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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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3) : 서울대학교 교육목표로서의 학문교육과 직업교육
Teaching & Learning 좌담회 주제 3 : 서울대학교 교육 목표로서의 학문교육과 직업교육
일 시 : 2002. 8월 9일 14:00~ 16:00 장 소 : CTL 회의실 참석자 : 이태수 교수(철학과, 사회), 변창구 교수(영어영문학과), 서승우 교수(전기 컴퓨터공학부), 한인섭 교수(법학부), 강명구 교수(CTL소장)
이태수 : 오늘 귀하신 분들 모시고 귀한 얘기를 듣게 될 것 같습니다. 준비해주신 테마 자체는 지난 10년 이상을 여러 교수들이 참여해서 논의했던 문제거든요? 오늘 또 한번 논의를 하고 해도 끝이 없는 문제이기도해요, 오늘 조금 더 심화된 토론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 논의할 중심 문제는 종합연구대학을 지향하고 있는데, 그것 내에서 전문직업 교육목표와 학문후속 교육을 어떻게 조화를 할 것인가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서울대 학부교육의 목표 : 학문후속세대 양성과 전문직업인의 양성
이태수 : 교육의 두가지 목표에 대해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면, 우선 순수학문과 응용학문의 대비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학교에서 참 많이 얘기하는 테마죠. 특히 순수학문을 기초학문 분야와 연결이 되어서 논의가 되기 때문에, 이 얘기가 나오면 기분까지 서로 언짢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순수학문과 응용학문, 전문직업 교육과 학문후속 양성같은 문제가 연결되어있고, 분야별로도 인문, 사회쪽은 순수쪽에 많은 비중이 있는 것 같고, 자연대, 공대는 공대가 너무 크다보니까 응용의 대표주자인 것처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개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지에 대해 우리 서승우 교수님으로부터 말씀을 듣기로 하죠.
서승우 : 저는 사실 이렇게 부담스러운 자리인지 몰랐는데요. (웃음) 굉장히 부담스러운 자리네요. 학문후속세대 양성과 전문직업인의 양성 두 가지를 얘기하셨는데. 우선 제가 공과대학 260분의 전체 견해를 대변할 수 없을 거라는 것에 대해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서두에서 말씀을 하셨지만 21세기 현재 이 두 가지 분야의 구분을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특히 공과대학은 이 두 부분을 모두 고려해야하는 특수한 학문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분야가 다 중요한데요. 일단 정의를 내려보라는 말씀을 하셔서, 그냥 단순하게 말씀을 드려보면, 전문직업인 양성은 나중에 졸업하고 나가서 돈 잘 버는 사람, 돈 벌줄 아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 같고,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라고 하면 순수학문, 기초학문을 포함해서 돈과 꼭 관련이 없더라도 학문 그 자체를 이어가는 인력을 기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근한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수출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pc 산업이 있습니다. 이 pc 산업에서 과연 우리나라가 모든 부품을 다 개발해서 돈을 벌어들이느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우리나라가 어떤 부품은 직접 생산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pc와 같은 제품을 만들어서 수출하고 또한 그런 산업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수 있는 사람이 전문직업인인 것 같습니다. 학문후속세대라고 하면 이와 같이 당장 돈이 되지는 않더라도 필요한 기초 학문을 연구함으로써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창구 교수)
