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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은 수년 전 제 중학교 동창회 홈피에 올린 글입니다
재미로 읽어 주시압 ㅎㅎ
한국 해외여행객에 관한 소고(小考)
직업상 일반인 보다 많이 해외여행을 하게 되면서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백태를 목도하게 된 결과 아주 재미난 점 및 특징을 발견하게 되어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본인이 모신 손님들 중에는 많이 배우신 교수님 단체도 있었고, 건축업 등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버신 분, 서울시청 공무원, 경찰관 아저씨, 대기업 임원, 보험회사 외판원, 조무래기 초딩, 대학생단체, 합창단, 의사 단체, 불륜 골프투어 커플, 부부 및 가족단체, 동네 친목계 아주머니단체 등등 직업, 계층과 나이를 막론하고 다양한 단체손님들을 모셨는데 해외여행만 나갔다 하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어 저를 속으로 미소 짓게 하였습니다. 배움의 정도와 가진 정도와 상관없이 우리는 몇 천년 전부터 코리언이란 공통된 DNA를 가진 집단임을 매번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특징 : “ 먹는 것에 목숨을 건다 “
해외여행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와 환경, 사람을 만나게 되는 귀중한 체험의 시간이다. 여행 중 식사 때가 되면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보는 것도 귀중한 문화체험이어서 보통 외국인들은 일부러라도 방문국가의 여러 음식을 먹어 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물론 우리 여행객들도 외국음식에 관심이 많고 잘 드시는 분들도 많지만 일단 출발 전 한국음식을 준비하지 않으면 심히 불안해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출발 전 김치, 고추장, 김 정도는 기본이고 멸치 볶음, 오징어, 더덕무침, 깻잎, 참치 및 골뱅이 통조림, 심지어 풋고추에 된장, 과매기에 초고추장 거기다 부피가 많이 나가는 컵라면, 외국 밥이 입맛에 맞지 않다고 햇반, 식사 후 커피가 입맛에 맞지 않다고 한국산 인스턴트 봉지커피까지 준비하고, 식사 후 입안의 청량감을 위해 한국산 껌(자일리톨)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버스여행 중 심심하다고 한국산 초코렛, 사탕, 땅콩 등을 준비하여 운행 중 제발 앉아 계시라는 현지 가이드의 말을 무시하고 흔들리는 차중에서 몸의 중심을 가까스로 지탱하며 일행에게 악착같이 배급하는 것은 보통이고, 굳이 싫다는 서양 운전기사에게 오징어를 멕이는 반강제적 호의도 마다 않는다(서양 운전기사는 보통 운전 중 취식을 하지 않으며 냄새가 강한 오징어는 싫어 하는데 우리 손님들은 겸양이라고 생각하시고 끝까지 들이 댄다. 나중엔 내가 약간 화를 내고 대신 거절해야 상황이 종료됨)
식당에 도착하면 우선 각자 가져온(혹은 공동으로 준비한) 한국 음식물을 세팅한다
고추장, 김, 김치는 필수이고 기타 멸치볶음, 젓갈류, 소고기장조림 등도 자주 등장한다
서양음식이나 중국음식에 그다지 매칭이 안 되는 음식물이나 음식국수주의자인 한국인은 괘념치 않는다.
특히 중국에 가면 중국음식이 느끼하다고 해서 한국의 중국집에서 접시당 1~3만원 짜
리 산해진미를 앞에 놓고도 뜨거운 물을 찾아 컵라면으로 일단 해장을 해야 하는 손님들도
있다. 가끔 중국 식당에 뜨거운 차는 있어도 뜨거운 물은 금방 주문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
는데 빨리 가져 오지 않는다고 현지가이드에게 닥달을 한다. 그리고 부부가 동행한 단체일
경우 대부분 성별로 나눠 앉는데 부인들께서 가정에서 하듯이 남편들의 테이블에 준비해 온
한국음식을 분주히 개봉하고, 세팅하여 지어미로서의 본분을 착실히 수행한다
그리고 관광 도중 길거리의 과일이나 군것질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며 대개 일행 중 한 분
이 총대를 메고 많이 사서 일행들에게 선심을 쓴다. 식사시간이 1시간도 안 남았는데…
단체 중 총무를 보시는 분은 현지 과일이나 음식을 많이 사서 일행들에게 분배를 하면 센스
있고 유능한 총무가 되며 무조건 칭찬 받는다
우리 민족은 한반도라는 돌투성이 척박한 땅에서 고래로 굶주리며 살아 온 것임에 틀림없다.
