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가 적잖은 세상이다.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며 마음이 설레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실전에 직접 나서면 막막하기만 한 게 현실. 주부 창업이 계속 늘고 있어도 결코 성공률까지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부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부터 갖춰야 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소장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한 살림실력을 발휘하면 창업 성공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탄탄한 기본기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남성 창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 경험이 적은 만큼, 자신이 하려는 사업의 ‘기본’에 대해 꿰뚫고 있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치밀한 사전 준비가 관건이다. 학원 등 교육기관을 통해 기본기를 익히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면 창업 성공 확률이 덩달아 높아진다. 온라인을 통해 MBA를 취득, 남부럽지 않은 경영 지식을 갖추는 경우도 제법 많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교육을 이수할 수 있다.
◆ 공공기관 유무료 강좌 ‘빵빵’
정부 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교육기관 속에 ‘열쇠’가 숨어있다. 이들 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잘만 활용하면 빈틈없는 준비는 물론, 창업과정 전반에 물심양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국여성인력개발센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공공기관들은 갖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유무료 강좌를 제공 중이다. 전국여성인력개발센터는 서울 15개, 전국 51개가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다양성, 참가자 규모 등의 측면에서 여성인력개발센터는 단연 돋보인다. 인터넷 쇼핑몰 창업, 도배사, 제과제빵 등 인기있는 강좌부터 커피 바리스타, 화훼장식기능사 등 최근 인기를 끄는 신종 직업까지 100여개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게 특징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는 여성 창업 희망자를 위한 강의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으로 꼽힌다. 파티플래너 전문가, 주얼리 코디네이터, 인테리어 전문가 등의 과정을 개설해 한차원 더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 담당자인 윤지선 대리는 “여성 유망직종의 흐름을 빨리 파악해 강좌를 개설하고, 강의 내용이 전문적이어서 만족도가 높다”고 밝히고 “지난해 전국에서 1,400명 정도가 강좌를 수강하고,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창업 또는 취업했다”고 말했다. 여경협이 운영하는 강좌는 총 40여개로, 협회 전국 지부에서 수강이 가능하다. 올해는 3월부터 개강하며 교육기간은 평균 40시간 정도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주부창업 지원기관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재단법인 서울여성, 서울여성발전센터가 주부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중이며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은 실전창업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내 5군데에 문을 연 여성발전센터는 취업-창업-부업을 도와주는 기관으로 갖가지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남부여성발전센터의 경우 7평 규모의 창업사무실 15개, 행정지원실, 비즈니스 상담실 등을 갖추고 여성기업창업보육센터를 운영 중이다. 또 수십개 창업 관련 강좌가 운영돼 창업 준비와 첫출발을 한자리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른 여성발전센터에서도 창업상담실, 창업부스 등을 설치해 전문상담사의 상세 상담과 실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 운영하는 실전창업스쿨은 말 그대로 창업의 실전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총 3개월의 기간동안 창업컨설턴트의 지도 아래 이론과 실전 중심의 3단계 교육이 진행된다. 창업을 준비하는 21세 이상의 남녀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수강료는 15만원. 매 기수별로 200~300명이 수강하고 있다.
실전창업스쿨은 본강좌 외에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눈길을 끈다. 교육 수료자 가운데 창업예정자에게는 1일 1회 최대 5회에 걸쳐 1대1 집중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창업 후에는 멘토링제도와 경영컨설팅제도를 운영해 주기적인 지원이 가능토록 만들었다. 컨설턴트로 참여 중인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장은 “여성 비율이 30%를 웃도는 가운데 계속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하고 “강좌가 끝나도 컨설턴트와 멘토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반응이 아주 좋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해서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자영업 관련 정보가 집대성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선, 창업 실무 관련 강좌가 각 지역 센터를 통해 수시로 열리고 있어 원하는 대로 수강할 수 있다. 점포창업 전반에 관한 이론 강의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지역 센터를 직접 방문, 상담사와의 대화를 통해 창업 이면의 문제를 체크하거나 맞춤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서정헌 중앙소상공인지원센터 팀장은 “상담을 위해 센터를 찾는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45:55로 비슷해졌다”면서 “30대 중반~40대 중반의 여성 창업 희망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 기본기 필수...‘자격증이 최고야’
특정분야에 기본기를 갖췄다는 의미는 ‘자격증’ 하나로 모두 표현된다. 해당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한 후 창업에 나서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최근엔 민간 자격증의 종류가 다양해져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요즘 가장 대표적인 여성창업 분야로 꼽히는 비즈공예의 경우 자격증을 따면 강사로 활동하는 등 한층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인기다. 비즈(Beads)는 구슬이라는 의미로 크리스털, 진주, 원석 등 갖가지 비즈를 이용해 만드는 모든 수제품을 말한다. 배우기에 그리 어렵지 않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지도자 코스까지 마스터할 수 있다. 또 배우면서 작품의 판매를 시작할 수 있는 데다 다른 사업에 비해 초기 투자의 위험이 적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MBC문화센터에서 비즈공예지도자과정을 강의하고 있는 권순애 한국종이접기협회 구슬공예연구회장은 “창업을 하거나 강사로 활동하고 싶다며 등록하는 여성이 대부분”이라면서 “3개월 정도면 기본기법을 뗄 수 있고 자격증을 따려면 6개월 정도 수강하면 된다”고 밝혔다. 전업주부였던 권회장 자신도 취미로 종이접기를 시작했다가 7년전 비즈공예를 접하고 지금은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도자과정을 수강 중인 이주영씨는 본업이 에어로빅 강사. 이씨는 “에어로빅 강사는 오랫동안 하기 힘든 직업인 만큼, 미래에 대비하려고 비즈공예를 배우기로 했다”면서 “밤 새워 비즈 작품을 만들 정도로 재미있다”고 말했다.
