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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충남대학교 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혜진(10)
기억이 더 섞이기 전에 쓴다고 쓴 다이어리인데 이것도 좀 순서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ㅋㅋ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하루종일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거리가 많았다!
행정법 수업이 끝나자마자 애들이랑 헤어지고 얼른 순환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첫 야간산행!!!ㅋㅋㅋ
농대에서 내려 동아리방으로 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 빨리 온 것 같았다
덕분에 편하게 등산복으로 갈아입었다
가방 속에 있는 침낭을 꺼내서 자고 있을까 하다가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옥상에서 DMB로 뮤직뱅크를 봤다
7시 즈음에 근호형이 저녁을 먹고 모이는 걸로 변경한다고 문자를 보냈다
OMG 큰일이다
이제 순환버스도 운행을 안 하는 시간이라 어딜 나가서 저녁 먹고 오기엔 시간이 좀 애매한데ㅜㅜ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냥 굶기로 했다
동아리방 4단 서랍 위에 닥터유가 딱 하나 남았길래 그걸 먹었다
그것마저 다 먹고 뭘 할까 생각하다가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근호형이 왔다
가방에서 빈 생수통을 꺼내시길래 물은 내가 다 받아왔다
그 사이에 등산잡지에서 지도를 찾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민혜언니는 피곤해서 못 간다고 했다ㅜ
다영이는 일반 양말에 운동화를 신고 왔다!
그래서 여유분으로 가져온 등산양말을 빌려줬다
마지막으로 민섭이 형까지 온 후 계단 근처에서 출발 전 단체사진을 찍고 민섭이 형 차를 타러 갔다
어디서 많이 본 차였는데 기억이 안 났다
트렁크에 짐을 싣고 운전석에는 민섭이 형이, 조수석에는 근호형이, 나머지 우리 넷은 뒷자리에 탔다
OMG 민혜언니까지 왔으면 아마 두 명 정도는 쭈구리가 됐을지도....
농대 차고지를 지나 궁동 쪽에서 차를 세우고는 저녁을 안 먹은 사람을 위해 민섭이 형이 김밥을 사러 갔다
그 사이에 근호형이 면허가 있는 사람을 물어봤다
나도 대답을 했는데 나한테는 안 물어봤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난 면허증 없이는 운전을 안 하는 여자임!
들어보니까 운전경력은 민섭이 형 다음에 나인 것 같다ㅋㅋ
한참 후에야 민섭이 형이 생수랑 김밥을 들고 왔다
나만 먹기는 좀 그래서 나눠먹었다
윤섭이는 컵라면만 먹고 왔다고 해서 좀 더 줬다
그래서 그런지 김밥을 먹었는데도 먹은 게 아니었다ㅋㅋ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갔는데 퇴근시간이라서 한밭대로는 꽉 막혀있었다
대전일보 앞에서 롯데백화점 쪽으로 가는 길도 막혔고 그 너머까지도 막혔다
아마 서대전 네거리였을 거임
차는 막히고 뒷자리는 좁고 배는 고프고 시작부터 난조였다
대전을 벗어나 길을 쭉 따라갔는데 결국 이상한 곳으로 갔다
근호형이 목적지를 잘못 찍었나보다 잘 모르겠다
결국 차를 세우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네비를 찍고 출발했다
근호형이 말한 무인텔이 나왔고, 다행히 배티제 주차장이 나왔다
매점 옆 파라솔에서 고량주랑 과자를 먹었다
술을 마실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술에서 알코올 냄새만 안 난다면 맨날 마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음주산행을 하긴 싫어서 조금만 마셨다
다영이는 학회장이랑 심각한 통화를 했다
인원이 적은 학과는 꼭 저런 압박을 하는 것 같다
우리과도 좀 그런게 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자리를 정리하고 나서 맞은편으로 건너가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그냥 올라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백을 좀 했다는 거??
전날 비가 와서 길이 씻겨내려간 것 같았다
겨우 찾은 길도 흙이 씻겨서 많이 미끄러웠다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니까 잔돌이 많았다
다영이가 등산화를 안 신고 와서 많이 미끄러질 뻔했다
그래서 내 스틱을 하나 빌려줬다
아.....................