40여 년 전 박모 장군이 썬글래스를 끼고 폼 잡으며 혁명한 이래 굶주림이 해소가 되었건만
반만년씩이나 굶주려 왔던 기억이 한국인의 DNA에 원형으로 박혀 있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우리도 등산 가면 등산백에 바리바리 싸 가지고 나눠 먹지 않는가
그러나 친구들아 이제 산에 갈 때 불 피우며 취사하는 것은 삼가도록 하자.
라면이나 국물이 있는 것은 식당에서 해결하자. 산천을 주유하며 자연을 보고 느끼며 친구
들과의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족히 즐겁지 아니한가 ? (이러다 식도락 친구들에게 몰매 맞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촌스런 속담은 이제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말린 양고기, 말고기만으로 세계정복을 하고 현지화(국제화)에 성공했던 징기스칸의
후예가 아닙니까요
두번째 특징 : “ 술을 많이 마신다 “
여행이란 일상에서의 탈출이요, 기존의 모든 스트레스로 부터의 해방이다
해외여행은 일상에서 봐 왔던 풍경, 사람들, 말 등이 확 바뀌는 관계로 여행자들은 익명성
을 보장 받고 마음껏 일탈을 꾀한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은 이러한 일탈을 꾀하는데 있어 술이란 매개물을 꼭 필요로 한다
한마디로 엄청 마신다
부부로 구성된 단체라 할지라도 남성들은 부인들의 만류에 상관없이 아침식사 때만 제외
하고 매끼 거의 들이 붓는 수준이다
부인들도 사람에 따라 엄청 마신다. 특히 부인들끼리 구성된 팀일 경우 남자들 못지 않다
무슨 원한이 그리 많은지 마시고 또 마신다. 발렌타인 21년산을 공항대합실에서 비행기를
갈아 타는 1시간 반 동안 남자 10명이 3병을 비운다. 종이컵에 오징어포를 안주 삼아…
그리고 불륜의 골프투어 커플은 비싼 샤토 딸보 와인 한 병을 탑승시간 30분을 남기고
간단히 비운다. 역시 종이컵이다
못 살았던 한도 있고, 못 배운 한도 있다. 못 난 한도 있고 불행한 가정사에도 한이 맺혀
있다. 따라서 무조건 마시고 잊어야 된다. 해외까지 나와서 분위기도 짱이고 기분도 짱인데
까찟꺼 마음껏 마셔 보자는 것이다.
중국 계림에 갔을 때 장년들로 구성된 한 단체가 일인당 소주(플라스틱병) 1박스씩 총 20박스를
반입하여 사흘 만에 동을 내는 것도 보았다
엄청난 주량인데 취중에 계림의 아름다운 산수가 머리 속에 기억되었는지 난 알 수가 없다
중국에는 지방마다 명주가 많다. 솔직히 말해 대부분의 백주(고량주)는 소주보다 품질이 좋을
뿐 아니라 뒤끝도 깨끗하고 가격도 무척 저렴하다. 중국음식과 잘 조화되는 것은 말 할 나위
도 없다. 한국에서 매일 마시는 소주를 굳이 외국에 까지 공수해 와서 양주와 짬뽕을 해서 다
음날 투어를 취소하고 골프 라운딩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는 데는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비꼬는 나도 해외여행 나오면 좀 마신다. 왜냐고 ? 나도 한국인이니까..
한이 많으니까...