한인섭 : 서울대를 이제까지 10년 이상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시키자고 흔히 얘기하는데. 저는 그부분은 사회가 서울대에 기대하는 것의 1/3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서울대에는 학부와 대학원이 있는데,. 학부모의 관심은 서울대의 학부 인재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오히려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중심으로 가자면, 5,000명중 1/10정도, 1/5정도가 대학원에 가고, 그 중에서 학문후속세대로 키워지는 것은, 그 중에서도 1/10내지 1/5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전체 5,000명 중에 100명 200명을 위해서 나머지가 들러리가 되고 종속되고 그런건 아닌 것 같거든요.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대는 5,000명이 전부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 각층에 자질과 덕성을 가진 인재를, 사회 곳곳에 만들어 달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볼 때, 학부교육의 진정한 목표가 뭐냐고 했을 때, 사회가 필요한 다방면의 인재육성이라고 봅니다. 그건 전문직업인도 아니고, 학문후속세대도 아닙니다. 전문직업인, 학문후속세대의 요구는 하나의 부분집합으로 들어있을 뿐입니다. 많은 사람이 학부를 마치고 사회로 나가지 않습니까. 사회에 나갈 때 그 사람이 기업, 언론, 정보, 시민사회로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언론의 경우. 언론계에 들어가려면 언론정보학과만을 선택해야 하느냐,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수학과, 법학과 출신도 필요할 것이고, 디자인, 인문 그런 분야의 지식이 다 필요하고, 사회적 수요가 그렇게 형성이 되죠. 그러면 전공이 다른 각 대학생들이 언론계에 들어왔을 때, 그 졸업생들의 공통점이 뭐냐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지식인으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갖추고, 사회문제를 지식적 관점에서 구성하고 종합할 수 있는 그런 잠재력을 갖춘 인재일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문, 사회, 자연이라는 기본적 소양을 대학에서 기본적으로 키워줘야 합니다. 대학생들은 결국 직업인이 될 테니까, 예비직업인으로서의 훈련을 대학에서 해야한다고 보는 것은 서울대학의 목적과 기능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당장 필요한 직업을 위한 연수는 전문대학의 몫입니다. 서울대학은 그런 의미의 전문대학은 아닙니다. 우리는 매우 폭넓은 지적 자질을 갖춘 인재를 키워야 되고. 당장 사회에 나가서 공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이런 인재를 키우는 장이 아닙니다. 그 부분에서 기업이 크게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써먹을수 있는 인력은 2,3년 후에는 써먹을 수 없게 됩니다. 학부는 일반적 인재의 육성, 전문직업인, 학문후속세대 육성, 이 세가지가 기대가 되고 있지만 적어도 일반적 인재의 육성이 가장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태수 : 한선생님께서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것은 소수의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전문직업인도 아니고, 일반적인 소양을 갖춘, 여러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라고 하셨는데. 요새 '그런 것까지는 이제 서울대가 맞지 말고, 전문직업인을 양성할 것인지 혹은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할 수 있는 것인지 확실히 정해다오' 이런 요구들이 있거든요. 학부출신의 일반적 지식인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그때 서울대학이 먼저 좀 대비를 해서, 학부학생 수를 줄이더라도 그렇게 가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요구들이 있었죠. 그 부분에 대한 반발도 많고 또 정당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것은 나중에 더 논의를 더 해야겠죠.
한인섭 : 한가지 얘기를 더 하자면, 사회적 기대가 서서히 대학원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의 마음에는 학부교육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중요성만큼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까 학부교육의 중요도에 비하여 상당히 방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한다는 거지요.
