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에 의사선생님들이 보는 의학잡지에 투고한 내용입니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참고될까 해서 글을 남깁니다.
우리들 내과 간전문의 안 수열
서울근교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시는 김 목사님은 얼마 전 며칠간 금식기도를
갔다 온 후로 눈도 노랗고 피부도 노래졌다며 간이 나빠진 것 아니냐는 주변 사람들의
근심 어린 충고를 자주 들었다. 간질환으로 인한 황달이 의심되어 김 목사님은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지만 진단 결과 걱정과 달리 눈과 피부는 다소 노랗게 보이기는 했지만 간기능이
정상이고 의사로부터 간 질환 소견과 무관한 “길버트 증후군”으로 진단되었다.
다른 경우이지만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이모씨도 최근들어 예전보다 피부가 노래졌다는
가족들의 지적이 있어 역시 간질환으로 인한 황달이 의심되어 병원을 찾은 결과
간 질환 소견은 없으며 피부는 노랗지만 눈의 흰자위에 황달 증세가 없었다.
혈중 빌리루빈치 또한 정상으로 황달이 아니라, 단순히 카로틴이 많은 음식인
녹황색 채소를 과다 섭취하여 생긴 “카로틴 혈증” 으로 진단되었다. 황달과는
달리 병이 아니므로 그는 귤이나 당근 등 카로틴 성분이 많은 음식을 줄인 후 금세 좋아졌다.
일반적으로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현상이 생기면 원인질환이 대부분 간기능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먼저 간에 이상이 없는지부터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앞의
두 경우처럼 실제로 얼굴빛이 노래도 간질환과 무관하거나 또는 황달이 아닌 경우도 있다.
그러나 황달을 가져오는 원인질환은 대부분 간질환과 관계가 있고 원인질환의
진단은 치료결정을 위해 신속하면서도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황달이 생기면
즉시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간에 좋다는
민간요법 등에 먼저 의존하다가 늦게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초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을 정확히 한 후에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달이란 빌리루빈이라는 황색 색소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우리 몸에 많이 쌓여
피부와 눈동자를 노랗게 만드는 질환이다. 황달을 나타내는 수치인 빌리루빈은
오래된 적혈구가 수명을 다하고 파괴되면서 나오는 헤모글로빈이 간에서 분해,
처리되어 담즙을 통해 배설되어야 하는데 배설되지 못하면 황달이 발생하게
되는 것으로써 두 종류가 있다.
첫째, 간에서 글루쿠로산과 결합해서 물에 녹기 쉬운 형태가 되어 십이지장으로
배설되어 음식중의 지방을 소화 흡수하는데 쓰이는 수용성인 직접 빌리루빈
(포합형 빌리루빈이라고 함)과 둘째, 글루쿠로산과 결합하지 않은 지용성인
간접 빌리루빈(비포합형 빌리루빈)으로 두가지 모두 간기능을 측정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이용되고 있다.
빌리루빈은 탄력섬유를 물들게 하는 특성이 있어 탄력성이 강한 부위일수록
황달이 잘 나타난다. 따라서 눈의 흰자위가 가장 먼저 노랗게 물들고 다음으로 피부에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빌리루빈 정상 혈중치는 0.1~1.0mg/dL이다. 이것의 2배 이상이
되어야 눈으로 황달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피부 빛이 원래 검거나 부종이
있는 사람은 빌리루빈 수치가 그 이상이어도 황달이 왔음을 알기 어렵다.
반대로 피부 빛이 투명하거나 빈혈이 있는 사람에서는 그 이하에서도
황달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황달 유무는 피부보다는 눈의 공막상태를
자연광선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예의 환자처럼 카로틴혈증에 의한 피부 변색의 경우 공막은 노랗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얼굴이 노래졌다고 해서 무조건 간이 나빠져 황달이
생겼구나하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황달은 일반적으로 급성 질환보다는 만성질환의 예후를 가늠하는 지표로써
더 자주 쓰이고 빌리루빈 수치가 높을수록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병도 마찬가지이지만 황달이 의심되는 환자는 문진만으로도 황달의 원인이
간 질환 때문인지 아니면 간을 침범한 다른 질환으로 인해 황달이 이차적으로
발생한 것인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으므로 병의 원인과 현 상태를 상세히 파악하기
위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병력을 상세히 조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진을 할 때 우선 가족력으로써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 중에서
황달이 있었던 사람이 있었는지, 아니면 배우자가 간염과 같은 병력이 있는지를
물어 보는 것이 중요한 문진 포인트이다.
