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해적'인가 '바다 속의 청소부'인가.
우리나라 연안의 패류양식장을 황폐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불가사리를 두고 어촌계나 관련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피해가 심각한 것에 비해 불가사리의 생태에 대한 기초 연구가 부족하고 불가사리 구제 또한 원시적 수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불가사리라고 해서 모두가 '나쁜 놈'이 아니다. 불가사리도 종에 따라서 '좋은 녀석'이 더 많아 마구잡이식 구제작업은 재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불가사리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 해양 생태계를 바로 보자.
▲불가사리도 불가사리 나름
'스타피시(Star Fish)' 또는 '시스타(Sea Star)'로 불리는 불가사리는 극피동물문 불가사리아문 불가사리강에 속하는 해양의 저서무척추동물이다. 약 5억 년 전에 출현하기 시작해 현재는 세계적으로 1600여 종, 국내에는 47종이 출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불가사리류는 바다의 저서무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상위의 생태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해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캄차카와 홋카이도에서 건너온 아무르불가사리와 토착종인 별불가사리, 거미불가사리, 빨강불가사리 등이다. 패류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종은 아무르불가사리임에도 구제작업에서 포획되는 건 유익하기도 한 별불가사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문제다.
아무르불가사리는 전형적인 육식성 불가사리이다. 이 불가사리는 큰놈의 길이가 40㎝에 이르는데 희거나 누르스름한 몸체 위에 푸른 점 무늬가 새겨져 있어 징그러워 보인다. 추운 지방에서 내려온 까닭에 겨울철에 움직임이 활발하다. 조개류를 포식할 때는 다섯 개의 팔로 조개를 감싼 후 팔 밑에 무수히 붙어있는 관족을 꽉 조여 조개 입을 강제로 벌려 그 틈새로 위장을 밀어 넣어 조갯살을 녹여먹는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성숙한 아무르불가사리 한마리가 하루 동안에 멍게 4개, 전복 2개, 홍합 10개를 거뜬히 먹어치운다고 한다.
이에 비해 토종인 별불가사리는 윗면이 파란색에 붉은 점이 있고 배쪽은 빨간색을 띠고 있는데 팔이 짧고 움직임이 둔해 아무르불가사리에 비해 포식성이 떨어진다. 전복의 움직임보다 더 느리다. 그래서 별불가사리는 먹잇감도 주로 죽은 물고기나 병들어 부패한 조개류 등의 유기물을 먹어치우기에 오히려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별불가사리는 여름철 아무르불가사리의 움직임이 둔해질 때 이들을 공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제주 연안에서 많이 발견되는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류도 인간에게 유용한 불가사리. 이들은 부패한 고기와 유기물만을 먹이로 섭취해 바다의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가사리에 대한 연구 현황
현재 불가사리에 대한 기초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80년대까지는 분포하는 생물종을 밝히는 분류학적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먹이 습성, 구제기구 개발 등 생태학적인 연구들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고, 최근 들어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신라대 생명과학과 고현숙 교수는 "호주의 경우 왕관불가사리가 있는데 지난 71년 제주도까지 올라온 것이 확인된 사례가 있지만 후속 연구는 없다"며 "아열대성인 왕관불가사리가 우리나라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는 것과도 관련성이 있는데다 특히 왕관불가사리의 경우 산호초 폴립을 먹기에 이를 퇴치하기 위한 대책 연구가 필요함에도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고 교수는 또 "중국에선 불가사리알에 있는 사포닌이란 성분을 이용해 항균 항산화 항혈전제 등의 생산 연구를 하고 있고 일본에선 별불가사리에 대해 신물질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지역 고유종의 경우 진화적으로 오랜 시간이 적용되기에 신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해양생태계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연구 지원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불가사리 구제 방안