서로 다른 학문영역(인문사회/이공계, 순수학문/응용학문)에서의 교육목표의 차이
이태수 : 마침 참석해주신 교수님들이 속하신 세 분야가 다 인기분야이네요. 인기분야라서 소위 불후부진 분야를 잘 모르실텐데, 서울대학내에 그런데가 많거든요. 대개 순수학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은 분야에서는 서울대학이야말로 사회의 트랜드에 휩쓸리지 말고 좀 줏대를 가지고 기초학문을 키워줘야 하지 않겠느냐. 서울대가 아니면 어디에서 하겠느냐? 해서 이쪽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요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컴퓨터 공학을 하시건 법학을 하시건 그런 요구를 하면 다 수긍을 하실꺼에요. 다 얘기는 그렇게 하면서, 기초학문이나 불후부진 분야를 하시는 분들은 말로만 그러지 말고, 제도적으로 인센티브도 주고, 발표도 하고 그래서 눈에 띄는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를 할껍니다. 작게는 학생이라도 묶어서 달라,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서울대학이 말로는 그렇게 했어도 특별히 그것을 고려한 학교 정책 같은 것은 없었거든요? 어떻습니까? 서울대에서 공식적으로 순수학문 분야에 더 많은 지원이 갈수 있게 공식화하는 제도를 만든다면
변창구 : 아까 말씀하신 학부교육 방치는, 매일 사회로부터 비판 받는 것이 그 부분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알기로 어떤 형태로든, 지금현재 우여곡절 끝에 기초교육이라는게 막 태동을 했거든요? 그런 것들도 어떤 식으로건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를 시켜보자는 취지가 있는 것인데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학부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 지원이 필요할텐데, 서울 대학에서 1, 2학년 교육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연구중심으로 간다고 할 때, 소위 말하는 학문의 기초가 되는 것을 제대로 가르쳐야 조금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고, 3, 4학년에서 연구는 이렇게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그것이 대학원에서 진행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승우 : 학부생들이 교양교육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큰 문제인데요. 교수들부터도 교양교육은 빨리 이수하고 끝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게 저희들만의 책임은 아닐 수도 있는데, 교양강의는 가르쳐야 할 학생수가 많으니까, 대부분의 강의가 시간강사들에 의해서 가르쳐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시강 강사들의 자질이 못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성의나 집중력에 조금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구요. 그런 측면에서 봐서는, 과연 거기서 얼마나 배워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거든요. 또한, 학생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듣게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교양교육의 옵션들을 다 풀어놓으니까, 생활체육, 골프, 테니스, 댄스, 이런걸 들으면서 교양과목 학점을 채운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사실 아까 가치관 얘기를 하셨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전교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공받는 저희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태수 : 완곡히 말씀하셨지만 교양교육에 대한 불만이 공대에서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느 선생님은 자기 돈을 들여서 연대에서 쓰기 교육을 전담하는 사람을 불러다가 쓰기 교육을 시키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다고 알고 있어요. 교양교육 자체가 못마땅한게 아니라 실제 제공되고 있는 질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법대도 인문사회 분야에서 제공하는 교양교육을 스스로 제공할 수 있는 자신감도 있고, 법률 영어를 하겠다 그런 소리도 있었죠.
(한인섭 교수)
교양 교육의 문제와 해결책, 글쓰기 교육
한인섭 : 대학교육을 1-2 학년 교육과 3-4학년 교육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1-2학년은 일반교양교육, 3-4학년은 전공적성교육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1-2학년 교양교육은 책임지는 주체도 없고, 잘잘못을 평가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래서 교양교육 지원 프로그램 같은 전담하는 주체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초교육원이 막 생겼다고 하는데, 그 부분을 담당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놔두면 시장의 논리와 직업을 확보하기 위한 논리가 자꾸 교양교육을 잠식하게끔 되어있습니다. 특히 법학분야의 예를 들면, 고시 합격률이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1학년 1학기부터 부터 민법총칙, 헌법 이런걸 막 집어넣고, 문학 이런게 뭐가 중요하겠느냐, 고시합격이 최고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교양교육은 실종되어버리지요. 우리 서울법대 교수들은 이러한 고시일변도의 방식에 저항하는 편이고, 교양을 중요시하는 편이고, 저학년의 경우에는 특히 교양교육을 많이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울법대의 목표는 고시 합격률을 지상과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시장논리와 직업학교의 논리에 저항할 수 있는 교양교육의 질을 확보해야하죠. 