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 13 - 너에게 묻는다
S#1. 교정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봄꽃으로 만개한 교정의 아름다운 곳들.. 이곳 저곳..
잠시 보이다가 그 위로 들리는 만수의 목소리. (비비에스에 글을 올릴 때의..)
만수소리 : 올해도 어김없이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그리고 잔인한 4월의 중간고사 시즌이 시작되었다.
S#2. 이교수 랩
만수가 진지한 얼굴로 모니터를 보며 글을 올리고 있다.
만수 : 전우들이여. 이 봄의 대공세 속에서 살아남기를 바란다. 상대는 각종 신형전투기로 융단폭격을 감행할 것이다.
우리의 지형지물을 최대한 이용하여 여러분의 생명을 구하고 그동안 개발을 거듭해온 지대공 미사일로 적기를 격추시켜라.
이것은 성전이다. 반복한다. 살아..남아라. 고향의 부모 형제, 그리고 그녀, 또는 그이를 기억해라.
(엔터를 쳐서 올리더니) 건투를 빈다!
S#3. 서교수 강의실
칠판에는 시험범위가 쓰여져 있고.
서교수 : 범위는 오늘 배운데까지고, 문제는 여섯 개가 나갑니다. 개념풀이와 계산하는 문제가 반반입니다. 식을 유도하다보면
시험시간이 길어질 테니까 다른 과목에 방해되지 않게 저녁 7시에 시작할까 하는데... 시간이 안맞는 사람?
질린 표정의 아이들, 멍청하게 본다. 채영과 민재, 괴로워지고..
서교수 : 좋아요. 시험시간은 저녁 7시부터 마지막 사람이 나갈 때까지. 오픈북으로 할거니까 필요한 책이 있으면
준비해오도록 하구요. 작년에 보니까 새벽 세시정도면 다 끝나는 거 같던데. 그 정도면 되겠지요?
S#4. 박교수 강의실
칠판에 박교수가 쓰고 있는 것.
기말고사 (44-Kn) ---- X Bn = 백분위 점수, 중간고사 43
n(1) = 중간고사, n(2) =기말고사, Kn=자신의 등수, Bn=배팅값(단 10<= Bn<= 90, B1+B2=100)
박교수, 다 쓰고는 의기양양하게 아이들을 향해 돌아선다.
박교수 : 자아 대충 알겠지요? 이게 우리가 이번 학기에 시험볼 방법이에요. 이름하여 배팅시험제!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게 시험을 볼까.. 어제 밤 내내 연구한 끝에 발견한 겁니다. 즐겁죠?
채영 : (손을 들더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요.
박교수 : 아하 여기 다 써줬잖어어. 좋아좋아. 이 수식을 해석하는 사람에게 보너스 1점!
애들 웅성거리며 얘기를 나눈다.
박교수 : 힌트! (칠판의 43을 가르키며) 요기 43이란 숫자는 우리 수업을 듣는 학생수에요.
정태 : (손을 들더니) 중간고사대 기말고사를 배팅하라는 거 아닙니까? 자신의 등수를 상대평가해서 배팅값을 통해
절대평가가 되는 식으루요.
박교수 : 오호호 맞았어요. 학생 나갈 때 여기 이름 적고 가. 1점 보너스. 여러분 이해됐어요? 사람에 따라서 중간고사보다는
기말고사에서 승부하겠다.. 이런 학생이 있을 거 아녜요? 그럼 중간고사는 10프로. 기말고사는 90프로 이렇게 써서
제출하시면 되요. 학번하고 학과 이름 적는 거 잊지 말고 종이에다 써서 시험 전까지 내 연구실에 갖다주면 되요.
요게 바로 라스베가스식 성적 산출법입니다. 재미있죠?
S#5. 이교수 강의실
이교수 : 내 수업을 들었던 선배들에게 이미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겠는데 내 시험 시간에는 언제나 A4사이즈 한 장의 cheating
paper를 허용하고 있어. 니들은 그걸 컨닝페이퍼라고 부른다든데.. 앞뒤로 재주껏 다 메꿔서 갖고 들어와도 좋아.
그거 메꾸다 보면 자연히 공부도 될테니까.
옥주와 재명, 이게 웬 떡이야 하는 기분으로 마주본다.
이교수 : 한 장의 종이에다가 각 챕터의 중요한 수식이나 설명들을 적어서 시험지 옆에다 놓고 문제를 풀란 얘기야.
이렇게 해주는데도 문제를 못 푼다면 그건 구제불능이란 얘기지?
S#6. 동아리방
재명 옥주 마이클이 우루루 들어온다.
재명 : 어휴우.. 어떻게 이번 중간고사는 시험 안치고 넘어가는 과목이 하나도 없냐.. 옥주 느네과는 어때?
옥주 : 난 세과목만 보면 돼. 교양과목 두 개하고 회로이론.
마이클 : 너무해. 옥주 미워. 나는 일곱 개 봐야돼. 옥주는 배신자야.
옥주 : 거기서 배신자가 왜 나와. 그 대신 우리 산디과는 과제가 산더미다. 산더미 알어? 히말라야 산더미. 선배들 말 들으니까
학기말 되면 모두 영안실에 시체같이 된대. 영안실 시체 알어? 으흐흐.. (귀신 흉내를 내는)
민재와 채영, 정태 들어온다. 각자 인사들 하고..
재명 : 혀엉 회로이론 말이야.
민재 : (바로 잘라서) 미안하다. 우리 코도 석자야. 도와달란 말이면 아예 꺼내지두 마.
옥주 : 시험 시간에 컨닝 페이퍼 한 장을 들고 와도 된대. 오빠때두 그랬어?
재명 : 그거 0.3밀리 샤프로 적으면 제일 많이 적을 수 있지 않을까.
민재와 정태 서로 마주본다.
정태 : 으음. 뭔가 얘기해줘야 되지 않냐?
민재 : 그 얘기라면 꺼내고 싶지도 않은데.
마이클 : 오우 뭔가 수상해. 오멘.. 텔미 프리즈..
정태 : 제일 좋은 방법은 워드 중에 제일 작은 폰트 있지. 그걸로 각 챕터를 정리하는거야. 그 담에 그걸 전자복사기로 복사를 해.
열심히 듣고 있는 2학년들..
정태 : 그리고 그걸 다시 축소복사를 몇번 해. 그래서 A4 한 장 사이즈로 만들어. 그러면 대충 수식정리는 거의 다 우겨넣을 수
있을거야. 돋보기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2학년들 : (감탄하는데..)
민재 : 하지 마. 관두는 게 좋아. 그렇게 잔뜩 써서 들고 가봐야 어차피 수식의 바다에서 헤메다가 종친다구.
열심히 공부해서 머리 속에 넣어가지고 가. 그게 최고야.
재명 : 근데 형. 나도 열심히 하거든. 그런데 머리 속에 남는 게 없어. 나두 밤 새고 한다구. 근데 왜 머리 속에 아무것도 안 남을까.
민재 : 그럼 축구로봇이나 만들던가..
재명 : 어이 혀엉..
민재 : 시험기간 중이라고 로봇 팽개치는 놈은 알아서 해. 이틀에 한번씩 진도 체크할거야. 다음 주말에는 테스트할거니까...
2학년들 : (죽는 소리..)
채영 : (민재를 끌어 앉히며) 자아자. 우리 작전 짜자. 전산과 시험은 나하구 지원이가 정리할테니까 니들이 현대 물리 맡어. 어때.
민재 : 근데 지원이는 중간에 어디로 샌거야?
채영 : 금방 온댔어. 전화할 데가 있대.
민재 : 전화는 여기서 해도 되잖어.
정태 : 비밀이 많잖냐. 비밀 전화를 하는 모양이지뭐.
민재 : (못마땅해서 정태를 보는)
정태 : (하품을 하며 문가로 가는)
민재 : 어디 가 임마.
정태 : 숨 쉬러 간다. 숨 쉬러.. (나가는)
S#7. 복도 입구 쪽
정태 어깨 운동을 하며 걷다가 문득 보면 공중전화 쪽에서 지원이 전화를 하고 있다.
등을 돌리고 있어서 정태를 못 본 상태.
