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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아들 장가보내는 기분에 푹 빠져 항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며느리의 혼수를 준비하느라고 마음은 늘 바쁘게 보였다. 중년이 된 아내는 우리 시대의 사고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였다. 그리고 요즘 시대에 젊은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보려고 노력하여도 현실에 적응되지 않는 듯 보였다. 육 년 전에 시집간 딸과 의논하려고 딸을 불러서 같이 다니면서 준비를 해야 하겠다고 하였다. 딸에게 조만간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집으로 오라고 연락을 하였다고 했다. 며칠 후 딸은 다섯 살 난 아들을 데리고 다급히 친정으로 달려왔다. 혼자 오는 딸에게 주말인데 왜 혼자 오는가? 최 서방은 어디 갔는가? 하고 물었다. 딸의 말을 가로막아 아내는 최 서방은 볼일이 있다 하여 내가 딸만 잠시 불렀다고 하였다. 아내는 딸과 함께 어디 다녀와야 할 곳이 있다고 하면서 급하게 밖으로 나갈 때 손자를 나에게 맡겨놓고 아내와 딸은 멀어져 갔다.
어린 손자와 함께 있으니 내 마음이 동심으로 돌아가 재미가 있었다. 손자와 즐겁게 놀아야 하겠다며 웃겨주고 웃어주며 눈높이를 맞추어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손자를 위하여 최대한 즐거움을 주려고 온 힘을 다했다. 손자를 등에 올려 말처럼 뛰어보기도 하고 소처럼 걸어보기도 하였다. 그림책도 읽어주면서 손자와의 놀이 속에 푹 빠져 있을 때, 친구로부터 안부전화를 받았다. 내일 등산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을 잊을 뻔하였는데, 친구의 전화를 받고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일 산행할 때 입을 옷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입을 옷을 찾아보았다, 등산복이 계절에 맞는 것이 없어 등산복을 구매하러 가야 하는데, 손자 때문에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이 손자와 함께 가기로 했다. 등산복 판매점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무작정 찾아보기 했다. 손자를 데리고 집에서 나와 동네에서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시내 방향으로 가면서 등산복 판매점이 있는지 차창 밖으로 내다보았으나 찾지 못하여 백화점으로 들려야 하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버스를 갈아타고 서면으로 가서 롯데 백화점에 들였다.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판매점으로 갔다. 손자는 장난감을 보더니 좋아하면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다가 자동차를 가슴에 안고 “할아버지 나 이것이 좋아요.”라고 하였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가 하고 물었다. “이거 할래요, 나는 자동차가 좋아요.” 하면서 더는 다른 곳에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그래 그것은 너의 것이니 잘 보관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손자의 손을 잡고 계단으로 올라서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오 층 스포츠용품 판매점이 있는 곳으로 갔다. 등산복 판매점 앞에서 손자에게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손자는 장난감 자동차를 가슴에 품고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였던 모양이었다. 손자는 기다림이 지루하여 장난감 자동차를 만지느라고 할아버지를 지켜보지 못하고 자동차 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그동안 등산복을 입고 거울을 보면서 모델처럼 동작을 취하면서 옷에 정신을 집중하여 이것저것을 골라 몸에 맞는지 거울 앞에서 입어보면서 몸을 비틀어 보기도 하고 허리를 꾸부려 보기도 하였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마음에 드는 등산복을 한 벌 구매하였다. 등산복이 던 종이 가방을 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가려고 백화점에서 밖으로 나왔다. 내일 친구들에게 자랑하여야 겠다고 기분이 좋아 가벼운 발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한참을 가고 있을 때 주머니 전화기에서 요란스런 진동이 반복되고 있었다. 들여다보았더니 낮 서른 전화번호가 보였다. 스팸 전화가 아닌가 하고 받지 않으려고 하다가 심심하여 받았다. 아가씨의 다급한 목소리였지만, 아주 아름다운 음성으로 들였다. 반가운 듯 여보세요 하였더니, 여기는 백화점인데요, 조금 전에 등산복 구매하신 분 아니냐고 물었다. 네 맞아요, 라고 했다. 어린아이와 함께 오지 않았습니까? 하였다. 깜짝 놀라 온몸이 긴장하였다. 아가씨는 말을 덧붙여서 여기에 놓고 간 아이를 데리고 가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깜짝 놀라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 안절부절못하고 콩닥거리는 가슴 억제하면서 차가 멈추는 순간 버스에서 황급히 내렸다. 택시를 타고 백화점으로 달려갈 때 차가 평소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데도 많이 밀리는 느낌으로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는 것 같아 도착 시각이 늦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심장은 심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백화점까지 가는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서 약 이십 분 거리인데도 몇 시간 걸리는 기분 이었다.
택시에서 내려 두근거리는 가슴 억제하면서 허겁지겁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주위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보곤 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백화점 등산용품 판매장 앞에서 손자를 보는 순간 눈에는 반가운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때 손자는 "할아버지 어디 갔다 왔어요?" 하고 품에 안기는 손자가 고맙고 대견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손자는 장난감 자동차를 만지면서 할아버지를 기다려도 보이지 않아 안으로 들여다보면서 할아버지하고 불러 보았으나 대답이 없더라고 하였다. 할아버지를 잃고 주위를 찾아보다가 마지막 헤어진 곳에서 기다리던 손자는 눈물 섞인 울음소리로 다시 할아버지하고 불러볼 때 점원 아가씨는 내가 데리고 온 것을 알아보고 손자에게 확인하려고 물어보았다고 했다. 손자는 할아버지가 조금 전에 안에서 옷을 입고 있었다고 했다. 점원 아가씨와 대화를 하다가 아이에게 할아버지를 찾아주겠다고 하고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켰다고 했다. 아가씨는 고객관리를 위하여 연락처를 기록해 놓은 판매 장부를 보고 전화를 했다고 하였다. 아이에게 곧 올 거라고 하고 손자를 데리고 있었다고 하며 그동안에 일어난 이야기를 점원 아가씨는 나에게 일일이 말해 주었다. 아가씨가 아주 고마웠다.
손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앗! 내 등산복, 그때 등산복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거금을 주고 구매한 등산복이든 쇼핑백을 버스에서 내릴 때 의자 곁에 놓은 것도 잊은 채 손자 걱정이 다급하여 뒤돌아 보지 않고 몸만 내린 것이 화근 이었다. 긴장하다 보면 정신이 집중되지 않아 아무런 생각이 없어졌던 것이었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손에든 물건을 옆에 놓인 것을 깜박하는 실 수가 나에겐 거액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을 날린 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손자를 찾았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여 손자의 손을 꼭 잡았다.
집으로 돌아와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오늘 격은 사실을 말했더니 아내는 반가워할 리가 없다. 아내는 손자를 얼싸안고 "아이고 귀한 내 손자" 큰일 날 뻔했구나 하면서 볼에 입 맞추며 손자를 예뻐해 주었다. 손자는 조금 전 일을 잊은 듯 할머니 나 장난감 어때요? 하면서 자랑을 늘어 놓았다. 중년의 건망증이 순간으로 덮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아내는 벌써 영감과 함께 생활하니 걱정이 된다고 하며 껄껄 웃는다.
손자를 데리고 나들이 나간 지난해 시월 어느 날 인간은 영겁에 머물지 못한 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첫댓글 얼마나 놀래셨어요~~
조금은. 건망증에 허망함을 느끼구요~~^*^
영영님 반가워요.
살다보면 . 이런말 있지요 나이가 들면 실감나는 말입니다.
운동 부지런히 하여야 합니다 건강하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