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깐 -11- 라면 1
이상국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철학을 배운 일이 없고 종교 지도자들 같은 깊은 신앙 체험이 없어도, 사람은 어느 때인가는 ‘인간은 고독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때가 오는가 보다.
오늘은 엄마의 생일이라고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항상 그렇지만 모이면 나이가 비슷한 딸과 며느리들이 제일 시끄럽다. 그들의 남편들은 사춘기를 넘어서려는 손녀와 동반하여 분주한 주연들 대화에 장구를 치는 조수 역할을 잘도 하고 있다.
“갑자기 열이 확 오르고, 가슴이 답답하고, 신경질이 나고...”
“호호, 하긴 나도 그래, 조금 이상 한 것 같지?”
“너, 너희들 시작하는 모양이구나!”
“엄마는 몇 살 때 시작했지?”
“50이든가? ..... 그건 그렇고, 어떻든, 난 평생 한 번도 꽃 한 송이라도 너희 아버지한테 생일 선물이라고 받아 본 기억이 없다”
<대화의 주제가 ‘메노포스’가 아니었든가? 그런데 왜 의논도 없이 주제가 생일 선물로 급회전을 하게 되지?>
저 사람은 점심때는 친구들과 기분 좋게 외식을 하고 들어 왔지 않았든가? 무얼 잘 못 먹었는가? 아니면 “내 생일 때마다 우리 영감은 평생 잊지 않고 빨강장미 12송이를 사서 들고 와요” 라고 식당에서 떠드는 옆자리의 어떤 실없는 아주머니의 자기 남편 자랑이라도 듣고 오기라도 했는가?
그래도 크게 염려 할 필요는 없다. 이 나이에 갑자기 제 버릇을 개에게 줄 수도 없고, 또 안하든 짓을 하면 예민한 여자들이라 <늙어 가드니, 왜 이러지? x을 때가 되어가나?>하고 걱정 할 가능성도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엄마와 딸, 며느리들이 벌리고 있는 ‘여자들의 수다’에는, 먹다 남은 생일 케이크와, 아버지는 아애 생일 테이블 주위에 있지도 않는 존재이다. 그리고 헛웃음으로 장식한 그들 남편들도 그녀들 대화에 맞장구를 치며, 위험 수위를 오르내리는 제 마누라들의 수다에 초점을 맞추고들 있을 뿐이다. 나는 혼자 생각한다. 그리고 보니, 나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대화들이 약간 혼란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긴 50살이 가까워져 가고 있으니 그렇기도 하겠지, 그렇다고 하여도 무슨 자랑이라고 저렇게 떠벌리고 있어야 하나?>
나도 할 말은 있다.
어릴 때 나는 생일(축하)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세상 모든 아이들이 모두 생일이 없는 줄 알았다. 집안에 어른의 생일이 같은 날이면 아이의 생일은 지키지 않는 풍습을 우리 집은 지키고 있었고, 하필 음력으로 할머니의 생일날에 한 집안의 마지로 내가 태어났다. 그리고 할머니는 94살까지 장수하셨다. 어떻든, 많은 날이 지나고 난 뒤에 내가 가장이 되었을 때 제일 먼저 개정한 가풍이, 생일은 양력으로 지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다른 불편이 뒤따라오고 있을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얼마동안 양력 생일을 지키다 보니까, 매년의 내 생일이 예수님 생일과 지극히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도 식구들이 나에게 주는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Grandpa, Merry X-mas and Happy your Birthday"
물론 선물도 같은 방식이다. 그러니 엄밀하게는 한 번도 나는 생일 선물이라고는 따로 받아 본 일이 없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고,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잘 한다잖아. 그러니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줄 알겠는가?
어떻든, 그렇게 세월들은 지나갔다. 그리고 싹싹하고 귀엽든 새 색시도 중년이 되었고, 어느 때인가 그 아름답든 여성호르몬이 회수 당하기 시작할 때가 이르렀다. 이 때부터 둔한 남자들에게는 여자들의 사고 향방을 짐작하기 조차 힘들 때가 닥친다. 그리고 준비 없이 당하는 남편들은 당혹하게 될 수도 있다.