한국종이접기협회 비즈공예 지도자 자격증의 경우 6개월 강의 수강후 실기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제출하면 심의를 거쳐 자격증을 발급한다. 지도자 가운데 감각과 솜씨가 뛰어나면 협회 연구원으로 발탁돼 강사로도 활동할 수 있다.
제과제빵 기능사도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대표적인 자격증이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자격증이 아니다. 제과제빵 기능사는 국가 기술자격검정. 필기와 실기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자격증이 주어지는 만큼 까다로운 시험으로 통한다. 대한제과협회를 통하면 자격시험 정보와 제과제빵 교육기관 현황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최근엔 꽃집 창업 과정도 큰 인기다. 각급 문화센터에서 플로리스트 양성 또는 플라워숍 창업 과정을 빠짐없이 챙길 정도로 주부층의 관심이 높다.
꽃집 운영에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꽃집 운영 뿐만 아니라 관련 분양 상품 개발이나 디스플레이 전문가, 화훼유통업 등 관련 분야로 진출할 수 있어 좋다. 전문학원을 통해 자격증 취득을 대비할 수 있다.
이밖에 선물포장 아티스트, 아메리칸 퀼트 전문가, 리본 크래프트, 북아트, 양모펠트 등도 요즘 주부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기술 관련 분야로 꼽힌다. 모두 ‘핸드 메이드(hand-made)’라는 공통점이 있다. 취미로 시작해 관심과 능력이 따르면 창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 주부에게 적합하다는 평이다.
한편 사업을 직접 꾸리기에 앞서 경영 지식 등을 보충할 목적으로 MBA에 도전하는 경우도 적잖다. 4~7개월 정도의 단기에 MBA를 취득할 수 있는 온라인 강좌의 인기가 높다. 휴넷 MBA, EBS MBA의 지명도가 높은 가운데 이화여대 경영대학원이 운영하는 W-MBA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 ‘창업전문가에게 물어봐’
모르면 물어봐야 한다. 창업에 자신이 없고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창업전문가를 찾아 해답을 얻는 게 낫다. 최근에는 성공 창업자에게 비법을 전수받아 창업에 나서는 전수 창업 기법과 경영에 자신 없는 이들을 돕는 위탁경영 기법 등이 도입돼 초보 창업자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대표는 “전수 창업을 이용하면 창업의 두려움을 없애면서 핵심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어 남들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첫출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안한 출발보다 든든한 출발을 택하는 게 유리함은 말할 것도 없다.
전수 창업 프로그램은 스타트비즈니스와 여성창업대학원 등에서 접할 수 있다. 원하는 분야, 창업 준비 중인 분야의 고수에게 일정기간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비법을 전수받으면서 사전 훈련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컨설팅 서비스도 이용할 만하다. 지역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1,500여명의 컨설턴트가 활동하고 있다. 창업 초기 방향 설정이나 매출 상승 방안 등을 의논하는 창구로 유용하다는 평가다. sjpark@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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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 박영애 서울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
‘자신감 회복이 가장 중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당당하게 도전의 첫발을 내미는 수강생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실제로 창업에 성공해 전업주부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사례가 적잖아요.”
박영애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은 “경제적 독립을 꿈꾸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교육을 통해 취업ㆍ창업 기회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여성가족부와 지자체, 여성관련 단체가 협력해 운영하는 공공서비스 기관. 전국 51개 센터가 각종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용산센터의 경우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운영을 맡고 있다.
용산센터에선 지난해 1,700여명이 강좌를 수강했다. 인터넷 쇼핑몰 창업, 홈패션 전문가, 플로리스트 양성 과정 등은 가장 인기를 끄는 강좌들이다. 박관장은 “수강생 중 절반 정도가 창업 또는 취업을 통해 사회에 진출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관장은 “창업 이후 보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기회도 만들 수 있다”면서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게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주는 박관장의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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