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付岩 박다래
우리는 적란운을 바라보고. 이 얕은 구릉지대에 낮게 떠 있는 적란운은 가늘고 건조하고. 구릉은 깨진 살구로 가득한데. 잡초들 사이에서 빗방울을 머금고 녹는. 우리는 우리의 담요로 만든 작은 텐트 안에서. 살구를 바라보는. 초록빛이고 단단하고. 표면에는 짙은 갈색 털이 나 있는.
발견한다. 적란운이 가득 찬 구릉지대에서. 잠들어 있는 새끼 토끼. 손 위에 올려놓고 다른 손을 포개면 새끼 토끼. 손 틈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늘 움직인다. 새끼 토끼. 손 틈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늘 움직인다. 새끼 토끼. 덮고 있는 그 따뜻함이. 할로겐램프를 천천히 새끼 토끼에게 비춰. 번지는 그림자. 노란 불빛 아래에서.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새끼 토끼. 손등 위 미지근한 빗방울.
잠들 수 있는 공간. 낮은 이명. 담요 위에 쌓여가는 동그란 돌들. 그 안락함이 우리의 안식처를 만들 수 있다면. 붙어 있는 돌들. 담요 위에 쌓인 돌들. 우리는 기꺼이 돌 위에 돌을 붙이고. 돌이 붙을 때까지 문지르며. 저녁의 온기. 더 따듯해진다. 부서지는 빗방울. 무겁게 붙어서 가라앉는. 돌들. 붙은 돌들.
—월간 《현대시》 2022년 11월호 --------------------- 박다래 / 1991년 출생. 서울예대를 거쳐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2022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으로 등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