정태, 지원의 뒤를 지나가다가 걸음을 늦추며 지원의 말을 듣는다.
지원 : 매일이라구요? ..네.. 다음주부터 중간고사인 건 아는데요. 그렇지만 매일은.. 저희도 중간고사거든요. (상대의 말을 듣는..)
정태 아예 걸음을 멈추고 지원의 등을 보고 있다.
지원 : ...알겠습니다. 오늘 저녁에 가서 애들이랑 스케줄 짜볼게요. 예 안녕히 계세요.
전화를 끊고 돌아서다가 바로 앞에 있는 정태를 본다.
지원 : 전화 쓸거야?
정태 : 아니. 니가 전화하는 거 엿들었어.
지원 : .... 그래? 별로 재밌는 전화가 아니어서 미안해. (가려는데)
정태 : 아르바이트 하는 애들 얘기냐? 시험기간 중에 매일 와달래?
지원 : 걱정 마. 니들하고 스터디 하는 진도는 다 따라갈테니까.
정태 : (보다가 그만 허 웃어버린다)
그 때 복도 저편에서 떠들며 오는 재명 옥주 마이클 등..
마이클 : 공부 열심히 하려면 그 전에 릴렉스해야 돼. 이거 아주 중요해. 그러니까 우리 노래방 가자. 응?
재명 : (불퉁해서) 너나 가. 머리 좋은 너나 가라구..
옥주 : (정태 지원이 발견하고) 여기서 뭐해? 민재오빠랑 채영이 언니가 기다리든데..
정태 : 갈거야.
마이클 : 노래방 가자. 거기 혼자 가면 재미없어. 응? 응? 같이 가자아...
2학년들.. 지나가고.. 지원이 움직이려는데..
정태 : 널 인간적으로 걱정해서 한 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냐?
지원 : 니가 날 걱정해? 왜?
정태 : ...(참고..) 내가 소개한 아르바이트잖어. 그래서..
지원 : 그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언젠가 반드시 갚을게. 더 할말 있어? 애들 기다린대잖어.
정태 : ...구지원.
지원 : (보는)
정태 : 혹시 앞으로 말이야. 내가 또 잊어먹고 널 인간적으로 걱정하게 되면, 미리 얘기해줘. 그럴 필요없다고.
지원 : ...알았어.
먼저 걸어간다. 보던 정태, 돌아서더니 반대로 가버린다.
S#8. 동아리방
민재 채영 지원이 모여 앉아있다.
민재 : (시계를 보며) 이번엔 정태 이 녀석이 샌거야? 야 이래가지고 어떻게 스터디를 하냐.
채영 : 정태 걘 호출기도 안 갖고 다니지?
민재 : 도사님이 호출기를 갖고 다니겠냐.
채영 : 도사?
민재 : 자유를 꿈꾸는 도사. 구름을 타고 다니질 못해서 그게 하나 약점이지.
지원 : 니들.. 아무래도 스터디 그룹 다시 짜는 게 좋겠어.
채영 : 얜 또 무슨 소릴 하는거야.
지원 : 정태하고 내가 함께 하긴 어려울 거 같애. 그러니까 내가 빠지든 가 아니면..
민재 : (잘라서) 됐어. 그 소린 안들은 걸로 하겠어. (일어서며) 자아 그럼 내일 오전 강의 끝나고 만나는 걸로 하자.
정태한테는 내가 말할게. (가방 들고 나가려다가..) 채영이 너 나 잠깐 봐.
S#9. 복도
민재의 뒤를 따라 나온 채영이.
채영 : 왜.
민재 : 대책회의하자구.
채영 : 무슨 대책.
민재 : 니 룸메하구 내 룸메.
채영 : 아하..
민재 : 이것들 어떻게 했음 좋겠냐.
채영 : 음...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엘리베이터에 둘을 집어넣는거야.
민재 : 그래서.
채영 :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고장내버리는거야.
민재 : 그러면?
채영 : 그 안에서 둘이 싸우고 지지고 볶다가 뭔가 결론이 나지 않을까.
민재 : (한심해서 바라본다)
채영 : 굿아이디어 아니냐?
민재 : 채영아.
채영 : 어?
민재 : 가서 공부해. 나도 가서 공부할게.
민재 먼저 가버린다.
S#10. 이교수 랩
명환과 중희가 들어오고 있다. 점심식사 후인지 중희는 이쑤시개 하나를 입에 물고 있다.
들어서다 보면.. 만수가 책을 열권쯤 쌓아놓고 이거 펼쳐봤다. 저거 펼쳐봤다하며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명환 : 너 아침부터 뭐하는 거야? 무슨 공부를 그렇게 먼지 날리게 해?
만수 : 말시키지 마요. 안그래도 정신 헷갈려 죽겠다구요.
명환 : 마. 벼락치기도 머리 좋은 애들이 하는거야.
중희 : 야야 너 안쓰던 머리를 갑자기 혹사하면 니 이름도 까먹는다. 진짜로 그렇게 된 놈 있어. 누군지 가르쳐줘?
명환 : 니가 학부생이냐? 공식만 달랑 외서 시험칠거야?
만수 : (벌떡 일어나더니.. 우씨.. 문으로 간다)
중희 : 뭐야. 벌써 포기한거야?
명환 : 놔둬. 어차피 포기할거면 일찍 하는 게 낫지.
만수 : 천만에요. 공기저항과 마찰계수, 방위각 실험하러 갑니다. 다녀올게요오..
나가버린다.
S#11. 교내 당구장
만수 누구 같이 칠 사람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들어선다. 당구장은 거의 비어있는 상태.
저 끝의 당구대 하나에서 누군가 혼자 당구를 치고 있다. 만수 기웃거리고 누군지 확인하다가.
만수 : 야 김정태.
정태 : (큐대를 맞추다가 보더니) 형이 여긴 웬일이야?
만수 : 야 임마 그건 내가 할 말이지. 시험을 코 앞에 두고 너 여기서 뭐 하는 짓이니? 학생이 시험 때는 시험공부라는 걸 해야..
정태 : (웃고) 개그하지 말고 일루 와요. 안그래도 당구장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놀고 있던 참이야.
만수 : (히히거리며 큐대를 골라오며) 솔직히 당구는 시험기간에 하는 게 참맛이지이. 게다가 시험기간엔 손님 없다구
게임비도 깍아주 잖어. ...근데 너 너무 공부한 게 많아서.. 더 이상 공부할 게 없어서 이러구 있는거야. 아님 자포자기야?
정태 : (공을 새로 모으며) 그냥 ..머리 식히는 중이야.
만수 : 내가 시험요령 하나 가르쳐 줄까? 사지선다나 오지선다 계산 문제 풀 때 말이야. 딱 세가지만 기억하면 3분의 2는
맞출 수 있어. 너 알어?
정태 : 뭔데.
만수 : 첫째 무한으로 보내서 의미있는 답이 나오나. 둘째 0으로 보냈을 때 답이 나오는가.
정태 : 셋째 대칭성이 성립되는가.
만수 : 어? 알구 있었나? 이거 몇사람 모르는 비법인데.
정태 : (초크칠하며) 그렇게 해도 절대로 답이 안나오는 게 있어.
만수 : 뭐. 뭐.
정태 : 나하고 너무 대칭이 되기 때문에 안 풀리는 문제도 있다구.
만수 : ??
S#12.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밤)
아파트 문이 열리고 나오는 지원. 뒤따라나온 중학생 남자아이와 인사를 나누고.. 아이는 들어가고.
지원 복도를 주욱 걸어온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내려감 버튼을 누른다. 기다리는 동안 피곤한듯 벽에 머리를 기댄다.
땡~ 알람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S#13. 아파트 근처 공중전화 (밤)
불 켜진 아파트가 밤하늘을 배경으로 서있고..
그 근처의 공중전화에서 지원이 전화를 걸고 있다.
지원 : 글세 내 용돈은 걱정 마 엄마. 장학금 나오는 걸로 충분해. 그러니까 보내준 돈 찾아서 써요. 아니 왜 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안 써. ..(듣고) 근데 엄마 목소리가 왜 그래? 또 어디가 안좋은데? ...아유 참 그렇게 아프면 병원에 가봐야지.