세번째 특징 : “ 잔 다 “
장면 1 : 뉴질랜드 남섬. 유명한 호반도시 퀸즈타운에서 밀포드사운드라는 피요르드 관광지까지의 버스 여행. 주변의 검푸른 숲과 옥색으로 빛나는 호수,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에서 흘러 내리는 수많은 폭포. 그야 말로 판타지영화, “반지의 제왕”의 로케현장답게 한눈을 팔 수 없는 절경의 연속이다
장면 2 : 노르에이 오슬로를 출발한 버스가 북해 연안의 피요르드 관광지의 베이스타운인 베르겐까지의 장거리 버스여행. 현지가이드가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를 틀고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차창 밖으로는 녹색의 푸른 초원과 붉은색의 그림 같은 집, 거울 같은 호수에는 검푸른 산이 투영되어 환상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그림엽서의 연속이다.
장면 3 : 중국 계림. 계림시에서 양삭까지의 2시간 남짓한 버스 여행. 길 양쪽으로 광서성 특유의 고색창연한 벽돌집과 카르스트지형의 예쁘고 기묘한 모양의 산들이 수도 없이 이어진다. 조물주가 천재적 솜씨로 주물러 만든, 그야말로 동양산수화 그 자체이다.
장면 4 : 캐나다 서부 재스퍼에서 밴프까지 록키산맥 연봉을 따라 내려오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 Parkway). 양쪽으로 병풍처럼 도열해 있는 3,000m급 고산준령들 ! 그 엄청난 스케일과 힘찬 장년기의 산지형을 보고 있노라면 숨을 턱턱 막힌다.
이 장관과 절경을 바로 차창 밖의 지척에 두고 우리 손님들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
답) 카메라 촬영 ?
아니죠
답) 캠코드 촬영 ?
아니죠
답) 옆사람과 경치에 대한 감상을 교환 ?
아니죠
답) 그냥 혼자 조용히 감상 ?
아니죠~~
(답) 주무신다
맞씁니다 !!
마꼬요..,
장면 5 : 중국 서안. 서안시에서 여산 진시황릉까지의 버스여행, 주변 풍경도 별로여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현지가이드가 진시황과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에 관한 재밋는 중국역사 강의를 하고 있다
장면 6 : 러시아의 고도 셍페테르부르그시에서 인근의 관광지 겨울궁전까지의 버스여행. 현지여성가이드(러시아문학 박사과정)가 러시아 근세사에 대해 소설 같은 역사와 푸쉬킨의 권총결투 같은 재밋는 에피소드를 열심히 들려 준다
이 장면에서 우리 손님들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답) 주무신다
아니죠 ~ (ㅎㅎ)
답) 사진 찍는다
역시 아니죠 ~
답) 술 마신다
맞씁니다 !!
그러니까 우리 한국관광객은 버스여행 시 차중에서 대부분은 주무시거나 아니면, 마신다
단체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 한국분들의 체력이 많이 허약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시차도
있고 연세가 많으신 경우도 있고 전날 밤 주흥이 지나친 경우도 있겠지만 연령불문 대부분 버
스만 타시면 그야말로 맥을 못춘다.
30분 이상의 버스여행 시 출발 20분 정도 지나서 차중을 둘러 보면 전멸이다
현지 가이드가 뭔가 현지정보나 현지 역사를 하나라도 더 전해 드릴려고 애쓰지만 마이크 잡
은 지 10분만 지나면 앞 줄의 한, 두명 제외하면 대부분 주무신다. 그리고 주무시고 난 다음
에는 주당 아저씨들 몇 분이 작당하여 뒷좌석에서 면세점에서 구입해 온 양주 혹은 공수해 온
소주로 무료함을 달랜다.
