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새벽 5시, 전날 미리 싸두었던 배낭을 짊어메고 조용히 집을 나선다. 이틀전의 가리왕산 종주로 몸은 조금 힘들지만 오래전부터 계획했던대로 오늘은 한북정맥을 끝내야한다. 아파트앞의 다리를 건너 의정부 구터미날로 들어서니 하늘에 별은 총총하고 맑은 날씨라 산행하기에는 좋을것 같으며 정맥 하나를 마무리 한다는 설레임도 있지만 독도가 가장 힘든 구간이어서 어려움없이 잘 끝낼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생긴다. 5시 40분에 출발하는 광능내행 21번 첫버스를 타고 광능으로 향하다 직동리에서 하차하고 앞에 보이는 고모리길로 들어선다. 식당촌사이로 길을 따라가면 심심한 개들만 나와서 짖어대고 어둠은 점차 사라지며 희뿌연 새벽이 열리기 시작한다. 콧배기에 땅이 송글송글할쯤 비득재에 오르니 가파른 절개지위에 붉은색 표지기가 언뜻 보인다.(06:22) 옹벽을 넘어 무너져 내린 절개지를 바로 오르다 보니 너무 위험할것 같아 포기하고 옆으로 좀더 진행해 낮은 풀숲을 헤치고 오르니 길이 나타나고 반가운 표지기들도 보인다. 쓰러진 나무들과 나뭇가지들이 앞을 막아서는 잡목지대를 헤치고 큰바위위에 오르면 아침을 맞이하는 민가와 식당들의 모습이 포근하고 낭만적으로 보인다. 땀을 흘리며 풀숲을 헤치고 계속 올라가면 철탑이 서있는 노고산(380m)에 오른다.(06:53)
옛 고모리성터가 남아있는 정상은 넓은 초지이고 앞으로는 죽엽산이 흐릿하게 보이며 이어지는 철탑의 모습이 흉물스럽게 보인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두갈래 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고모리 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꺽어져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가면 길은 이내 평탄해진다. 잣나무와 밤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넓은길을 오랫동안 가다 보면 저절로 익어 떨어진 토종밤들이 사방에 흩어져 딩군다. 갈길이 멀어 마음은 급하지만 배낭을 벗고 크고 좋은 것만 담아도 이내 배낭은 밤으로 가득찬다. 더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잡목숲을 지나 소나무 군락을 넘으니 천도교 묘지가 나온다. 왼쪽으로 꺽어져 공동묘지 사이를 따라 내려오면 군부대 철조망이 나타나고 철조망을 따라 내려오면 부대 정문이 나온다. 이곳에서 정맥은 군부대로 막히고 부대 앞길로 빠져 나오면 의정부와 광능을 잇는 314번 지방도로가 나온다.(08:12) 축석으로 향하는 포장도로를 따라서 오르다가 다름고개 정상에서 왼쪽 숲으로 들어가 나무들을 헤치고 오르면 다시 희미한 능선이 나온다.(08:26) 능선에 올라 밤나무 사이의 임도를 따라 가다 오른쪽의 낮은 봉우리(283m)에 오르고 더 나아가니 군부대 철조망이 앞을 막아선다.(08:39) 왼쪽으로 내려가 보지만 더이상 길이 없고 오른쪽으로 내려와 오리를 사육하는 농장을 지나고 "옹달샘가든"을 지나 다시 314번 도로로 내려온다. 도로를 따라 계속 가면 의정부와 포천을 잇는 43번 국도상의 축석고개에 닿는다.(09:09)
도로를 건너서 검문소를 지나 교회 앞길로 들어가면 주택들이 많이 있고 "정은사"가는 길이라 적혀있다. 정은사쪽으로 가다가 민가가 없는 곳에서 왼쪽으로 올라 다시 마루금을 밟는다. 잣나무사이의 길을 따라 계속 오르면 천보산맥 주능선과 만나고 왼쪽으로 꺽어지면서 길은 더욱 뚜렸해지고 푹신해진다. 조용한 길을 따라 걷다 암릉지대를 타고 내려오면 백석이고개이고 고개를 지나 오르막 길을 오른다. 작은 봉우리들을 몇개 넘고 앞으로 천보산의 뾰족한 송신탑을 보며 계속 나아가면 로얄골프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10:06) 다소 희미해진 길을 따라 내려와 작은 암릉에 서면 골프장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덕고개까지 이어지는 능선상의 작은 숲들이 마치 바다위의 섬들처럼 민가와 논밭사이에 드문드문 보인다. 잡목사이의 길을 내려오면 로얄골프장의 중코스 3번홀로 내려오고 계속해서 4번과 6번홀사이의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걷다 5번홀의 팅그라운드를 통과해 골프장을 벗어난다. 포장도로를 넘어 다시 숲으로 들어서면 잡목사이로 낮은 구릉지대가 이어지고 옆으로 논밭과 농가들이 보인다. 계속 진행하면 작은 포장도로로 내려서고 앞으로 바로 보이는 숲으로 들어가 다시 능선을 찾는다. 묘지를 지나고 오래된 떡갈나무를 지나면 111.9봉의 삼각점이 있고 잡목숲을 더 지나면 "제성산업"공장이 있는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이곳부터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가면 "덕현빌라"를 지나고 주택사이의 길을 계속 가면 덕고개에 도착한다.(11:27)