진통제만 자꾸 사먹으면 어떻게 해. 그러다간 나중에 돈이 더 든단 말야. 그게 돈 아끼는 게 아니라니까. 어휴 참 엄마안..
(속상해서 듣고 있는..)
S#14. 기숙사 전경 (밤)
S#15. 지원/채영의 방
채영 세수를 하고 들어오고 있다. 아직도 잠이 안 깨는지 머리를 흔들며..
지원은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 만드는 작업 중이므로 워드를 치듯 마구 치지는 않는 상태입니다)
채영 : 지원아 니 화장품 좀 써두 돼?
지원 : 응.
채영 : (지원의 화장품을 들어 바르며) 아이구 나두 하나 사야되는데 맨날 잊어먹네.. (하며 지원의 등 뒤로 와서 모니터를 보다가)
너 이거 뭐하는거야?
지원 : (대꾸없이)
채영 : 이거 시험공부 하는 거 아니잖어.
지원 : ... 아르바이트 하는거야. 홈페이지 하나 만들어주기로 했어. 중소기업 건데 주문이 좀 까다로와.
채영 : 언제 또 이런 일을 벌인거야아? 너 이런 거 만드는 게 얼마나 시간 잡아먹는 일인지 알잖아.
지원 : 한달 내에 해주기로 했어. 돈은 반이나 미리 받았구. 다음 주까지 해줘야 돼.
채영 : (괴물을 보듯 지원이를 보다가) 구지원. 너 미쳤어? 다음 주면 시험 기간이야.
지원 : (그제야 채영을 돌아보더니) 미친 사람이 프로그램 짜는 거 봤니?
채영 : 너.. 너 내일까지 ...정리하기로 한 건 어뜩하구?
지원 : 내가 느이들 같은 줄 아니?
채영 : ...뭐?
지원 : 느이들처럼 무슨 도둑을 잡니 데모하니 하면서 지 할 일 안하구 정신 놓지 않어. 그러니까 걱정 마. 됐지?
지원, 다시 프로그램에 매달린다.
채영 버엉해서 보다가 아이구 말을 말자..싶어서 슬금슬금 화장품을 제자리에 놓으러 간다.
(경과)
채영이 침대에서 잠들어있다. 잠들기 직전까지 공부를 한 듯 침대 위에는 여러 프린트물과 책이 너질러져 있다.
방의 불은 꺼져있고, 지원의 책상에만 스탠드불빛.
책상에서 공부를 하는 지원. 눈이 가물가물 감기고 있다. 그러다 번뜻 정신을 차리더니 벌떡 일어난다.
보던 책을 들고 방안을 서성거리며 책을 보기 시작한다.
선 채로 책상위의 노트에 뭔가 적어넣고.. 잠들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S#16. 캠퍼스 (이른 아침)
S#17. 석학의 집 (아침)
의자들이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고, 짜안 대걸레를 들고 나타나는 미순.
진영이 시디 플레이어 앞에서 미순의 눈치를 본다.
미순, 한손을 들고 폼을 잡더니.
미순 : 레디...고.
진영이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르자 울려나오는 신나는 음악.
미순,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며 걸레질을 하기 시작한다. 음악의 노래를 립싱크로 따라해도 좋고.
진영 웃으며 몸을 꺼덕이며 구경을 하는데..
느닷없이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백곰. 놀라서 안의 미순을 본다.
미순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크라이막스로 올라가고 있다.
진영 어쩔줄 몰라서 보고..
미순 멋진 폼으로 돌아서다가 백곰과 시선이 마주치더니.
미순 : 아이구머니나.. (놀라 멈춘다)
백곰 : (역시 같이 놀라서 움찔..)
미순 : (잠시 백곰과 서로 노려보다가) 뉘슈?
백곰 : 나..요?
미순 : 뭐하는 분인지 모르겠지만 여기 영업시간 멀었어요. 그러니까 가슈.. (대결레로 휘이휘이 밀어내듯 다가서며)
갔다가 이따 오시라구우..
백곰 : (한걸음은 물러났다가 그 다음 미순이 휘두르는 걸레자루를 터억 잡는다)
미순 : 얼레.. 잡았스?
백곰 : 실례지만 우선 저 소음을 좀 꺼주시겠습니까?
진영 : (눈치를 보다가 재빨리 버튼을 눌러 끈다)
백곰 : 감사합니다.
미순 : 아니 자암깐. 이거 보시시죠.
백곰 : 저는 새로 부임한 캠퍼스 폴리스입니다. 현재 학내를 구석구석 순찰 중이구요. 실례지만 이곳의 영업실테에 대해서
몇가지 여쭤 볼 게 있는데요.
미순 : ...무엇이라고라?
S#18. 처장실
녹차잔이 놓인다.
백곰 앞에 마주 앉는 처장.
백곰은 캠폴 복장을 갖춰입고 있다
처장 : 그래, 홍능 KIST에 몇 년 계셨다구요?
백곰 : 국정 공휴일과 휴가기간을 빼고 정확하게 1483일 근무했습니다. 물론 토요일 근무일수는
두 번 합쳐서 하루로 계산한 겁니다.
처장 : 허허..그러시군요. 차 드세요.
백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조심스레 차 한모금 음미한다. 약간 인상을 찌푸리는 백곰.
처장 : 학교는 대충 둘러보셨나요?
백곰 : 예. 업무파악은 끝냈고 현재 지형지물 숙지중 입니다. 그 다음엔 블랙리스트를 작성할 계획이구요.
처장 : 블랙 리스트요?
백곰 : 예. 학생이나 교직원 중에서 면학분위기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은 요주의 인물들을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니까요.
처장 : 허허. 말씀하시는 요주의 인물이나 비상사태같은건 없겠지만, 아무튼 열심히 근무에 임하겠단 뜻으로 알겠습니다.
백곰 : 감사합니다.
백곰, 차를 한모금 더 마시려다 포기하더니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는다.
그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처장 : 왜요?
백곰 : 처장님같은 분이 어떻게 이런 인스턴트 차를 드십니까? 차는 모름지기 향과 빛깔, 맛. 즉 진향과 진색, 진미를 즐기는건데
인스턴트로는 그 참맛을 느낄 수 없는 법이죠. 제 숙소에 들르시면 참다운 차를 대접하겠습니다.
처장 : 아...하하 네에.. 고맙군요.
백곰 : 한 인간의 인생의 질은 어디까지나 그 인간이 인생을 어떻게 즐기느냐...를 보고 평가할 수 있는 법입니다.
제 말이 이해가십니까?
처장 : (버엉 해서 보는)
S#19. 세미나실
둘러 앉아있는 민재 채영 지원 정태.
민재 : 현대 물리 시험 말야. 아무래도 함께 준비해얄거 같애. 랩에서 선배한테 들은 얘긴데 그 시험 장난 아니래.
여럿이 팀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다 나가떨어진댄다.
채영 : 맞다. 나두 들었어. 서교수님 겉으론 착한 선비 같아 보여도 시험 문제 낼때는 악명 높다구. 작년에 어떤 여학생이
그 과목 시험을 다섯 시간 동안 치다가 픽~ 하구 쓰러졌대. 피빅!
민재 : 그러니까 두사람씩 한조로 시험범위를 나눠서 공부하고 나중에 종합하자.
지원 : 알았어. 채영이랑 나랑 준비할께.
민재 : 채영이는 안돼. 오늘 나랑 다른 할 일이 있거든.
채영 : (첨 듣는 소리) 그게 뭔데?
민재 : 이교수님이 너하구 나한테 뭐 시킬게 있다구 수업 끝나는대로 오라구 하셨어. 그러니까..(정태에게) 너하구 지원이하구
상대론 정리할래? 채영이하구 난 양자이론, 양자역학을 묶어서 할게.
정태 지원이 서로 마주보는데..
민재 : (벌써 일어나서 채영을 끌고 나가며) 빨리 빨리 움직여. 이교수님 기다리셔.
채영 : (끌려나가며) 그럼 나중에 봐아.. 부탁해에.
나가는 민재와 채영. 지원, 당황해서 가는 아이들을 본다.
S#20. 복도
문 닫고 나오는 채영. 민재.