예를 들어 길버트 증후군으로 진단된 첫 번째 환자의 경우를 보면 길버트 증후군이라는
질환은 상염색체 우성이라는 유전적 소인이 있기 때문에 부모중 한쪽이라도
유전적 결함이 있게 되면 자식에게 이 병이 유전되므로 자세한 가족력 문진이
진단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환자의 과거 병력을 물어보아야 하는데 과거에 황달이 있었는지,
수술병력이 있었는지, 수혈을 받은 병력이 있었는지, 한방약제의 복용 유무와
음주력 등을 물어 보아야 한다.
그다음으로 현병력으로써 황달이 갑자기 발생한 것이지 아니면 서서히 발생한
것이지를 물어 보아야 하는데 황달의 발생이 급성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최근
6개월 이전의 병력을 물어 보아야 한다. 최근 간염지역으로 여행한 적이 있는지,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었는지, 수혈을 받은 적이 있는지, 어떤 약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했는지 하는 것들이 급성 간염을 진단하는데 중요한 문진 포인트이다.
그리고 얼마나 황달이 지속되었는지를 묻고 황달에 동반된 다른 증상들,
예를 들면 발열, 빈혈, 의식장애, 등이 없었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소변과 대변의 색깔도 황달의 원인을 감별하는데에 중요하다. 담도가 막히는
폐쇄성 황달에서는 대변의 색깔이 회백색이 되므로 대변색이 정상인지 아니면
회백색인지가 중요한 문진 포인트가 된다.
다음으로는 황달의 원인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통한 검사실 소견이 중요하다.
경한 황달은 용혈성 황달이나 길버트 증후군이 있을 때 볼 수 있고 반대로 심한
황달을 보이는 경우는 대개 간세포성이나 폐쇄성 황달인 경우가 많다. 그
외 알카리성 포스파테이즈치가 황달과 함께 높은 경우는 폐쇄성 황달을
일단 의심해야 하고 알부민이 낮고 글로불린치가 높은 경우는 간경변이나
간암을 우선적으로 의심해 보아야 한다.
최근 영상학적인 진단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복부 초음파, 복부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등으로 폐쇄성 황달, 전이성 병변, 다른 국소의 간질환을
감별진단 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다음은 혈액검사를 통해서 빌리루빈이 증가된 경우 황달을 가져오는 원인질환을
감별하는 순서를 알아보는 도표이다.
첫째로 황달의 원인이 간접 빌리루빈으로 인한 것인지 직접 빌리루빈으로 인한
것인지를 감별하고 다음으로 간염이나 다른 종양과 연관이 있는 직접 빌리루빈이
증가된 경우라면 간기능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간기능의 이상이
간세포성인지 아니면 담즙정체성인지를 알기위해 다음과 같은 순서로 검사를 해서
원인질환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림. 황달의 감별>... 도표를 넣을 수가 없네요...제 컴실력으로는요!
황달은 3가지 경우에서 주로 발생할 수 있다. 먼저 빌리루빈이 과생성되는 경우로,
대량의 수혈을 받았거나 용혈성 빈혈, 즉 혈액 속의 물질들이 서로 대항하여 결합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인해 혈관 내 적혈구가 다량으로 파괴된 경우다. 대개 증상은 경미하게 나타난다.
다음은 생성된 빌리루빈이 간에서 대사돼 담즙을 통해 대변으로 배출하게 되는데
간 내 대사과정에 장애가 생겨 배출되지 못하는 경우다.
원인은 크게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성은 유전학적 결함으로 인해
황달이 발생하는 길버트 증후군.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이 있다. 또 선천적으로
간세포에서 모세혈관으로의 담즙분비 장애가 발생하는 로터증후군 역시
선천성 원인에 해당된다. 다른 간 기능은 별 문제 없이 약간의 황달증세만
지속될 때 여기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후천성으로는 간염과 간경변, 간암, 담도암, 췌장암 등에 의해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황달이 발생하는 것이다. 만성간염이나 알코올성 간 질환으로 인한
황달이 나타날 시기에는 대부분 식욕감퇴나 전신피로감을 심하게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간에서 대사된 빌리루빈은 담도를 따라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데
담도가 막혀서 빌리루빈이 배출되지 못해 황달이 발생되는 경우다. 원인은 담석,
기생충, 담도 종양 등에 의한 담도 폐색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경우 담석과 같은
원인을 제거하면 황달이 없어진다.
황달의 치료는 길버트 증후군처럼 본인에게 황달은 있지만 간질환이 없다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정도도 있고 폐쇄성 황달인 경우는 수술이 필수적인 것도 있어
황달을 가져오는 기존의 원인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그래프는 저에게 보내주시면 제가 넣겠습니다.
liverkorea@gmail.com
그려요 아침에 출근해서 넣을려고 했는데 환자가 와서 도저히 시간도 안되고 몇번 쭈물락 거리다가 못넣었습니다.
병원에 오셔서 넣어주세요.... 그러면 밥 사주지...
네. 내일 점심에 가겠습니다.
더 말씀드리면... 내일은 제 생일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