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성악가의 길을 권유 받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비로소 음악을 시작한 그는 연세대 성악과에 수석으로 입학,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단 돈 300만원을 들고 고음의 벽을 넘기 위해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가난한 유학시절에도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명지대 설립자이신 고 유상근 총장으로부터 장학금을 지원받았고 파바로티와의 논쟁 후에도 ‘목소리가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그는 이탈리아의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수학하고 오시모 아카데미 오페라과를 졸업했다. 성악가 임웅균의 이야기다.
귀국 후 지금까지 성악의 대중화를 위해 25년 동안 1500회 이상 공연을 하는 국민 성악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는 학생들에게 존경받고 인기 있는 ‘교수님’으로 통한다.
국민 성악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임웅균 교수와 만나 꿈을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 신념을 가진 음악가로서의 삶의 방식을 들어보고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던 그에게 문화예술분야에서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시민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았다.
- 어린 시절 재능 발견해준 선생님이 계셨다고.
초등학교 때 세게라고 쓰여 있어 크게 불렀는데 목소리가 크다고 선생님께 맞았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이송매 선생님이 ‘너야말로 천부적인 성악가다.’라고 말씀해주셨죠. 한 분의 교육자가 어떻게 제자를 평가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는 것인데 1500회 이상 연주를 해온 성악가 임웅균은 자칫하면 이 자리에 없었겠죠. 그만큼 국민들도 손해인거죠. (웃음)
사람에 대한 판단이 잘못 내려졌을 경우 나라가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순신 장군을 역사상 최고의 영웅으로 생각해요. 10년간 그 분을 연구하면서 이순신 장군을 알아 본 서해 유성룡 선생의 안목이나 선조의 5계급 특진 명령으로 초기의 이순신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걸 알았어요. 결국 선조의 판단 때문에 우리가 근 400년을 평온하게 지내온 거죠.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일제 침략으로 우리 민족이 존재 할지 의문이 들어요. 한 사람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해 볼 수 있죠.
- 청소년 문화 지원에 관심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린이 교육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어요.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어린이날이 폐지되는 걸 막는데 앞장서기도 했고 소년 소녀 가장이나 결식아동들에게 ‘사랑의 공책 보내기 운동’,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파란마음 하얀마음’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어요. 청소년들의 바른 성장 환경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에서 미국대통령상 금상을 주더군요.
아이들이 왜 이런 고통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원인에 관심을 가지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책이 세워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상급식은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초등학교에서 먼저 시행하고 중고등학교는 차후에 진행해나가면 됩니다.
청소년이 제대로 자라면 나라가 걱정할 게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순신 장군 같은 인물은 다시는 찾아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청소년휴먼센터, 이순신고등학교 세우는 것이 제 평생소원입니다.
-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문화예술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주신다면 제가 재미난 아이디어 하나 드리죠. 아마 실행하시면 아주 재미날 겁니다.
우리나라에 대사관이 약 70개정도 있잖아요. 각 대사관 공보관과 연락해서 열차 한 량 당 자신들의 홍보관으로 만들라고 제안해 보세요. 70개의 세계 박물관이 탄생하게 되는 거죠. ‘여기는 칠레관이다! 스위스관이다 ! 칠레에서는 포도주, 구리가 생산되는 구나!’라고 하며 각 나라에 대해 알게 되는 거죠.
두 번째로는 영국에는 아트 스테이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청소년들의 문화 활동을 기부금으로 지원하고 예술인이 된 청소년들이 다시 그들의 사회와 후배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죠.
서울도시철도도 문화공연예산을 문화예술 장학금으로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학생들을 문화공연 무대에 세우면 그들도 발표할 수 있는 자리를 얻는 것이니 좋을 것이고 서울도시철도공사 입장에서는 청소년을 후원한다는 면에서 공익적 사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예술가가 되길 원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께
예술가를 꿈꾸는 자식이 있다면 일단은 관심을 보여줄 것을 권해 드립니다. 영혼이 희망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 죽어서도 원망을 살 수 있으니 말이죠. (웃음)
자녀들이 음악가든, 미술가든 해보고 싶다고 하면 들어주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세요.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만족시킬 수 있으면 지원해주마 하세요.
세 가지 조건이란
첫째,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로 부모님을 감동시킨 적이 있는가.
둘째, 또한 형제, 친척, 등 주위 사람들을 감동시킨 적이 있는가.