민재, 방금 전 서두르던 기색과 달리 느릿느릿 걸어간다.
채영, 따라 붙는다.
채영 : 이교수님이 나는 왜?
민재 : 거짓말이야. 이교수님이 널 왜 부르시겠냐.
채영 : 뭐?
민재 : 니 말대로 했어. 이제 어떻게 되나 두고보자구.
채영 : 뭔 소리야?
민재 : 저 두 녀석. 니 말대로 엘리베이터 안에 집어넣어 놨다고.
채영 : ....아아.. (다시 돌아보는)
민재 : (멈추더니) 내기할까.
채영 : 좋지. 난 두 사람이 화해한다.
민재 : 난 소용없다.
채영 : 자장면 곱빼기.
민재 : 아니. 탕수육.
채영 : 기간은?
민재 : 시험 끝날까지.
채영 : 딜!
둘 손을 맞부딪힌다.
S#21. 도서관 내부
책을 안고 걸어오는 정태, 지원의 맞은 편에 앉으며 책을 놓는다.
정태, 팔이 아픈지 빙빙 돌리고, 지원이는 가져온 책을 살펴본다.
지원 : (도서관이므로 크지는 않게) 이 책들은 필요없어.
정태 : (역시 나직히) 필요없다니?
지원 : 어수선하게 개념만 늘어놓은 책이라구. (메모 내밀며) 이것들이 더 쓸모 있을거야.
정태 : 나도 미리 알아봤는데 여기서 기출된 문제가 많아.
지원 : 그건 서교수님 수업이 아니었겠지. 같은 과목이라두 교수님에 따라 출제경향은 달라.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줬으면 좋겠어.
정태 : (잠시 지원을 보다가) 좋아. 연극은 여기까지다.
지원 : 연극이라니?
정태 : 몰랐어? 민재가 지딴에는 머리를 써서 우릴 같이 붙여놓은거야. 그녀석 마음을 생각해서, 너랑 잘해보는 척 하는 연극은,
여기까지라구. 그럼 수고해.
휘적휘적 가버린다. 그런 정태를 보다가 지원 할 수 없다는 듯 일어서더니 따라간다.
S#22. 도서관 일각
걸어오던 정태 멈춰서 뒤를 돌아본다. 지원이 따라오다가 멈추더니.
지원 : 스터디는 어떻게 할거야? 따로 하더라도 범위는 나누고 가야 되는 거 아냐? 기분 나쁜거는 나쁜거구, 맡은 건 해야되잖아.
너 원래 그렇게 무책임해?
정태 : ... (성가신 표정으로 잠시 침묵하다가) 커피 마실래?
S#23. 야외 일각
얘기할만한 곳.
정태와 지원이 나란히 앉아서 종이커피를 마시고 있다.
둘 다 웃음기 하나 없이 나누는 대화...
지원 : 니가 나를 싫어하는 건 알어. 그렇지만..
정태 : (잘라서) 니가 먼저 날 싫어했다구 생각하는데.
지원 : ... 틀렸어. 난 누굴 싫어하고 좋아하고 그런데 에너지 낭비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야.
정태 : 그래? 미안하군. 난 확실히 널 싫어하는데.
지원 : 안다구 했잖아. 스터디 준비할 거, 범위는 어떻게 나눌래?
정태 : 너를 싫어하는 이유. 첫째, 니가 시를 싫어하기 때문이야.
지원 : 시?
정태 : 그리고 두 번째, 넌 음악도 싫어해. 세 번째 넌 사람도 싫어하지.
지원 : 몇번째까지 계속할거야?
정태 : 세개로 충분해. (잠시 기억 더듬어 천천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지원 : ...뭐하는거야.
정태 : 안도현님의 시야. 제목은 '너에게 묻는다.'
지원 : 우리 지금 현대 물리, 공부해야 되는 거 아니었니?
정태 : (아랑곳없이) 또 이런 시도 있어. 제목은 연탄 한 장. 앞부분은 못 외겠고.. 뒷부분이 음...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지원 : (말없이 보고 있는)
정태 : (여전히 무뚝뚝하게) 내가 보기에 넌 사람을 겁내고 있는거야. 겁많은 놈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야.
지원 : (여전히 말없이 정태를 보고 있고)
정태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표정하게 다른 데를 보고 있다)
S#24. 캠퍼스 잔디밭 근처
꽃은 아름답게 피어있는데.. 그 밑을 지나가는 두명의 학생.
노트를 서로 보며 뭔가 얘기를 하며 지나가고 있느라고 꽃은 물론 못 본다.
또 다른 일각. 양지 바른 곳에 앉아있는 학생 하나. 책을 하나 펴들고 있는데 졸고 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학생이 맨손체조를 하며 졸음을 쫓고 있다.
그 옆에는 펼쳐진 책장이 바람에 날리고..
S#25. 복사실
하여간 복사기가 있는 어느 곳. 재명 옥주가 둘러서서 복사를 하느라고 야단이다.
재명이 복사기를 작동하고 있고. 옥주는 종이를 맞춰보고 있고.
재명이 복사되어 나온 종이 한 장을 들어본다. 종이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수식들이 빽빽하게 쓰여있다.
재명 : 읽을 수 있겠어?
옥주 : (보더니) 한번 더 축소복사해봐. (다른 종이 들어보이는) 이것들두 다 넣어야 된단 말야.
재명 : 이러다 진짜 돋보기 있어야 보이는 거 아냐?
옥주 : 현미경이라두 빌려서 볼테니까 얼르은..
마이클 : (종이 한 장을 들고 오며) 하이.. 여기 한 장 더 했어. 이제 책에 있는 거 다 했어.
옥주 : 수고했어. 마이클. 너 정말 착한 남자야.
마이클 : 나 착한 남자 별로야. 나 멋진 남자가 더 좋아.
옥주 : 알았어. 하여간 좀 기다려. 멋지게 복사를 해서 한 장 줄게.
마이클 : 오우 나 그거 필요없어. 섬머리하다보니까 다 머리에 들어왔어. 그럼 나 가도 되지?
옥주재명 : (벙해서 보는데)
마이클 : 난 간다. 진영씨 만나러 간다. 바이..
마이클 신이 나서 노래 부르며 뛰어가고.. 재명 들고 있던 종이를 탁자에 휙 던져버린다.
재명 : 나 있지. 가끔 저 녀석이 무지하게 싫어지는 거 있지.
옥주 : 괜찮아. 재명이 니가 더 잘생겼으니까. 미워할 거 없어.
재명 : 저 놈 머리 속의 뇌를 꺼내 보면 좀 다르게 생겼을까?
옥주 : 글세 걱정 말라니까. 뇌를 비교해봐두 니께 더 잘생겼을거야.
재명 : ...정말?
옥주 : 그래. 그러니까 이거 두 번만 더 축소복사해봐. 으응?
S#26. 도서관 (밤)
정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료를 다운 받고 있다. 마우스 클릭을 하고 슬쩍 돌아본다.
저만치 멀리 떨어진 책상 앞에 지원이 앉아서 책을 놓고 공부를 하며 메모를 하고 있다.
S#27. 동아리방
민재,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료들을 찾아보고 있고.
테이블 앞에서는 채영이 하품을 하며 노트 한 것을 들여다보다가 집어들고는 야전침대 쪽으로 간다.
민재 : (돌아보지도 않고) 누울 생각은 하지도 마라.
채영 : 안 누워. 그냥 길게 앉아보는거야. 길게...(침대에 다리를 올려서 길게 앉더니 아그그그 기지개를 켜는)
민재 : 너 잠들면 그 순간 그 침대, 뒤집어 놓을 거니까.
채영 : 안 잔다. 치사해서 안 자. 으이그.. (중얼중얼 몇마디 더)
민재 : 뭐? (돌아보면)
채영 : 쫀쫀이 쫍쌀이 영감이라 그랬다. 왜.
S#28. 도서실 (밤)
정태 복사를 끝낸 디스켓을 빼내어 일어서다가 문득 지원이 있던 쪽을 보는데.
지원 마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있다. 한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모습으로 부리나케 나간다.
정태 잠시 보고 있다가 어슬렁거리며 지원이 있던 자리를 지나쳐간다.
