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이들은 말(글)을 조심해야 한다. 자기 입으로 뱉은 말이 행위와 일치하지 않을 때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문순태씨가 그러한 어리석음을 스스로 자초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는 광주의 정신을 훼손한 조선일보의 '빛나는 필자 10인' 중의 하나가 되기로 했단다. 불과 1년 전 안티조선의 선봉에 섰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광주의 문제를 소설화 하여 그들의 숭고한 넋을 기렸던 그가 아닌가! (아래 선언문 내용과 서명자 명단 중 소설가 문순태 확인 바람)
▷ 선언문 ◀
조선일보는 친일행위를 사죄하고 국민의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 조선일보거부 3차 지식인 선언 명단을 공개하며 -
조선일보반대 시민연대가 활동을 시작한 지 반 년이 흘렀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그 동안 우리 사회가 참으로 본질적인 변화를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이후 역사는 우리에게 냉전과 분단의 관행에서 탈피하여 '개혁'의 수레바퀴를 힘차게 굴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개혁의 역사적 당위를 실현해 나가면서 동시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일제잔재청산의 문제이다. 해마다 3. 1절, 8.15 광복절 등 민족기념일이 되면 일제잔재 청산이 화두로 떠오르지만, 우리는 한번도 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한 적이 없다.
국민은 친일행위를 했던 인사들의 면면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그들에게 명예조차 바쳐왔다. 뿐만 아니라, 현직 대통령이 친일파 박정희기념관의 건립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실은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서 우리가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일제잔재 청산을 희화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왜곡된 상황은 조선일보처럼 적극적으로 친일행위를 하며 민족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집단이 감히 <민족정론>을 참칭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어째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는 일에 이토록 무심한 것인가.
명백하게 잘못된 과거조차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 안에서 개혁의 길은 더더욱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냉전적 사회질서에서 통일과 평화 공존적 사회질서로의 이행, 차별적 질서에서 민주와 평등의 질서로 이행하는 과정은 과거로부터 과감히 단절하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는 결단과 용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낡은 질서에서 새 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과거 기득권집단의 저항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이로 인해 사회는 일시적으로 '전환기의 아노미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폭풍전야의 긴장으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에 휩싸일 수도 있다. 특히 선언화된 개혁이 실질적인 성과 없이 표류하게 될 때 전환기는 총체적 위기로 치닫게 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에 냉전과 분단이 낳은 갖가지 추악한 오물이 더해져 민족실종, 개혁실종, 신뢰실종의 나락에 떨어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금 언론의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언론은 한 사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의 갈래를 잡아 한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과거사 청산은 물론 한반도에 진정한 통일과 민주의 새시대가 도래할 수 있도록 국민여론을 이끌어 가는 막중한 소임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언론의 모습은 어떠한가. 권력화한 언론은 민주와 통일의 시대를 준비하기는커녕 기득권세력에 편승해 구시대적 질서를 옹호하고 있다. 언론개혁에 대한 전 사회적 열망을 '언론탄압, 언론길들이기'로 폄하하며 자신의 '구악'을 현정부의 실정에 얹어 희석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그 중심에 있는 조선일보는 김정일위원장 답방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고 또다시 한완상 부총리에 대해 사상검증시비를 시도하는 등 상투적인 수법으로 통일과 민주화의 도도한 강물을 역류시켜 과거 냉전시대로 역사를 후퇴시키려는 헛된 노력을 일삼고 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총체적 난국의 가장 큰 책임이 언론에 있음을, 그리고 조선일보에 있음을 다시금 전국민 앞에 선언하고자 한다.
우리는 1,2차 지식인 선언을 통해 국민들에게는 벌거벗겨진 조선일보의 진실에 대해 눈뜨기를, 조선일보에는 시대적 변화의 소명에 부응해 거듭나기를 촉구한 바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러한 주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낀다.
많은 국민들이 조선일보의 친일행적에 분노하며 조선일보반대운동에 동참할 뜻을 밝혀 왔고 미미하기는 하지만 조선일보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다 많은 국민이 조선일보 반대를 통한 일제잔재, 권위주의 시대 청산작업에 동참하여 민주화와 통일의 주체로서 조선일보의 진실한 변화를 견인해내는 날까지 우리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오늘은 조선일보가 태어난 날이다. 조선일보는 자신의 친일행위를 철저히 숨기고 '민족정론'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있으나 정녕 민족정론지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면 먼저 스스로의 민족반역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지 않으면 안된다.
독립운동가를 불령선인으로 매도하고 일황에 갈진충성(몸을 다하여 충성하자는 뜻)할 것을 선동했으며 선량한 젊은이들을 일제의 정신대와 총알받이로 내모는데 앞장섰던 조선일보의 친일행위를 역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과거는 흘러갔다거나 지금 잘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자기 변명과 합리화는 역사의식 부재와 조선일보의 반민족적 역사관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과거를 분명하게 청산하지 못하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세계인들의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계속되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은 역사를 바로세우지 못한 우리 자신의 잘못에 기인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 우익세력의 망언과 망발을 막으려면 우리가 먼저 일제잔재를 일소하는 등 과거사청산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일본의 진지한 과거성찰과 반성, 그에 따른 충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일본 우익세력의 망언과 망발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함에 있어 너나가 있을 수 없다는 믿음 아래 조선일보의 변화를 촉구하는 3차지식인 선언을 발표하며 조선일보를 거부하는 지식인 명단을 공개한다.
우리는 조선일보반대 시민연대와 함께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음해와 왜곡, 진보적 인사에 대한 매도와 이념공세 등 조선일보의 시대착오적 행위에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거듭 천명하는 바이다.
문순태씨는 '말할 수 있는 자유' 와 '신념의 자유'를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작가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모두에게 말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자기 신념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행위와 격이 같을 수는 없다.
만일 문순태 씨가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를 반성하지 않는다면. 문씨는 수사에 능한 기능공(글쟁이)은 될 지 몰라도 '자유로운 정신의 향기를 가진 작가' 일 수는 없다. 작가는 글을 팔기는 하지만 결코 정신을 파는 일은 없다. 그가 명예를 위해 조선일보를 선택했다면 , 그간 그가 써내려간 광주의 아픔 따위는 헛소리요, 우매한 글쟁이의 잔재주에 불과하므로 그는 독자를 기만한 것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철저하게 붕괴시켜 버린 성격파탄자일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문순태씨의 소설을 오랜 동안 눈여겨 온 독자이며 그의 어린 동생일 수 있는 연배의 청년이다. 나는 소설을 쓴다면 내 행위에 대해서 부끄러움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 문순태라는 글쟁이처럼 남루한 모습으로 알랑한 명예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