불가사리를 구제할 때 중요한 것은 시기이다. 아무르불가사리가 연안으로 이동하는 시기가 초겨울 무렵임에도 5~7월에 집중적으로 불가사리 구제작업을 벌이고 있는 점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불가사리 구제에 주로 생석회를 뿌리거나 스킨스쿠버가 물속에 들어가 직접 제거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생석회는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고, 한계도 많다. 왕관불가사리의 경우 포르말린을 쓰기도 하는데 이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시도되는 천적인 나팔고둥을 이용한 방제는 좋은 방법이지만 이 나팔고둥이 제주도 등 따뜻한 바다에만 주로 서식하는 종이라는 것이 단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신종근 박사는 "불가사리의 경우 자웅 따로 체외수정을 하고, 수소이온농도가 불가사리 정자를 활성화한다는 사실, 정자가 알과 수정할 때 어떤 유도 물질로 하는지 등 발생 메커니즘 에 따른 불가사리의 발생과 행동에 대한 기초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아무르불가사리의 구제 시기는 4월말 5월초 수정 직전에 생식소가 최고 발달했을 때가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해양연구원 백상규 박사는 "불가사리에 의한 피해와 구제에 있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이들이 대량서식할 공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 연안 곳곳에 설치된 항만시설이나 연안 양식장 등지에 음식물 및 어류 사체를 투기하지 않아야 하며 담치 등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불가사리의 피해 실태
실제로 불가사리로 인한 연안의 피해는 얼마나 될까. 현재 우리나라 전국 연안에는 40여 종의 불가사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패류 양식장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불가사리에 대한 연도별 수거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02년 238t에서 2003년 2350t, 2004년 2466t, 지난해 4108t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양식장에서 불가사리 한마리가 하루에 포식하는 양을 바지락 16개, 피조개 1.5개 등으로 보고 불가사리의 피해량을 추정한 결과 ㏊당 평균 불가사리수를 1000마리로 잡고 양식장 면적을 곱하고, 불가사리의 식욕 감퇴기를 감안해 연간 150~200일 정도를 잡으면 전체 불가사리 분포량은 6600t(4400만 마리)으로 연간 피해 규모는 1만1000t~1만5000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패류단가를 ㎏당 800원 정도로 잡으면 피해금액은 80억~11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불가사리에 의한 피해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아무르불가사리에 의한 가리비, 피조개, 담치류 등 양식 산업의 피해가 크다. 불가사리류는 외래종이 대량유입됐을 때 소형갑각류, 산호, 말미잘, 심지어 소형어류까지 무차별적으로 포식함으로써 해역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또한 고기를 잡기 위한 어구에 잡혀오는 불가사리로 인해 어업 효율이 감소하고 악취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안의 패류양식장을 황폐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불가사리를 두고 어촌계나 관련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피해가 심각한 것에 비해 불가사리의 생태에 대한 기초 연구가 부족하고 불가사리 구제 또한 원시적 수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불가사리라고 해서 모두가 '나쁜 놈'이 아니다. 불가사리도 종에 따라서 '좋은 녀석'이 더 많아 마구잡이식 구제작업은 재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불가사리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 해양 생태계를 바로 보자.
빨강불가사리 | |
'스타피시(Star Fish)' 또는 '시스타(Sea Star)'로 불리는 불가사리는 극피동물문 불가사리아문 불가사리강에 속하는 해양의 저서무척추동물이다. 약 5억 년 전에 출현하기 시작해 현재는 세계적으로 1600여 종, 국내에는 47종이 출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불가사리류는 바다의 저서무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상위의 생태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해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캄차카와 홋카이도에서 건너온 아무르불가사리와 토착종인 별불가사리, 거미불가사리, 빨강불가사리 등이다. 패류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종은 아무르불가사리임에도 구제작업에서 포획되는 건 유익하기도 한 별불가사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문제다.
아무르불가사리는 전형적인 육식성 불가사리이다. 이 불가사리는 큰놈의 길이가 40㎝에 이르는데 희거나 누르스름한 몸체 위에 푸른 점 무늬가 새겨져 있어 징그러워 보인다. 추운 지방에서 내려온 까닭에 겨울철에 움직임이 활발하다. 조개류를 포식할 때는 다섯 개의 팔로 조개를 감싼 후 팔 밑에 무수히 붙어있는 관족을 꽉 조여 조개 입을 강제로 벌려 그 틈새로 위장을 밀어 넣어 조갯살을 녹여먹는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성숙한 아무르불가사리 한마리가 하루 동안에 멍게 4개, 전복 2개, 홍합 10개를 거뜬히 먹어치운다고 한다.