교양교육 내용이 부실하면서, 직업훈련 교육도 하지 말라는 건 말이 안되거든요? 교양교육의 질이 어설픈 시험위주의 직업훈련 교육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게 1, 2학년 교육이어야 합니다. 기초교양이라고 그러면 그걸 어떻게 강화시키고, 그걸 통해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전공적성과 기초교양사이에 경쟁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1학년 1학기부터 전공을 집어넣어 버리자 이렇게 되는 거죠. 기초교양 역시 뭔가를 입증해 내야 합니다. 당장 돈 같은 것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로 훨씬 더 필요했고 장기적인 영향을 가질 수 있음을 입증해 내야 한다고 봅니다. 과연 기초교육의 내용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제 느낌에 창의력, 상상력 가치관 이런 것은 상당히 추상적이에요. 그럼 구체적으로 뭐냐 라고 얘기할 때, 제가 생각할 때 가장 기초는 스킬면에서 writing 이라고 생각해요. 글을 쓰는 능력이요. 지금 1, 2학년 교육은 열심히 노트에 받아 적고, 외워서 시험을 치고 그러면 기초교양 하고 전공교육하고 아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기초교양시간에는 막 죽도록 썼다. 자료 요약식이 아니라 자료탐구식으로 썼다. 그래서 쓰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대학보다 많이 했다. 그런 것이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인재의 육성이죠. 그러다 보면 어느 직업으로도 갈 수 있는 거죠. 어떻게 잘하느냐를 생각해보면, writing은 소단위로 해야하죠. 저는 법률 문장교육을 교양필수로 집어 넣어놨어요. 학점도 엄청나게 짜게 줄 수 있는 특권이 있죠. 제가 95년에 처음 와서 정말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도를 해봤어요. 과제를 철저하게 부과하고, 과제 7개의 서로 다른 주제의 탐구를 요하는 주제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100명이 지원했다가 40명이 남았더라구요. 그 40명은 착해서 남은 거죠. 저는 학생들의 글을 하나하나 읽고 고쳐서 돌려주고 발표시키고 했습니다.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했습니다. 그때 모인 글로 <법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냈어요. 그걸 친구들에게 나눠주면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이렇게 잘 쓸수 있냐 하고 물어요. 그런데, 그 다음 해에 법률문장 담당교수가 줄어들었어요. 지금은 둘이서 하고 있어요. 둘이 하면 과제를 7개는커녕 두 개도 제대로 못해요, 그런 식으로 부담이 굉장히 커지는 거죠. 그래서 결국 writing을 제대로 하려면 한 20명 정도의 학생들을 단위로 해서, 그들에게 확실한 단련을 시키는 과정을 개설해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이 듭니다. 그럼, 가치관 교육은 어떻게 하느냐. 국민윤리를 가르치고 시험치는 것으로 절대 달성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치관 교육의 핵심은, 자기의 학문관, 현장에의 접촉을 통해서 나오는 찐한 느낌이 있다구요. 법학 같은 경우, 법을 필요로 하는 여러 소외된 지대들을 방문하고, 자원봉사, 사회봉사를 필수 학점화하기도 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결국 계속 넣어가지고, 가치관 교육을 소단위로 하고 현장과의 직접 접촉을 하게 하고, 사회조사를 하는 것을 전공교육의 디딤돌로 하게 하고. 그래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교양과목을 전임교수가 담당하기를 회피하고 시간강사에게 주로 떠맡기는 현상입니다. 저는 시간강사의 능력이 전임교수보다 떨어진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시간강사들은 서울대에 덜 익숙하다는 것이지요. 또한 시간강사들은 대학에 강의 관련 주장이나 요구를 하기도 어렵고, 전체 강의가 어떻게 진행되어지는가에 대한 책임 있는 평가를 하기 어렵습니다. 시간강사를 활용하더라도 더 지원을 강화하면서 소단위로 해보는 것이 어떠냐. 그 토대 위에서 전문직업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되지 않겠냐 싶습니다.
(이태수 교수)
서승우 : 저희도 사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다분히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또한 교양교육은 워낙 많은 사람이 관련되어있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팔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잖습니까? 공과대학 같은 경우는 대학원생들을 위주로 영어 writing 강좌를 계속 개최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생들은 의무적으로 수강하게 하고, 저도 보조를 하고, 저희가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그것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일단 제 의견을 말씀드리기 전에, 분명하게 알려드리고 싶은 상황은, 아까 교양교육을 학부생들이 어떻게 인식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잠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학생들이 느끼는 교양교육은 곧 상식교육입니다. 미학, 인문학, 법학을 배우면 뭐 상식이 넓어져서 무슨 퀴즈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하죠. 그게 내 가치관, 겸양이나 지성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사실 커리큘럼 자체가 그렇게 되어있구요. 지금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실에서 제도적으로 강제화 할수 있는 것은 한교수님이 말씀하셨던, 학생들의 그런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반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죠. 상식, 뭐 아무리 개설해놓고 백화점식으로 들어라 그래봐야 도움이 안된다는 거죠.
