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6구간
일시 : 8.27~28(무박2일)
산행구간 : 빼재-(4.35)-삼봉산(1,254m)-(3.1)-소사고개-(3.25)-삼도봉(1,250m)-(1.45)-대덕산(1,290m)-(3.05)-덕산재-(5.3)-부항령//20.50Km
* 접속구간 : 부항령 터널고개 하산 0.5Km
산행시간 : 총 11시간 3분(휴식, 식사시간 미포함시 8시간 30분)
8월28일 02:10~13:13
일행 : 다올대장 등 19명
제이시, 높은하늘, 요한, 삼족도
들꽃, 푸른바우, 진주, 천산, 박청규
광풍, 돌쇠, 나비, 광평
산조아, 케빈, 하양, 이철민, 설정
날씨 : 맑음, 산행하기에 이 보다 좋은 날씨는 없었다.
1. 시작 전
백두대간 구간중 비교적 쉽다는 6구간이다. 하지만 아무리 쉬워도 백두대간구간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박으로 가서 20Km를 걸어야 하기에 결코 쉬운 것은 아니나 다른 구간과 비교해서 수월하다는 말일 따름이지 그 자체로는 상당할 것이다.
다올대장이 지난 5구간의 후유증으로 허리가 아프다고 하고, 副山行大將을 임의로(?) 임명하여 혹 자신이 못 올 경우 副山行大將이 안내하라는 공지를 보고서는 다올대장없는 백두대간 산행을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걱정이 앞선다.
2. 사당역 출발(8.27일 22:30)
10시 30분 출발시간보다 30분전부터 이제는 형님 아우가 되어버린 고정멤버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간 2주간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며, 다올대장이 오지 못하면 어떨까하고 걱정하고 있는데 다올대장이 웃음띤 모습으로 나타난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전 5구간까지 고락을 같이 한 고정멤버중 몇 명이 개인사정상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산행 출발 5일전까지 6구간 신청자가 15명을 넘기지 않아 걱정이 되었으나, 다행히 새로운 얼굴 4명이 참가하여 19명이 출발하게 되었다.
백두대간팀에 처음으로 합류하는 요한과 삼족도님은 지난 덕유산 5구간에서 선두팀이 만난 사람들로 두 분이 지리산부터 종주하고 있는데 백두대간을 2명이 주말에 종주하려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앞으로 우리 백두대간팀과 합류하여 끝까지 하고자 오신 분들이다.
광평님은 고정멤버 광풍님과 종씨이고 학렬도 같아 오기 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미남 호인형에 눈웃음 짓는 첫 인상이 광풍님과 너무 흡사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엿보이며 끝까지 대간종주를 다짐하신 님이고, 박청규님은 백두대간 종주의 꿈을 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오셨다고 하면서 끝까지 같이 하겠다고 하신다.
3. 빼재에서 산행시작(920m, 02:10)
여름 휴가철이 끝나서 고속도로사정이 원활하여 오늘의 산행출발지점인 전라북도 무주의 빼재에 도착하니 새벽 1시50분밖에 되지 않았다. 하늘을 보니 별이 초롱초롱하여 잘 하면 일출을 보지 않을까 기대된다. 청량한 새벽공기를 가르고 19명의 대간팀은 6구간 대간길을 시작하다.
4. 덕유삼봉산 도착(1,254m, 04:00)
꼭두새벽에 산을 오를라치면 전망이 도무지 보이질 않으니 그저 묵묵히 진행된다. 다만 앞에서 길을 헤쳐 나가는 다올대장만 흠뻑 젖어 있는 아침이슬을 헤치기 위해 우의를 입은 채로 길을 안내한다.
1시간여 진행하여 수정봉 지나고 된새기미재를 지나 호절골재에서 휴식하다. 여러 대원들이 자기의 베낭에서 꺼낸 수박, 떡 등을 혼자 먹지 아니하고 대원들에게 나누어 준다. 남을 배려하여 나누어 주는 재미를 아는 대원들이 고맙다.
다올대장이 부산행대장으로 임명하여 황당했다는 돌쇠님이 讀圖에 열심이다. 千里行軍하는 공수부대복장을 연상케 하는 돌쇠님은 가슴에 백두대간 지도를 메고 있고, 그 지도에는 산행시 길 잃기 쉬운 지점, 지형지물, 크게 방향을 트는 지점을 꼼꼼히도 파란색, 빨강색, 검정색펜으로 메모하고 그도 모자라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여온 지도를 놓고 열심히 살펴 보면서, 혹 다올대장이 못 올것에 대비해 열심히 공부해 왔다면서 너털웃음을 짓는다.
호절골재 휴식후 30여분 가니 덕유삼봉산 표지석이 반긴다. 백두산에서부터 뻗어내린 대간의 큰 줄기가 이제부터는 덕유산의 큰 맥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덕유”삼봉산이라고 표지석을 표기했을게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들꽃님이 대원들을 돌아가면서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어 주다.
