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월7일)은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가리왕산을 산행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그 동안 수도권 근교산행에 맛들이다가 오랜만에 장거리 산행을 나가게 됐다.
아침 7시에 사당동을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소사휴게소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하고서 진부를 빠져 나와 59번 국도변인
정선군 북평면 대기리의 장구목이골에 도착하니 시계는 오전 10시 50분을 가리킨다.
다행히 날씨는 포근하고 바닥에 5Cm가량 쌓인 눈은 내 마음을 흡족하게 해줘
바쁜 몸 동작으로 스패치를 하고서 잠시 급한 일을 한쪽에서 보고 뒤돌아서니
5-6명이 벌써 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급한 마음으로 그 들의 뒤를 따르다보니 눈 길이 힘든지 한사람 두사람 멈춰서고
난 그들을 추월하여 20여분만에 선두에서 러쎌을 하게된다.
고도를 높여 갈수록 눈은 많이 쌓여있고 스틱도 없이 러쎌을하는 난 어느새 이마에서
뜨거운 땀당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눈길에서 뽀사질듯한 무릎의 고통을 참아가며 나의 발자국으로
길을 뚫고 오르는데 갑자기 왼쪽 장단자에 쥐가 나더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찾아와 눈 바닥에 주저앉아 발끝을 잡아당긴다.
순간 가리왕산이 나도 모르게 서서히 원망스러워 지고 그 속에서도 또다시 일어나 장단지
까지 빠지는 눈길에서 발을 헛디뎌 옆으로 넘어지고 미끄러운 돌을 밟아 앞으로 꼬꾸라지며
진행하는데 온 몸에서 힘이 쫙~ 빠지는 느낌이 들고 마음까지도 허무해진다.
작년 12월 14일 대둔산 산행을 마치고 대둔산온천 직전에 설치되어 있는 운동기구에서
평행봉을 하다가 근육을 다친 왼쪽 어깨는 눈길에서 넘어질 때마다 그 고통이 심하여
옆에 있는 자작나무를 붙잡지도 못하고 그냥 꼬꾸라지거나 넘어져야 하기에 마음이 더욱
스산해지는 것이다.
헉헉거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가 뒤돌아보니 약 100m정도 후방에서 3명이
따라오고 그 나머지 사람들은 보이질 않는다.
산행 초입에서부터 그렇게 약 1시간정도를 오르다가 급경사를 올라서니 안부에 철조망 문이
나오고 그 뒤로는 잘 닦긴 임도가 깨끗하게 펼쳐져있다.
임도에 설치된 천연보호림 표시판을 읽어보고서 능선의 계곡으로 올라서니 그 곳은 길이
더욱 가파르고 눈이 많이 쌓여있어 올라서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길옆으로 앙상하게 늘어선 자작나무를 조심스럽게 붙잡고 오르다보니 간간이 보이는
아름들이 주목들이 모진 풍파 속에서 살아온 연륜을 말해주는 듯 수줍어하고 포근하던
날씨는 가리왕산의 고도를 말해주려는 듯 눈보라를 치기 시작한다.
꾹 눌러쓴 모자 위에 방한복의 모자를 다시 덮어쓰고 고개를 반대방향으로 돌려가며
엉금엉금 자작나무 숲을 이리저리 돌아가며 올라가는데 내 몸 후방에서는 그 동안 마셔댔던
이슬이와 곡주가 빠져나가는 듯 가스가 붕붕 빠져나가고 하복부는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는데 사선을 넘나들었던 청옥두타산의 조난사고에서 동상 걸렸던 양 검지 손가락 끝은
왜 그렇게 시린 고통을 나에게 안겨주는지...
천연보호림 표시판을 지나 약1시간정도 힘들게 능선을 올라오다보니 앞이 확~트인 삼거리
능선이 나를 반갑게 맞이 해준다.
그 기분!
그 희어!
일순간에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벅찬 가슴이 울렁인다.
좌측의 길은 중봉과 하봉으로 가는 길이기에 우측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7-8분 오르다보니
가리왕산의 정상인 상봉에 정확히 13시(장구목이골에서 2시간 소요)에 도착된다.
상봉에 설치된 기지국 옆에 눈보라를 맞으며 서있는 표지석을 어루만져보며 내가 왔노라
마음속으로 외쳐보며 굽이굽이 펼쳐진 산자락을 바라본다.