그것이 화근이었다 그냥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다ㅜㅜ
계속 땅만 보고 걸어서 중간은 별로 기억이 안 난다
근호형-승윤이-나-민섭이형-다영이-윤섭이 순으로 올라갔다
근호형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도 엄청 잘 올라갔다
아 저것이 형의 위엄인가
담배를 그렇게 많이 피고도 저렇게 잘 올라가다니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승윤이는 진짜 말없이 갔다
민섭이 형이랑 내가 계속 말을 시켰는데 들릴락말락 대답을 했다
아마 카톡으로 물어봤으면 엄청 말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승윤이 가방에 엄청 긴 끈들이 흔들흔들거렸는데 그걸 잡고 올라가고 싶었다
걷다가 옆을 쳐다보면 금방이라도 멧돼지라도 나올 것 같았다
동물농장을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뒤에서 윤섭이가 음악을 틀었다
그 소리에 맞춰 막 노래를 불렀던 것 같은데 근호형이 목소리를 작게 하라고 했다
좀 더 올라갔더니 넓은 곳이 나왔다
다들 간식을 먹었는데 난 안주가 소화되지 않아서 그냥 안 먹었다
또 앉으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서서 쉬었다
아마 이것도 원인이었을 거임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앞에서 누가 귀신얘기를 했다
마침 길이 좁아지고 작은 대나무가 나오기 시작했다
계속 말이 없으면 귀신에게 홀린 거니까 학번을 물어보라고 했다
이걸 낮에 친구들끼리 했으면 그게 뭔소리냐고 막 웃었을텐데
사람이라곤 우리밖에 없는 산에서, 앞사람인 승윤이가 말없이 걷고 있어서 웃을 수가 없었다
귀신이 활동하는 시간이 새벽 3시니까 조심하라고 했다
한참을 더 올라가다가 뒷사람이랑 속도를 맞추기 위해 잠깐 쉬고 있었다
근호형이 생각보다 잘 올라온다고, 체력이 좋은 것 같다고 칭찬을 해줬다
근데 뒤에서 윤섭이가 당근과 채찍이 너무 티난다고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나중엔 민혜언니보다 더 잘 올라가는 것 같다고 해줬다
근데 아마 다리가 세 개여서 그랬을 거야
민섭이 형은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거나 말을 하면서 올라갔다
조용한 등산을 싫어하시는 듯ㅋㅋ
나도 계속 맞장구치면서 올라갔다
민섭이 형이 노래를 부르다가 승윤이한테 이어서 부르라고 했는데도 승윤이는 조용히 올라갔다
별 노래를 다 불렀던 것 같다
포켓몬스터 노래도 불렀고 곰 세마리도 불렀다
나중엔 근호형이 아마 군가도 불렀던 것 같다
낙조대에 도착을 했다 야경이 멋있었다
뚫린 곳이라서 그런지 바람이 좀 불어서 땀이 식었다ㅜ
낙조대에서 좀 오래 쉬었다
어느 쪽이 금산이고 대전이고 완주인지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한참 쉰 다음 낙조산장을 향해 갔는데 내리막길이 너무 오래 나와서 한 번 백을 했다
내려가면서 설마 다시 올라오는 일은 없겠지 했는데 다시 올라갔다
한 번 밟았던 길을 다시 올라가려니까 발이 무거웠다ㅜ
낙조산장에 도착을 했다 사람이 없는건지, 자는건지 불이 꺼져있었다
평상에서 물을 붓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민섭이 형이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테이프를 빌려드렸다
신라면+삼양라면이었는데 향이 오묘했다
집에서 라면을 먹을 때 섞어서 먹어봐야겠다!
