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부터 주 5일제 근무가 공무원과 금융보험업, 1000명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다고 한다. 이에 앞서 공무원은 올 3월부터 월 1회 토요휴무제가 시범 실시되며 학교의 주 5일 수업제는 2003년 3월부터 월 1회, 2004년 3월부터 월 2회 시범 실시한 뒤 2005년경부터 전면 실시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각 종교 단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어떤 교리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종교 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 5일제 근무에 대한 반응은 불교계의 경우 환영하는 반면 기독교계는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교계는 휴무가 길어지면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서는 일이 많아지면서 산사(山寺)에 순례객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보고 수련문화 관련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또 월드컵과 연관지어 준비하고 있는 내외국인 관광객의 '템플 스테이(Temple Stay)'를 단순히 일회성 행사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주 5일 근무제와 연관지어 불교문화 포교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각 사찰들은 이를 위해 산사 수련 및 문화 체험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종교계의 이러한 발빠른 대응들을 보면서 기독교는 한 마디로 걱정에 싸였다. 현실적으로 교인들이 주일을 지키기가 어려워지면서 교회 출석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보수교단에서는 당초 주 5일제 근무에 반대하고 나섰으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대다수가 이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를 '시대의 대세'로 받아들이며 이에 걸맞는 목회 및 선교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러 가지 이론들이 있지만 기독교계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입장이다. 찬성하는 입장을 들으면 "주 5일 근무제는 하나님의 공의와 복지 차원에서 인간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는 제도"라고 밝히고 있고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서구교회의 몰락은 주 5일 근무제 도입 이전부터 있었던 현상"이라고 주장하면서 구약의 십계명 가운데 안식일과 관계되는 제4계명을 범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즉 6일 동안 힘써 내 모든 일을 하라고 말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웃기는 것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주 5일 근무제에 대해 거부하는 입장에서 단호히 선언했다는 것이다. "민족의 진로를 바르게 이끌기 위한 또 한번의 영적 전쟁을 해야 할 찰나에 이르렀다"고 주장할 정도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제 식민지 체제에서도 신앙을 타협하지 않았고 공산주의의 폭거 앞에서도 야합하지 않고 성경대로 믿고 살아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 교회에 큰 위기가 왔다고 주장하면서 "조국의 운명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방향을 정해주고 조타수가" 되어온 한국 교회가 지금 사명을 다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주 5일 근무제를 반대하는 성경적 근거를 제4계명을 들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내세우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내심 걱정하는 것은 교회 모임에 대한 위기, 주일 성수에 대한 의무감이 와해되는 위기를 느낀 것이다. 즉 주일성수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일성수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말미암아 성경의 근거를 끌어대면서 하나님의 말씀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말씀에 대한 도전이 아닐까? 왜냐하면 교회 모임과 주일 성수에 대한 위기성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주님의 일하심을 모르는 것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죄인이 예수를 믿게 되는 것은 우리 인간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의 소관이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지 아니하면 아무라도 내게 올 수 없으니 오는 그를 내가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리라"(요 6:44). 그러니 교회로 모이는 것도 우리가 믿음이 있어서 모이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주시는 주님께서 모이게 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 18:20)고 말씀하신 것이다. 주님의 이름으로 모인다는 것은 주님이 모이게 하셨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주일 성수라는 율법을 가지고 사람을 모은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니 그 한계가 이제 다 들통나고 말았다. 더 이상 구약의 안식일 개념을 가지고 주일 성수가 교인의 당연한 의무인 것처럼 사기를 치는 일은 속보이는 일이다. 율법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완성되었기 때문이다(마 5:17). 성도는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분 안에 거하는 그것이 곧 안식에 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주일 중의 하루를 구별해서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창세기 2:1-3에 "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니라 하나님의 지으시던 일이 일곱째 날이 이를 때에 마치니 그 지으시던 일이 다하므로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하나님이 일곱째 날을 복 주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이 날에 안식하셨음이더라"라고 말씀하고 있다. 이 말씀을 가지고 일곱째 날 안식일 자체가 시간적으로 거룩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날을 거룩하다고 여긴다면 하나님만 거룩하시다는 말씀에 대한 도전이다.
따라서 날이 거룩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일곱째 날을 거룩하다고 하신 것이다. 즉 하나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시고 자신의 뜻을 피조 세계에 담아 두셨는데 그것을 일곱째 날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님 자신의 뜻을 피조 세계에 담아 두셨다는 것은 하나님 자신의 모습을 피조물을 통해 드러내시고 그것을 통해 영광을 받으신다는 의미이다. 그 뜻대로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별하셨다는 말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시던 일이 다 이루어졌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안식일이다.
이렇게 볼 때 안식일은 지으신 온 세상이 하나님의 뜻을 반영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씀을 확증해 주는 것이다. 안식일의 거룩이란 이러한 의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안식일의 거룩은 하나님의 절대성 즉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온 우주가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날 자체가 특별하게 구별된다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상태를 기뻐하신 것이 바로 안식이라는 말이다.
안식일이란 모든 피조 세계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날 자체를 신성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주의 창조주와 통치자이며, 온 세상 만물이 그것을 인정하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있음을 선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특별한 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안식일이란 모든 피조물에 이상이 없는 한 영속적으로 지속되게 된다. 일곱째 날의 모습이 하루로 끝나는 날이 아니라 그와 같은 날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다시 첫째 날이 된다고 해서 하나님의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죄로 말미암아 모든 피조물은 안식을 잃어버리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본연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 못하게 되었다.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다시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둘째 아담, 마지막 아담으로 오시게 되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십자가 상에서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셨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처음 창조하신 안식의 상태로 회복하셨다는 말씀이다. 천국이 하늘 어디 저편에 존재한다고 믿어서는 안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이 바로 안식이고 영생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안식 안에 있는 것이고 영생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영원한 안식 안에 거하고 있는데 '안식일을 지키자!'라고 주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불성설 정도가 아니라 그것은 십자가를 모독하는 처사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일하심을 무시하는 주장이다. 목회가 유지되고 교회가 교회 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 주일 성수라는 명목을 가지고서라도 모여야 되는 것이 아니다. 주님께서 보내신 성도가 모여야 되고 또한 주의 성령께서 교제케 하셔야 교회다운 모습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란 주님의 몸이기 때문이다. 주님의 몸이 몸 다운 모습으로 드러난다는 것은 죄인들이 모여서 북적대고 많은 프로그램이 있는 모습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 드러나는 것이다.
요한복음 10:37-38에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온다. "만일 내가 내 아버지의 일을 행치 아니하거든 나를 믿지 아니할지라도 그 일은 믿으라 그러면 너희가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음을 깨달아 알리라 하신대."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주님도 믿지 않고 그분이 하시는 일도 믿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주 5일 근무제를 반대하면서라도 주일성수를 고수하고 사람들이 예배당으로 모이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라면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굴복당하지 않고 말씀에 의해 남게 된다. 아니 주님께서 그렇게 자기 백성들을 남기신다. 성령께서 일하시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님은 주 5일 근무제를 통해서라도 언약 백성과 비언약 백성, 성도와 성도 아닌 자를 갈라놓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상의 제도 때문에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모임을 소홀히 여기고 그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해도 되겠다는 안일한 마음이 생긴다면 자신의 믿음을 없음을 인정하고 더욱 십자가를 의지하고 바라보는 다짐을 해야 하지 않을까?(김영대목사/주성교회/200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