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日記
나무방생법회에 갔습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10월 31일부터 제 26차 COP 유엔기후협약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120여개국 2만5천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어마무시하게 큰 회의입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전세계가 모여 대책회의를 통해 국제 협약을 발표하고 그것을 실제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에 놀랍기도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얼마나 큰 위기이면 각자 먹고 사는 이익에 눈이 먼 나라들이 모여서 대책을 마련할까요?
이번 회의에서 영국 보리스 총리는 ‘폭팔하기 1분전인 폭탄을 안고 있고 제임스 본드 역할을 해야한다’로 기조연설을 하였습니다. 핵폭탄을 품고 있는 우리는 정말 급하고 또 급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COP국제 회의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여전히 탄소량 배출 감축을 위한 시민들의 생각은 미온적인 것 같습니다. 지금 전국 각처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시위들이 계속 벌어져야는데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그런의미에서 우리 ‘울산불교환경연대의 노력은 귀중하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탄소흡수를 위한 나무심기 행사를 하였습니다.
울주 청량지역에서 2020년 3월 큰 불이 일어났는데 그 옆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엄청 걱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현장에 산림청에서 조림사업(나무심기)이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 환경연대에서도 돕기로 한 것입니다.
울산 환경연대 활동은 그렇게 열심히 안하고 관망하고만 있었는데 근래 천도스님의 열정적인 끌어당김에 활동하게 된 것입니다.
행사는 열시반쯤 시작되었는데 우리는 어린이 합창단 리허설을 해야한다고 일찍 도착하였습니다.
하늘은 높고 공기와 바람은 시원하였고 산에 있으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시간도 있고해서 좀 위로 걸었습니다.
꾀 넓은 지역이 불탔고 저 멀리 열명정도의 사람들이 산벗나무 심기를 진행하고 있더군요. 일하얀 칠을 한 막대기들이 꽂혀 있길래 처음엔 그것들이 심은 나무인가 했더니 알고보니 지지대였습니다.
지지대 옆으로 심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심는 곳엔 이미 구덩이가 파여져 있었습니다. 구덩이 파는 일이 굉장히 힘들텐데 우리는 아주 쉽게 나무를 넣고 묻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쉬울꺼 같은 일도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는데 그것은 비탈이 생각보다 심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민경이와 예경이 두 아이를 콕 집에서 같이 하자고 했고 난 삽을 아이들은 나무를 담당했습니다.
비탈이 심하니 나중에는 민경이는 다른 보살님에게 맞기고 예경이하고만 손잡고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나무 심기에 전념했습니다. ‘야 이거 보통이 아니구나’하며 열심히 하고 있는데 벌써 끝나는 분위기였습니다.
‘뭥미? 나무 심자마자 끝나지?’ 힘든 일을 안하니 나야 좋지만 약간 씁슬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참여했고 아이들이 하기엔 약간 위험할 수도 있으니 주최측에서 빨리 끝낸 것 같더라구요.
예경이는 황룡사에 오래전부터 할머니에게 끌려왔는데 적응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렸어요. 늘 가까이 하고 싶었는데 오늘 나무심기에 밀착수행하게 돼서 기뻤습니다.
아이들하고 성인이 일대일로 조를 짜서 활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더군요.
나무 방생법회에서 나무심는 시간보다는 행사하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애초에 그곳에서 우리 황룡사 아이들 합창을 한다는 것에 부정적이었는데 역시 장소와 실력의 한계가 들어났습니다.
합창은 음향이 굉장히 중요한데 음향이 받쳐 주지 못한 상태이고 아이들은 연습이 충분치 못했습니다. 어른 합창단과 아이합창단에서 두곡씩 하니까 행사가 무거워졌습니다.
합창보다 더 문제는 내빈들의 인사말씀이었는데요, 여러명의 스님과 교육감님의 말씀은 너무 진부했습니다. 저에게 마이크를 안주어서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다행히 에코가수 ‘라마’님이 분위기를 많이 띄워주셨습니다.
‘감자’라는 곡은 정말 재치있고 의미있으며 유쾌한 곡이었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행사는 많은 자원봉사와 후원으로 간이 천막과 테이블까지 마련되어 있었는데 아이들은 땡볕에 있고 우리는 의자에 편히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불편했습니다.
김밥은 ‘조은채’에서 준비해졌다고 하던데요, 늘 선행을 베푸는 보살님이 참 훌륭하십니다.
저는 떡을 250개 싸서 가져왔습니다. 오늘 떡은 80킬로를 했기에 400개 정도는 만들어졌을꺼에요.
인원이 300명은 되보여서 떡을 더 가져올걸 후회스러웠는데 나중에 보니 떡이 남더라구요.
남은 이유가 반을 잘라서 주더란 말입니다.
가서 항의하니 떡의 양이 많다고 잘라준다고 했습니다.
‘그게 아닌데...남으면 집에 가서 떡뽁이라도 해먹으라고 주는건데’
굉장히 불쾌했지만 화를 낼 수도 없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는데, 목도 아파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어서 한숨만 내쉬며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석남사 스님들이 맛있다고 해주셨어요.
그래서 나중에 석남사 스님들께 떡복이 해드시라고 대중공양 올린다고 말씀드렸죠.
천도스님께서는 내일 행사있다고 남으면 쓰신다고 하셨는데 하루 지나면 많이 굳을텐데 걱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