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없는 하루-
지금 휴대폰은 대중적인 통신수단이다. 폰의 도입 초기에 한 메이커는 구매를 유도, 촉진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잘 터진다'는 광고를 해 폰의 기능과 효용성을 강조하는 , 상업적 목적이 강한 광고를 한 적이 있다. 폰이 이용 편리성과 정보교환의 신속을 담보해 주는 이기임이지만, 이용자들이 활용 시 가져야 할 메너를 고지하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메이커는 없었다.
어떻든 의사소통방식으로는 아날로그식 전화기 사용을 선호했기에 대부분 사람들이 폰을 이용할 때에도 폰없이 지냈다. 고객과 약속, 거래관계를 누구보다 먼저 성사시키는 일이 아닌, 연구실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급히 약속을 잡아야 하는 일에 종사하지 않아 그렇게 했다. 연구실에서 못받은 전화는 집에서 또는 내일 또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주위 분들의 성화로 휴대폰을 개통했지만 한 동안 팽개쳐 두었다. 하루에 두 서너번 폴더를 열고 전화가 있었는지 확인했으니 휴대폰 이용은 아주 제한적이었다.
습관은 몸에 벤 것이라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집에 두고 다닐 때도 많다. 두고 와서 럴 때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하다. 불필요한 자극도, 쫏기는 듯한 조바심도 없어서이다. 꼭 필요한 연락, 만나고 싶은 사람과 약속, 오래 못 본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할 때는 뒤에 집에서 편안히 하면 되니까.
지하철에서 보면, 어른 아이도, 학생 직장인도, 아저씨 아주머니들 누구든 주위 의식없이 높은 소리로 통화하고 젊은이들은 책읽기 보다 액정화면에 시선을 집중한 채 폰을 만지작거리면서 피식피식 웃기까지 한다. 심지어 길을 갈 때나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대로에서 건너길을 건널 때에도 폰문자를 보거나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에게 폰의 부재는 곧 불안과 공포에 버금갈 정도인, 중독성 수준인 것 같다. 도대체 그들은 폰에서 무엇을 읽고 듣고 보고 웃으며 그것들이 그렇게 생각과 마음에 위안을 주고 기쁨을 줄만한 것들인가? 인기연예인들의 동정, 게임, 까십거리, 욕설이 담긴 소문을 보고 듣지 못하면 마음에 공항이 생기기나 한다는 말인가?
이것들은 폰이 현대인에게 주는 정신적 위해이자 폐혜이. 긴급한 연락이나 귀중한 약속, 모임 소식, 유익한 정보를 얻어야 할 때 말고는 닫아두는 것이 현명한 사용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된 성인들은 그렇다치더라도 부모가 어린이에게 나쁜 모습을 보여준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언젠가 한 주말, 가족들과 외식차 한 식당에 갔는데 2~3세 정도의 아이가 유모차에 앉아 폰을 만지작거리면서 "헤 헤" 하고 웃으며 폰에 정신이 빠져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이가 치정대거나 운다고 부모가 게임프로그램을 열어 주었는지 한참동안 몰입하고 있었다. 몰입도 몰입대상이 중요하다. 그런데 어찌 부모가 젓먹이 나이의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는지 놀랐다. 그야말로 일찍 애기를 휴대폰 얼리어답트(early adoptor)로 만들려는지? 그런 부모의 처신은 향후 어린이의 창의적인 사고결여, 원활한 인간소통과 교류장애, 주의력 집중부족 등의 문제를 야기시킬 위험이 아주 크다.
분명 스마트폰도 IT기기이고 그것이 여러 면에서 유용한 장치이나 거기에 매몰되어 살면 바람직한 현실 자극에 둔감해 지고 기기가 주는 자극에만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는 삶을 살 것이다. 이런 폰에 의존하는 삶, 폰에 종속되는 생활이 아니라 거기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실체가 없는 가상공간 속에서 가는 실처럼 연결되어 살아가는 생활에서 잠시라도 벋어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과거 우리가 집에 전화가 없었던 시대에도 잘 살아왔고, 또 그런 시대보다 지금은 불통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폰을 들추어 보느라 우리는 과거보다 어쩌면 더 인간적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불통의 시대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으로 느긋하고 자유로운 하루는 폰 없이 지내는 날이다. 휴대폰 없는 날이 참 행복한 날이다. 가끔은 휴대폰을 내려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