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잇단 수상 일본 기초과학 지원 주목해야" 신진연구자 지원ㆍ정년보장 필요
[2010년 10월 14일자 13면 기사]
■ 대학
일본 과학자들의 잇따른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일본의 기초과학 육성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벨상 수상 연구성과가 주로 30대에 발표됐다는 점을 감안해 일본의 다양한 신진연구자 지원제도에 주목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신진연구자의 연구비와 급여를 일정 기간 국가가 지원하고, 자연과학 분야 신진연구자의 20%에 대해 정년보장을 목표로 하는 일본 대학의 `신 테뉴어 트랙제도' 같은 구체적인 지원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이준승)은 `일본의 기초연구 진흥정책과 산ㆍ학ㆍ연 역할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기초연구 육성정책과 기초연구를 위한 대학ㆍ연구소ㆍ기업의 역할 및 선진 협력시스템 등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된 논문발표 시기는 주로 30대에 집중되는 만큼 일본의 대학원, 특히 박사후과정에 대한 지원정책과 신 테뉴어 트랙제도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986년에서 2006년까지 20년간 노벨 화학, 물리, 생리ㆍ의학상 수상자 137명 중 48%인 66명이 30대의 연구결과로 수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2009년 기준 34개 일본 대학이 실시중인 신 테뉴어 트랙제도를 집중 조명했다. 이 제도는 대학에 채용되는 신진연구자를 국가가 결정해 3∼5년 정도 연구비와 급여를 지원, 해당 대학에서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한 후 대학이 독자적으로 최종 정년직 채용을 결정하게 하는 것으로, 자연과학 신진연구자 20%의 정년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진연구자의 초기 일자리와 연구비를 정부가 일정기간 안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대학과 연구진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제도인 셈이다.
보고서는 또 국가 기초연구는 장기적 방향성을 가진 산ㆍ학ㆍ연 각각의 노력에 의해 활성화된다고 분석했다. 즉 대학, 공공연구기관, 기업은 각각 인력양성, 인프라 구축, 기술혁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 또 선진 협력시스템 구축을 위해 우리나라도 일본이 시행중인 산학관 코디네이터 제도와 유사한 과학기술 코디네이터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학관 코디네이터는 대학의 연구성과와 산업계의 수요를 매칭하는 역할을 하며, 지적재산 관리ㆍ활용 지원, 벤처기업 지원, 산ㆍ학ㆍ연 금융 연계시스템 구축 지원 등을 맡는다.
한편 일본은 산업수요에 대응하는 기초연구를 위해 `전략적 창조연구추진사업'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KISTEP 이준승 원장은 "우리나라도 다양한 연구지원사업이 시행중이지만 막 연구를 시작하는 신진연구자의 고용안정을 타깃으로 한 집중 지원책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작 일본의 기초과학 육성책에서 주목할 것은 단기성과를 재촉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왔다는 점이며 그 결과 15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가장 강력한 과기 전담부처 만들자”
국과위 위상강화 방안 모색 대토론회 현장
2010년 10월 14일(목)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의 위상 강화를 위한 가장 적절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정치인과 과학기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3일 박영아, 서상기, 임해규, 변재일, 김춘진, 이상민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토론회에서 좌석을 가득 메운 정치인과 과학기술인들은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국과위 개편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을 교환했다.
▲ 박영아 의원 등 6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국과위 위상강화 방안 모색 대토론회
국과위는 지난 1일 청와대에서 본회의를 열고 현재 ‘대통령 직속 비상설 자문기구’로 운영 중인 국과위를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상설 행정위원회’로 전환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과위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오는 11월 국과위 개편 법안 국회 제출
개편안은 또 교과부에 설치·운영하고 있는 국과위 사무국을 교과부에서 분리, 사무처로 확대 운영토록 하고 있다. 사무처는 장관급 부위원장, 실장급 공무원, 민간인과 공무원으로 구성된 120명의 실무진으로 구성되며, 연구개발의 사전기획, 재원배분, 성과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 R&D 행정을 수행하게 된다.