“한번 생각 해 봐요, 시집와서 눈 코 뜰 새 없이,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얘 키우고, 내 생활도 없이 살았지 않아. 무슨 죄 지었다고 이렇게 살아야 되지!! 나는 이 집 종이지, 이게 무슨 삶이냐고!!! 나도 학교 다닐 때는 꿈도 컸고 제법 똑똑했다고 ... 그런데 내 드림은 어디가고 내 커리어는 어디 있느냐고요!!!!”
<눈 코 안 뜬다는 말은 잠만 잣다>는 의미는 아닐 터이고, 이 때는 겸손하게 옷깃을 여미는 것이 좋다. 여자들이 심각하게 대화에 영어 단어를 사용하였을 때는 정확히 자기감정을 나타내려고 할 때이다. 술꾼 남자들이 한잔 걸치고 평소에는 못할 말을 중얼거리듯이, 여자들은 고상해서 심각해지면 아예 영어로 짜증을 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때즘엔 시도 때도 없이 여자들은 답답하고, 열까지 오르내려 겨울철 방문까지도 열다 닫았다 할 때이다.
그러니 50대부터 60대 초의 남자들은 항상 ‘당신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지’ 모르는 시기가 닥친다. 진실로 항상 속으로 죄인이고 빗진 자이다. 그런데도 어느 사이엔가 얘들은 자라고 독립 하고 엄마가 할머니로서의 새 직명이 생기고 나면, 호르몬 대체요법 없이도 엄마는 하루아침에 허물 벗듯이 모든 얽매임에서 풀려난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엄마는 변함없는 자상하고 친밀한 존재로 즐기고 있다. 그러나 그들 속에서 은퇴한 아버지는, 억지로 묻지 않는 한, 골프장의 희미한 아침 안개 같이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퇴색되어 버린다.
“엄마, 우리 여행 동안에 쓰레기 내어 놓고, 우리 집 자주 돌아보고, 매일, 우체통 책크하라고 해 주세요” 도대체 아빠는 대명사로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죽자고 밤 새워가며 일해서 마누라 집 사주고, 차 사주고, 자식들은 공부시키고, 결혼 시키고, 이제 은퇴하여, 온 가족의 존경 속에서 말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누구의 눈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우리를 정말 슬프게 하는 것이다. 이건 완전히 쫓겨난 머슴살이다. 그리고 심히 외롭다. 그래서 식구들에게 심각한 내 느낌을 은근히 비쳐보면 무슨 희극 대사라도 들었듯이 모두 때굴때굴 구르면서 웃어 재끼고 이 나이의 얼굴마저 붉히게 만든다.
아아, 왜 남자들은 은퇴한 나이에야 폐경기 증상을 앓아야 할까? 그래 오늘은 우리들이 제일 많이 먹는 라면 이야기나 하자.
라면
어떤 식품이라도 봉투에 있는 식품 분석표를 잘 보고 왜 그것이 필요하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알아야 한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잘 안다. 심지어 11살짜리 손자 까지도 안다. “베이글 400Cal? 500Cal인가?” 엄마가 말한다. “네 같이 햄 넣어 먹으면 500Cal이다."
여자들은 봉투를 들고 계산을 하지 않아도 잘들 짐작하고 있지만 남자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이제 은퇴하고 지금부터 부담 없는 인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관절염, 고혈압, 당뇨병, 심 혈관 질환, 혹은 뇌 질환 아니면 과체중 같은 짐을 하나 이상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런 우리 건강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음식에 대한 기본 상식이 있어야 남은 인생을 식구들과 이웃에게 폐 안 끼치고 올바로 살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혼자 있을 때 제일 좋아하는 라면을 예로 들어 보자.
보통 라면은 기름에 튀긴 국수와 건조한 채소와 고기, 그리고 소금과 양념 봉지가 있다. 분석표에 의거하여 550ml의 물에 모두를 넣어 끓이고 국물 까지 모두 먹었을 경우를 생각 해 보자. (때로는 봉지의 식품 분석표에 한 봉지를 2인분이라고 기록하고 1/2로 줄여 기록한 것도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많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나트륨과 지방에 대한 것을 생각 해 보기로 한다.