이태수 : 고백할게 있는게, 교양교육 역사도 참 불행한 역사에요. 예전에 국민윤리 가르쳤을 때, 그거 가르치는게 참 괴로웠어요. 그때 국민윤리과 교수는 안들어가고 국민윤리 교양을 철학, 정치, 사회 이런 사람을 집어넣어서 괴로웠어요. 그때는 국민윤리, 국사 이런 것으로 국가정책이 교양을 아주 협소하게 했어요. 그랬다가 일거에 해빙이 되어버려서, 막 풀어줬어요. 그때 뭐 볼륨댄스 이런게 들어간 것은, 해방감 때문에 그런겁니다. 그때 저도 막 펼치고 그런 것에 일조를 했기 때문에, 지금 잘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나서 아닌게 아니라 선생님 지적하신데로, 교양의 주축이 되는 과목은 힘들어서 안가고, 레포트 쓰면 안가고 그럽니다. 볼륨, 골프 이런것은 그런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이거는 교양의 주축이 아니라 취미활동을 도와주는 건데, 그런걸로 교양의 부담을 덜어버리고 그래가지고. 지금 교양 제도를 바꿔야 할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기득권의 일부를 잘라버리더라도 교양의 핵심이 뭐다 그런걸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승우 교수)
한인섭 : 미국 대학의 top 20 교수들이, 지난 15, 20년간 학부교육 혁신을 하면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대부분이 다 writing 이었어요 제가 알기로. 지금도 어느 정도 구체적이냐하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전 대학에서 교수들에게 강의계획서에 어떻게 witing을 강화한다는 것에 대해서 프로포절을 받고, 그래서 쓰기강화 교육으로 인정받으면 현금으로 교수에게 보상을 줍니다. 그 투자가 굉장히 많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다 반응을 해줘야 되니까. 그런데 그것이 참 힘든 일입니다. 열심히 썼으니까 피드백을 해주셔야죠, 학생들이그런 말을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훨씬 글을 꼼꼼하게 봐야됩니다. 이게 왜 서론으로 부적절한지, 이건 무얼 베낀것인지 확인하고 그래야 되거든요. 그런데 한 두 번만 정성 들여 고쳐주면 글이 확 달라집니다.
변창구 : 아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굉장히 좋은 제안인 것 같구요. 새 총장님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그런 것들을 잘 해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마침 기초교육원까지 담당하고 있거든요. 기초교육의 최근의 추세가, 지금은 좀 형식적으로 되어있는데, 말씀하신 것을 조금 보완하려고 올 3월부터 생긴 것이 핵심교양입니다. 필수과목으로 해서요 예술과 문화, 사상과 철학, 사회의 이해, 자연의 이해 이렇게 나눠져 있는데, 클래스 크기를 좀 줄이고, 꼭 전임만 들어가게 되어있고, 그런데 아직도 모자란 부분이, 아까 말씀하셨듯이 이것이 상식을 가르치는 분야일 위험은 있습니다.
