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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마음의 양식 스크랩 사라진 `따오기` 우포에 훨훨 날린 김선희 작가
백가이버 추천 0 조회 40 09.04.28 13:2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중국에서 들어 온 따오기 한쌍이 10년후에는 논과 들과 산에,

우포늪 여기저기를 우아하게 날아다니게 될거라는 소망을 갖고,

그런 모습을 곧 볼 수 있을거라는 미래의 희망을 품고 김선희 화백이 그림을 그렸다.

원래는 하나로 연결된 그림이지만 보기 편하게 반으로 짤랐다.

화폭크기 가로 520 세로 130cm

 

문산 근처 논에서 사라졌던 따오기가 우포늪을 훨훨 난다. 중국에서 들어 온 따오기 한쌍이 12마리가 되어 큰 날개로 사지포를 하얗게 뒤덮는다.

 

미루나무 가득한 들녘, 찬란한 황금빛 석양으로 물든 사지포에서 엄마 따오기 아기 따오기가 함께 어울려 하얀 몸매, 아름다운 홍색 날개깃을 퍼득이며 즐겁게 노닌다. 오른쪽 가시연꽃위에서는 젊은 따오기 한쌍이 부리를 비비며 사랑을 나눈다. 부끄러움에 얼굴은 발그라니 홍당무 색깔이다.

 

김선희 작가의 20대 자화상.

17일 화가의 창녕 자택에서 많은 시간 예술세계와 인생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것은 김선희(52) 화백이 ‘전국의 강과 산에 따오기가 많이 퍼져 나갔으면’ 하는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가로 5미터 세로 3미터의 대형화폭에 그려 낸 ‘우포의 가을’ 풍경이다. ‘우포의 사계’중 가을을 표현한 이 작품은 경남도립미술관에 개최되고 있는 람사르총회 기념특별전(9.9~11.13)에 우포의 ‘봄’ ‘여름’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그녀는 실제 따오기를 눈으로 본 적이 없다. 8월초에 우포생태관에서 열린 따오기 워크?에 참석해 따오기의 생활, 서식환경, 번식과정과 일본에서 성공한 따오기 번식사례 등에 관해 들었다. 중국에서 온 여성학자가 틀어준 아름다운 따오기 영상물도 보았다. 사진과 자료를 보면서 따오기 모양을 정확히 그려내기 위해 밤을 새워 몰입했다. 드디어 그녀는 우포 둔터 반대편 사지포에 따오기 12마리를 훨~훨~ 날렸다.

 

“중국에서 들어 온 따오기 한쌍이 10년후에는 논과 들과 산에, 우포늪 여기저기를 우아하게 날아다니게 될거라는 소망을 갖고, 그런 모습을 곧 볼 수 있을거라는 미래의 희망을 품고 이 그림을 그렸어요”

 

우포는 김선희 작가의 고향이다. 대치초등학교 시절 소벌(우포)에 소풍도 여러 번 갔다. 늪을 푸르게 덮고 있던 말밤(마름)도 따서 삶아 먹곤 했다. 그녀가 2001년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 왔을 때의 우포는 미개한, 원시적인 느낌이었다. 지금의 관망대 반대편은 거의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포를 찾는 사람들도 드물었다.

 

                                                       우포의 겨울은 그냥 저수지 같다.  근데 여름에 되면 수면이 살아서 움직인다.

 

 

 우포는 볼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우포의 아름다움이 뭔지를 보여주려고 '우포의 사계'를 그리기 시작했다.

 

“밤에 우포에 갔을 때 무섭더라고요. 별도 없고 달도 없고, 어두워서 길이 어디로 뚫렸는지 감도 안잡히고. 캄캄한 적막함속에 고니들은 꽥꽥거리고. 어디 수렁텅이에 빠져 들어가는 느낌, 현실과 반대의 원초적인 느낌, 무인도에 와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에 그녀는 가시연꽃을 주로 그렸다. 어느 날 우연히 대대들에서 ‘우포가 생각보다 볼거리가 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결심했다. 사람들이 잠시 와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우포의 아름다움, 참모습을 화폭에 담아 보여줘야 겠다고.