가리왕산의 8개 명승이라는 망누대, 백발암, 장자탄, 용굴계곡, 비룡종유굴등은 어디가
어딘줄 모르겠고 저 멀리 파노라마와 같이 펼쳐진 오대산, 두타산, 태백산, 소백산, 청옥산등
고산 준봉들이 춤을 추는 듯 눈보라 속에서 겨울의 아름다운 설경을 장식하는데 계방산과
오대산은 손을 내밀면 금새라도 하늘과 맞닿을 듯이 그 웅장함을 더해주고 동북으로 펼쳐진
발왕산과 노추산은 동해바다의 파도인양 물밀 듯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아내의 사랑을 가득 담아 싸준 노란 고구마 3개를 꺼내어 경하와 입맞춤
하듯 먹고서 뜨거운 사랑에 타버린 가슴과 입술을 달래고자 보온병을 꼭 붙잡고 유자차를
뚜껑에 쪼르르 따라 마시니 온 몸에 경하의 기가 퍼지는 듯 힘이 솟아오르는 느낌이다.
사진 한 컷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서남쪽 능선으로 내려서니 쌓인 눈이 무릎을
넘어서 허벅지까지 올라온다.
온 몸이 눈 속에 파묻지는 듯 빠져들고 스패치 끈은 덜어져 등산화 속으로 눈은 들어가는데
바람은 왜 그렇게도 매서운지 하루 빨리 하산하여 이슬이 한잔하고 싶은 충동이 앞선다.
봄에 이곳을 찾아 왔다면 취나물, 두릅을 따 이 자리에서 쭉~들이켜 마시고 내려갈 건데
라는 아쉬움을 접하고 눈 속에 앉아 스패치를 끈으로 동여매고서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양 허벅지가 쥐가나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다.
눈 속에 그대로 주저앉아 탄식을 해본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라는 마음을 굳게 다짐하고서 10여분간 허벅지를 주무르고 일어
서니 조금은 괜찮은 것 같다.
길이라곤 분간도 하지 못할 눈 속에서 나침반을 꺼내어들고 수목들의 형상과 느낌으로 능선
길을 내려서니 오후 2시 30분에 마항재에 도착된다.
마항재에 있는 산불감시초소에 들어가 구워온 흰 떡살과 산악회에서 나눠준 인절미 그리고
유자차로 허기진 배를 채우다보니 회원들이 하나 둘 내려오기 시작한다.
30여분 동안의 휴식을 취한 후 중왕산을 올려치는데 너무나 많이 쉰 탓으로 풀려버린 무릎
의 고통은 마지막 나의 한계를 실험해보고자 하는데 내가 물러설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중왕산을 올라서 피늪재 백석산 길을 버리고 좌측 계곡으로 떨어져 내려가는데 이건 장난이
아닌 듯 싶어 엉덩이로 눈썰매를 타고 내려가는데 그 중요한 곳을 돌부리가 그만....
아픔을 참고서 엉금엉금 쭈~루~룩 내려가는데 도무지 내려갈 수 없는 느낌이 들어 배낭을
풀고 아이젠을 꺼내어 치니 뒤따르던 회원이 여기까지 아이젠도하지 않고 왔느냐 묻는다.
입가의 미소로 그렇다고 답을 대신하고서 4시 40분에 백일동에 도착되는 것으로 가리왕산의
산행을 이렇게 마감하면서 내일(2/8)은 또 하남시에 있는 검단산을 산행해야 되겠기에
좋아하는 이슬이도 조금만 마시자 다짐해 본다.
아래의 사진은 일칠회장님께서 찍은 사진입니다.
장구목이골에서 시작한 가리왕산가는 길엔 많은눈이 쌓여 힘든산행이 되었습니다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의 갈미봉과 이름없는 봉우리群
정선 단림마을 골짜기와 능선좌측으로 평창군, 산너머엔 평창 진부면 용평스키장이겠지요
정상근접하여 뒤돌아본 중봉(1433m)과 하봉(1380m), 이 능선은 산나물밭으로 유명합니다
가리왕산 고사목
정상에서 하산하여 중왕산으로 가는 등산길
마항치,가리왕과 중왕 사이에 있는 十字路 같은 진부넘어가는 고개길이며 정선아리랑이 들려오는듯 합니다
중왕산에서 바라보는 가리왕산 전경
중왕산 정상, 눈밭에 앞서간 회원들의 흔적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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