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지하철 일일권(하루종일 무제한 탈 수 있는 티켓)은 900포린트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5천원 정도이다,. 그 돈을 아끼겠다고 지하철 티켓을 한장 한장 사서 썼다,.
부다페스트 지하철 티켓은 참으로 복잡하다,.
내 불행은 여행경비를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지하철 일일권을 안사고 한장씩 낱장으로 사다가 시작되었다,. 3구간만 갈 수 있는 티켓(환승 불가),. 환승가능한 티켓 등등 복잡한 티켓 시스템에,. 티켓을 가지고 있어도 펀칭안하면 무효인 이 정신없음으로 인해,. 부다페스트 켈커티역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동행하게 된 청년과 맛있는 저녁에 멋진 세체니 다리의 야경을 즐기고 노랑아줌마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검표원을 만나 무임승차로 벌금 1600포린트를 물었다,.ㅜ,ㅜ
나 : 허걱,. 저 학생인데요ㅜ,ㅜ 돈도 없구,.
검표원 : 여권 내놔,. 경찰서 갈래?
나 : 허걱,. 죄송함다,. 금방 돈 드릴께요,. 깨갱
아까웠다,. 내 피같은 돈,. ㅜ.ㅜ 잠이 오질 않았다,. 아까운 내 1600포린트,. 뒤숭숭한 꿈까지 꾸면서 부다페스트의 아침을 맞이했다,. 그래,. 오늘은 힘내야지,. 세체니 온천에 다녀오자,. 가서 안마도 받아야지,. 오늘밤에 뮌헨가는 야간열차를 타자고 생각했다,. 부다페스트 켈커티역에 가서 뮌헨행 쿠셋(간이침대) 예약비 4375포린트를 지불하고 기차표를 샀다,. 아,. 그리운 뮌헨역~ 빨리 가고싶었다,.
세체니 온천이나 영웅광장은 참 좋았다,. 부다페스트의 짧은 일정에서 참으로 만족스러웠던 어제의 그 레스토랑에 한 번 더 가고 싶었다,. 맛있는 그곳 요리를 한 번 더 먹고 야간열차 타야지 다짐을 했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하철을 타고 부다페스트 켈커티역으로 가야했다,. 그런데 지하철 티켓 판매소에 사람이 없다,. 어디 간거지? 시간 별로 없는데 큰일이네,. 흠., 한쪽에 무인 티켓 판매기가 있는듯 보였다,. 동전이 별로 없는데,. 신문가판대에 가서 동전을 바꾸고 무인 티켓 판매기에 넣었다,. 작동이 되질 않았다,. 이거 뭐야? 식은땀이 났다,. 뮌헨행 기차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자리를 비웠던 티켓 판매원이 왔다,. 다급히 티켓을 샀다,. 어제 무임승차로 벌금을 물지 않았다면 그냥 무임승차로 지하철을 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또 다시 1600포린트로 벌금을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지체가 된 탓에 부다페스트 켈커티역에 도착했을 때는 뮌헨행 기차는 이미 출발해서 가고 있었다,. 단 1분만 일찍 도착했으면 놓치지 않았을거다,. 눈앞에서 놓치다니!! 가뿐 숨을 고르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바보,. 멍충이,. 천치야,.
우선 정신을 가다듬고,. 수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았다,. 유로는 조금 있었지만,. 포린트는 동전 몇 개 뿐이었다,. 헝가리를 떠날거라 돈을 거의 다 써버린 탓이었다,. 허탈감에 두리번 거려보았다,. 이제 어쩌지,. 저쪽 플렛폼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여자분을 발견하고는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았다,. 한국분이었다,. 내가 뛰는걸 보았다고 했다,.ㅜ.ㅜ 기차를 놓쳐서 어떡하냐며 걱정을 해주었다,. 고마워서 눈물이 고였다,. 그 여자분의 일행인듯한 남자분이 왔다,. 내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다른 기차편이 없나 여기저기 시간표를 봐준다,. 돈은 있냐고 물어봐줘서 포린트는 없다고 했더니 지갑에서 1000포린트를 꺼내서 주셨다,. 이거 받아도 돼요? 고맙습니다,. ㅜ.ㅜ
시간이 늦어 깜깜한 밤이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노랑아줌마네 게스트하우스로 왔다,. 아파트식의 그 집은 아파트 입구에 들어갈때도 열쇠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열쇠가 없다,. 주변에는 공중전화도 안보인다,. 할 수 없이 누군가 아파트로 들어가길 기다렸다,. 한참 기다린 것 같다,. 어둠속에서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누군가 나오거나 들어가길 기다렸다,. 차 한대가 미끄러지듯 왔고 입구 문이 열려서 들어갔다,. 노랑아줌마네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다들 자는 모양이었다,. 아줌마는 잠옷 차림으로 와서 나를 반겼다,. 뮌헨가는 야간기차를 놓쳤다고 했더니 "가여운 것" 하며 "들어와" 라고 말해주어서 울뻔 했다,. 어제 저녁 같이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았던 청년이 왜 다시 왔느냐고 의아한듯 물어와서,. 기차를 놓쳤다고 얘기했다,. 내가 침울해 보였는지 독일에서 만났던 남자 얘길 해주었다,. 돈 아낄려고 베를린 역에서 노숙하다가 배낭을 통째로 잃어버렸다는 이야기,. 정현씨는 잃어버린게 얼마 되지 않아요,. 기운내요,. 라고 덧붙이며 내게 힘을 주었다,. 고마워요,.ㅜ,ㅜ
다음 날 흐릿하고 뿌연 부다페스트의 아침,. 야간기차를 놓쳤으니 아침 일찍 기차를 타야했다,.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아침 출근시간대 라는걸 생각못했다,. 지하철 티켓 판매소의 길게 늘어선 줄,. 휴,. 지하철 티켓 사는데 20분 넘게 소요된 것 같다,. 그로 인해 시간이 지연되어서 아침 9시 20분 부다페스트 델리역에서 출발하는 비엔나, 잘츠부르크 경유의 뮌헨행 기차를 놓쳤다,.ㅜ,ㅜ 우울함의 극치,. 부다페스트의 지하철 정말 싫었다,. 그 다음 기차는 오후 12시 50분에 있었다,. 그 시간까지 기차역내 차가운 의자에 앉아 엽서를 썼다,. 개굴아,. 나 바보 천치야,. 라고 시작하는 엽서를,.,.,. (개구리는 젤 친한 친구의 별명이예요,. 개구리같이 생겨서 개구리가 아니고 이 친구 통신 닉네임이 <개구리비>여서 개구리라고 불러요^0^)
첫댓글 정현이가 고생을 마니 했구나..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행이었다는 니 엽서내용이 생각난다..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더많은것 같어..^^ 나두 착한사람이 되야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