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사의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직역하면 ‘이(利)를 보면 의(義)를 생각하라.’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익을 보면 그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라.’ 혹은 ‘욕심이나 이익을 취하기 전에 그것이 인의(仁義)에 맞는 것인지 따지며 윤리나 도덕의 측면에서 벗어남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결국 ‘목전에서 이익에 직면할 때 우선 그것을 취함이 대의에 어긋남이 없는지 숙고’하라는 뜻이다. 이의 출현 배경과 의의를 위시해서 시사(時事)하는 바와 만남이다.
자로(子路)가 공자께 성인(成人)의 조건에 대해 여쭸다. 그에 대한 답을 설(說)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로 동의어(同義語)는 견득사의(見得思義)가 있고, 유사어로 소탐대실(小貪大失)과 갈택이어(竭澤而漁)를 열거할 수 있다. 한편 반의어(反意語)로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있다. 이 성어를 전하고 있는 출전(出典)은 ⟪논어(論語)⟫의 ‘헌문편(憲問篇)’이다. 여기에서 이 성어와 직접 관련된 부분의 내용을 간추려 요약하면 이렇다.
어느 때였는지 모르나 자로(子路)*가 성인(成人)의 구비조건을 정확히 알고 싶어 공자께 문의했던가 보다. 여기서 성인이라 함은 대략적으로 ‘모두 이룩한 사람, 성공한 사람, 완전한 사람’ 따위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전인(全人)을 뜻하지 않을까 싶다. 하여튼 자로는 공자께 도대체 “완전한 인간 즉 성인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 것인가요.”라고 여쭸다. 이에 대한 답은 신이 아니면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구비 조건 같다. 언뜻 생각하면 세상에 공자가 제시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의문이 든다. 거의 불가능한 조건으로 과연 인간으로서 그렇게 완벽한 조건을 두루 갖춘 경우가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노(魯)나라 대부로서 현자로 알려진 장무중(臧武仲)의 지혜, 위(魏)나라 맹공작(孟公綽)의 무욕(無欲) 즉 청렴(淸廉), 노나라 변장자(卞莊子)의 용기(勇氣), 노나라 염구(冉求)의 재예(才藝) 등을 골고루 갖추고 거기에 예락(禮樂) 즉 예의(禮儀)와 예술(藝術)로 성품을 가다듬은 완전한 사람을 성인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위대한 성인(聖人)처럼 인식된 네 선인(先人)의 지혜, 청렴, 용기, 재예의 조건에다가 예의와 예술을 추가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엄청난 조건이다. 이는 그 옛날 그리스 신화에 나오며 키프로스(Kypros) 섬에 살았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Pygmalion)이 환생(幻生) 해서 그 자신이 일생동안 공을 들여 자기 이상형 여인을 새겼다는 갈라테아(Galatea)상(像)처럼 공자가 말한 모든 조건을 수용하는 성인상(成人像)을 조각한다 해도 불가능하지 싶다.
이 같은 성인의 조건을 얘기해 놓고도 터무니없이 높고 어려운 조건이라고 스스로 판단했던 가 보다. 하기야 요즘 성인은 그 옛날 성인에 미치지 못하지만 다음의 3가지 요건을 갖추면 성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 ...... / 이(利)를 보면 (반드시) 의(義)를 생각하고(見利思義 : 견리사의) / 위기를 만나면 목숨을 바치며(見危授命 : 견위수명)* / 오래된 평범한 약속도 평생 동안 잊지 않는다면(久要不忘平生之言 : 구요불망평생지언) / (결론적으로) 완전한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네(亦可以爲成人矣 : 역가이위성인의) / ....... /
위의 공자 말씀 내용 중에서 견리사의가 비롯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얘기한 성인의 조건은 앞에서 언급한 내용에 비해 한결 쉬워진 것 같지만 3가지 조건 하나하나의 내용이 담고 있는 높고 깊은 함의를 생각하면 성인의 조건은 아득히 높아 보통 사람은 감히 넘볼 수 없는 다른 세상 일 같다. 어찌 되었던 먼저 얘기했던 성인의 조건은 크게 5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해야 하고, 뒤에 완화시켜 제시한 성인의 조건은 3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야 성인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들 여러 가지 조건 중에 어느 하나를 만족시켜도 되는 ‘또는(or) 조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런데 3개 혹은 5개 조건 모두를 충족 시켜야 하는 ‘그리고(and) 조건’은 언감생심의 욕심으로 여겨진다.
결론적으로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사사로운 이를 취할 경우는 의로움을 잃지 말라는 큰 가르침을 담은 견리사의이다. 흔히들 한 순간의 유혹에 모두를 잃은 경우를 적지 않게 목도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달콤한 목전의 이(利)에 현혹되어 옳고 그름의 판단 능력의 마비는 엄청난 재앙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위험에서 자유로운 삶을 누구나 누릴 수 있을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정치판이지 싶다. 현재 우리 정치인들의 면면을 훑어보면 개인적으로는 거의가 상당한 학력에 남들이 부러워 할 경력을 자랑하는 선택 받은 선량(選良)들이다. 그런데 사사로운 이권(利權) 앞에서는 우리네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부정한 돈 거래를 한 게 탄로 나면 대가 없는 돈 혹은 떡값이라고 파렴치한 변명 일색이다. “세상에 대가 없이 금쪽같은 돈 수백 혹은 수천 만 원을 남에게 펑펑 나누어 주고, 누구네 집에서 언제 그 어마어마하게 큰돈을 지불하고 떡을 사 먹었던 경험이 있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행가 읊어대듯이 견리사의라고 중얼거리는 내가 비정상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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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로(子路) :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나라의 정치가이자 무인(武人)이다. 공자(孔子)의 핵심 제자로서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이다. 본명은 중유(仲由)이고, 흔히 알려진 이름인 자로(子路)는 자(字)이다. 계로(季路)라고도 불렀으며 공자보다 9살 아래다. 여기서 공문십철이란 덕행(德行)에는 안연(顔淵) • 민자건(閔子騫) • 염백우(冉伯牛) • 중궁(仲弓), 언어(言語)에는 재아(宰我) • 자공(子貢), 정사(政事)에는 염유(冉有) • 자로(子路), 문학(文學)에는 자유(子游)(일명 언언(言偃)) • 자하(子夏)(일명 복상(卜商)) 등의 열 명을 일컫는다.
* 견위수명(見爲授命) : 이를 견위치명(見危致命)이라고도 한다.
수필과 비평, 2024년 11월호(통권 277호), 2024년 11월 1일
(2024년 7월 6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