 

가시연꽃위에 앉아 있는 백로중대

 

 

                            밤에 듣는 소리의 느낌, 새벽 물안개 모습, 노을지는 모습, 해 뜨는 모습, 낮의 모습 등 같은 장소지만 전혀 느낌이 다르다.

                                                    같은 계절인데도 올해 여름, 작년 여름이 다르다. 우포에는 똑같은 풍경이 없다.

 

“우포의 생명력은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합니다. 장시간 한 곳에서 가시연들을 보면 수면위를 퍼져나가면서 덮어나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폭우가 오거나 홍수가 나면 갑자기 돌변하는 상황도 일어납니다. 가시연도 올해처럼 저렇게 덮이지를 않습니다. 물이 범람하면 길도 잠겨 없어집니다. 제가 예술가지만 자연만큼 훌륭한 예술가는 없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작품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자연이 순간적으로 만들어내는 풍경은 정말 경이로워요. 인간이 영리하고 과학이 발달하더라도 자연앞에서는 머리가 숙여집니다.”

 

그녀는 ‘우포의 사계’를 담기위해 우포를 구석구석 보고 걸으면서 사색했다. 야심한 밤에도 우포로 나가 새소리를 들었다. 그림이 될 만할 장소는 보고 또 보았다. 그렇게 우포를 느끼고 음미했다.

 

“작가들은 같은 장소에 여러 번 갑니다. 갈 때마다 그 느낌이 전혀 다르거든요. 전체를 볼려면 한 두 번 갔서는 몰라요. 밤에 듣는 소리의 느낌, 새벽 물안개 모습, 노을지는 모습, 해 뜨는 모습, 낮의 모습 등 같은 장소지만 전혀 느낌이 달라요. 같은 계절인데도 올해 여름, 작년 여름이 달라요. 내년 여름도 느낌이 다를거예요. 똑같은 풍경이 없어요.”

 

 

우포의 사계중 '봄'이다. 사지포 야산에서 바라 본 것이다.

멀리서 보면 키가 작고 동글동글하게 보이는 선버들과 미루나무가 보인다.

갈대와 물풀이 이리저리 볏단처럼 쓰러져 있다.

선버들과 갈대, 물풀의 새싹이 나오는 3~4월경 봄풍경이다.

크기는 가로 520 세로 192cm.  화폭이 커서 2등분으로 나눴다. 

 

우포의 사계중 ‘봄’은 사지포 야산에서 바라 본 것이다. 이곳에 보는 우포는 아름답다. 특히 가을 우포는 환상적이다. 봄풍경에는 늪전체를 수놓은 선버들과 미루나무가 보인다. 선버들은 멀리서 보면 키가 작고 동글동글하게 보인다. 땅에 붙으면서 퍼져나가 여름에는 잎으로 휩싸여 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갈대와 물풀이 이리저리 볏단처럼 쓰러져 있다. 선버들잎은 나왔지만 갈대, 물풀의 새싹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3~4월경 우포의 봄풍경이다.

 

우포 뒤로는 병풍처럼 펼쳐진 기세 좋은 화왕산도, 마음씨 좋게 보이는 얕은 산도 보인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산들이 우포에 옹기종기 다 모였다.

 

“한국의 산은 얼핏 보면 밋밋하고 재미없어요. 높지도 않고 윤곽도 심하게 차이나는 것도 없고. 외국인들의 눈에는 동산이나 언덕처럼 보이겠죠. 하지만 한국의 산은 어머니 젓가슴처럼 생명을 살리고 키우는 모성애를 지니고 있어요.”

 

 

'우포의 여름'

                                                   수면위에 떠있는 가시연이나 물풀의 잎들이 십자수처럼 수면위에 수를 놓고 있다.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니고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이것이 생명력이다. 