이태수 : 제가 직선적으로 표현하면 교양과목에서 빼고, 시민대학에 가서 수강하라고 돌려버려도 될 것 같아요. 굉장히 중요하고 구체적인 말씀 많이 해주셨고, 꼭 반영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얘기지만 너무 한군데만 집중되면 안좋을 것 같아서요, 학부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 테마가 될 수 있는 것, 이런 것이 서울대학교 학부교육의 목표를 실행할 때 꼭 고려가 되야 되겠다는 사항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한인섭 : 전공교육과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는, 인문, 사회쪽에서 법률과목만 들으러 온다는 겁니다. 거의 전과에, 서울대학 전과의 학생들이 법학과목을 들으러 오고,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법학과목의 강의진행에 차질이 많이 생깁니다. 100명이상, 300명 이상도 상당히 됩니다. 그래서 교무처에서 우리가 학점 평가를 해서 기록을 내라고 할때 제일 늦게 내는 것도 법대고, 법대 중에서도 상법, 민법, 헌법 이런 분야가 제일 늦습니다. 부담도 상당하고, writing이나 다른건 엄두도 못내구요. 아마 인문, 사회과학 쪽의 입장에서는 그 과목을 들어야 될 학생이 다 법학과목으로 가있으니까, 다른 과 전체가 위기에 처하는 것이,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장기적인 해결책은 역시 대학이나 법학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의사자격시험처럼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통과했다고 해서 무슨 영광의 시작이 아니라 경쟁의 시작이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하죠.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해결되어야 하고, 그럼 단기적으로는 어떻게 할것이냐. 결국 현재 대학원 교육으로 넘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법과대학을 주전공으로 할 사람에게 사법시험을 치를 기회를 제공하고, 사법시험을 치고 싶다면, 법학을 전공하거나 부전공으로 택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어야 되지 않을까. 우리분야와 관련해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변창구 : 강의를 듣는 사람수의 문제는 어려운 얘기 같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요, 수요가 많고 사람이 많을 때 무작정 늘려주는게 과연 또 옳은일이냐 하는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어떤 분야가 500명이 와서 늘려주면 다음엔 또 1000명이 되거든요? 그런걸 과연 어떤식으로 해야할지. 부실화의 문제도 있고, 강좌를 어느정도까지 적정선을 유지해야 하는지도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한인섭 : 늘릴수 있느냐가 아니라 적정선이 되어야 해요. 300명은 강의가 가능한 숫자가 도대체 아닌거죠.
이태수 : 저희만 그런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전공을 들어보니까 문학도 있고 그랬는데 ,전부 하고 싶은 것은 컴퓨터 더라구요. 어느 한군데로 몰려드는 것은 항상 있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야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건 잘못된 것 같아요. 금세기 들어와서만 그런 것도 아니고 70년대에는, 공부하려면 다 의대가려고 그랬어요. 몰리는 분야가 항상 있다는 걸 생각하고 대학정책을 생각해야지, 뭐 골고루 나눠진다고 생각하는건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은 지금 대학구조의 반영인데요, 우리나라 대학은 정교수하고 학생들만 있는 구조에요.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가 없는 거죠. 강의보조의 인력을 충원할 생각을 안하고 강의만 하는 거죠. 우리 머릿속의 강의라는건 교수가 강의를 하면 학생이 듣는 것이 전부인 겁니다. 이건 교수와 학생만 있는 건데, 사실 대학은 복합적인 곳이어서,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미드필더들이 보조인력들이 있어야 해요. 공과대는 테크니션이 있어야 하고, 카운슬러가 도서관에 있어줘야 되고, 이런 학습센터도 있어야 되고, 그렇게 대학을 구성하는 인력이 다양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 두 개만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서울대학이 할 일은 그렇게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의 성격에 맞는 복합조직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창구 : 가장 중요한건 도서관이어야 할 것 같아요. 숙제를 내도 학생들이 할수 있는 그럴 여건이 전혀 안되어 있어요. 그런 점에서 도서관 같은 것도 말씀하신 것에 덧붙여서 충실히 할 필요가 있는데, 얼마나 여지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의 양성과 대학교육
