 명이다. 춘천이라 거리가 멀어 많이 가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명이라도 더 갔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연인산을 지나 화학산으로 들어선다. 도로 양쪽으로 눈이 쌓여 있다. 올 겨울에 처음으로 쌓인 눈을 직접 본다. 길이 미끄러웠다. 12월 봉사 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아름다운 경치들이 차창으로 지나친다. 덕분에 눈은 즐겁고 마음은 행복하다.
춘천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니 조용하다. 지난달에 할머님 한분이 하늘나라에 가셨는데 그 여파가 아직도 있는가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목욕봉사자들이 미리 도착하여 목욕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차를 세우고 준비해간 물품을 부엌으로 내린다. 오늘 점심 메뉴를 왕새우소금구이와 해물칼국수다. 서해안이 가까운 우리들은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강원도 산속에 있는 나눔의 동산 가족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들이다.
소금물에 담가 모래가 빠져나오게 한 맛조개를 다시 행군 후 삶는다. 한쪽에선 감자와 양파, 표고버섯, 쪽파와 배추김치를 썰고, 생굴을 넣어 무친 무생채를 접시에 곱게 담는다. 삶아진 맛조개를 껍질을 벗기고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 낸다. 바지락 속살과 맛조개 속살과 감자, 양파, 표고버섯을 넣고 끓인다. 한쪽에선 커다란 프라이팬에 호일을 깔고 굵은 소금을 수북하게 깔아 놓고 프라이팬을 달군다. 프라이팬이 달궈지자 왕새우를 차곡차곡 놓고 굽기 시작한다. 구수한 냄새가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산속을 휘감고 있다.
그사이에 시흥 임마누엘 교회에서 봉사를 오셨다. 국악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봉사에 참석했는가 보다. 아름다운 한복이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며 상을 펴라는 연락이 왔다. 장애인들 각자가 맡고 있는 분야가 있다. 어느 장애인은 상을 펴고 다른 장애인은 수저와 젓가락을 놓고, 물을 떠다 놓고, 각자의 역할이 하나가 되어 멋지게 어우러지는 순간이다. 각자의 호명대로 식사가 차려진다. 감사기도를 해 준다. 식사 기도가 끝나자 처음 먹어 본다는 왕새우소금구이의 매력에 푹 빠지는 나눔의 동산 가족들.
식사를 마치고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시간의 여유도 없이 설거지를 마친 그릇들을 차에 싣고 차에 오른다. 하루가 무척 빨리 지나갔다. 집에 돌아오니 벌써 저녁이다. 하루가 무척 분주하게 지나갔지만 감사로 마감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2006. 11. 20
화성에서 나눔
첫댓글 감동 글 감사합니다.
감동과 교훈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