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본인의 동의나 전문가의 심사 없이 가족이나 보호자에 의해 강제입원이 이뤄지고 있어 놀랐습니다. 또한 환자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료하게 방치돼 있었는데, 환자들이 입원 후 본래 자기 기능을 상실해 감은 물론 사회와 더욱 괴리돼 가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환자 측의 사전 동의 없이 전기충격요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는 국제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UN 산하 고문방지위원회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미국의 ‘국제 정신장애인 인권연대(Mental Disability Rights International)’ 대표이자 변호사인 클라랜스 썬드람(Clarence J. Sundram)씨는 며칠 전 국내 정신병원을 돌아보고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썬드람씨는 동부유럽, 중앙유럽, 남미 지역의 정신장애인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초청으로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국가인권위는 설립 5주년을 맞아 7일 국회 도서관에서 개최한 ‘정신장애인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세미나’에 클라랜스 썬드람 대표와 미국 정신건강 대통령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니엘 피셔 정신과 전문의, 죠프 허긴스 스코틀랜드 정신보건국장을 초정했다. 초청된 전문가들은 세미나에 앞서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시설을 방문하고, 정신장애인 관련 학회, 당사자 모임 등과 간담회를 갖는 등 한국 상황을 파악했다. 이들은 7일 세미나에 앞서 인권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의 정신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이야기들을 전했다.
강제입원과 관련해 다니엘 피셔 씨는 “미국에서는 3~40년 전에나 있었던 일”이라며 “현재 미국에서 강제입원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은 물론 10일간 심리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라며 한국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죠프 허긴스씨도 “스코틀랜드에서는 사법기관 성격의 정신보건심판기관에서 판정을 받아야 강제입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죠프 허긴스씨는 스코틀랜드의 경우 국가가 연간 180억원을 투자해 정신보건심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심판위원회는 주로 정신질환자, 장애인의 정신병원 입퇴원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며, 현재 3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환자 1명의 입퇴원 여부를 심리하는 데 환자, 변호사, 의료진, 보호자 등이 참여하며, 복지기관 등에서 환자에 대한 자료를 지원받는 등 풍부한 의견을 바탕으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기구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탓. 인권위 관계자는 “정신병원이나 시설이 밀집돼 있는 지역에서는 한 차례 심사에서 1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심사하기도 한다”며 이런 탓에 “대부분 서면심사 위주의 형식적인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병원과 요양시설에서의 인권침해도 심각
정신병원 입퇴소 절차의 허술함 외에도 국내 병원이나 요양 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국내 병원에서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는 전기충격요법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전기충격요법은 사람 몸에 여러 강도의 전기 충격을 주는 치료법으로, 썬드람 씨는 “전기충격요법 시 마취를 하거나 근육완화제를 투여하지 않는 경우 뼈가 골절되는 등 몸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피셔 씨는 “미국 정신과 의사의 50%는 이 전기충격요법 사용에 반대한다”며 “마취 등 조치를 한다 해도 영구적으로 기억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며 환자와 보호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들은 정신병원과 요양시설의 현재 형태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그들의 나라에도 적용되는 문제들이다. 썬드람 씨는 “사람들은 정신질환이 있으면 병원이나 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다른 치료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이는 현재 정신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시설과 병원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시스템이 지역사회 내에 고립돼 있는 중증의 정신장애인이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가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돌아왔다가도 지역사회 내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없어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피셔 씨도 “현재 대부분의 정신질환 관련 기관이 지역사회와 멀리 떨어져 있어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와 교감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문제가 있고, 입원기간도 길어지는 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지역단위의 소규모 치료 서비스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니얼 피셔씨는 지역단위 서비스가 이뤄지게 되면 “정신장애인이 가족,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있고, 입원치료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들어 경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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