그러다 지원이 펼쳐 놓고 간 책이며 노트를 내려다본다. 걸음이 멈춰진다. 노트에는 코피가 두어방울 떨어져있다.
S#29. 도서관 여자 화장실
세면대에 번지며 씻겨져 내려가는 핏방울. 지원 고개를 뒤로 젖히며 목덜미를 툭툭 친다.
화장지로 코 언저리의 물기를 닦다가 거울을 본다. 지쳐보이는 얼굴.
S#30. 화장실 앞
지원 다시 새침한 얼굴로 돌아와 화장실에서 나와 열람실 쪽으로 간다.
지원이 가고 난 뒤. 저만치 꺽어진 곳을 보면.. 정태가 벽에 기대 서서 지원을 보고 있다.
지원이 있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을만한 위치.
S#31. 동아리방 (밤)
채영이 야전침대에서 잠이 들어있다. 아까 보던 책은 가슴에 얹은 채.
민재, 옆의 담요(혹은 윗도리)를 가져와 덮어주려다가 책을 슬그머니 빼려는데 채영, 책을 꽉 부여잡으며 돌아눕는다.
민재, 혼자 웃고 덮어주는데 정태가 들어선다.
민재 : 어디서 오는거야.
정태 : 도서관.
민재 : 지원이는?
정태 : 도서관에.
민재 : (테이블 앞에 앉으며) 그래서 어땠어?
정태 : 뭐가?
민재 : 어..그러니까. 둘이 하니까 아무래도 좀 낫지 않냐..뭐 그런 말이지. 지원이가 빈틈이 없잖아.
그러니까 같이 스터디 짝이 되니까 에.. 좀 편하지 않나..
정태 : 애쓰지 마.
민재 : 뭘..
정태 : (디스켓을 컴에 꼽고 인쇄를 준비중.. A드라이브를 불러내고 파 일을 찾아서 인쇄를 지정하고 등..) 너 그런 말 알어?
이 지구상에 핵폭발이 일어나서 인간이라고는 딱 두사람이 남게 되도 절대로. 결코. 친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거.
민재 : 너하고 구지원이 그렇다는 거야?
정태 : 뭐야 이거. 프린트에 종이가 없잖아.
민재 : 새지 마 임마. 너 지원이한테 좀 넉넉하게 대해줄 수 없냐. 걔 알구 보면 불쌍해. 독한 척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주 약해빠졌을 수도 있어.
정태 : 하긴 어느 속이 그 독기를 감당하겠냐. 아까 보니까 코피까지 흘리더라구. (이하 종이를 찾아 셋팅하고..)
채영 : 지원이가? (부시시 일어나 앉는다. 머리칼이 뻗쳐서..) 지원이가 코피 흘렸어?
정태 : 너 자는 거 아니었냐?
채영 : 아이구우..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나같으면 코피가 아니구 병원에 실려갔다. 벌써.
민재 : 걔 애들 가르치는 거 말고 또 뭐하는 거 있어?
채영 : 무슨 중소기업 홈페이지 만들어 주는 거 한대. 요즘 그거 한다구 맨날 날밤새구 있대니까.
민재 : 수퍼우먼이구만. 날아라 태권 브이야.
채영 : 근데.. 내가 편지 하나 슬쩍 훔쳐본 게 있거던. 지원이 동생이 보낸 건데.. 볼려구 그런 건 아닌데 그게 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이게 뭔가.. 버려두 되나..이래서 본건데..
민재 : 알았으니까 내용이나 말해봐. 뭔데?
채영 : 지원이 아버님은 직업이 없으신가봐. 맨날 술드시는 모양이드라구. 그래서 어머님이 요구르트 판매원인가 하시는데..
관절염인가.. 그런걸루 아프시대. (갑자기 자기 입을 톡톡 치며) 이런 말 막해두 되나..
정태 : 야 이 프린트 이거 왜 이래. 누가 만졌어? 왜 먹통이야?
프린트 뚜껑을 열어 살핀다. 민재 으이그 자식..해서 본다..
S#32. 이교수 랩 (밤)
만수 책상에 거의 코를 박다시피하고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그 뒤에서 다른 학생들은 피자를 나눠먹고 있다.
중희 : 정만수! 정말 안 먹을거야?
만수 : (중얼중얼 문제를 풀고 있는)
명환 : 만수가 먹는 걸 거부하는 거 보니까 시험은 시험인가보네. 어이 정만수.
만수 : (노트를 들고 비틀거리며 명환에게 오더니) 선배님 이 풀이과정 하나만 갈쳐주시면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명환 : (들여다보는) 무슨 과목이야?
만수 : 랜덤 프로세스인데요.
중희 : 수학파티지. 그 과목..
만수 : 숫자만 보면 토할 거 같어요. 난 아무래도 수학알레르긴가봐요.
명환 : 임마. 어떻게 이걸 몰라. 이건 기초잖어.
만수 : 그러게 말입니다. 어떻게 그런 걸 모르지요 나는? 그냥 나가서 죽을까요?
명환 : 그리고.. 이건 챕터1에 첫 번째 문제잖어.
만수 : 그렇지요?
명환 : 너 그럼 아까 낮에부터 이 문제 붙잡고 있었던거야?
만수 : 그런가봅니다. 아무래도 저같은 놈은 나가 죽는게 나을거 같습니다. 그럼 선배님들 안녕히 계십시오.
(비틀거리며 문까지 가는..)
명환 : (할수없이) 정만수.
만수 : 말리지 마십시오.
명환 : 볼펜 갖구 와.
만수 : 캄사합니다. (나는 듯 볼펜을 갖다 바친다)
S#33. 지원/채영의 방
모니터에 보이는 홈페이지 만드는 중간의 화면.. 지원이 혼자 앉아서 작업을 하고 있다.
머리가 아픈 듯 관자노리를 두 손으로 누른다. (채영은 아직 방에 돌아오지 않은 상황)
S#34. 교문 근처 (아침)
백곰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아주 절제된 동작. 거의 손목 끝으로 차들의 진로를 가르켜주고 있다. 태산처럼 우뚝 서서. (아놀드와 대별되게)
S#35. 이교수 강의실
시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교수가 학생들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감독을 하고 있고.
재명의 자리.
재명의 시험지 옆에는 깨알같이 수식이 적혀진 컨닝페이퍼가 놓여져 있다. 재명은 열심히 그것을 판독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 옆 몇자리 건너에서 옥주가 시험을 보고 있다.
옥주는 아예 종이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찾는 수식이 어디 있는지 아직도 못 찾고 있음.
그 때 마이클이 손을 번쩍 들더니..
마이클 : 끝난 사람은 먼저 나가도 되요?
이교수 : (돌아보더니) 그럼. 답안지는 앞에 제출하고.
마이클 : 감사합니다.
신이 나서 답안지를 앞에 제출하고는 이교수 안 보는 틈을 타서 재명 등에게 웃기는 포즈를 취해보이고는 나간다.
재명, 불퉁해서 나가는 마이클을 보다가 다시 시험지에 매달린다.
S#36. 세미나실 앞 복도
정태가 터덜터덜 걸어와 세미나실 앞까지..
S#37. 세미나실 내부
문을 열고 들어서던 정태 멈칫 선다.
안에는 지원이 혼자 있는데, 테이블에 엎드려 곤한 듯 잠이 들어있다.
정태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다시 나가서 문을 닫는다.
S#38. 세미나실 앞 복도
나온 정태.. 벽에 기대어 선다. 기다릴 참이다.
그러다 보면 그러는 자신이 좀 짜증이 난다. 얼굴을 찌푸린다.
S#39. 건물 앞 (낮)
민재와 채영이 걸어오고 있다.
민재 : 느네 전공 시험은 잘 봤어?
채영 : 말 시키지 마. (거칠게 가방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책을 꺼내는)
민재 : 이제 겨우 한과목 시험 치구 뭘 그래.
채영 : 말 시키지 말랬잖아.
그러다 보면 저 앞 건물 입구에 정태가 앉아서 햇볕을 쪼이고 있다.
민재 : 안 들어가구 거기서 뭐해?