셋째, 전문가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1인 이상을 추천을 받았는가, 단 사심 있는 전문가는 제외하고. 그래도 하고 싶다면 1년간만 해보라고 하면 자신이 그 분야에 적합한지 아닌지는 스스로 알게 되고 재능이 없다 해도 취미로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예술종합학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는 음악, 무용, 연극, 전통예술, 영상, 협동 과정 등 6개 과정을 두고 있어요. 한예종은 줄리아드 음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실력 있는 학생들이 많아요. 줄리아드 학교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도 우리 학생들을 최고로 인정해주죠. 설립 17년 만에 190개가 넘는 콩쿠르에서 입상한 학생들이 있는 학교는 우리학교가 유일하죠.
한예종에도 최근 영재코스가 생겼어요. 국가예산으로 거의 비용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문제는 학교를 졸업한 뒤 활동할 수 있는 분야가 너무 적다는 것이죠. 예술인과 문화예술분야를 지원해서 정신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시스템도 더 활성화해야 하고 대중이 문화예술을 더 자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 개선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 메이저급 공연들은 일본의 기획사나 배급사를 거쳐서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한국 관객들은 동일한 공연에 외국에 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도 메이저급 기획사가 생겨 보다 나은 문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 국민 성악가로 대중공연을 하신 이유가 있나요? 저는 그것이 클래식이든 대중가요든, 팝이든 노래가사만 좋다면 부를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열린음악회’는 그런 선곡이 가능한 공연이었어요. 노래에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 얘기에서 시작해 자연 얘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런 가사를 좋아합니다. 특히 ‘보리밭’, ‘ 사랑하는 마음’, ‘봄이 오면’, ‘나물 캐는 처녀’, ‘목련화’ 등 한국 가곡들에서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한국 가곡을 모은 ‘한국가곡선집’을 만들었죠.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며) 이 책은 밖에서는 못 구하는 거예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한양대에서만 필수과목으로 한국가곡을 가르치고 있어요. 나머지 98% 음악대학들은 필수가 아닌 교양 선택과목으로 한국가곡을 가르친 다는 것을 들으면 다들 황당해하죠.
음악 뿐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예술이 황폐화되어 있어요. 왜 방송사들을 문화채널에 인색할까요? 지상파 3사에서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오페라, 음악공연, 뮤지컬 하나를 내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았던 만큼 인색하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수많은 케이블 방송에도 스포츠, 골프, 엔터테인먼트는 넘쳐나지만 제대로 된 예술관련 프로그램은 없다는 것에 예술인으로서 자괴감이 듭니다. 문화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중에 문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없다 보니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게 아닐까 합니다. 문화채널이 생겨나고 문화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이것이 청소년 교육과 문화에 영향을 주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 시급합니다.
- 세종시를 한국 형 도시로.
마지막으로 세종시에 관한 의견을 말하고 싶습니다.
세종시는 한옥 형 도시로 건설되었으면 해요. 한옥의 형태로 지을 경우 2200만평 규모로 자금성 크기의 200배 도시가 될 수 있어요. (듣는 이도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금성은 800채의 건물과 9999개의 방이 있는 일류 역사상 최대 규모로 중국의 큰 관광자원이 되고 있죠. 우리도 세종시를 후세에 자랑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 되도록 건설할 수 있어요. 건물은 콘크리트로도 충분히 처마곡선이나 단청 등을 재현해 한옥 식으로 건축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15층 규모로 하면서 외관은 우아미가 있는 한국식, 내관은 서양식으로 해 퓨전의 형태를 취해야겠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포항제철 사장 당시 포항으로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학교를 유치하고 병원을 세우는 등 문화,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세종시가 성공적인 신도시가 되려면 한마디로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시설 및 문화시설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그리되면 부인들이 먼저 세종시로 가자고 할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휴먼센터를 세워서 화랑도, 조국애를 함양하고 민족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해 '정신'을 아이들이 배워나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90분간의 인터뷰 내내 우렁찬 목소리로, 밝은 아이 같은 웃음으로, 열정어린 몸짓을 보여준 임 교수였다. 그의 열변과 재치 있는 아이디어에 그의 말대로 ‘이제껏 해본 인터뷰 중 가장 재미있었던 만남’으로 기억될 것이다. 만약 그의 제자였다면 교수실에 수북이 쌓여있던 감사 엽서 중 한 장을 틀림없이 썼을 것이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임웅균 교수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취재 최인서/사진 이태영 서울도시철도 사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