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게 추운 아침입니다. 차에서 내리는데 찬 기운이 온 몸을 휘감아 오더군요. 졸면서 경남 산청까지 왔는데 차문이 열리고 산골 겨울날씨에 내던져지니 '워메 추운ㄱ..거...어...." 새해들어 회원님들과 박일구샘 모두 한 살씩 더 나이가 늘어나니 한 겨울 출사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예전과는 다른 모양입니다. 산청의 수승대에서 추위로 정신 번쩍나는 촬영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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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 북상면에 있는 갈계숲에 들어갑니다. 2헥타르 정도 되는 마을 숲인데 소나무와 가선정, 병암정, 도계정의 정자가 잘 어우러진 곳입니다. 운동장이 꽤 넓은 북상초등학교 옆으로 깨끗한 개울이 흐르고 그 너머에 숲이 있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정자들이 흩어져 있는데 크기와 모양이 각각 특징이 있으면서 알맞은 곳에 맞춤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역시 추워서 다들 아직 촬영의지에 발동이 안 걸린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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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임가네'집입니다. 마을 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선 중기의 문신인 갈천 임훈선생의 옛 집입니다. 대구와 부산에서 올라온 방문객들과 함께 마을의 임씨 후손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로 부터 이런저런 설명을 같이 듣습니다. 그 중에 어느 분이 이 집과 부석사 무량수전이 얼추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것이 아니냐 하는 질문을 합니다. 바로 박일구샘으로부터 뭔 택도 없는 소리마라는 한소리 듣고는 조용해집니다. 우리나라에 하나 뿐이라는 주춧돌에 검게 각인된 경운기 바퀴자국이 좀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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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충절로 이름난 동계 정온선생의 종택입니다. 이 집의 종부는 경주 최부자집 맏 딸입니다. 거동이 조금 불편하시지만 종부의 위엄은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다녀온 임훈선생네를 '임가네'라는 말(요 뉘앙스는 이번 주 금요일 정기모임 때 김진이샘 목소리로 재방송 해드립니다)로 정리합니다. 아직도 안채에서 살림을 이어가고 있는데 마루와 토방에 걸린 메주가 잘 벌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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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정에서 위천(渭川)을 바라봅니다. 조선 순조 때 용암 이석형선생이 세운 정자로 경치 좋은 강변의 너럭바위위에 정면 3칸, 측면2칸의 팔짝지붕으로 되어있습니다. 우리가 들어올 때 부터 짖기 시작한 정자 옆의 닭집 개는 오래도록 짖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마루 밑을 보니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있습니다. 화재가 있었던 형태인데 그래도 전체가 소실되기 전에 어찌 불을 끈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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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정 아래 천변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고 얼음도 두껍게 얼어있습니다. 출사일이 대한이고 겨울의 찬 기운은 여전합니다. 옷을 얇게 입었다고, 내복을 입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는 회원님들입니다. 하지만 김진이샘에게는 벌써 봄이 다가왔습니다. 얼음 중간의 작은 돌 위에서 봄의 흔적을 찾고 있습니다. 눈 속에 작게 솟아 위태로운 돌처럼 아직 추운 날씨에 망울을 내민 버들강아지가 편해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용캐도 어려운 자리에서 봄기운을 찾아낸 봄처녀의 따뜻한 시선에 날카로운 동장군의 기세도 누그러질 것이고 버들강아지의 새순도 더 부풀어 오를 것입니다. 이번 겨울들어 제일 춥다고 생각한 날에 오히려 봄의 기운을 느끼다니...... 이 모두가 다 출사 나온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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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드디어 동영상까지... 출사 함께 못하여 죄송합니다.
영상은 그냥 단추 누르는 수준입니다...ㅠㅠ
동영상이 있는줄 몰랐습니다.물소리가 좋습니다
캬~~~~~~~~~~~~~~~~~점점 업그레이드 되는 후기...짱~~~~
후기 잘 봤어요...못가서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