정태 : (일어나서 오며) 동아리방 가서 하자. 세미나실 빈 데가 없어.
채영 : 지원이는?
정태 : 나중에 올거야.
정태 양쪽으로 민재와 채영을 밀어 간다.
S#40. 세미나실
햇볕이 따스하게 비치고 있는데..
엎드려 자던 지원이 자세가 불편한 듯 꿈지럭거리다가 잠이 깬다. 잠이 덜 깨어 앉아있다가 후딱 손목 시계를 본다.
놀란 듯 문쪽을 본다. 그러다가 테이블 한쪽에 놓여져 있는 메모 종이를 본다. 끌어당겨 보면...
종이에는 [동아리방으로 장소 변경. 잠 깨면 와라] 하고 큰 글자로 흘려 써있다. (정태의 글씨)
지원 메모를 들여다보다가 그만 피식 미소를 흘린다.
S#41. 동아리방
민재와 정태, 채영이 들어서는데..
마이클과 재명이 마주 서 싸우고 있는 중. 옥주가 옆에서 짜증스레 보고 있고.
마이클 : 아이 돈 언더스탠. 왜 나에게 화 내는거야? 내가 뭐 잘못했어.
재명 : (화 나있는 상태) 그래 너 잘못한 거 없어. 넌 잘못한 거 없는데 내가 혼자 화내는거다. 됐냐?
민재 : 얘들 왜 이래.
옥주 : 아유 몰라. 오빠 얘들 좀 말려줘. 아님 때려주든가.
민재 : (재명을 당기며) 뭐야?
재명 : 아니야. (거친 동작으로 민재를 뿌리치고 저리 가는)
마이클 : (흥분해있다) 나 억울해. 내가 노래방 가자고 하니까 재명이 막 화냈어. 나 욕했어. 나도 욕 알어.
재명 : (다시 벌컥) 내가 무슨 욕을 해. 너나 가서 실컷 노래 부르라고 했지. 가. 가서 목 터지게 불르고 와. 이 짜샤.
마이클 : 봐. 또 욕했어.
재명 : 너 진짜 욕 들어볼래? (덤비려는 거)
민재 : (가운데 막아서더니) 니들 앉어. 하나.. 둘..
재명 마이클 할수없이 각자 의자 찾아 앉는다. 채영 침대로 가며..
채영 : 아이구우.. 아그들아 니들은 시험치구두 그렇게 기운이 남아도냐? (퍼질러 앉는)
옥주 : 재명이 시험 망쳐서 그래.
정태 : 왜? 컨닝페이퍼가 도움이 안됐어?
옥주 : 너무 압축복사하다가 끝이 잘렸나봐. 그래서 엉뚱한 수식에 대입하다가..
재명 : 너 조용히 해. 아주 비비에스에 소문내지 그러냐.
옥주 : 왜 나한테까지 신경질이야?
민재 : 니들 정말 나 소리지르게 만들래?
2학년들 조용해진다.
민재 : 하아 이것들 참.. 아침 내내 머리 속에 꾸겨넣은 거 다 까먹었잖아.
S#42. 건물 앞 (낮)
나서는 지원. 햇볕에 잠시 눈부신 듯 선다. 하늘을 봤다가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몇번 해본다.
S#43. 민재 정태의 방 (밤)
민재, 책상 앞 의자에 앉은 채 심호흡을 하고 목운동을 하고..
그러다 보면 정태는 뭔가 잡지를 보고 있다.
민재 : 어이 머리좋은 친구.
정태 : (책보며) 나 부르는 소리 맞냐?
민재 : 내일이 전공 시험인데 지금 뭐 보는거냐?
정태 : 여행잡지.
민재 : 지능시스템 시험에 그런 것도 나오냐?
정태 : 이민재. 우리 여행 안갈래? 지금 바다 가면 사람도 별로 없고 좋은데.
민재 : 어이구우.. 또 시작하셨군. 바람이 또 들기 시작했어.
정태 : 일주일만 어디 갔다 올까.. 내설악으로 해서.. 동해바다 보고..
민재 : 두달만 참어. 어? 두달만 있으면 방학이니까..
정태 : 어이 작년에 나 헤메구 다닐 때 말야. 딱 이맘때 설악산에 간 적이 있었거던. 그 때 며칠동안 어떤 형하고 같이 다니게 됐어.
민재 : 나까지 바람 들일 생각하지 마아.
정태 : 그 형은 글세 의대 본과 4학년을 다니다가 때려치구 벌써 이년 째 산을 돌아다니구 있대는거야. 그래서 내가 물었지.
아니 형 친구들은 지금 다 인턴이니 레지던트 할텐데.. 너무 아깝지 않냐.. 그랬더니 뭐랬는 줄 알어?
민재 : 알고 싶지 않어.
정태 : 이러드라구. (목소리 변조해서) 아 그렇지만 그 친구들은 지난 2년동안 내가 본 걸 못 봤을 게 아닙니까... 어때. 멋지지?
민재 : 그래 멋지다. 멋지니까 공부 좀 하자 어?
소리 : (전화벨 소리)
정태 : (받을 생각은 않고) 누구야 이 밤중에.
민재 : (와서 받는) 이민잽니다.. 어 지원이냐? 왜?
정태 : (흘깃 보는)
민재 : 정태 옆에 있어. 바꿔 줘? .... (듣다가 정태를 보다가..) 알았어. 그렇게 전해줄게. (끊는다)
정태 : (보면)
민재 : 음.. 지원이가 이렇게 전해달래.
정태 : (찡그리는)
민재 : 지금 기숙사 앞에서 기다릴테니까 나와달라고.
정태 : 나한테?
민재 : 어. 너한테.
정태 : (생각해보는데)
민재 : 야.. 니들 너무 빨리 화해한 거 아냐?
정태 : 뭐?
민재 : 아냐.. (혼자 싱글거리며) 야 이거 요즘 탕수육 값이 얼마드라..
S#44. 기숙사 앞 (밤)
혹은 11회때의 정자 밑.
정태 걸어오다 보면 저만치 지원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정태 : 웬일이야?
지원 : 목 아파. 앉어.
정태 : (옆에 앉는다. 조금은 떨어져서) 왜. 물리 시험 준비 할게 또 있냐?
지원 : (가방을 뒤지더니 봉투 하나를 꺼내 내민다) 이거 줄려구.
정태 : (받아들고) 뭔데.
지원 : 오늘 아르바이트 월급 받았어.
정태 : 그런데.
지원 : 시험때 매일 가줬더니 보너스라구 더 넣어줬어.
정태 : 그래서.
지원 : 이 자리. 니가 소개해 준거잖아. 돈 받게 되면 감사표시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구 있었어.
정태 : (봉투를 열더니 조금 꺼내본다. 만원짜리 댓장 정도..)
지원 : 선물을 살까 했는데 시간도 없고. 뭘 좋아할지도 모르겠고..
정태 : (진짜로 화가 난다. 그러나 소리는 지르지 않고) 그래서 현금으로 갖고 온거야?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소개비고.
난 브로커였고.
지원 : 얼마 안돼.
정태 : 너 참... 대단하다. 사람 정 떨어지게 하는 재주는 여러 가지 다 갖고 있어.
지원 : 기분 나쁘더라도 받아줘. 그래야 내 맘이 편할 거 같애.
정태 : (벌떡 일어선다) 알았어. (돈을 주머니에 쑤셔넣더니) 됐냐? 다른 용건은 없지?
지원 : (물끄러미 보더니) 할말은 다했어.
정태 :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보다가) 열심히 살아봐.
오만정이 떨어진 얼굴로 돌아서더니 어둠 속으로 가버린다.
남은 지원, 뭔가 쓸쓸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가 떨치듯 한숨을 쉰다.
S#45. 박교수 강의실
학생들, 데이터 구조론 시험을 치고 있다. 남희가 감독을 하고 있고.
채영, 머리를 벅벅 긁어가며 문제를 풀고 있고.
민재, 머리를 굴려가며 생각중이고..
정태 문제풀이를 하다가 문득 고개 들어 보는 곳.
저 앞에 지원이 앉아서 시험문제 풀이에 여념이 없다.
S#46. 석학의 집
마이클, 음료수 한박스를 들고 들어선다. 그 뒤를 걱정하며 따라오는 진영.
