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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나가는 것이 좋아 그냥 뛰쳐나왔어요.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요.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사는지 몰랐다니까요."
안양에서 오신 어느 님의 자기소개 맨트에 독서 문화기행을 떠나는 1호차의 학생들은 까르르 웃고 말았다.
독서 문화지도사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연령대도 직업도 다양하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창밖으로는 초록물 머금은 6월의 자연이 펼쳐지고 있다. 초록속에 점점이 박힌 개망초꽃 군락지가 아찔하게 다가오며 뒤로 물러나간다.
1. 유정을 만나다.
서울서 가까운 곳 춘천에 김유정 문학촌이 있었다. 실레마을은 그의 작품속 인물, 배경이 가득차있는 마을 이라해서 마을 전체가 문학촌이 된것이다.
그의 생가는 볕짚을 엮어 만든 초가지붕으로 정겹고 따스하다. 또는 사랑채 마루에 앉거나 마당에 서서 문화해설가의 설명을 경청했다.
우리는 사랑채와 곳간 그리고 부엌을 둘러보았다. 크지 않은 마당 한쪽에 돌로 쌓은 낮은 굴뚝이있다. '떡'이라는 소설속 사건이 눈앞에서 전개되는듯 삼삼하다..
어렸을적 유정의 집은 동네 지주로 소작인을 둘 만큼 유복했다한다. 춘궁기에 배를 곯는 집이 많았던 때였다. 그의 어머니는 밥을 짓는 연기 오르는 모습에 동네 소작인들이 배고플까 굴뚝을 밑으로 내려 쌓아 연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였다 한다.
굴뚝 아래와 마당을 사방으로 두른 댓돌에 이끼가 촘촘하니 피었다. 가만 툇마루에 앉아 이끼를 바라보노라니 병든몸을 이끌고 힘겨웠을 유정의 마지막 생이 잡히는 듯 하다.
5년이 안되는 기간동안 30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속의 여성들은 하나같이 생활력이 강한 캐릭터이다. 이는 어머님의 영향이라한다.
종로구 우이동에 99칸 저택을 둘 만큼 부유했던 가산은 7살에 어머님을 , 9살에 아버님을 여의면서 더욱 기울게된다.
작품 '만무방'의 따라지 캐릭터인 큰형은
여기까지만 보아도 유정의 불운한 가족사를 알 만한데 거기에 그의 누이는 이혼을 하게 되고 여동생은자살까지 하고 만다.
그래서일까 , 그는 유독 사랑에 집착했다. 현실에서 끝까지 함께 할 수 없었던 어머니와 누이에 대한 사랑이 그토록이나 그를 방황하게 했는지도 모를일이다.
그는 구원의 여인상으로 길에서 만난 남도 판소리 명창 박록주를 사랑했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착취당하는 가련한 박록주에게 유정의 무모한 스토커적 사랑, 피로 쓴 연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세가 몰락하자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 실레마을로 돌아오게된다.
이곳이 금병초등학교 , 금병의숙으로 최초의 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 부녀자와 농민들을 일깨우는 농촌계몽운동을 하게된다.
강원도 사람들은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 불렀다 한다. 그는 가고 작품만 남아 전해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폐결핵. 치질. 연인에 대한 외사랑, 말더듬이에 우울증까지 앓았던, 술이 들어가면 달변가였던 , 조실부모한 스물아홉의 유정을 가슴에 아프게 각인시켰다.
천재작가를 생각하며 생가터를 나오니 마을 전체가 산이고 밭이다.
저만치서 밭 고랑 가득 하얗게 핀 감자꽃이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햐얗거나 또는 연보랏빛이 도는 감자꽃. 줄기는 통통하고 강단있다. 제주도 여행에서도 자동차로 온 천지가 하얀꽃 바다였던 감자밭을 지나친적이 있었다.
직접 가까이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정이 태어난 흙에서 그가 마신 자연을 먹으며 자라난 감자꽃이다. 감자가 길게 한고랑. 그옆으로 고구마가 한고랑. 또 한고랑은 그옛날의 금따는콩밭이다.
밭고랑을 이리저리 쑤석쑤석 거닐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내 허리만큼 차는 옥수수대도 제법 굵어지고 있다.
밭이 끝나는 신작로에 오디나무가 검붉은 열매를 달고있다. 자유시간이 끝날즈음 관광버스에서 기다릴 교육생들이 생각났다. 붉은 오디는 놓아 두고 검게 익은 오디를 따기 시작했다.
지나치면서 언뜻 보거나 책으로만 접하던 것들을 실제로 만지고 따고 하니 그 재미에 신명이 났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 심정이신가. 한사람 한사람의 손에 오디를 나누어 주신다. 1호차 교육생 전원은 오디를 달게 먹었다.