상가들이 밀집해있고 차량통행이 많은 덕고개를 건너 농협삼거리에서 오른쪽의 작은 포장도로를 따라간다. 한적한 도로를 걷다가 숲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보지만 이내 도로로 내려서고 한참을 헤메다 도로를 건너 멀찍히 보이는 잡목숲으로 들어가니 반갑게도 정맥표지기가 보인다. 다시 시작되는 숲길을 따라 가면 군부대 철조망이 나타나고 철조망은 산정상의 초소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뙤약볕아래 철조망을 따라 오르막 길을 오르면 땀이 온몸을 적시고 아카시아 까시들이 사정없이 찔러댄다. 큰테미 정상 바로 밑에는 소나무들이 많이 있어 그늘이 지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준다.(12:15) 오랫만에 땀을 딱고 내친김에 주저앉아 빵과 우유로 점심을 먹고나니 진행속도가 너무 늦은것 같아 은근히 조바심이 생긴다.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져 한적한 길을 한동안 내려오면 포장도로로 내려서고 새로 지은 아파트가 앞을 막는다. 아파트를 오른쪽으로 우회해 다시 작은 길로 들어가니 "협성금속"공장이 나오고 공장옆의 길을 따라가면 경원선철도가 나온다. 철도를 건너고 공장들 사이의 길을 따라가 의정부와 동두천을 잇는 3번국도상의 샘내고개에 도착한다.(12:59)
LG주유소에서 길을 건너 거북비석이 세워져있는 묘지로 들어가 잘 다듬어진 잔디밭을 지나서 능선으로 오른다. 뚜렸한 등로를 따라 걷다가 숲길을 벗어나면 불곡산과 임꺽정봉의 울퉁불퉁한 암봉들이 나타나고 임도들이 여기저기로 뻗어있다. 넓은 임도를 따라 한동안 걷다가 갈림길에서 왼쪽 임도로 방향을 바꾸고 유격장 시설물을 지나치면 청엽굴고개에 닿는다.(13:48) 고개를 건너 낮은 철조망을 따라 산을 오르면 쓰레기들이 마구 버려져 있고 배설물들이 널려 있어 매우 지저분하다. 연이어 나타나는 유격장 코스들을 지나 바위들을 타고 오르면 능선이 갈리는 안부가 나오고 밧줄을 잡고 왼쪽으로 조금 오르면 임꺽정봉(450m)이다.(14:13) 암봉위에 오르면 의정부와 양주군 일대가 훤하게 보이며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이 손에 닿을듯 가깝고 죽엽산에서 이어지는 정맥의 마루금이 희미하게 보인다. 올라왔던 바위를 내려가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이번에는 좀 위험해 보이는 20여 미터의 긴 절벽지대가 나타난다 . 튼튼하게 설치되어 있는 굵은 밧줄을 잡고 조심해서 내려와 바위사이의 길을 따라 가면 왼쪽으로 뚜렷한 하산로가 있지만 앞에 높은 봉우리와 능선이 보이고 정맥표지기도 몇개 보여서 계속 직진해본다. 암릉사이의 길을 따라 계속 가보니 철조망이 앞을 막는다. 혹시라도 하는 생각에 철조망을 넘고 암릉을 따라 계속 가보니 높은 망루가 서있고 초병들이 있으며 더이상 길은 보이지 않는다. 초병들에게 물어보니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고 깜짝 놀라며 길이 없으니 돌아가라고 한다. 되돌아 나와 잔돌이 많이 깔린 좁은 길을 한참동안 내려오면 묘지들이 보이고 더 내려오면 가구공장들을 지나 양주와 파주를 잇는 350번 지방도로상의 오산삼거리에 닿는다.(15:04)
오산삼거리에서 넓은 길을 건너 마주 보이는 포장도로를 약간 들어섰다가 왼쪽으로 보이는 작은 시멘트 길로 들어간다. 밭사이의 길을 따라가다 "상계목장"이라고 쓰여있는 허름한 농장을 지나고 다시 산으로 들어간다. 우거진 잡초를 헤치고 옆으로 보이는 능선으로 무작정 올라가면 등로가 나타나고 표지기들도 보인다. 잡목사이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오래된 산성터가 나오지만 넝쿨과 잡초들이 덮고 있어 옛모습을 가늠할수도 없다. 산성을 내려와 철탑을 두군데 지나면 이차선 포장도로인 작고개로 내려서고 비닐하우스들이 여러동 서있다.(15:42) 고개를 건너 밤을 줏는 사람들을 지나쳐 오른쪽에 보이는 능선으로 오르면 다시 등로가 나오고 조금 가면 철탑들이 나타난다. 