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연시에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한 광고문구가 현실이 되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신정이 모두 월요일을 끼고 주말과 맞물리는 징검다리 연휴로 되어 있어 바다 건너 여행을 고려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 골프투어나 스키여행, 연말 선물 쇼핑 등 미뤄왔던 여행 준비로 벌써부터 분주한 직장인도 적지 않다. 이미 여행사마다 ‘12월 외국여행 예약률’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다고 하니 여름휴가가 부럽지 않은 때다.
자연 비행기 이용률이 늘면서 기내 안에서 즐기는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 1순위는 단연 기내 먹을거리다. 기내 비빔밥을 유독 좋아하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간식거리를 대표음식으로 꼽는 승객도 있다. 또 다양하게 마련된 기내 음료 서비스도 기다려지는 것 중 하나인데, 특히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기내에서 즐기는 와인 한 잔은 빠른 시간 내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고,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으로 불리는 혈액순환장애 현상을 완화시켜 비행의 피로감을 덜 수 있어 한두 번 마시기 시작한 사람은 매번 찾곤 한다. 작년 대한항공은 약 72만병, 아시아나항공은 약 35만병을 소비했을 정도라고 하니 기내가 말 그대로 ‘천상의 와인바’인 셈이다.
기내 서비스의 중심으로 와인이 부각되면서 어떤 와인을 제공하느냐가 항공사 서비스 품질의 척도로도 활용된다. 매년 항공사 기내 와인을 비교하는 경연대회도 열린다. 소믈리에 스튜어디스를 두기도 하고 대한항공은 현지 직거래를 통해, 아시아나 항공은 3년마다 와인 리스트 교체를 진행한다. 해외항공인 에어프랑스는 일등석에서 이코노미석까지 전부 프랑스산 와인을 제공하고, 대한항공도 노선별로 현지산 와인을 제공하는 세심한 배려로 와인을 선보인다.
이렇듯 항공사마다 와인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기에 기내 제공 와인은 이코노미석 와인일지라도 동급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와인이 많은 편이다. 다만 환경적인 제약이 따르다 보니 까다로운 선택 기준을 거쳐야만 기내에 오를 수 있다.
건조한 기내에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있다 보면 입안이 텁텁해지고 특히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미각세포 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우선 달고 부드러워야 한다. 또한 쓴맛과 신맛은 기내에서 좀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단맛의 와인을 위주로 제공하게 되는 이유다. 기내의 강력한 환기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와인이 간직한 향도 풍부해야 한다. 기내는 기압이 낮고 공기 순환이 빨라 와인향이 코에 전달되기 전에 상당부분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한편, 기내에서 와인을 즐길 때에는 알코올 도수가 동일해도 기압이 낮아 알코올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지상보다 더 쉽게 취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많은 양을 마시지 않도록 한다.
주로 1등석은 병당 10만~20만원대, 비즈니스석은 7만~10만원대의 샴페인.화이트.레드 와인 등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고, 이코노미석에는 2만~3만원선의 화이트와 레드 와인이 많다. 대한항공 1등석에 제공되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알베르 비쇼’와 아시아나항공의 미국산 ‘갤로 시에라 밸리 화이트’ 등이 인기 와인 중 하나다.
여행객 증가와 함께 늘어난 해외항공 이용으로 해외항공에서 제공되는 기내 와인을 선호하는 승객도 늘고 있다. 에어프랑스와 브리티시에어라인에서는 그랑크뤼 등급의 ‘샤토 그뤼오 라로즈’가 제공되고, 에어프랑스 비즈니스석에는 샤토 그뤼오 라로즈의 세컨드 와인 ‘라로즈 드 그뤼오’도 서빙된다. 아메리칸에어라인 1등석에는 ‘레드우드 크릭 까베르네 쇼비뇽’이, 유나이티드에어라인 1등석에는 아르헨티나산 ‘오크캐스크 까베르네 쇼비뇽’이 인기다. 이 외에도 칠레항공사 란칠레에서는 35사우스, 알타이르, 시데랄 등의 칠레 와인이 제공되고, 시데랄은 일본항공 1등석 와인리스트에도 포함돼 있다.
(한선호 금양인터내셔널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