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벙개를 쳤는데 아무도 없었다.
물론 폰번도 남기지 않은 내 잘못이 컸지만 비도 오고 기분도 꿀꿀하길래 포기하고 돌아섰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만은 가야겠기에 드디어 오늘 다녀왔다.
내가 TV에서 보고 들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역사 주변의 수많은 국화꽃과 촛불...
그 옆에서서 그저 바라보며 흐느끼며 우는 사람들...
피해자 가족이라는 리본을 달고 역 입구에 서 계시는 분들...
시커멓게 그을린 역사의 벽에는 아직도 지하를 떠도는 영혼을 달래는 글들이 선명하다.
갑자기...
화재당시 지하에서 뜨거워하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답답해하며 자신들이 왜 이런일을 당하는지도 모른채 쓰러져가는 사람들도 떠오른다.
그저 가슴이 아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꽃한송이 준비하지 못하고 사진을 찍겠다고 들고간 카메라가 부끄러워 견딜수가 없다.
영문도 모른채 영혼이 되어버린 이들의 넋만 기리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그저 그렇게 찌푸린 하늘만 보았다.
이제 집에 가면 가족들과 함께 오늘 하루를 있어야겠다.
폰도 꺼놓고 그냥 그렇게...
중앙로역은 그렇게 나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아픔과 지금 내가 가진것의 소중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