개편이 이뤄지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으로 분산돼 있었던 직제 및 예산편성, 인사권이 국과위로 이전되고, 국과위를 통해 그동안 불가능했던 R&D 전반에 걸쳐 종합 조정업무가 가능해진다.
김영식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R&D 예산과 관련, “지금까지 국과위는 R&D 예산 심의·편성 과정에서 배분 방향만 제시해왔으나, 개편 후에는 국방·인문 등의 R&D사업을 제외한 주요 국책사업에 대해 예산 배분·조정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 김영식 교과부 과학기술정책실장
김 실장은 국과위와 관련, “설치·운영 및 업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과학기술기본법’과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평가법’ 개정안을 마련,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하고, 가능한 한에서 내년 상반기 개편 국과위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 문제와 관련해서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법률 개정안이 통과된 다음 최대한 조속히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손진훈 충남대 뇌과학연구소장은 개편안과 관련해 “예산권에 대한 역할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 소장은 “개편안에 따르면 국과위가 연구개발사업 예산의 75%를 배분·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안에서 명시하고 있는 75%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26개 출연연에 대한 단일 연구회로서의 국가연구개발원(가칭)을 법에 명시하며, R&D특구 관리, 과학비즈니스벨트, 지방과학진흥 등의 업무를 국과위로 이전하는 문제들에 대해 명확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26개 출연연 소속 국과위로 명시해야
손 교수는 이어 국가위의 위원 구성에 있어 “그 규모를 15인에서 25인으로 확대하고, 특히 민간 전문위원의 수를 상임 민간전문위원 5~6인을 포함해 1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특히 26개 출연연과 관련해 그 소속을 국과위 소속으로 명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손 교수는 “당초 민간위원회의 출범 이유가 출연연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이었다”며,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출연연 소속을 국과위로 이관해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고 창조적 혁신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손진훈 충남대 교수
국과위와 부처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제안이 나왔다. 손 교수는 국과위가 12개 정부부처의 과학기술 계획을 받아 중장기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 매년 ‘연도별 시행계획’을 작성하고, 각 부처는 소관 업무 관련 과학기술 사업을 추진하되 예산배분조정과 성과평가는 국과위가 담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영아 의원이 주관하고 고승덕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토론회에는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 원희룡, 변재일, 배은히, 김세연, 조전혁, 박보환, 이애주, 김춘진, 임태규 의원 등 1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참석, 정치권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또 이주호 교과부장관,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 김시중, 채영복 전 과기부장관, 조환규 전 교육부장관, 그리고 20여 명의 출연연구원장들이 함께 참석해 국과위 개편안에 대한 높은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법 개정 서둘러야”… 토론자 의견 일치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정부의 국과위 개편과 관련, “대통령께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강한 인식과 의지를 가지고, 정부 수립 이후에 가장 강력한 과학기술 전담 부처를 탄생시킨 것에 대해 참으로 잘 된 일”이라고 평가해 주목을 받았다.
▲ 이날 대토론회에는 여야 원내대표를 비롯 정치계, 과학기술계 리더들이 대거 참석해 국과위 개편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국과위 개편안과 관련, 향후 일정에 대해 큰 관심이 모아졌다. 김춘진 의원은 내년 상반기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하반기로 미뤄질 경우 정치 일정에 따라 대선주자들의 과학기술 관련 공약이 이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국과위 관련 공약이 새로 출현하고, 어렵게 마련된 국과위 개편안이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안종석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장, 민경찬 과실련 대표, 박방주 한국과학기자협회장 등도 강력한 과학기술행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 개정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박원훈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은 “현재 농림수산부, 보건복지부의 R&D가 강화되고 있으며, 과학기술 행정 역시 정부 주도에서 민간주도형으로 나가야 한다”며,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국과위의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 부원장은 또한 출연연 문제와 관련해서 “출연연들이 소속된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일단 국과위 소속으로 못을 박아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원장은 이어 “출연연과 관련된 부처의 요구는 그 다음에 결정할 일”이라며, 연구회 소속을 국과위로 명시해줄 것을 주문했다.
향후 일정과 관련 토론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김영식 교과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국과위 개편안을 일단 매듭짓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후속 사안들을 추진하겠지만, 출연연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