현지가이드의 역사강의는 애초에 관심이 없으시다. 부어라, 마셔라, 인생은 짧고 허무하니
도도한 주흥으로 현재의 이 즐거운 삶을 실감하자! 는 것이다
여행이 종료되고 공항으로 가는 차중에서 가이드들이 일정 중 다녀 온 관광지를 하나 하나 복
습하며 ”첫쨋날 육층탑이 있던 절은 무슨 절이죠 ?” 혹은 “둘쨋날 가셨던 공원은 무슨 공
원이죠 ?” 하는 식으로 물어 본다. 우리 손님들의 점수는 실망스럽게도 평균 10점을 못 넘긴
다. 물어 보는 가이드가 민망해서 서,너번째 부터는 그냥 지가 묻고 지가 답하는 식으로 진
행한다.
한국인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결과주의형 민족이라고 한다
식사를 해도 서양인들, 중국인들은 대화도 하고 와인도 마시며 최소 1시간 이상, 2시간도 넘
기며 과정을 즐기는데 한국인은 15분을 넘기지 못한다. 짜장면인 경우 5분이면 족하다.
식사의 궁극적 목적 “ 위를 채워 허기를 면한다”는 목적만 달성되면 과정은 그다지 중요하
지 않다는 주의다.
마찬가지로 관광도 목적지의 하이라이트 관광지에 가서 사진만 찍으면 되지, 버스 타고 가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 과정을 무화(無化) 시키기 위해 자거나 술을 먹거나 영동고
속도로의 관광버스에서 보듯 광란의 막춤을 추거나 하는 것이다
막상 목적지인 관광지에 가서도 5분, 10분 정도 사진 촬영이 대충 끝나면 십중팔구 누군가의
입에서 “ 가자 “하는 소리가 나온다. 사진 찍었으니 결과를 얻었고 볼 일 다 본 것이다
빨리 빨리 다음 코스로 전환하여 또 다른 결과를 얻으러 가야 하는 것이다.
물론 다음 관광지로 가는 도중의 시간은 주무시거나 마시거나 둘 중의 하나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네번째 특징 : “ 정이 많다 “
중국의 관광지에 가면 장애자나 어린애, 그리고 애기를 안고 있는 남루한 옷차림의 아주머니
들이 구걸을 하거나 꽃을 팔거나 기타 조악한 기념품을 팔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의 악착스럼과 아이들의 영악함은 경험해 본 사람들은 혀를 내 두를 정도다
미취학 연령, 혹은 좀 더 들어 보여야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손님들의 치마를 붙
들고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으로 돈 줄 때까지 졸졸 따라 다니는데 대부분의 한국손님들은
불쌍하다고 초장에 돈을 주어 버리고, 좀 버틴다는 분도 종당엔 두 손 들고 만다.
그들은 이른바 흑해자(黑孩子)라 하여 당국에 호적도 없는 無籍의 아이들도 있고, 한국의 앵
벌이 같은 조직의 말단 행동대일 혐의가 짙으며, 악질 부모가 아이를 학교도 보내지 않고 아
예 아이를 그 방면으로 보내 호구지책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관광객이 주는 돈은 일종의 범죄조직의 비즈니스를 도우는 길이며, 악질부모의 희생자
인 아이들에게 가는 돈은 그 아이나 부모의 자생력을 죽이는 것이므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 구걸단의 타깃이 외국관광객 중에서도 유독 한국인이라는 문제가 있다
장가계나 계림 등 여러 중국의 관광지에 가면 일본인, 대만인, 홍콩인, 기타 서양인들도 눈에
많이 보이는데 이 구걸하는 이들의 타깃은 언제나 한국인에 집중되거나 한정되어 있다.