김치도 맛있었다
라면을 한 번 더 끓였는데 그건 안 먹었다
라면을 다 먹고 뒷정리를 했다
내 가방엔 침낭+간식+물+개인소지품밖에 없어서 가방이 전혀 가벼워지지 않았다ㅜ
수락폭포를 향해서 출발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바윗길이 나왔다
올라갈 땐 몰랐는데 내려갈 때 바위를 디디니까 무릎이 아팠다
은근히 흔들리는 돌이 좀 많았던 것 같다
민섭이 형이 계속 무릎이 아프다고 했다
스틱을 빌려줄 수 있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했다
아마 이때부터 민섭이 형이 스틱을 썼으면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점점 바위가 거칠어지고 커지고 많아졌다
민섭이 형이 이 길이 맞냐고 계속 물어봤는데 근호형은 일단 더 가보자고 했다
내려갈수록 점점 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바위가 나왔고, 민섭이 형이 왠지 계곡길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근호형이 잠깐 쉬고 있으라면서 지도를 봤다
지도를 본 다음에 윤섭이 보고 다른 길이 있는지 확인을 해보라고 했는데 다행히 바로 옆에 길이 있었다
차례대로 올라가서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수락폭포는 왜 안 갔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정신을 차려보니 쉬고 있었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산장이었고 다시 정신을 차리니 내가 걷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마천대를 향해서 올라갔던 것 같다
중간에 나무가 없는 곳에서 잠깐 쉬었는데 별이 엄청나게 많이 보였다
비루한 내 디카로 한번 찍어봤는데 북극성만 찍혔다ㅜ
근호형이 저기가 마천대라면서 어딘가를 가리켰는데 너무 멀어서 한 번 더 물어봤다
다시 출발했다
이때부터 지옥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내리막길도 장난이 아니었지만 그만큼 오르막길 경사도 장난이 아니어서 많이 힘들었다
아마 스틱이 없었으면 네 발로 올라갔을 것 같다
근데 막 올라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몸은 힘들고 마천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막 웃음이 났다
엄마가 말했던 게 이거인 것 같다
여하튼 중간중간에 또 노래를 불렀던 민섭이 형이 대단했다 (비록 가방은 제일 가벼웠지만)
나무였나 철이였나 여하튼 계단도 나왔다
근호형이 천국의 계단이라고 했다ㅋ
계단을 다 올라가고 뒷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근호형이
'아이고 아줌마 어디 가세요?? 많이 힘들어 보이시네요' 라고 함ㅋㅋㅋㅋㅋ
그래서 천국으로 간다고 했다ㅋㅋㅋ
다영이보고는 할머니라고 했다ㅋ
한참 더 계단을 밟고 약간의 돌길을 밟은 후 본격적으로 암반이 나왔다
딱 보자마자 미끄러워 보여서 잘못 하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한 건데 차라리 밤에 그 곳에 간 게 다행이었다
낮에 거길 올라갔으면 아마 주변이 다 보여서 올라가지도 못했을 것 같다
고개는 들지도 못하고 렌턴이 비추는 곳만 봤다
다행히 옆에 난간이 있어서 그걸 잡고 올라갔다
드디어 마천대에 도착했다!
아까 나무가 없던 곳에서 봤던 탑이 우뚝 솟아있었고 그 위로는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근호형이 이 야경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근호형이 야간에 사진을 찍으면 추하게 나온다고 하면서 단체사진을 찍어줬다
탑 옆에 평평한 곳이 있길래 거기에 누워서 한참동안 별을 봤다
별이 더 많아서 디카로 찍어봤는데 역시 담기지가 않았다
비루한 내 디카.........
강원도에 가서 한 번 더 야경을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별이 쏟아진다는 걸 느껴보고 싶다
한참동안 쉬니까 땀이 식어서 점점 추워졌다
근호형이 이제는 내려가자고 했다
승윤이가 양보를 해서 근호형-나-승윤이-민섭이 형-다영이-윤섭이 순으로 하산했다
내려가는 길에도 근호형은 역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난 언제쯤이면 저런 위엄있는 모습으로 내려갈까??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슬슬 다리가 풀리는 것 같아서 난간을 잡고 내려갔다
한 2시간이면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내려가는 길에도 돌이 많아서 무릎이 아팠다
한참을 가다가 다 모인 자리에서 근호형이 이제부터 갈 길은 원래 정상으로 가는 편도길인데
지금은 새벽이라 사람이 없으니까 이번에만 이렇게 가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내려가면 재밌는 게 있을 거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뭘까?? 하고 기대를 했을텐데 근호형이 웃는 얼굴로 재밌는 거라고 말하니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한참을 갔더니 삼선계단이 나왔다
경사가 매우 가파른 철계단인데 땅에서 엄청나게 많이 떠 있었다
렌턴을 비춰봤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근호형이 앞장서 가면서 계단을 흔드니까 뒤에서 민섭이 형이 흔들지 말라고 했다ㅋㅋㅋㅋ
아 나 이런거 너무 좋아ㅋㅋ 불구경ㅋ
다행히 난 근호형 바로 뒤에 있어서 흔들리는 걸 별로 느끼지 못했다
한참을 더 내려가서 이번에는 금강구름다리가 나왔다
여기에서 또 단체사진을 찍었다
근호형이 사진을 보더니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라고 했다ㅋ
구름다리 끝에서 처음으로 다른 등산객을 만났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주셨다
여기랑 이 뒷부분이 좀 헷갈린다
어딘지 모르겠는데 또 철계단이 나왔다
스틱을 디디며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틱이 부러졌다
가운데가 부러졌기 때문에 이음새가 부러진 줄 알고 계속 돌렸는데도 안 끼워졌다
근호형이 대신 끼워주려고 했는데 한참을 하더니 이음새가 부러진 게 아니라
그냥 스틱이 죽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OMG 웃긴데 웃을 수가 없었다
다리는 후들거리는데 스틱이 부러지고 없다니ㅜㅜ 스틱이 없다니ㅜ
근호형이랑 민섭이 형이 체중을 얼마나 실었길래 스틱이 부러졌냐면서 스틱이 부러진 건 처음 본다고 놀렸다
스틱에 좀 많이 의존하긴 했지...
