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멜리 종합병원에서 신생아 미구엘 앙헬 군에게 세례성사를 베푸는 프란치스코 교황 (2023년 3월 31일)
교황
교황, 제멜리 종합병원서 유아세례를 베푼 미구엘 앙헬 군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3월 31일 감염성 기관지염으로 제멜리 병원에 입원했을 때 소아종양병동에서 만난 한 여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교황은 어린이용 의자에서 심하게 떨어져 입원해 있던 그 여성의 아이에게 유아세례를 베풀었다. 6월 8일, 아이의 젊은 엄마 마르셀라 씨가 교황에게 가족들의 애정 어린 인사말로 꾸며진 포스터를 전달했다. “교황님은 우리 가족입니다. 직접 만나 오후를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안주영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르셀라 씨는 지난 3월 31일 서로 만났다. 그날 마르셀라 씨의 아들 미구엘 앙헬 군이 교황에게서 세례를 받았다. 6월 8일 오후, 교황과 마르셀라 씨는 전화 통화로 소소한 농담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큰 시험을 통과한 아이에 대한 애정 어린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교황은 복부 탈장 수술을 받기 위해 6월 7일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10층 입원실에서 교황은 지난 3월 말 감염성 기관지염으로 입원할 당시 소아종양·신경외과 병동에서 알게 된 신생아의 엄마 마르셀라 델 로사리오 파리오나 바르체나 씨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 병원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황청 공보실에 따르면 교황은 자신의 쾌유를 염원하는 포스터에 담긴 마르셀라 씨의 애정에 “감동”을 받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르셀라 씨는 페루 출신 여성으로, 이미 몇몇 가족과 함께 여러 해 동안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다.
새로운 “만남”
교황은 3개월 전 젊은 엄마 마르셀라 씨를 소아병동에서 만났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포스터를 통해 그리고 전화 통화를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만남은 아기자기한 장난감과 그림으로 장식돼 있지만 부모의 시름과 아이들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 소아병동을 지난 2021년 교황이 방문함으로써 아이들과 부모들이 잠시나마 위안을 얻게 된 순간도 떠올리게 했다.
미구엘 앙헬 군의 이야기
미구엘 앙헬 군은 암환자는 아니지만 생후 며칠이 지나지 않은 지난 3월 30일 어린이용 의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의식을 잃어버리고 큰 위험에 빠졌다. 아이 아빠는 의식을 잃은 아이와 크게 흥분해 눈물을 흘리는 아이 엄마를 서둘러 차에 태우고 가능한 빨리 응급실에 도착하려 안간힘을 다했다. 그는 팔미로 똘리아띠 거리를 따라 경적소리를 내며 위급상황임을 알렸다. 다행히 경적소리를 듣고 인근에 근무하고 있던 로마 경찰서 일반예방·공공구호부서(UPGSP) 소속 여성 경찰관 두 명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여성 경찰관들은 즉시 응급무전을 통해 아이가 움베르토 1세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게 도왔다. 하지만 미구엘 군의 상태가 위중했기 때문에 당시 교황이 입원해 있던 제멜리 병원으로 이송됐다. 교황은 입원한 이튿날 이동식 침대에 누워있는 미구엘 군을 찾아 약식으로 세례성사를 거행했다. 이어 미구엘 군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미구엘은 이제 그리스도인입니다. 본당에 가면 교황에게 세례를 받았다고 말하세요.”
쾌유 기원 포스터
마르셀라 씨는 교황이 일러준 대로 했다. 이제 그녀는 아들인 마씨모 안토니오 군과 호세 미구엘 군, 페루에 있는 나머지 가족들 그리고 “아름다운” 가족사진으로 꾸민 쾌유 기원 포스터를 교황에게 전달하며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어서 나으세요. 얼른 회복하길 바랍니다”라는 기원과 가족들의 감사의 글도 담았다. “저희 형제들을 축복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교황님은 이제 저희 삶의 일부가 되셨습니다. 교황님은 저희 가족입니다. 그러니 저희 가족과 교황님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직접 만나 오후를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미구엘 앙헬 군의 어머니가 교황에게 선물한 쾌유 염원 포스터
마르셀라 씨의 발언
마르셀라 씨는 이탈리아 뉴스채널 텔레 조르날레1(Tg1)와의 인터뷰에서 “어제 교황님의 수술이 끝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들들과 함께 ‘카드를 만들자, 뭔가 해보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저는 4층에서 미켈란젤로(미구엘 앙헬 군)에게 수유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전화를 받으니 ‘마르셀라,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스페인어로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죠. 심장이 멎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어요. 저는 ‘안녕하세요, 교황님’ 하고 인사드렸죠. 교황님은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편하신 날 오후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교황님이 ‘기꺼이 그러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마르셀라 씨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교황님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저희는 보잘것없는 가족, 작은 가족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숫자가 많기 때문에 대가족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저희는 일치된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