1. 나트륨 (Sodium, 소금)
한 봉지의 라면 속에는 적게 든 것은 1,400mg, 많이 든 것은 2,400mg 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WHO 권장 섭취량이 하루 2,000mg 이하라야 한다. 라면 한 봉지를 먹으면 아무리 적은 것이라도 나트륨 1,400mg 이다. 김치를 같이 먹어야 라면은 제 맛이 난다. 김치 10조각에 포함된 나트륨은 600mg 이다. 합치면 1일 먹을 나트륨 전체량이다.
소금은 고혈압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심장병, 신장병, 간 경화, 당뇨병, 골다공증, 과체중 .... 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소금만 철저히 줄이면 체중과 혈압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힘들겠지만 모든 국, 찌개, 된장, 김치 요리의 소금을 대폭 줄이고, 국물 섭취를 피해야 한다.
외식에는 일본 음식, 미국 음식, 한식 상관없이 가정에서 보다 소금 량이 많을 경우가 많다. 외식을 피하라. 2009년 한국 복지부 국민 건강 영양 조사에서 한국인은 나트륨 4,646 mg을 섭취하고 외식이 많은 30대 남성은 6,502 mg을 섭취한다고 한다. 우리 건강을 지키는 전문가들은 하루 2,000mg 이하로 (한끼에 700mg) 줄여라 한다. 소금 사용을 권장 사용량 이하로 줄이면 뇌혈관 사망률을 1/3로, 심장혈관 사망률을 1/2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된다. 건강한 사람은 최고 2,300mg을 허용한다. 기준치 이하로 줄이려면 우리 식생활에서 소금을 지금 먹고 있는 것 보다 1/2서 1/3로 줄여야 한다.
나트륨은 고혈압이 있으면 1,500mg이하를 요구하고, 간경화증이나, 심(心)부전, 신(腎)부전증이 있으면 더 낮은 나트륨 섭취를 권장한다.
나트륨 2,000mg(2gm) 은 소금(NaCl)으로는 5gm 이다. 하루 5gm의 소금을 쓸 수 있다는 말은 대부분의 식품 재료에 이미 소금 성분이 들어 있으니, 하루에는 3gm의 소금을, 한 끼에는 1gm의 소금만을 사용하라는 말과 비슷하다.
1gm의 소금은 1/2 tsp(티스푼) 이다. 또 간장은 1tsp, 고추장, 된장은 1Tsp(테이블 스푼)이다.
하루의 요리 음식에 한 사람 량의 소금으로 작은 숟갈로 1/2숟갈 이상을 넣지 말라는 권고다. 한끼가 아니다.
대략적인 밥상 한 끼 먹는 음식에 포함된 나트륨 량은 다음 같다. (1일 권장량은 2,000mg 이다)
국 종류; 약 700mg- 1,000mg, 김치국은 1,800mg,
찌개, 김치, 고기 조림; 800mg, 계란 후라이 혹은 찜; 40mg, 생선 구이(1 마리);800mg,
물냉면(국물 양이 많은);2,000mg, 우동라면;2,100mg, 김밥(1줄);650mg,
피자 한 조각;1,000mg, 점보 버거;990mg, 잉글리쉬 멉핀; 200mg, 닭 1/2가슴 살;70mg, 베이컨 4개;550mg, 콘 프레이크;250mg, 밀크(1컵); 122mg, 오이와 드레싱;234mg,
닭 튀김;2,200mg, 생선 센드위치; 880mg, 콘비프(3oz); 800mg, 식빵 1조각;114mg, 토마토 쥬스;880mg, 중간 베이글; 470mg
“예” 고깃국국 + 찌개 + 생선구이 = 1,000+800+800=2,600mg
철저하게 권장량 이하로 지키면 1개월 내에, 복용 중인 혈압 강하제의 단위를 조정하여야 할 것이다.
<중언부언 하다가 보니 너무 길어졌다. ‘라면’의 속편은 다음에 기록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