민섭이 형이 가방에 매달아주겠다고 했는데 그냥 들고 가겠다고 했다
노력하면 붙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점점 다리가 풀리고 하산하는 속도가 느려졌다
근호형이 날 보더니 자꾸 스틱이 부러져서 그런지 능력치가 반으로 줄어들았다고 놀렸다
중간에 넓은 곳이 나와서 한 번 더 단체사진을 찍었다
단체사진을 찍고나서 내가 또 사진을 찍었다
동이 틀 무렵이라서 구름이 새빨갛게 물들은 장관이랑
안개가 낮게 깔린 산 사진!
날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약숫물이 있는 곳에서 쉬고 있었는데 근호형이 조금만 더 가면 신상만 선배님의 묘가 있으니까 거길 갈 거라고 했다
묘비 앞에서 다같이 묵념을 했다
묵념을 하면서 무사히 내려갈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승윤이가 부러진 스틱을 들어줬다
괜찮다고 했는데 계속 들어준다고 해서 계속 거절하기도 뭐하고 해서 줬다
짜식ㅜ 말을 너무 안 해서 그렇지 착해ㅜ
앞서가던 근호형이 내가 내려가는 걸 보고 그렇게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
나도 무릎을 구부리고 앞꿈치로 내려가고 싶었는데 다리를 구부리면 후들거리면서 말을 듣지 않았다ㅜ
내가 생각해도 너무 느려서 점점 뒤로 갔다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점점 아이고 소리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자꾸 부러진 스틱얘기를 했다
앞으로는 스틱을 세 개나 네 개 들고 오라고 했다ㅜ
천천히 내려가고 있는데 근호형이 이걸 스틱으로 쓰라면서 굵은 나무를 줬다
근호형이 나랑 다영이한테 맨 앞에서 내려가라고 했다
그냥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가고싶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동반산행의 의미가 없으니까 앞에서 가라고 했다
결국 굵은 나무는 버렸다
뒤에서 민섭이 형이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했다
다리가 굵은 것만 믿고 걷기운동만 했더니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
다음 산행 때는 민폐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평생에 내리막길이 이렇게 싫은 건 처음이었다
그냥 오르막길이 쭉 나와서 그대로 천국으로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중에 다영이가 스틱을 돌려줬다
한걸음 걸었는데 갑자기 걸음나 해져서 힘이 솟는다고 좋아했다
근데 그 때 뿐이었다
스틱은 점점 그냥 들고 있는 막대기가 되고 있었다
힘없이 스틱질을 하면서 내려가고 있는데 뒤에서 근호형이랑 민섭이 형이 나보고 맹인같이 걷는다고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겨서 주저앉을 뻔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맹인이라니ㅋㅋㅋㅋ
근호형이 웃지 말고 걷기에 집중하라고 했는데 안 웃을 수가 없었다ㅋㅋ
나중에 평지같은 곳이 나왔고 등산객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근호형이 등산객이랑 말할 동안 맹인같이 걷지 말고 천천히 정상인처럼 걸으라고 했다ㅋㅋ
여하튼 도로까지 잘 내려왔다
무사히 잘 내려왔다고 다같이 박수를 쳤다