서승우 : 기업체 인사담당관들은 서울대 졸업생들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서울대 학생들은 전공지식은 상당히 있는데, 일을 기획해서 끌고가서 완성하고, 일을 추진하는 능력, 코디네이션 하는 능력이 대단히 부족하다고 하는 것 같구요. 또 여의도 증권가의 top 펀드 매니저가 경제, 경영학과 출신이 없다고 합니다. 공대, 역사학, 종교학 한 사람들이죠. 그건 상상력의 문제죠. 지식은 많고 하지만 top에 가면 잘 안되는겁니다. 그것이 꼭 직업교육이라고 볼수는 없고, 아까 말씀하신 데로 서울대 졸업생들이 직업이건 연구건 간에 잘 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해서 학교안에서 어떤 교육을 해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죠.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많이 듣고 있는 바입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프로젝트형 교육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프로젝트형이라고 하면 기획단계에서 틀을 짜고, 일관되게 추진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해서 리포트를 제출하는 것까지의 전과정을 의미합니다. 서울공대에서 그런 프로젝트형 교육이 얼마나 되느냐를 알아보면 몇 되지 않습니다. 사실 프로젝트 형 교육을 가장 잘하는 곳이 MIT입니다. MIT 같은 경우 4학년 진입하면 1년동안 고민을 합니다. 또 제가 근무했었던 프린스턴 대학 같은 경우에도 프로젝트형 교과목을 상당히 성실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모든 교육에 도입할 수가 없으니까, 시작이라는 차원에서 이공계에서는 실험실습 교육이 각 과목에 보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인섭 : 일류대 들어온 학생들에게, 머리가 좋아서 들어왔다 라고 얘기할 때. 머리 좋은걸 어디에 활용하냐 하면 암기와 요약 아닙니까. 그렇게 하면 태도가 수동적으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뭐 서울대생이 꼭 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학생들이 대체로 딸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어떤 사회의 문제, 인간의 문제를 직접 데스크에 올려놓고 하면,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온갖 종합적인 구상들이 다 동원이 되어야 하고, 혼자해서 안되기 때문에 여럿의 협력을 받아야 됩니다. 그래야 다른 분야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주어진 텍스트를 두 번, 세 번 외우고 많이 외워서 그대로 잘 옮겨 적는 사람이 합격이 되고. 그런게 사법시험에서 가장 압축적으로 문제가 드러나는 거죠. 이런 문제를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 것이냐. 제가 볼때는 사법시험의 구조를 혁신시키지 않고서는, 그런데 완전히 사법시험으로부터 독립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전공간 교수들의 대화도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서로 협력해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런걸 스스로 체험해 본적이 별로 없죠. 교수들은 또 한 과내에서도 담을 쌓고 담을 쌓고 제 영역확보에 나서는데,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놓고 보면 어떻게 우리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가를 우리 스스로 느끼고 입증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목을 들어보라는 얘기를 할수 있지요. 우리 스스로가 그런 느낌을 가진 적이 없는데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죠. 소 전공간 담벽 허물기, 대 전공간 담벽 허물기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태수 : 예 이쯤에서 마무리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 현실을 보니까 학문후속세대 양성, 전문직업인 양성을 대비시켜서 보려고 했는데, 학문후속세대 체제도, 전문직업인 양성도 제대로 못 갖춰져 있고, 현실은 전혀 그런 갈등 이전에 기본적인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고등학교 교육하고 대학교육하고 다르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학교육이 단편적입니다. 수강생들이 독창적이고 독자적으로 사고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을 못시켜주고 있는데, 이런 교육을 할 수 있게끔. 그것이 전문직업교육이건 교양교육이건 순수학문 양성교육 이었건.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되어야 하냐. 구체적인 얘기도 많이 나왔습니다. 쓰기 교육, 프로젝트 교육, 이런 것을 더 구체화하는 방안이 뭔가 앞으로 조금 더 그 부분을 더 디테일 하게 연구해서, 실행할 수 있는 교무처에 교수들이 요구라도 하고. 지금은 그런 요구도 구체화가 안되어 있다고 봐요. 불평만 있지.. 그런 것으로 가기 위한 오늘 좌담이 초보단계의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기회를 많이 마련되면, 우리 이야기가 좀더 구체화되고 더 설득력 있는 내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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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문직업인 양성과 학자양성 사이의 고민, 2002년도의 좌담회여서 시대에 맞지 않는 얘기도 잠깐 있지만.. 서울대학교 교수학습센터 홈페이지에서 찾은 글입니다. 여러 교수들의 글이 남아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