진영 : 아이 무거울 것인데..
마이클 : 오 노우. 이런 건 남자가 하는 일. 진영씨 이런 일 할 때는 언제나 날 불러줘요. 핼프미 뽀빠이..
그럼 내가 시금치 먹고 달려올거에요.
진영 : 미순 언니가 보면 손님한테 일 시킨다고 야단 맞을거에요.
마이클 : 돈 워리. 나 손님 아니에요. 난 진영씨 보이프렌드잖아요.
진영 수줍어 하는데 호출기의 울리는 소리.
마이클 박스를 대충 내려놓더니 주머니에서 호출기를 꺼내 번호를 확인한다.
마이클 : 오우 마이클 필요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S#47. 산디과 실험실
옥주 뭔가 작업을 하고 있는데 호출기가 울린다. 꺼내본다.
S#48. 도서관
재명 머리를 움켜쥐고 공부를 하는데 호출기가 울린다.
재명 얼른 주위의 눈치를 보며 호출기를 꺼내 확인한다.
S#49. 동아리방
4학년 아이들의 스터디가 끝났다. 지원 책을 챙겨 들고 일어난다.
채영 : 점심 같이 안 먹을래?
지원 : (정태를 본다)
정태 : (모른 척)
민재 : (둘의 분위기를 살피고)
지원 : 먼저 갈게. 니들끼리 먹어.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2학년들..
재명 : 호출했어?
민재 : 누가 호출을 해.
정태 : 어 내가 불렀어. 니들 오늘 저녁에 시간 있냐?
옥주 : 나는 시험 다 끝났는데..
재명 : 난 아직 두 개 남았어.
정태 : (주머니에서 돈봉투를 꺼내더니 테이블에 터억 놓는다)
지원 : (나가려다 멈춰서 보는)
정태 : 여기 자금은 있고. 오늘 저녁 노래방에 갈 사람은 자원해.
민재 : (어이가 없어서) 김정태.
마이클 : 오오우 노래방.. 난 가요. (손 들어 흔들며) 난 갈거야. 나. 나.
채영 : 정태, 너 왜 그래?
정태 : 싫은 사람은 안 가면 되잖아. 갈 사람만 말하라고.
옥주 : (재명의 눈치를 보며) 나도 가고 싶어.
채영 : 근데 그거 오늘 꼭 가야되는거야?
정태 : 그렇지. 내일 아침이면 내 맘이 변할거니까.
마이클 : 나는 간다. 나는 간다.
옥주 : 재명이 넌 못 가지? (등등 한꺼번에 떠드는)
재명 : 아아 증말 미치겠네.
민재 : 아아 다들 조용히 좀 해봐. ..(정태에게)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정태 : 노래방 갈 생각을 하고 있잖냐. 니들 요즘 시험 땜에 다 노이로 제야. 그리구.. 시험 기간 중에 노래방 가보는 거.
인생에 한번쯤은 이런 추억이 있어도 좋잖아.
민재 : (뭔가 더 말하려는데)
지원 : 나도 갈래.
모두 아연해서 지원을 본다. 지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원 : 몇시에 갈거야?
정태 : (역시 놀라서 지원을 본다)
지원 : 세시간 정도 놀면 충분하겠지?
S#50. 노래방 내부
만수의 얼굴이 큼직하게 보여지며..
만수 : 니들이 후배가 되서 말이다. 이 선배가 시험의 고비를 넘기느라 심신이 탈진 상태에 이르른 걸 알면서 말이다.
이런 자리가 만들어질 거 같으면 제일 먼저 이 선배한테 연락을 해야 할거 아니냔 말이다.
그러나아.. 애니웨이.. 오늘 선배가 즐거움이 뭔지 보여주마. 음아악 부탁해요오..
음악이 나오고 만수 전주에 맞춰서 댄스를 시작하고.
현재 아이들은 홀이 있는 노래방에 자리하고 있고..
이학년 아이들은 만수가 노래를 부르자 와아 달려나가 함께 율동을 하며 흥을 돋군다.
앉은 자리에서 채영, 별로 리듬에 맞추지도 못하며 몸을 흔들다가 결국 달려나가서 낀다.
남아있는 민재. 정태. 지원.
민재는 못마땅한 얼굴로 보고 있다가 앞의 음료수를 주욱 마시더니 에이..하고 나간다.
민재가 나오자 아이들 환호성을 지르며 맞아들이고..
정태, 지원을 흘깃 본다. 지원, 마치 수업이라도 받는 자세로 아이들을 보고 있다.
정태 혼자 어이없어 웃고, 팔짱을 끼고 뒤로 느긋하게 기댄다.
(시간경과)
만수의 노래가 멋들어지게 끝이 난다. 아이들 와아 박수를 쳐주며 흥겹다.
재명과 옥주 노래책에 달려들어 노래를 고르고.. 마이클 만수의 마이크를 뺏으려 드는데..
만수 마이크를 고수하며..
만수 : 여론에 의해 오늘의 사회를 맡게 된 정만수올습니다. 사회는 뭐하는 사람이냐. 다음 노래할 사람을 지멋대로 맘대로 정하는
사람올습니다. 그럼 다음 타자..조오기 서당 훈장님처럼 앉아계신 두 분중에서.. 지원이 넌 안할거지?
지원 : (잠자코 앞의 리모콘을 들더니 모니터를 향해 번호를 누른다)
만수 : 오잉? 뭐야. 그건 노래하겠다는 이야그냐?
아이들 저마다 하던 것을 멈추고 지원을 본다. 지원 앞으로 나가더니 만수의 마이크를 받는다.
만수 얼어서 마이크를 내준다. 채영과 민재 어이없어 마주본다.
(시간경과)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영상..
그리고 중앙에 서있는 지원. 주위에는 아이들이 이리저리 자리하고 있고.
그리고 지원이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밤이면 밤마다'.
처음에는 얼이 빠져 보고 있던 아이들.. 어느 정도에서 와아.. 소리를 지르며 지원의 주위로 몰려든다.
박수를 치고 누나아.. 소리치고 휘파람을 불고 등등..
민재는 어이가 없어서 보고 있다. 그리고 정태는 더 어이가 없어 멍해서 본다.
지원의 노래 클라이막스까지 올리고...
S#51. 캠퍼스 길 (밤)
아이들.. 기분이 좋아서 걸어온다. 지원이만큼은 평소의 새침한 얼굴로 다시 돌아가 있다.
맨 뒤에서 걸어오는 정태와 민재.
민재 :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친 짓이야. 이 시간에 공부를 했으면 C 받을 거 B 받고, B 받을 거 A가 됐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음.. 하나 깍이더라도 오길 잘했다. 구지원이 노래를 내 평생 언제 또 들어보겠냐. 안 그래? (하며 돌아보는데)
정태, 안 듣고 있었는지. 저 앞에 채영과 걸어가는 지원을 보고 있다.
민재, 지원과 정태를 번갈아보다가.. 문득 앞으로 걸음을 빨리해 나가며..
민재 : 어이 동아리!
마이클 : 설마 여기서 로봇 얘기하자는 거?
옥주 : 오오빠아..
재명 : 혀엉..
민재 : 동아리방에서 삼십분만 회의하자.
채영 : 이민재. 너 인간이냐? 어?
민재 : 자아. 동아리 아닌 분들은 가서 주무시든지 공부를 하시든지..
만수 : 그래 그럼 수고들해라..
민재 : 만수형은 랩으루 갈거지?
만수 : 니들 나 몰래 이차 가는 건 아니지?
채영 : 민재야. 너 이 좋은 기분을 그렇게 꼭 박살을 내야겠냐?
민재 : (채영에게만) 내가 지금 너 탕수육 사줄려구 이러는거다. 조용히 해. (큰소리) 뭣들 하는거야. 빨리빨리 움직여어.
정태와 지원은 그저 보고 있다.
S#52. 기숙사 앞 (밤)
정태와 지원이 걸어온다. 좀 거리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남자 기숙사 앞에서 정태 걸음을 멈춘다.
지원, 힐끗 보더니 무뚝뚝하게..
