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지역의 지명을 딴 '동래파전'은 조선시대 3월 삼짇날이면 동래부사가 임금님께 진상했을 정도로 고급음식이자 1930년 경부터는 부산 시민들의 입을 즐겁게 해준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어느덧 파전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동래파전이지만 현재까지 그 명맥을 잇고 있는 동래지역 파전 전문점은 단 두 곳뿐이라고. 하지만 찹쌀가루와 쌀가루 반죽에 조선 쪽파, 미나리와 대합, 홍합, 조갯살, 굴, 새우 등 각종 해산물, 쇠고기, 계란 등을 섞어 참기름으로 큼직하게 부쳐낸 원조 동래파전은 당시의 파전 맛과 비교해도 손색없으며 그 어떤 지역의 파전보다도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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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째 귀족적인 파전 부쳐온 동래할매파전
부산 동래구 복천동에 위치한 부산의 민속음식점 1호인 이곳은 1930년 경부터 4대째 동래파전을 주 요리로 내놓고 있는 집. 시증조할머니가 동래장터에서 동래파전을 부쳐낸 이후 시할머니, 시어머니를 거쳐 지난 1994년에 김정희(43세) 사장이 물려받았다고. 시할머니 때에는 <제일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가 1970년대부터 지금의 상호로 바꿨지만, 임금께 진상하던 동래파전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 온 손님과 외국인 손님들의 발길이 꽤 잦은 곳이다.
찹쌀가루와 쌀가루를 섞어 만든 반죽에 조갯살, 굴, 홍합 등을 골고루 얹어 살짝 익힌 다음 찜 요리를 하듯 2분 정도 뚜껑을 덮어 뜸을 들이는 게 특징. 느끼한 맛을 없애고 해산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도 여느 지역의 파전과는 다른 점이다. 직접 재배한 무공해 조선 쪽파를 쓰고, 싱싱하고 고급스러운 해산물만 고집한다. 파전의 가격은 크기에 따라 15,000원, 18,000원, 20,000원, 25,000원 선.
이 집의 또 다른 별미는 호박동동주와 오미자동동주. 일반 동동주는 6,000원, 호박동동주는 8,000원, 오미자동동주는 10,000원이다. 파전과 함께 동치미, 묵무침, 야채겉절이, 먹음직스러운 떡이 한 상차림으로 나온다. (☎ 051-552-0791~0792 www.dongraehalmaepaj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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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경연대회 우수상을 거머쥔 원조동래파전
동래할매파전에서 몇 발자국 거리에 있는 원조동래파전은 부산이 고향인 박말태(49세) 사장이 소싯적부터 동래파전 맛에 반해 있다가 15년 전 문을 연 곳. 100여 명이 앉아 식사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곳으로, 2003년 부산광역시로부터 맛자랑 집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MBC <밥상천하>라는 프로그램의 요리 경연대회에 출전해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풀어놓은 반죽에 기장 쪽파와 버섯, 바지락, 새우 등 해산물을 넣어 부치는데, 싱싱한 해산물의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파, 마늘, 고춧가루, 식초, 깨소금 등을 버무려 만든 초고추장 양념이 같이 나온다. 크기에 따라 15,000원, 20,000원, 25,000원인 동래파전을 주문하면 동치미와 땅콩조림, 묵무침이 한 상차림으로 나온다. 동동주는 6,000원. (☎ 051-556-0324)
부산의 유명한 먹거리인 조방 낙지볶음은 주로 부산진구 범천1동 평화시장과 자유시장 주변에 음식점들이 위치해 있다. 이곳의 낙지볶음은 매콤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매운 맛에 의존하지 않고 진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조방 낙지는 어떤 종류의 낙지를 말하는 것일까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는데, 자유시장 자리에 있던 조선방직회사를 '조방'이라고 줄여 부른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지금은 4곳 정도가 영업 중에 있다.
40년 전통의 원조 낙지볶음, 할매집 할매집은 1960년대 초반 빈정순 할머니가 문을 연 곳으로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집이다.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과 언론매체에 소개되는 등 조방 낙지골목에서도 가장 알아주는 맛집. 1991년 차남 이재홍 씨가 대를 이어 해오다가 지난 1998년부터는 딸인 이민길 사장이 대물림해 운영하고 있다. 빈정순 할머니 때부터 새벽 2시면 매일같이 경남 삼천포로 가서 낙지와 새우 등 해산물을 구입해 왔다는데, 그 정성은 지금도 변함없다. 또 싱싱한 해산물에 마늘, 참기름, 고춧가루 등 양념을 아끼지 않고 정성스레 만들어내 쫄깃쫄깃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향긋한 바다 향은 덤. 낙지에 새우를 더한 낙새볶음은 해물을 우려낸 육수에 새우 육수까지 들어가 있어 낙지볶음보다 맛이 진하고 담백하다. 공깃밥이 딸려 나오는 낙지볶음과 새우볶음, 낙지와 새우를 곁들인 낙새볶음은 각각 5,500원, 낙곱새(낙지+곱창+새우)는 6,000원이다. (☎ 051-634-9618 / 051-643-5037)
20년 본가(本家)의 자존심, 본가낙지볶음
할매집 뒤편에 있는 본가낙지볶음도 20년 넘게 낙지볶음을 고집해 온 집. 특히 낙지와 새우, 곱창을 적절히 버무린 낙곱새볶음은 얼큰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낙지볶음은 밑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이지만, 부추무침과 배추김치, 물김치의 3가지 찬이 곁들여져 나온다.
서울 무교동에도 낙지볶음 전문점들이 많이 있지만 싱싱한 낙지와 새우 등 해산물을 이용해 너무 맵지 않게 양념하여 센 불에 재빨리 볶아내는 조방 낙지볶음은 서울과 그 맛의 깊이가 다르다는 김종심(58세) 사장의 말에 조방 낙지볶음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난다. 공깃밥이 딸려 나오는 낙지볶음과 곱창볶음은 5,500원, 낙지와 곱창, 새우를 한 번에 즐기는 낙곱새는 6,000원이다. (☎ 051-642-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