 

 

‘우포의 여름’에서 보이는 좌측은 목포, 우측은 우포, 둑은 목포제방이다. 식물들이 수를 놓듯 그 생명력이 퍼져나가는 것을 표현했다. 없던 것이 생겨나서 퍼져 나가는 생명력, 그게 여름작품의 주제다. 생명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줄려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넣어야 된다. 그게 바로 ‘바람’이다. 바람에 풀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고, 물풀이 바람을 타고 확산되는 듯한 생동하는 느낌을 그림에 투입했다. 우포의 생명력을 보여주기 위해 바람을 이용했다.

 

“우포의 겨울은 그냥 저수지 같아요. 저수지에 물이 담겨 있는 풍경. 근데 여름에 되면 수면이 살아서 움직여요. 수면위에 떠있는 가시연이나 물풀의 잎들이 하나하나 튀어 나와요. 자연이 수면위에 수를 놓고 있다는 느낌. 십자수처럼 하얀 천위에 바늘로 한땀 한땀 건너가면 예쁜 그림이 만들어지잖아요. 저게 생명력이다.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니고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느낌, 색다른 느낌. 이걸 여름작품에 표현해 볼려고 노력했어요.”

 

대구과학대학 이우열 교수는 ‘우포에 바람 맞으며...’라는 글에서 김선희씨의 작품에 대해 이런 감상평을 남겼다.

 

“우포를 사랑하는, 그래서 우포를 발로 느끼고 구석구석 그 속살까지 헤집으며 가슴으로 표현하는 작가 김선희는 진정 우포의 살아있는 메신저다. 입체파와 야수파를 닮아있는가 싶더니 이내 우리네 정서가 깊이 스며든 산수화의 정취가 눈 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그 속엔 우리의 정서가 품어져있다. 우포의 바람맞으며 출렁이는 초록의 물결은 생명 그 자체로 보인다.”

 

 

 

 

 

 

‘우포의 사계’를 그리기 위해 작년 7월부터 구상을 하고 음력 설날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본격적인 그림작업에 돌입했다. 하루 12~15시간 붓을 잡았다. 7~8시쯤 일어나서 청소하고 오전 10~12시경에 작업을 시작했다. 새벽 3시까지 그림을 그렸다. 아침은 간단히 떼우고, 점심은 3~4시에, 저녁은 대부분 먹지 못했다. 대형화폭이라 앉지 못하고 서서, 이동식 책상위에서 그림을 그렸다. 여름철은 달려드는 날파리를 쫓느라 신경이 곤두섰다.

 

“우포에서 스케치 하고, 그림은 작업실에서 했어요. 붓에 물감을 칠해서 한참을 그리고 나면 붓이 안나가요. 손이 올라가지 않고 일직선으로 펴지지 않아요. 장시간 서서 작업하면 손가락 힘줄이 당겨서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게 되요. 힘을 주는 손가락이 마비가 되요. 그래도 손가락을 강제로 폈다 구부렸다 하면서 작업을 계속했어요”

 

대형화폭 작업실

 

그녀는 너무 힘들어 반쯤 작업을 하다 포기할 생각을 했다. 그때 남편의 격려가 있었다. ‘지금 그 만큼 해놓고 포기하면 안된다. 고통없이 되는 일이 어디있나. 우포는 볼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우포의 아름다움이 뭔지를 보여주려고 그림을 시작하지 않았느냐. 힘내라.’는 남편의 말에 다시 마음을 챙겼다.

 

남편이 지어준 약을 먹으며 다시 붓을 잡았어요. 바퀴가 달린 2단 책상위에 서서 작업을 하는데 어지러워 휘청휘청 넘어질 뻔 했다. 그대로 쓰러졌으면 뇌진탕이다. 간신히 내려왔지만 바닥에 쓰러졌다. 간신히 일어났지만 또 쓰러졌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목숨을 걸고 작업을 계속했다.

 

“제대로 된 작품을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은 너무도 강렬한데 체력의 한계를 느꼈어요. 남들은 그림 그리는게 쉬워 보여 신선놀음한다고 그러는데 실제 그렇지 않아요. 한 자세로 몇 시간씩 그림 그리면 디스크도 와요. 실제 그림 작업하는 사람은 중노동자에요.”