주차장까지 계속 걷고 있었는데 뒤에서 근호형이랑 민섭이 형이 오더니 앞으로는 스틱을 더 챙겨오라고 했다
아마 이 얘기는 승윤이가 욕했던 에피소드랑 같이 엮여서 술자리에서 빠지지가 않을 것 같다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쉬고 화장실에 갈 사람은 다녀왔다
네비를 찍고 출발하자마자 막힌 도로가 나와서 또 유턴을 했다ㅋㅋ
아 역시 유턴매니아 민섭이 형ㅋㅋ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윤섭이는 코를 골고 다영이는 머리를 흔들고 근호형은 헤드뱅잉을 했다
민섭이 형이 졸리다고 해서 계속 말을 하려고 했는데 결국은 나도 좀 잤다
충대까지 무사히 잘 도착했다
궁동에 차를 세우고 순대국밥을 먹었다
형들이 담배를 필 동안 우리 넷은 차에 앉아있었다
근호형이 차에 타고나서 나보고 멀쩡한 스틱만 집에 가져가서 나머지 하나는 삼선계단에서 떨어뜨렸다고 하라고 했다
몇 번째 스틱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동방에서 짐을 풀고 기숙사 애들은 기숙사로 가고 나랑 근호형이랑 민섭이 형은 잘 준비를 했다
어느 형인가 부러진 스틱을 들고서는 하얗게 불태워진 애라고, 다신 못 볼 애라고 했다
아 진짜ㅋㅋㅋㅋㅋㅋㅋ
민섭이 형은 햇빛을 받고 싶다면서 장판에 그냥 누워서 침낭을 덮고 잤고
근호형은 매트릭스 위에서 잤고
나는 매트릭스 위에 침낭을 깔고 다른 침낭 안에 들어가서 잤다
나중에 일어나니까 너무 더웠다
앞에서는 기타 동아리가 문도 안 닫고 복도에서 아주 열창을 하고 있었고
옥상 쪽에서는 야구 동아리가 바로 앞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잠을 자고 있는 두 형이 정말 대단했다
다같이 매실주스를 마시고 짐을 챙기고 민섭이 형 차를 타고 집에 갔다
왼쪽 발의 물집 때문에 슬리퍼를 신고 갔다
집에서 다 씻고 좀 쉬려고 했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아빠랑 이모가 저녁에 술 마실 건데 대리운전을 부탁한다면서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차 타고 식당으로 가고 있는데 엄마가 스틱은 잘 썼냐고 물어봤다
안 그래도 스틱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엄마가 잃어버린 거냐고 물었고 나는 거의 잃어버린 거라고 했다
그래서 떨어뜨린 거냐고 물었고 나는 하나가 부러졌다고 했다
순간 엄마의 표정이 바뀐 걸 난 알 수 있었다
입으로는 괜찮다, 무사히 잘 다녀왔으니 다행이다라고 하셨지만 표정은 그게 아니었다
밥을 다 먹고 주차장으로 가고 있는데 아빠가 나보고 인민군같이 걷는다면서 북한 말투로 놀렸다
정말 재미있는 야간산행이었다!
비록 내려오는 길은 너무 힘들었지만ㅜ
민섭이 형이 영남 알프스에 가면 암벽을 탈 거라고 했다
일단 동방에 있는 인공암벽이나 잘 타야겠다ㅜ
앞으로는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다리운동을 해놔야겠다!
산행일기로 보내고 싶은데 보내지지가 않는다ㅜ
첫댓글 ㅋㅋ 재밌게 잘 썼네. 다음엔 스틱 4개 준비해 ^^
다음엔 맨 몸으로 갈 거에요!ㅋㅋ
아 ㅋㅋ 역시 스틱이 포인트.ㅈㅅ...
그리고 삼선계단이요, 땅에서 엄청나게 떠 있는건 맞는데 하늘과도 붙어 있기도 하죠... ㄷㄷㄷ
넌 보지만 말고 빨리 쓰기나 해
ㅋㅋㅋㅋㅋㅋㅋ
잘 읽었당... ㅎㅎㅎ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있어 우리 산악회의 미래는 밝습니다. 앞으로 산에서 자주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