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상대를 공격할 때 어머니의 신분에 대한 욕을 많이 하는 현상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성들을 보면 신기하다. 어머니에 대해 양가감정을 갖곤 하는 여성들과 달리, 무뚝뚝한 중노년 남성들도 어머니를 떠올리자마자 눈빛이 아련해질 만큼 다들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남성들의 평소 언행을 보면 이한 작가의 표현처럼 '멸시와 숭배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현상이 보인다. 왜 이럴까?
우선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성들이 사실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나는 놀랍다. 이 말이 심한 것 같다면, 주위 남성들에게 물어보시길. 어머니의 어렸을 적 꿈이 무엇이었는지, 어머니가 학교 다니던 시절 무슨 과목을 잘했는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무엇인지… 등등.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하다가 듣는 '엠창'(어머니가 창녀)이라는 말에 화내는 젊은 남성들이지만 좋아하는 게임 공략법에 대해 가진 정보와 비교해보면 초라할 정도로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중년 남성들의 경우도 그렇다. 어머니가 가수 남진과 나훈아 중에서 누구를 더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 이상하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구나 세상에서 둘도 없이 귀한 어머니라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고하며 "나의 어머니는 참 훌륭한 분이셨다"고 증언하는 중노년 남성들에게는 이렇게도 물어보길 권한다. "어떤 점에서 훌륭하셨나요?"라고. 본인도 굶주리면서 가난한 이웃에게 쌀을 나눠 주었다. 그래서 존경한다, 같은 증언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나를 낳고 키워 주셨고 사랑해 주셨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그냥 나에게 잘해 주었으니 훌륭한 사람이라는 뜻인데, 많이 이상하다. 결국 '대단한 나 자신을 잘 돌봐 준 사람이기에 훌륭하다'는, 나르시시즘에 기반을 둔 사고가 보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그렇게나 사랑한다고 말하는 어머니와 본인과의 관계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예를 들겠다. 남자친구나 결혼 앞둔 예비신랑이 "나는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한다. 지금까지 엄마가 아침밥 차려 주는 것을 30년간 받아먹었으니 결혼하면 네가 아침밥을 차려 달라"는 말을 해서 고민이라는 여성의 사연을 인터넷 고민상담 코너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성평등, 가사 노동 분담이라든가 '먹고 싶은 사람이 차려 먹어라', '시리얼이나 빵 먹으면 편하다' 등의 의견이 댓글로 달리곤 한다.
물론 다 일리 있는 의견이다. 그러나 나는 본질적으로는 관계에 대한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엄마가 차려 준 밥을 먹었으니 결혼 후에는 아내가 차려 주는 밥을 먹겠다니? 이 사고방식 자체가 이상하고 잘못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맞벌이하는 현실이라든가 성평등 시대에 맞지 않다는 정도가 아니다. 어머니와 아내를 포함한 여성 전체를 어떤 집단으로 보고 있는가,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생각해보자. 엄마 밥 먹고 30년 지낸 것은 엄마와 아들 두 사람의 관계다. 아내가 될 사람과는 아무 상관없는 문제다. 만약에 친구1이 내 생일에 선물을 주면 나는 그다음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답례로 친구1의 생일에 선물을 주어야 한다. 친구2에게 가서 '친구1이 나에게 선물을 주었으니 나는 너에게도 선물 받아야겠어. 나는 늘 선물을 받는 인간이니까'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게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첫댓글지금까지 엄마가 차려 준 밥을 먹었으니 결혼 후에는 아내가 차려 주는 밥을 먹겠다니? 이 사고방식 자체가 이상하고 잘못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맞벌이하는 현실이라든가 성평등 시대에 맞지 않다는 정도가 아니다. 어머니와 아내를 포함한 여성 전체를 어떤 집단으로 보고 있는가,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첫댓글 지금까지 엄마가 차려 준 밥을 먹었으니 결혼 후에는 아내가 차려 주는 밥을 먹겠다니? 이 사고방식 자체가 이상하고 잘못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맞벌이하는 현실이라든가 성평등 시대에 맞지 않다는 정도가 아니다. 어머니와 아내를 포함한 여성 전체를 어떤 집단으로 보고 있는가,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와 개공감... 니네엄마가 너한테 잘한거랑 니 와이프랑 뭔 상관이야?
이거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되는 칼럼인데 매주 띵글이야! 인터넷기사로 뜨면 한남들이 핀트 못잡고 무지성 악플 엄청담ㅋㅋㅋㅋ
엄마를 사랑하면 엄마에 대한 정보를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거 공감가 실제로 딸들은 부모님과 사이가 좋으면 엄마 뿐만 아니라 아빠가 좋아하는 영화, 어릴적 꿈 이런거 대답 잘하는데 말이지
성인 남성 본인이 합법적으로 예찬할 수 있는 젖가슴은 본인 아내의 젖가슴인데
이거 너무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웃겨.
와...진심 공감
전문다 잘 읽었어! 좋은 글이다!
넘 좋은 글... 올려줘서 고마워!! 덕분에 보게됐어
진짜 명문이다!
너무 좋은 글이다.. 통찰력이... 사고가 많이 얕아졌는데 이런 글 읽으니까 너무 좋다 고마워!!
와 ㄱㅅㄱㅅ
최고의 기사
크~ 이 글을 통해 처음 생각해보는 부분이 많아서 진짜 좋다. 매주 읽어야겠어!
전문 다 읽고 추천 누르고 왔다!!
진짜 멋진 글이다... 소개해준 여시 고마워...!
이런 통찰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정말 뼈 때린다. 좋은 글 잘 읽었어.
잘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