 

 

 

 

 

 

그녀는 작업이 끝난 9월달에 몸의 진기가 다 빠져 드러누웠다. 남자도 하기 힘든 작업을 여성의 몸으로 그려냈으니 그럴 것이다. 하루는 이인식 따오기 복원위원장이 집에 들러 ‘좋은 작품 그리다 고꾸라져도 괜찮은 것 아니냐’는 농담반 위로반의 말도 건넸다. 요즘은 체력에 자신이 없어졌다. 좋은 그림을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은 가슴 속 가득한데 주저주저 하는 마음이 생긴다. 딱 10년만 젊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힘이 부쳐요. 작업 끝나고 체력 한계를 너무 느끼고. 작년 7월부터 1년간 작업을 하니까 사람이 죽겠데요. 과연 앞으로 이런 작업을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저런 대작을 앞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을 못하겠어요.”

 

적당히 취미 삼아 그림을 즐기면 되는데 그것은 허락이 안된다. 그래서 그녀는 고민이 많다. 몸은 아프고, 수입은 없는데 작업은 계속해야 되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자신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작은 감동이라도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우포에 이런 풍경도 있구나! 이렇게 알아주면 고마울 뿐이다.

 

“그림을 그만둘려고 붓을 꺽기도 하고 갈등을 수십 번 겪었어요. 다른 분야로 눈이 갈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미 시작한게 그림이고. 남들이 재능이 좀 있다고 그러기도 하고. 한 우물을 파야 뭔가 이루어질 것 같고. 저는 만인이 좋아하는,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어요. 보는 이로 하여금 뭔가 전달이 되고 싶은 작업을 하고 싶어요. 죽고 나서 좋은 작품이라 평가받아도 좋고, 단 한점이라도 좋은 작품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김선희 화백의 '우포의 사계'중 봄,여름,가을.

 

한동안 쉬고 싶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허락지 않는다. 작은 작품들도 빨리 그리라는 권유가 많다. 전시회를 갖자는 제안도 들어온다. 누군가는 철새들을 그리라며 그림책도 갖다준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야 된다. 도립미술관 전시가 끝나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생각이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녀는 2001년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창녕으로 내려왔다. 서울에서는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도 했고, 개인 아뜨리에를 운영하면서 입시를 앞둔 학생들과 미술에 관심 가진 성인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빡빡한 서울생활에 건강도 상했다. 작품에 몰입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다. 좋은 작품을 남기고 싶어 서울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낙향을 결심하고 부모님이 생전에 살았던 창녕 고향집 바로 옆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어릴 적 소풍가고 친구들과 어울려 말밤(마름)을 따서 먹었던 우포, 성인이 되어 재발견된 우포가 제 그림의 밑바탕이에요. 우포는 같은 자연이지만 느낌이 달라요. 순수한 자연이 우포만큼 그대로 보존된 곳이 없어요. 태고적 모습이 감지되요. 제 인생을 걸어도 될 만큼 우포는 소재가 무궁무진해요.”

 

김선희 화백

 

그녀는 외출도 뜸하다. TV도 잘 보지 않는다. 남들이 세상 속어나 유머를 이야기하면 눈만 둥그렇게 뜬다. 한참을 지나서 전후 사정을 듣고서야 웃는다. 그래서 별명이 ‘형광등’이다. 요샌 ‘천연기념물’ ‘이조시대여자’도 덧붙었다. 남편이 그런다. 참 보기드문 사람이라고. 속모습이 미인이라고. 순수하고 깨끗한 가슴을 평생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이런 남편에게 그녀는 맞장구친다.

 

“에이, 그럼 내가 ‘팔불출’이네요”

 

'우포의 겨울'

배를 젓는 어부의 모습이 화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천연기념물, 이조시대여자, 형광등, 팔불출로 불리는 순수한 그녀가 자신의 소망처럼 원시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우포의 아름다움을, 참모습을 계속 화폭에 담아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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