현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한국관광객을 한마디로 “호구”로 본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외국인들은 걸인들이 따라 붙으면 아예 상대를 해 주지 않고 무시해 버리기 때문
에 처음부터 시도를 하지 않는데 비해 한국관광객은 “애고 불쌍하다, 저 조고마한 것이 먹
고 살겠다고.. 쯧쯧” 하는 표정이 확연히 눈에 들어 오기 때문에 대번에 그들의 표적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한국관광객은 잘 베푼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쟁통에 미군 지프차를 쫓아 다니며 껌 달라고, 초코릿 달라고 외쳤던 옛날 시절이 생각 났
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푼돈으로 가난한 후진국의 아이들에게 자선을 베푼다는 자기만족일지
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 수혜자에서 이제 시혜자로 역전이 되었으니 달콤한 복수처럼 기분 좋
은 일이다. 그러나 이 값싼 동정이나 무분별한 자선이 수혜자인 그들로 부터도 존경을 얻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마디로 한국적 휴머니즘은 주고 뺨 맞는 데 특징이 있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골퍼들이 겨울만 되면 중국 연안, 해남도, 동남아 각지에 그야말로 쓰나미처럼
몰려 가서 국부를 과시한다.
현지의 교민이나 일본인 주재 근무자들은 한국의 관광객(골퍼)들 때문에 현지 캐디 아이들 버
릇이 나빠졌다고 한탄들을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버디 잡았다고 동반 캐디들에게 1불씩 혹은 5불씩 호기있게 돌리는 건 약과고 돈내
기를 해서 딴 친구가 기마에로 통 크게 자신의 캐디에게 큰돈을 주어 버리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늘집에서 먹을 때 꼭 캐디 아이들 먹는 거, 마시는 것 챙겨 준다. 같이 고생했는데
먹는 거 가지고 뭐 째째하게 그럴 것 있느냐는 것이다.
현지의 캐디들은 지 먹을 것 다 챙기고 다닌다(한국도 마찬가지지만). 그늘집의 비싼 외국 주
스를 먹을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차라리 끝나고 팁을 많이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 팁핑에는 또 우리 한국인들이 유난히 인색하다.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현지의 룸살롱도 마찬가지다
보통 여성이 접대하는 술집에서 접대부는 술을 먹지 않고(손님이 권하면 가능) 옆에서 시중만
드는 것이 보통인데 한국관광객은 主客不問 호스티스에게도 술을 주어 나중에는 호스티스들이
저희들끼리 취해 부어라 마셔라, 손님은 뒷전이고 저희 나라 노래를 부르며 희희낙락한다
한국손님들은 현지 노랫말을 모르니 자기들 끼리 심드렁하게 대화를 주고 받을 뿐이다. 도대
체 누가 손님이고 누가 접대하는 사람인가 (主客顚倒란 바로 이런 경우다)
그리고 파티가 종료되면 팁이 적다고 인상 쓰는데 한국 룸살롱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몇 년 전 방콕에 세토라는 일본인 친구가 있어 그들의 전용 룸살롱을 가 본 적이 있다
호스티스가 무릎을 딱 꿇고 술을 따르고 아예 술은 입에도 대지 않으며 손님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일본의 가정에서 일본인 아내가 主人(남편)에게 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다소곳한 모습, 복명복창. 그리고 항상 웃는 보조자, 봉사자로서의 자세.
술값은 한국관광객 전용 술집 보다 훨씬 저렴했다
한국관광객은 대책없이 정이 많은 민족이다
우리는 머리 보다는 가슴으로, 보이는 대로 정을 주고, 정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예로부터 촌락공동체 생활에 젖어 공생공존, 못사는 사람 배려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몰
라도 돈을 주고도 누릴 줄을 모른다. 서비스하는 사람의 먹는 거, 마시고 싶은 거 (그러니까
주로 먹는 것) 다 챙겨 준다.
