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래
성스러운 집 근처에
가는 것도
쳐다보는 것도
죄라고 여기는 지하철 거지가
칸막이 밀실에 들어가 독대해야 할 죄는
성호를 긋는 까만 손을 씻지 않은 것이다
다음부터 거리에 나갈 때는
새벽에 깨끗한 옷을 입고 동냥하는 거지
화려한 네온사인 고층빌딩
회전하는 시멘트 빌딩
검은 탐심이 그득한 선글라스를 머리에 꽂고
낄낄대는 명품 족들
순종하는 강아지와 노예들
도시 빈민과 슬럼가 아이들
악마도 오만한 말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언사로 영혼을 달랜다
오랜 세월 동안 해양오염
플라스틱 분진이 고래를 잡아먹고
고백언사를 잃어버린 시대에
북구 요정의 나라
어린 소녀가 세계인에게 호소한다
흰 벽을 오염시킨
원죄를 지은 우리들에게
종말의 시계가 정각 12시 90초 전에
어떤 벌이 내려질까?
배고픈 군중들 노동자의 잃어버린 월급
불 꺼진 창 싸늘한 매대 밖 거리에
어둡고 무서운 무질서는 악마
약탈 파괴 범죄가 우글거리는 도시
불쌍한 영혼을 제발 구원해 주소서
99%의 부(富)를 1%가
싹쓸이 하는 자유시장
귀가 순하게 순종시키는 배부른 엘리트들
거대한 탐욕에 방향타를 잃은 선장들
식민지 묘지에 암매장한 죄의식은
자신들의 죄가 아니라고
변명하는 말을 들어 보아도
예의 바르게 거짓 증언하는
그 변론은 소용없을 것이 당연한데도
그들만 고의적으로 인식하지 않는가?
혹은 타자들에게 모른다고 둘러 댄다
왜냐하면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거리 악사들이 들려주는
음악 연주는 활기차게 요동해
얼어붙은 머리칼과 손과 발을 녹여주네
순한 얼굴에 주름을 지워주는 거리와 공원
정원이 들어서고 숲길이 새로 나고
지도를 열심히 읽어 온 소녀는
회색도시를 색상 표에서 지워가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가진 천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아 온 해양생물들 고래 펭귄 산호초 …….
숲을 지키는 곤충과 파충류 양서류 …….
꽃 수술과 암술을 탐방하는 꿀벌은
서로 협력하는 마음들은 향기를 내는 본능
존재하는 모든 생명
헬륨 빛 태양, 하늘에 뜬 혜성, 별,
수만 수천 수백억 은하의 세계
우주라는 절대자가
지구라는 행성에 가져다 줄 선물이라면
고백이 필요 없는 새로운 색상도시이다
선한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집들의 유기집합체이니까.
2023.03.28.
카페 게시글
˚ ─ 등단 시인방
고백론에 없는 색상도시
조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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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8
23.03.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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