철탑들을 지나고 잡초가 무성한 희미한 길을 오르면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한동안 올라 주능선에 닿으면 길은 뚜렸해지고 조금 더 오르면 호명산(420m)정상이다.(16:23) 정상은 나무들이 우거져 조망이 좋지 않으며 대기는 흐릿하고 해는 점점 기울어 간다. 일몰까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지만 아직 갈길은 멀고 이렇게 길 찾기가 까다로운 곳에서 야간산행을 한다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어서 마음은 점점 초조해진다. 물 한모금만 마시고 빠른 걸음으로 산행을 재촉한다. 숲사이의 한적하고 평탄한 길을 한동안 내려오면 다시 이차선 포장도로가 나오고 고개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농장 출입문이 보이며 녹슨 철문에 출입금지라고 쓰여있다. 철문옆으로 오르면 잘 조성된 묘 두기가 나오고 다시 숲길이 이어진다. 숲길을 따라가다 급경사 오르막을 한동안 오르면 한강봉(476m)정상이다.(17:07)
썬산악회에서 표시판을 매어놓은 나무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고 주위의 나무들은 많이 베어져있어 사방으로 조망이 좋으며 의정부시내도 잘 보인다. 급한 마음에 쉬지도 못하고 바로 넓직한 하산로로 내려가니 나무벤치들이 있는 쉼터도 나오고 뚜렸한 길이 이어진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길이 좀 이상해 지지만 주능선만 밟는다는 생각으로 잡초를 뚫고 진행한다. 길은 점차 없어지며 마을로 내려가는 것 같아 가만히 생각해보니 표지기를 전혀 본 기억이 없다. 그제서야 지도를 보고 사방을 관찰하니 왼쪽으로 뚜렸한 능선이 보여 정상에서 길을 잘못 들어선것 같다. 낙심천만이고 맥이 풀리지만 다시 한강봉으로 되돌아 가야 하고 이제는 꼼짝없이 야간산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한숨만 푹푹 나온다. 신나게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가려니 가파른 오르막이라 진땀이 흐르고 숨이 턱에 찬다. 한강봉에 다시 올라와서 보니(17:50) 남쪽으로도 하산로가 있지만 나무들을 벌목해 놓은 탓에 길도 가려져 있고 표지기도 보이지 않으며 좀전에 내려갔던 서쪽은 방성리로 내려가는 길인듯 하다.
남쪽 능선으로 내려와 빽빽한 나무숲을 오랫동안 오르니 넓은 헬기장이 있는 챌봉(516m)에 닿는다.(18:16) 한강봉을 다시 오르고 쉬지않고 챌봉까지 빼버리니 힘이 빠져 다리가 후둘거리고 거의 탈진상태이다. 나무등걸에 걸터앉아 헤드랜턴을 준비하고 쵸코렛과 이온음료를 먹으며 쉬니 힘이 좀 돌아오는 듯하다. 다시 능선을 타고 내려오니 임시화장실이 서있는 임도가 나타나고 날은 이제 완전히 어두어져 버렸다. 랜턴을 켜고 임도를 넘어서니 울창한 잡목숲이 나타나고 나뭇가지들이 길을 막으며 시야가 아주 좋지않다. 예비 손전등까지 켜니 어느정도 주위가 분간이 되고 길이 보여 발밑만 보며 나아간다. 잡목지대를 빠져나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넓은 공터가 나오고 철망이 쳐진 무선항공국이 나타난다.(18:56) 작년 겨울에 울대고개에서 이곳까지 왔다가 경비원의 제지로 발길을 돌린곳이기도 하다. 경비원이 나오면서 민간인이냐고 묻더니 통과하라고 한다.
철망을 왼쪽으로 돌아 시멘트 도로에 내려서고 조금 내려가다 다시 능선으로 붙는다. 여기서 부터는 와봤던 길이고 이제 목적지가 얼마 남지않아 안도의 마음이 생긴다. 울창한 숲길을 한동안 내려오면 묘지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조금 더 내려오면 천주교 공동묘지가 나타난다. 컴컴한 묘지사이의 길을 따라 내려오면 관리소가 나오고 주택과 상점사이의 길을 빠져 나오면 의정부와 고양시를 잇는 39번 국도상의 울대고개에 도착한다.(19:38)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면 한북정맥을 거의 끝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이 들지만 한편으로 남은 정맥들을 계속 이어가야만 한다는 사명감과 중압감이 두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신호를 받고 도로를 건너면 사패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검은 실루엣이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