따라서 캐디나 호스티스, 운전기사도 우리 손님과 동등한 입장으로 업그레이드시켜 같이 먹고
마셔야 휴머니스틱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즉 세상은 너, 나 잘난 놈 없이 공평해야 한다
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주종(主從), 주객(主客)의 차별성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들은 우리 한국인들의
기대하지 않았던 호의에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좀 더 익숙해 지면 그야말로 “올라 타고”
다른 외국인처럼 뒤늦게 주객을 따지면 배신감을 느끼며 표리부동한 인간들이라고 경멸하고
만다
우리 민족은 노예를 부리고 살 만한 자질이 없는 민족인 것 같다
예전 인도네시아 근무 시 겪었던 일. 인도네시아 현지 주재근무자(한국인)들의 가정에 보통
하인을 2~3명 데리고 있는데 이들 하인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한 달이 멀다 하고 교체하고,
또 하인들이 도망가고, 도둑질하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거의 80%에 달하는
한국인 가정에서 똑같이 하인들과의 트러블을 가지고 있는데 집사람의 말을 유심히 들어 본
결과, 한국인 안주인이 하인을 너무 인격적으로 무시하여 하인들이 심하게 모멸감을 가진 끝
에 복수를 당하거나, 아니면 턱없이 가족같이 우대를 해 준 끝에 믿는 발등에 도끼가 찍히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반대로 일본인 가정은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여 존
중해 주는 동시에 주인으로서의 권위를 유지하며 주인으로서의 엄격한 행동양식을 보임으로서
존경과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여섯번째 특징: “시끄럽다”
장면 1 : 필리핀 따가이따이 화산지대의 시원하고 전망 좋은 외국인 관광객용 레스토랑. 일단의
남자(약 15명정도)들이 갑자기 술잔을 치켜 올리드니 동시에 박력있는 큰 목소리로 외친다.
“위하여 !!“
주변의 다른 외국손님들과 종업원들이 깜짝 놀래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 본다. 그들의
표정이 놀람에서 경멸로 바뀌는데는 약 5초가 걸린다
장면 2 : 스위스의 루체른. 그림 같은 호반과 장난감 같은 집들. 공기는 맑고 시가지는 평화스럽다.
거울 같은 호수 너머의 눈 덮인 산에서 요들 송이라도 들려 올 것 같은 분위기
일단의 여성들이 버스에서 내리더니 이 호반의 도시는 갑자기 소음 테러를 당하고 만다
그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일행을 부르는데 이 자그마한 마을이 떠 나갈 듯한 성량을 사용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우스개 소리를 했는지 자지러지게 웃는데, 그것도 여러 사람이 돌아 가면서
연속적으로 자지러지게 웃는데 지나가는 현지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신기하다는 식으로 한참
동안 구경 할 정도이다
장면 3 :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의 한 호텔. 친척단위로 놀러 왔으니까 동서간, 처남 매부간 할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트윈베드 객실 하나를 골라 18명이 모인다. 시바스 리걸과 버드와이저를
섞은 폭탄주가 남자들의 입에 몇 순배 들어 가고 부인들도 슬쩍 슬쩍 강권에 못이긴 채 마신
주량이 제법 된다. 주흥은 도도해 지고 위 아래 없이 대화는 솔직해 지고 분위기는 상승되는
만큼 목청도 돋워진다. 흥겨운 대화와 웃음소리가 새벽 2시를 넘긴다
갑자기 객실 벨이 딩동 거려 나가 본 즉, 호텔 직원과 경찰관 비슷한 복장의 시큐리티 안전요원이
인상을 쓰고 있다. 같은 층,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난리 났다는 것이다
이 때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하신다는 분이 “스미마생”하면서 일본말 + 짧은 영어로 사과하고
사태를 수습한다. 취중에 발휘되는 이 애국심(?)에 나는 웃을 수도 없다
장면 4 : LA 인근의 아웃렛 매장. 버스에서 내린 단체손님들이 20여개의 할인매장으로 습격(?)한다.
적어도 이 매장의 점원들은 아래의 몇 가지 이유로 습격이란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이들 쇼핑객들은 매장 내에서 일행을 부르는데 여전히 장면1의 그 큰 성량을 사용한다.
그리고 서로 상품정보를 교환하는데 한마디로 왁자지끌이다
둘째, 정성스럽게 진열해 놓은 물건을 앞뒤로, 위아래로 완전히 엎어 버린다
뭐든지 꼭 손으로 만져 보고 뒤집어 보고 갔다가, 또다시 되돌아 와서 또 만지고 뒤집어 본다.
