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산과 들로 나가는 계절이다. 나들이에는 모름지기 풍광 좋은 자연도 중요하지만 맛있는 먹을거리가 함께 있어야 여행의 제 맛이 난다.
이렇게 야외에 나갈 때 사람들은 번개탄이나 숯불에 구워먹는 음식을 즐긴다. 연기를 피우며 고기를 뒤집는 재미가 맛만큼이나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분을 노려서인지 많은 식당에서 숯불에 구워먹는 음식을 팔고 있다.
철망사이로 고기 기름이 빠져나가기도 하고 직접 불에 구워먹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어 소비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음식을 즐기는 이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자원순환연대가 시중에 나와 있는 20가지 제품에 대한 조사를 해봤더니, 참나무나 대나무를 원형대로 숯으로 만든 제품 9가지와 달리 성형탄으로 만든 번개탄과 숯 11가지에서 많게는 납이 830ppm, 카드뮴은 13ppm까지 검출되었다.
성형탄은 원목이 아니라 주로 폐목재를 잘게 부수어 숯가루로 만든 다음 성형탄에 찍어 번개탄이나 숯으로 만든 것이다. 접착제, 기름, 페인트가 칠해진 폐가구나 합판 등 중금속으로 범벅된 폐목재가 이들 원료의 대부분이다. 일부 폐목재에는 방부제가 사용되는 등 지정폐기물로 처리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유해폐기물도 섞여 있다
중금속에 오염된 숯이나 번개탄은 숫불구이용 등으로 직접 식품과 접촉되기 때문에 건강과 직결된다. 중금속이 음식에 묻어 체내로 들어오거나 연기를 통해 코나 입으로 직접 들어오기 때문이다. 특히 실내에서 번개탄을 태울 때나 연소가 안정화되기 이전에는 더 많은 중금속 물질이 배출된다. 이렇게 흡입된 납은 체내에 축적되면 뇌와 신경계통에 지장을 초래하고 정신이상이나 빈혈 등을 일으킨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소량이라도 지능지수나 주의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중추신경계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 물질인 카드뮴은 뼈를 망가뜨리고 콩팥과 위병을 일으키는 치명적 물질이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납의 식품 접촉을 막기 위해 식품 캔에 납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는 혈액 내 납 농도의 허용기준치도 엄격하게 정해놓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음식과 직접 닿거나 연소시 발생하는 연기로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숯이나 번개탄 같은 품목에 대한 중금속 함유량 기준치가 없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페인트, 기름, 방부제 등이 묻지 않은 목재를 사용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중금속에 범벅된 성형탄이 버젓이 판매되는 만큼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허점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이다. 이번 조사에서 폐목재를 사용한 제품에서는 중금속이 검출되었지만 원목으로 만든 숯에서는 중금속이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엄격한 관리를 통해 폐목재로 만든 성형탄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때까지는 번개탄에 고기 구워먹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폐목재로 만든 숯도 사양해야 한다. 숯불구이를 먹고 싶을 땐 참나무나 대나무로 만들어진 숯으로 고기를 구워 먹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