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과 소진 사이에서
나는 늘 입소장애인들의 행복한 삶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24시간, 365일.
누군가는 퇴근하지만 나는 늘 같은 자리에서 그들의 하루를 함께 살아간다. 맛있는 한 끼를 먹으며 웃는 모습, 지역사회에서 작은 경험 하나에도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 어떤 보상보다 큰 행복을 느낀다. 그 미소 하나가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한 가장 큰 힘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또 하나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사명감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몸은 점점 지쳐가고 마음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조금씩 소진되어 간다. 입소장애인들에게 더 좋은 삶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은 커져만 가는데, 정작 나 자신은 쉬지 못한 채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소진이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입소장애인들에게 더 좋은 돌봄을 제공하려는 사명감마저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딜레마다.
그러나 이제는 한 가지를 깨닫고 있다.
입소장애인들의 행복을 끝까지 지켜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장이 건강해야 직원들이 건강할 수 있고, 직원들이 건강해야 입소장애인들에게 더 따뜻한 돌봄을 전할 수 있다. 잠시 쉬는 시간, 자연 속을 걷는 시간, 가족과 웃는 시간,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은 결코 게으름이 아니라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나는 앞으로도 입소장애인들의 행복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삼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 행복을 오래 지켜가기 위해서는 사명감만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보는 용기도 함께 가져야 한다.
사명감은 희생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래도록 따뜻하게 함께하기 위해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책임이며, 그것이야말로 입소장애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지속 가능한 사랑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