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이판은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일단 일년 내내 파릇파릇한 잔디에서 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작은 섬에 36홀 코스가 하나, 18홀 코스가 셋, 9홀 코스가 하나 있습니다.
다섯 군데 모두 20분 안에 갈 수 있습니다.
관광객에게는 말도 안 되게 비싼 요금을 물리지만(25만원)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특혜를 주지요.
9홀 골프장은10 달러, 단돈 만원에 두 번 라운딩이 가능합니다.
카트가 딸린 18홀도 25-40 달러 정도로 아주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많은 골프장 중에서도 가장 좋은 곳은 아시아나 항공에서 운영하는 라오라오베이 골프장입니다.
이스트 코스와 웨스트 코스가 있는데 바닷가를 끼고 있는 동코스가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지난 달에 막내 외삼촌 오셨을 때 같이 갔었는데 삼촌도 그 경치에 홀딱 반하셨죠.
이곳 사진은 블로거들이 친절하게 많이 올려 놓았으니 아래 누군가의 블로그를 참조하세요.
http://blog.naver.com/rknavy?Redirect=Log&logNo=20141516980
몇 년 전에 제 머리를 처음 올려준 사이판의 이 현수 사장님과 오늘 오랜만에 라운딩을 즐겼습니다.
외삼촌 오신 이래이니 거의 두 달 만이네요.
하도 오랜만에 치는 거라 잘 안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예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더 잘 맞더군요.
첫 번째 홀에서 8미터 퍼팅이 자석에 이끌리듯이 빨려들어가 파로 시작할 때부터 조짐이 좋았습니다.
그 뒤의 세 홀을 보기로 막고 맞이한 5번 홀.
5번 홀은 입구부터 아주 특이합니다.
암벽 사이에 카트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뚫어 놓았습니다.
그 비밀 통로를 지나면 태평양 푸른 바다가 나타나지요.
이 사진은 5번 홀 티샷 구역입니다.
경치 장난 아닙니다.
이 바다만 보고 가도 그린피가 아깝지 않을 정도...
이스트 코스의 5번 홀은 골퍼들에게 도전과 안전빵 사이에서 끊임없이 망설이게 만드는 대단히 재미있는 홀입니다.
티샷 지점에서 홀까지 거리는 257야드.
파4 치고는 좀 짧은 편입니다.
화살표 지점이 홀입니다.
하지만 홀 바로 앞까지는 울창한 숲이 우거진 정글이라는 점~~~~
최소한 비거리가 200야드는 나와야 그린을 바로 보고 공략할 수 있습니다.
정글이 주는 압박감이 또한 장난이 아닙니다.
마음 속으로는 무시하자고 하지만 결코 무시가 안 되는 무시무시한 정글.
비거리가 안 되는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고 왼쪽을 보고 쳐야 하지요.
하지만 왼쪽으로 치면 세컨드 샷 거리가 길어진다는 점~~~~
안전빵으로 가자니 좀 창피하고 그린 보고 바로 치자니 확률이 낮아지는 정말 애매~~한 홀입니다.
하지만 남자는 비거리 아닙니까?
깃대 보고 바로 쳤지요.
공이 드라이버에 맞는 순간, 뭔가 짜릿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운데에 제대로 맞은 느낌.
예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공이 멈춰 선 곳은 깃대 바로 옆이었습니다.
그린에 올라가 보니 2미터 옆에 붙었더군요.
파4에서 One-On, 물론 생전 처음입니다.
두번 다시 안 올 찬스에서 다행히 퍼팅도 잘 들어가 주었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하기 힘든 이글을 했습니다.
아마추어 골퍼가 이글을 기록할 확률은 3429홀에 한 번 있다고 하더군요.
857 라운드에 한 번 나올 확률이니 16년 동안 매주 골프를 쳐야 한 번 하네요.
아무튼 기분 끝내줍니다. ^^
여기는 6번홀 티샷 구역입니다.
이 바다 너머에 그린이 있습니다.(사진 오른쪽)
바다 색깔 죽입니다.
같이 간 분이 "이글 했으니 이제는 홀인원 한 번 해야지" 하시는 바람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나 봅니다.
뒤땅 맞은 공은 힘없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벌타 먹고 드롭존에서 친 공은 너무 잘 맞아서 벙커에 들어가고 결국 트리플 보기를 했습니다.
오늘의 스코어 카드입니다.
이글 후에 두 홀에서 연속 트리플. ㅠ.ㅠ
그것만 아니었으면 80대에 진입하는 건데...
더블 보기 네 개가 좀 아쉽긴 하지만 여덟 홀 파온시켰으니 대단히 만족스러운 라운딩이었습니다.
외삼촌, 다음 번에 오시면 웨스트도 한 번 가 보셔야죠.
오권, 너도 연습 많이 해 놔라, 담에 같이 가게...
첫댓글 와하하하! 드뎌 해냈구나. 아! 또 가고 싶다.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원~~~~~~
볼링 치러 갔다가 얼떨결에 퍼펙트 게임 300점 친 거랑 비슷한 거에요.
약간의 실력과 상당한 운이 필요하죠.
그래도 캐디 없이, 몰간 하나도 없이, 기브 없이 아주 정직하게 적은 스코어입니다.
헌데 목격자가 한명이라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