자기 몸의 칫수나 발 사이즈를 모른다. 무조건 하나하나 다 꺼내 대 보고 신어 봐야 한다.
화 나는 건 이래 놓고도 결국엔 안 산다는 데 있다
셋째, 누가 가격 대비 괜찮은 물건을 골랐다 하면 일행 모두가 똑 같은 아이템(색상까지도)을 찾는다.
몰빵이다. 재고가 많이 있을 리 없다. 창고까지 뛰어 갔다 왔다 해야 한다. 재고가 없으면
일행끼리 은근히 인상 쓰며 싸우는 분위기다. 당연 계산 시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평소 한국에서 생활소음 쯤으로 여기는 휴대전화 소리는 우리나라 지하철이나 강의실 등에서
만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이 한국인의 휴대전화는 일본의 고속철 열차 내에서도 터지고 중
국 청도 골프장의 그린, 태국의 게이쇼 극장 등 시와 때를 막론하고 무시로 터진다
호텔로비, 레스토랑, 항공기내, 지하철이나 버스차중, 극장 같은 공연장 등 폐쇄적인 공간을
공중이 공동으로 이용할 경우의 기본적인 매너가 우리 한국인들에겐 없다. 자신들이 내는 소
음이 타인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이다.
언젠가 2호선 전철 강남역에서 신도림까지 옆자리의 아가씨가 40분 내내 핸드폰에다 대고 소
위 –오빠-라는 작자와 조잘 거리는데 거의 신경쇠약으로 돌아 가시는 줄 알았다. 그 아가씨가
만약 이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그 애의 목을 졸랐을 것이다 (대신 같이 내리는 그 아가씨
에게 친절하게 10초간 공중예절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참았다)
<결어>
3회에 걸쳐 내 사업의 원천인 귀하고 고마우신 손님들을 놓고 많이 비틀고 꼬집었다
여행사가 벌써 비수기에 접어 들어 남는 시간을 이용해 그간 느낀 바를 동창들에게 심심풀이
로 들려 드렸는데 이는 비단 내 손님들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바로 나의 모습이고 우리 이웃의
친근한 모습이기도 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우리 한국 관광객은 누대의 굶주림의 기억으로 너무 먹고 자는 원초적 본능(?)에 충실하다. 그리고 급격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소득은 준 선진국 수준인데 의식은 아직도 개도국 수준이다, 즉 초스피드로 경제성장을 하다 보니 결과주의에 만족해 하고 과정을 즐기는 여유를 모른다. 그리고 한국의 교육이 어릴 때부터 지식교육에 치우치다 보니 시민의식이 많이 부족하다.. 등등의 말을 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우리 손님들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며 단지 우리 한국인들이 좀 더 많은 해외여행을
통해 국제화되고, 여행 전 미리 여행지에 대한 인문적 교양, 문화적 이해를 쌓아 일류국가 국
민답게 보다 심층적으로 여행지의 문화와 사람을 즐기고 그래서 본전을 뽑기를 기대하는 차원
에서 쓴 소리를 했던 것 같다.
요즘 여행 인솔을 해 보면 8년 전 처음 여행사를 시작 해 인솔했을 때와 많은 차이를 느낀다.
앞서 글을 재밋게 할려고 사실을 좀 과장했거나 너무 일반화한 점이 좀 있었는데 실제로 요즘
은 앞서 지적한 부정적인 현상들이 대폭 줄어 들었다. 공부하고 떠나시는 분들도 많고 글로벌시대의
젊은이들은 너무 선진화되고 세련되어 전문여행인인 내가 뭐 보태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수준이다
(끝)
한국해외여행객들 표현하기에 적당한 사자성어(四字成語)
- 안하무인(眼下無人)
- 방약무인(傍若無人)
- 연목구어(緣木求魚)
첫댓글 요즈음은 많이 나아졌지요. 몇년전 저도 런던 호텔에서 밤늦게 쫒겨난 적이 있었습니다. 여성단체의 경우 아직도 먹는 것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암튼 재미있는 글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