5. 소사고개 도착(690m, 05:50)
삼봉산을 뒤로 하고 적절한 암릉지대를 통과하면서 낮에 갔더라면 전망이 좋을 곳인데 하면서 아쉬움을 안고 산길을 재촉하는데, 골짜기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안개를 보고 오늘도 일출보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
능선을 가다가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하여 내려가는 암릉 내리막길은 여름내내 내린 비로 등산로에 토사가 유출되어 곳곳에 작은 돌들이 돌출하여 있고, 나무뿌리는 미끌미끌하고 돌 또한 미끌미끌하여 랜턴에 의지하여 가는 내리막길이 조심스럽지만 앞으로 가야 할 더 험한 암릉지대, 너덜지대를 생각하며 진행하다.
너덜지대를 지나 잠시 휴식후 소사고개까지 내려가는 길은 완만하여 쏜살같이 내려가다. 소사고개 즈음에 가니 마을이 보이고 마을을 우회하는 형태로 길이 나 있고, 조금 가니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온다.
계획상으로는 여기에서 아침식사인데, 산행을 빨리 시작하였으므로 삼도봉까지 오른 다음에 아침식사를 하기로 하고, 포장도로에 널푸덕 주저 앉아 꿀같은 휴식시간 10분을 갖다. 바지가랑이를 흠뻑 적신 이슬을 말리는 시간이었다.
6. 삼도봉 도착(1,248.7m, 07:35)
소사고개에서 10분 휴식 후 작은 구릉을 오르고 나니, 너른 고냉지 채소밭이 나오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건너 절개지 너머로 마을이 보이고, 농가주택을 지나고 무우밭 지나고, 묘지를 지나다.
배추밭과 무우밭을 지나면서 농민들은 생산물을 중간 도매상들에게 밭떼기로 팔아넘길 수 밖에 없고, 도시서민들은 지나치게 높은 유통마진이 포함된 비싼 가격으로 사 먹을 수 밖에 없는 전근대적인 유통구조에 대해 한때 고민했던 일이 생각나면서 농민들의 곤고한 삶을 되새기며 가다.
곳곳에 군데군데 피어 있는 이름 모르는 야생화를 몇 장 찍다. 누구 돌보는 이 없고, 누가 보아주건 말건 때가 되면 피어나는 들꽃들을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는데 백두대간을 시작하면서 아름다운 색감의 야생화를 보면 사진찍고 싶어진다. 2구간부터 야생화전문가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보솔님이 고운 야생화를 찍어서 해설까지 해 준 영향이 크다.
재미삼아 찍어 보는 야생화가 때로는 색감 질감 좋게 찍힌 걸 보면 기분이 좋다. 좋게 찍힌 사진이 운영자 “버들”님이 우리 까페의 대문이나 산행안내공지에 이용하는 것을 보며 잘 했다고 칭찬받는 유치원생 마냥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삼도봉 마지막 오름길은 잡목숲에서 고개를 삐쭉 내민 억새가 인상적이었다. 계절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는 듯 불그스레한 빛을 띤 억새의 머리부분이 10월 말 한껏 자태를 뽐내며 흐드러지게 피기위해 준비중인 것이다.
7. 삼도봉에서 아침식사 후 출발(08:20)
삼도봉에서 지나온 삼봉산을 바라보니 어이가 없다. 저 높은 곳을 밤중에 넘어 왔다니, 만약 전망이 보이는 대낮에 저 삼봉산을 넘으라고 하면 가긴 갈 것이지만 지레 겁이 나서 힘들어 할 것 같다. 야간산행으로 지나온 산길을 바라보는 뿌듯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삼도봉 표지석이 아랫부위가 잘려 있다. 어떤 힘센 산꾼이 무언가를 휘두르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나온 지리산 삼도봉은 전남북과 경남의 경계이고, 여기의 삼도봉은 전북과 경남북의 경계이다. 다음 구간에 갈 삼도봉은 전북, 충북, 경북의 경계이니 전라도와 충청도 경상도를 아우르는 진짜 삼도봉은 다음 구간의 삼도봉이다.
아침식사를 하는데 좀 쌀쌀한 느낌이 든다. 얇은 방풍의를 입고 식사를 하는데 벌써 가을에 들어섰다는 신호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려는데 부산에서 왔다는 10여명이 도착하여 이들에게 자리를 내 주고 오늘의 가장 높은 산인 대덕산을 향하여 출발하다.
8. 대덕산 도착(1,290m, 08:52)
아침을 먹고 나니 아침이슬이 개고 사통팔달 전망이 좋다. 약간의 내리막을 가다 보이는 대덕산은 산이름과 같이 후덕하게 보인다. 오르막길에 뒤돌아 보니 삼도봉, 삼봉산이 우뚝 솟아 있다.
대덕산 정상에 오르니 헬기장이 있다.
9. 대덕산 휴식 후 출발(09:30)
뒤따르던 부산팀을 먼저 가라하고 40여분간 휴식을 취하다. 시간이 넉넉하여 40여분이나 긴 시간 휴식이다. 헬기장의 H자를 표시하는 하얀 시멘트블럭에 자연스레 누워 취침을 하는 대원들이 과반수다.