이에 비해 토종인 별불가사리는 윗면이 파란색에 붉은 점이 있고 배쪽은 빨간색을 띠고 있는데 팔이 짧고 움직임이 둔해 아무르불가사리에 비해 포식성이 떨어진다. 전복의 움직임보다 더 느리다. 그래서 별불가사리는 먹잇감도 주로 죽은 물고기나 병들어 부패한 조개류 등의 유기물을 먹어치우기에 오히려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별불가사리는 여름철 아무르불가사리의 움직임이 둔해질 때 이들을 공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제주 연안에서 많이 발견되는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류도 인간에게 유용한 불가사리. 이들은 부패한 고기와 유기물만을 먹이로 섭취해 바다의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무리의 아무르불가사리가 담치밭을 휩쓸고 있다. 아무르불가사리가 지나가고 나면 담치는 껍데기만 남긴채 죽고만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현재 불가사리에 대한 기초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80년대까지는 분포하는 생물종을 밝히는 분류학적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먹이 습성, 구제기구 개발 등 생태학적인 연구들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고, 최근 들어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신라대 생명과학과 고현숙 교수는 "호주의 경우 왕관불가사리가 있는데 지난 71년 제주도까지 올라온 것이 확인된 사례가 있지만 후속 연구는 없다"며 "아열대성인 왕관불가사리가 우리나라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는 것과도 관련성이 있는데다 특히 왕관불가사리의 경우 산호초 폴립을 먹기에 이를 퇴치하기 위한 대책 연구가 필요함에도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고 교수는 또 "중국에선 불가사리알에 있는 사포닌이란 성분을 이용해 항균 항산화 항혈전제 등의 생산 연구를 하고 있고 일본에선 별불가사리에 대해 신물질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지역 고유종의 경우 진화적으로 오랜 시간이 적용되기에 신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해양생태계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연구 지원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불가사리 구제 방안
불가사리를 구제할 때 중요한 것은 시기이다. 아무르불가사리가 연안으로 이동하는 시기가 초겨울 무렵임에도 5~7월에 집중적으로 불가사리 구제작업을 벌이고 있는 점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불가사리 구제에 주로 생석회를 뿌리거나 스킨스쿠버가 물속에 들어가 직접 제거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생석회는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고, 한계도 많다. 왕관불가사리의 경우 포르말린을 쓰기도 하는데 이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시도되는 천적인 나팔고둥을 이용한 방제는 좋은 방법이지만 이 나팔고둥이 제주도 등 따뜻한 바다에만 주로 서식하는 종이라는 것이 단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신종근 박사는 "불가사리의 경우 자웅 따로 체외수정을 하고, 수소이온농도가 불가사리 정자를 활성화한다는 사실, 정자가 알과 수정할 때 어떤 유도 물질로 하는지 등 발생 메커니즘 에 따른 불가사리의 발생과 행동에 대한 기초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아무르불가사리의 구제 시기는 4월말 5월초 수정 직전에 생식소가 최고 발달했을 때가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해양연구원 백상규 박사는 "불가사리에 의한 피해와 구제에 있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이들이 대량서식할 공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 연안 곳곳에 설치된 항만시설이나 연안 양식장 등지에 음식물 및 어류 사체를 투기하지 않아야 하며 담치 등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불가사리의 피해 실태
실제로 불가사리로 인한 연안의 피해는 얼마나 될까. 현재 우리나라 전국 연안에는 40여 종의 불가사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패류 양식장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불가사리에 대한 연도별 수거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02년 238t에서 2003년 2350t, 2004년 2466t, 지난해 4108t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양식장에서 불가사리 한마리가 하루에 포식하는 양을 바지락 16개, 피조개 1.5개 등으로 보고 불가사리의 피해량을 추정한 결과 ㏊당 평균 불가사리수를 1000마리로 잡고 양식장 면적을 곱하고, 불가사리의 식욕 감퇴기를 감안해 연간 150~200일 정도를 잡으면 전체 불가사리 분포량은 6600t(4400만 마리)으로 연간 피해 규모는 1만1000t~1만5000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패류단가를 ㎏당 800원 정도로 잡으면 피해금액은 80억~11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불가사리에 의한 피해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아무르불가사리에 의한 가리비, 피조개, 담치류 등 양식 산업의 피해가 크다. 불가사리류는 외래종이 대량유입됐을 때 소형갑각류, 산호, 말미잘, 심지어 소형어류까지 무차별적으로 포식함으로써 해역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또한 고기를 잡기 위한 어구에 잡혀오는 불가사리로 인해 어업 효율이 감소하고 악취도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