손바닥을 보니 유정의 각혈처럼 검붉은 오디물이 번져있다. 문학 기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것들은 새롭다. 그러나 유정의 고향 실레마을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가 않았다.
그 옛날 국어 교과서에서 만난 그의 작품들 속 고향 동네의 묘사와 같아서 일까. 초가지붕. 콩밭. 옥수수밭. 감자밭. 길을 가는 할머니의 모습등 모든것에 친숙함이 느껴졌다.
스물아홉에 이생을 버린 유정을 만나 그의 작품세계와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던 값진 날이었다. |
첫댓글 정아님 글 읽으니 `실레마을`에 가보고 싶네요. 얼마전 혼자 경춘선 열차를 타고 춘천엘 다녀왔는데, `김유정역`이란 데가 있어서 참 재밌었어요.(처음 알았거든요) 정아님 말대로 감자꽃은 하얗고도 연보랏빛이더군요.(주말농장하면서 처음 봤어요) 스물아홉의 길지 않은 생을 살면서 김유정은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인물이로군요. 담박함이 느껴지는 소담스런 글, 역쉬! 문학하는 이들의 글은 다르군요! 김.유.정 역에 한번 다녀와야할까 봅니다.
새마을중앙회에서 하는 독서문화사 교육을 5월~7월 까지 받는 중이랍니다. 지난 목요일 문학기행 갔다온 소감문 독서 문화사 카페에 올리라고 해서 냉큼 쓴 글인데 냉큼 읽으셨군요. ㅎㅎ 오늘 책이 무지 많이 들어와 입력 작업 해야하는디 에어컨을 틀어도 덮네요. 이 만 바빠서리~~
서둘지 말고 천천히 입력하시길~
정아님~ 문학기행 잘 읽었습니다. 김유정의 여성 편력과 우울증.....슬픈가족사 이야기 가슴아프게 읽었던적 있습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힘들었을 그와 그의 작품을 새겨봅니다. 뜻깊은 여행을 다녀오신것 같군요. ^^
김유정은 희극적인 갈등을 소박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농촌의 현실을 잘 그리고 있는 작가죠. 구인회를 결성하여 활동하기도 하고 순수문학의 주창자라고도 불리기도 했죠!..또 한 번 가고 싶어지네요...검붉게 물든 그의 열정이 정아씨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 같으네요..^^
춘천 시내에서 유정문학관을 찾아 실레마을로 들어가던 지방도로였던가? ... 넓다랗게 길 양옆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감자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꼭 이맘때인것 같네요~ 좋은여행이 되셨으리라 믿고 올려주신 문학기행문 잘 읽고 갑니다.
정아님아, 다음 모임 때 안 나오시면 정아님 집에서 모임을 한다요~
정아님아, 다음 모임 때 안 나오시면 정아님 집에서 모임을 한다요~ 저두요.
이궁~ 신당동 곱창집이나 떡볶이집을 물색해봐야겠는데요..
글쓰니라 고생했쓰이~
감자꽃, 요즘엔 자주감자꽃을 보지 못하겠더라구요.모두가 하얀꽃이더군요. 흰꽃은 흰감자, 자주꽃 핀 건 캐보나마나 자주감자인데...
빨간 감자도 있어요..꽃의 색깔은 뭐였더라?..
저두 저기 갔었는데....덕분에 잠시 추억에.... 잘 읽었습니다. ^,.^
내가 좋아하는 실레마을에 다녀왔구나. 나도 몇 번 갔던 곳인데 갈 때마다 느끼는 바가 크더라. 아늑한 마을도 금병산 자락도 참 그리운 곳이구나. 산자락의 산국 농장 농장지기이신 티코 시인도 영혼이 참 맑은 분이시던데...... .
그곳에 산국농장이 있었군여. 언제 함 찾아가 봐야겠네요. 티코 시인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으셨나 궁금.
봄마다 하는 유정 축제에 몇 번 갔었어. 처음 갔을 때 전상국 선생님과 금병산 등산을 하는데 시인도 같이 오르셨어. 산국 농장을 하신다는 소개만 듣고 도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했지. 내가 산국을 오죽 좋아해야지. 그래서 한갓질 때 다시 그곳을 찾았어.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산국 농장을 찾아간 거야. 그런데 농장 앞엔 휴대전화 번호가 있고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해 놓은 문이 닫혀있더라. 그래 전화를 했지. 한달음에 달려오시는 거야. 차도 내 주시고 '산국농장에 오실 땐 티코를 타고 오세요'란 시집도 주시고...... 애기사과 도사리도 주워오고 시인이 싸주신 사과도 가지고 왔어. 근데 그 후로 한 번도 못 갔어. 참 맑은 분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