10. 덕산재 도착(650m, 10:35)
덕산재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대덕산에서 덕산재 내려가는 중간쯤에 있는 얼음골 약수에서 물 한모금하니 그 찬 맛이 꿀맛이다. 덕산재에 후미로 도착하니 앞서 도착한 대원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다.
덕산재는 경상북도 김천과 전라북도 무주를 잇는 도로가 있으며, 규모는 크지 않지만 휴게소도 있다.
11. 851m봉 통과(12시 15분즈음)
덕산재에서 간식을 먹고 15분 쉬었다가 출발하다. 이제부터 선두팀과 후미팀이 자연스레 나뉘어진다. 5구간까지 진행할 때는 하산지점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는 이 때부터는 케빈님과 둘이서만 오손도손 산행하였는데 오늘은 후미팀이 9명이나 된다. 항시 선두로 날아 다니던 높은하늘님도 후미에 서 주고, 다른 님들도 후미에 서 준다.
833m봉을 지나서 후미팀만 휴식을 갖다. 남은 간식과 얼음물을 나누어 먹는데, 돌쇠님 베낭에서 큰 타파용기가 나오드만, 갖가지 과일과 떡이 나온다. 세상에 떡에 찍어 먹으라고 꿀까지 가져왔다. 그 동안 산행하면서 별의 별 간식 다 먹어 보았지만 산에서 꿀을 먹어 본 경험은 처음이다. 흰떡과 쑥떡에 꿀을 발라 먹으니 그 맛이 그저 꿀맛일 따름이다.
휴식을 취하고 가는데 선두에 있는 다올대장한테서 무전이 온다. 선두팀이 851m봉을 지나 쉬고 있다고 하길레 851m봉을 지났다고 답신을 했으나 한참을 가니 851m봉이 나오고 5분여 가다보니 선두팀은 이미 30여분 휴식을 했다고 한다. 이 무전기도 의리의 돌쇠님이 제공한 것이다.
12. 부항령 산행종료(13:13)
부항령에는 경상북도 김천과 전라북도 무주를 잇는 터널이 있다. 대절버스가 보이고 나서, 터널위를 지나 내려오다가 다시 우회하여 내려서는데 길이 온통 칡덩쿨이다.
산행을 마친 시각 13시13분. 오늘 산행한 6구간은 지금까지 한 군데도 가 보지 않은 구간이어서 나에겐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구간이었고, 오늘도 20Km를 해 냈다는 뿌듯함과 좋은 날씨속에 무사산행을 해 내어 피로감이 전혀 없는 좋은 산행이었다.
13. 점심식사후 서울로 출발(14:50)
터널밑에 있는 배수로에서 몸을 씻고 새 옷으로 갈아 입다.
1구간부터 줄장 후미로 오던 케빈님이 대원들이 기다려주어서 고맙다는 표시로 홍탁삼합을 제대로 준비해 왔다. 홍탁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특별히 주문하여 품질 좋은 홍어와 묵은 김치, 더불어 조껍때기 동동주까지를 준비하여 19명 대원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다올대장이 가져 온 복분자술 또한 맛있었고, 몇 몇 대원이 가져 온 소주는 겨우 얼굴만 보이고 다시 베낭에 넣어지는 비운을 맛볼 수 밖에 없었다.
이 대목에서 신세계관광 기사님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구간에서는 영업을 하지 않는 주유소의 샤워시설을 교섭하여 말끔히 몸을 ??게 하고 삼겹살을 조달해 주었고, 이번에도 시원한 정자에서 점심식사하도록 배려하고, 산에서 채취한 야생더덕을 대원 모두에게 한 뿌리씩 나누어 주는 고마운 기사님이다. 이번 주 7구간에 스스로 오시기로 하였고 이런 친절한 기사님이 백두대간 끝까지 동행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서울로 출발하다.
14. 서울 도착(18:26)
차에 타자마자, 남은 동동주와 복분자술을 한잔하고 정신없이 자다보니 죽암휴게소이고 바로 사당역이다.
7구간을 위하여 몇 몇 대원은 극히 간략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6일후를 기약하고 헤어지다.
간략한 뒷풀이는 다올대장이 숙제처럼 올리는 사진을 곁들인 상세한 산행후기를 일요일에 올릴 수 있게끔 해 주었다.
PS : 제 딱딱한 산행후기를 늘 읽어 주시는 백두대간대원이 아닌 님들에게 몇자 올립니다. 백두대간 종주는 매월 1주, 3주차 토, 일요일에 무박으로 계속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어느 때라도 오시면 환영하며, 혹 처음부터 시작않았는데 주저하시는 분들은 오시는 구간부터라도 계속한 다음 빠뜨린 구간은 보충하시면 됩니다. 백두대간은 고정멤버로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오니 어느 구간에라도 오시길 바라며, 고정멤버에는 처음 오신 분들을 배려할 만한 산행실력과 마음가짐을 가진 대원들이 많이 있으니 용기를 내어 동참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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