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회복' 분위기에 주담대 급증…가계 빚 9.5조 ↑
올해 2분기(4∼6월) 전체 가계 신용(빚)이 전 분기보다 10조원 가까이 늘어나며 세 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 분위기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이 급증한 탓이다. 국내은행 연체율은 6월 들어 소폭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9조5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금융권 전체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가계 빚을 가리킨다. 가계신용은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 감소했으나 세 분기 만에 다시 반등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영향을 줬다. 2분기 가계대출은 전 분기 말 대비 10조1000억원 증가한 174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담대는 2분기 14조1000억원 증가해 지난 분기(4조5000억원)보다 증가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주담대 잔액은 1031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주택 거래가 다시 활성화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주택 매매량은 지난해 4분기 9만1000가구에서 올해 1분기 11만9000가구로 늘었고, 2분기에는 15만5000가구로 급증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4조원 줄어 7개 분기 연속 감소했으나 전 분기(15조5000억원)보다 감소세는 둔화했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로 주택거래가 늘면서 개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증가했다”며 “증권사의 신용 공여가 주식투자 자금으로 활용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두 달 연속 증가하다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6월 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5%로 전월 말(0.4%)보다 0.05%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이 분기 말에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연체율은 통상적으로 분기 중 상승했다가 분기 말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수요는 늘어나는 모습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5조3952억원으로 6월 대비 5483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수요자들이 카드론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계속될 경우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며 부채 축소를 위한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정부의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 기조로 인해 올해 6∼7월 가계부채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말마다 추경호 부총리가 주관하는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가계부채가 늘어나지 않도록 강력하게 미시적·거시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며 “더 늘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아울러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아래로 떨어지게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90%로 내려가게 하는 것이 정책 1순위라는 것이 (정부 내의) 공감대”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105%였던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최근엔 101%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이병훈·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