지원 : 잘 자. (그냥 걸어간다)
정태 : (보고 있다가) 구지원. 얘기 좀 하자.
지원 : (망설이듯 멈췄다가 돌아선다)
정태 : 오늘 일.. 어떻게 해석해야 되냐?
지원 : 뭘 어떻게 해석해?
정태 : 천하의 구지원이 노래방에 따라온 거. 그리고 노래까지 부른 거.
지원 : 무슨 해석을 하고 싶은건데?
정태 : 너 나한테 뭐 미안한 거 있냐? 그래서 그거 일종의 사과였어?
지원 : .... 현금으로 받는 걸 싫어하는 거 같아서.. 오늘 노래방값을 내가 낸다고 생각했어.
정태 : (보다 허 웃는) 언제나 정답이 준비되 있구나. 넌.
지원 : (뭔가 말하려다가 망설인다)
정태 : 뭐. 할말 남았어?
지원 : 그거.. 니가 전에 얘기해준 시. 누구꺼라구 했니?
정태 : 너에게 묻는다?
지원 : 그래.
정태 : 안도현 시인.
지원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그 담에 뭐였지?
정태 :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지원 : (잠시 외우는 듯 조용하다)
정태 : 나한테 그 시집 있는데 빌려줘?
지원 : 아니. 그 정도면 됐어. 더 이상은 시간 뺏기고 싶지 않어. 감정도 뺏기고 싶지 않고.. 그럼....
돌아서더니 간다.
정태 잠시 보다가 자신도 몸을 돌려 기숙사 계단을 성큼성큼 오른다.
S#53. 서교수 강의실
강의실의 시계가 7시를 가리킨다
조교가 문제지와 답안지를 나눠주고 있고,
서교수 : 예고했던대로 시험 시간은 무제한입니다. 그런데 우리 조교를 생각해서 웬만하면 너무 늦지 않게 제출하도록 해요.
서교수는 웃지만.. 학생들은 아무도 웃지 않는다.
민재, 채영, 정태, 지원도 중간중간 보인다.
전공책을 꺼내 펴보거나 벌써 힌트를 얻은 듯 자신있게 써내려가는 학생들.
지원이는 자리에 앉아 책을 뒤적이며 뭔가 찾고있다.
(시간경과)
학생 한명이 답안지를 제출하고 앞문으로 나간다.
3분의 2 정도의 학생들이 남아있다.
남아있는 학생들, 다소 풀어져 있다. 지친 듯 목운동을 하는 학생도 있고.
채영, 부시시한 머리를 북북 긁으며 한 장을 채우고, 다른 답안지를 펼친다.
공학용 계산기를 톡톡 두드리며 문제를 푸는 민재.
턱을 괴고 쓰던 정태가 빽빽이 채운 답안지를 들고 일어난다.
정태가 앞으로 나가는 걸 부러운 듯 보는 채영과 민재.
고개를 숙이고 답안 작성에 열중하고 있는 지원.
강의실 시계가 12시를 넘기고 있다.
S#54. 강의실 앞 복도 (밤)
민재와 채영이 강의실에서 나온다.
채영 : (늘어져라 하품을 하며) 으으으.. 우리 이거 마지막 시험 맞지?
민재 : (뻐근한 어깨며 목운동을 하며) 어떻게 마지막이냐. 기말고사도 있고. 다음 학기에도 시험이 있고..
채영 : 우씨.. (발로 차는)
민재 : 근데 지원이 아직 붙잡고 있든데..
채영 : 내기할까. 난 지원이가 맨 마지막에 나온다에 걸었어.
민재 : 둘이 똑같은데 걸면 내기가 되냐?
채영 : 참.. 정태는 어때? 지원이하구 뭔가 친해진 거 같지 않어?
민재 : 글세.. 니가 보긴 어때. 지원이.
채영 : 몰라. 걔 얼굴이야 365일 똑같잖어. 물어보기도 무섭구. 어제두 거의 밤새는거 같든데.
민재 : 이렇게 되면 탕수육은 니가 사는거야. 그치?
채영 : 아직 시험 안 끝났네.
민재 : 벌써 상황 끝이야. 정태는 지금쯤 방에서 퍼져 자구 있을걸.
채영 : (다시 하품..) 아무래두 오늘 지원이 픽 쓰러지는 거 아냐. 아님 코피라두 흘릴 거 같은데..
민재 : (채영의 등을 밀어 가며) 동아리방에 라면 있을걸..
채영 : 그거 마이클이 다 먹어치운거 아닐까. 걔 완전히 라면 귀신이야. 저번에 앉은 자리에서 두 개반 먹는 거 봤어.
둘이 얘기 나누며 어두운 복도를 걸어간다..
S#55. 서교수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는 조교. 하품을 한다. 시계는 2시 40분.
강의실에는 지원을 포함해 다섯명 정도 남아있다. 그 중의 한명은 아예 엎드려 잠이 들어있다.
지원이의 자세도 처음보다 많이 흐트러진 상태지만 끝까지 포기않으려는 듯하다.
(시간경과)
천둥소리가 들린다.
흠칫 놀란 지원이 창밖을 보면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지원 고개 들어보면 조교가 앞에 와 서있다.
조교 : (거의 눈을 감은 상태 ...지원을 보며) 오래 걸리겠어요? 시험 시간 다 됐는데.
지원 주위를 둘러본다. 강의실에는 조교와 지원 뿐. 아무도 없다.
아쉬운 표정의 지원, 펜을 놓고 일어선다.
S#56. 복도
복도를 혼자 걸어오는 지원.
S#57. 건물 앞 (밤)
비가 내리고 있다.
현관까지 걸어온 지원, 멈춰선다. 피곤하고 지친데다 빗속을 어떻게 뚫고갈지 난감하다.
마침내 결심하고 빗속으로 나서는데.
정태 : (E) 3시 40분.
지원, 돌아보면 정태가 우산을 받쳐들고 다가온다.
정태 : 7시에 시작해서 여덟시간 40분. 참 독하다 독해.
지원 : 넌 이 시간에 안 자고 뭐하는거야?
정태 : 우산 줄려고 너 기다렸다면 믿을래?
지원 : (의심쩍어서 보는)
정태 : 동아리방에서 자다가 좀 전에 깼어. 자. (지원에게 우산 건네준다)
지원 : (얼결에 받아들었다가) 넌?
정태 : 내가 바보냐. 너랑 같이 우산을 쓰고 가게. 나중에 무슨 소릴 들을려구.
정태, 지원이 뭐라 말 더 하기도 전에 옷깃을 세우더니 비오는 밖으로 뛰어나간다.
지원 부르려다가 만다. 정태의 모습은 금방 어둠에 묻힌다.
지원.. 보고 있다가 들린 우산을 올려다본다.
우산은 한쪽 살이 두 개쯤 부러져서 축 늘어져있다.
지원 그 우산 모양 때문에 웃는 듯 피식 웃는다. 그리고 허리를 펴고 빗 속으로 나선다.
그 모습 위로 들리는.
채영 : (E) 정태가 이제까지 동아리방에서 잤었어?
민재 : (E) 거긴 이제까지 우리가 있었잖어.
민재와 채영이 비 내리는 한쪽 구석에서 우산 하나를 같이 쓴 채 모습을 드러낸다.
채영 : 자아.. 이것으로 내기는 박채영의 승리로 끝난거 같은데요.
민재 : 어뜩게 이게 니가 이긴거야.
채영 : 어라. 봤잖아. 정태가 지원이 우산을 갖다주러 이 밤중에..
민재 : 어허.. 우리 내기는 어디까지나 둘이 시험 끝날까지 화해를 하는가 마는가였습니다.
채영 : 우기지 마아. 우산까지 갖다 줄 정도면 화해가 아니라 화해 할아버지다.
민재 : 화해한 사람들이 우산도 같이 안 쓰고 가냐?
채영 : 너어.. 치사하게 탕수육 하나 땜에 진실을 외면하냐?
민재 : 넌 공학도라는 애가 좀 정확하게 판단을 할 수 없어?
채영 : ....너하구 안 놀아.
혼자 우산을 쓰고 가버린다.
민재 : 야야 같이 쓰고 가.. 야임마. 박채영!
따라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