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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함 상징 다산·만복 기원
선을 넘는다는 것은 호기심도 있지만 위험이 도사리기도 한다.
때문에 설에는 눈썹이 센다고 잠도 자지 않고 멀리 가기보다는 가까운 인척을 찾아 세배하고 성묘를 간다.
그 중 재미있는 것이 망주석이다. 봉분 맨 앞 좌우 서있는 돌기둥이 망주석이다. 팔각형의 둥그스름한 생김새도 남근을 닮은 기자석이고 3분의 1 지점에 작은 동물 형상이 디자인되어 있다.
동물문양은 망주석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모습이며 없는 것도 있다. 지형, 풍수 등에 따라 다르다. 망주석에는 보통 맨 위에 연꽃 문양을 새겨 놓고 아래는 소반을 새긴다.
망주석은 망두석으로도 불리는데 영혼이 나와 쉬는 곳이다. 또는 밖에 나갔던 영혼이 망주석을 보고 찾아오는 표식이라고도 한다. 오래된 망주석에는 도롱뇽이 디자인되어 있다.
도롱뇽은 양서류로 물과 육지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민간에서 영혼은 육지보다는 물을 좋아한다고 믿는다. 때문에 영혼이 무덤을 빠져나와 속세를 구경할 때 수륙을 넘나드는 도롱뇽을 타고 다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양반들은 용도 용나름이지 도롱뇽을 타고 다닌다는 것이 어색했는지 세호(細虎 : 작은 호랑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그러던 것이 임진왜란을 지나면서 변화를 겪는다.
도롱뇽이나 세호까지는 귀족들의 문화였다면 세호가 민간으로 내려오면서 슬그머니 다람쥐가 된 것이다. 서민들은 다람쥐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다람쥐는 가을이 되면 열심히 도토리와 먹잇감을 주워 땅에 묻어 숨겨둔다. 하지만 다람쥐는 자기가 숨겨둔 도토리의 10%도 못 찾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90%는 발화하여 도토리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육지에 남아 있는 도토리는 모두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아니면 썩어 버린다. 하지만 다람쥐가 모은 도토리는 90%가 나무가 된다. 망주석의 다람쥐가 오르는 것은 쉬러가고 내려가는 것은 일하러 가는 것이다.
결국 다산과 만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심어놓은 것이다. 더욱이 도토리는 배고픈 서민들의 끼니였고 망주석의 모양이 기자석임에야.
(사)임영민속연구회 회원들은 설 때면 지역문화계 원로들을 찾아 세배하고 돌아가신 분은 성묘를 한다. 올 세배 길에서 덕담으로 망주석 이야기를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