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교향악(交響樂)
동강대학 김 홍(경영과 교수)
4월의 문턱을 넘어선 봄의 전령은 훈풍을 타고 남녘으로부터 올라와 개나리, 진달래, 매화와 산수유, 벚꽃 소식을 한창 전하고 있다. 그리고 붓끝처럼 돋아나던 목련의 꽃눈은 어느새 봄 햇살의 간지럼으로 웃음보가 터지듯 활짝 피어나 탐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물오른 수양버드나무도 새로 움튼 이파리를 선보이고, 겨울의 풍상을 이겨낸 야생화 꽃 무리와 쑥과 달래, 냉이와 씀바귀 등의 파릇파릇한 새싹들은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 백합 같은 내 동무야 /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인 '동무생각'이라는 가곡의 1절이다. 이 곡은 '사우'라는 제목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데 노랫말이 4절까지 있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한다.
필자는 봄이 되면 늘 이 가곡이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다 고향생각을 할 때가 많다. 이토록 '사우'가 생각나는 것은 어렸을 때 이 곡을 애창했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등학생 시절, 당시 시골학교로 첫 부임하신 음악선생님의 열정을 잊을 수 없는 것도 또 다른 이유가 아닌가 싶다.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한 선생님의 교육열정은 대단했다. 어느 성악가에 못지 않은 테너이던 선생님은 음악을 통하여 자신의 카타르시스를 푸는 듯 했다.
따라서 시골학생인 우리들은 도시의 여느 학교보다 더 정서적인 교육을 받게 된 행운을 얻게 됐었고, 그 덕분에 당시 우리들은 국내 가곡은 물론이고, 외국의 가곡까지 꽤 많이 익혀 부를 수 있게 됐었다.
6년 전,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교수들과 함께 유럽 연수의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이탈리아에 있는 바다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타고 가다 현지음악인의 아코디언 연주에 맞춰 '오 솔레미오'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던 것도, 고등학교 시절 음악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했던 결과가 아니었을까, 감히 자부해 보곤 한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 //
김동환 작사, 김동진 작곡의 '봄이 오면'이란 곡이다.
이 가곡 역시 즐겨 불렀다. 당시 시골학교의 분위기는 면학과는 먼 거리에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러나 음악시간 만은 인기였다. '봄이오면'이란 곡을 배웠을 때는 끝 부분인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를 어찌나 큰소리로 불렀던지 교실이 떠나갈 듯 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모두들 음악시간은 좋아했었다.
필자의 꿈은 소박했다. 첫 번째 희망사항은 교육자가 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돈을 벌어 2∼3정보 규모의 야산을 확보하여 그곳에서 소나 돼지, 염소와 닭을 대대적으로 기르는 가축농장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첫 번째로 바랐던 교육자가 되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모든 면에서 갖추지 못한 필자를 많이 아껴 주시고 기대하시던 하늘나라에 계신 학교법인 동강학원 이장우 설립자님과 자제이신 이상섭 총장님에게 삼가 명복을 빌면서 근속 30년을 맞이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큰절을 올린다.
이젠 꽃샘 추위도 점차 물러나고 봄은 산천초목을 파랗게 물들여가고 있다. 초록빛 산허리에 점점이 떠가는 솜사탕처럼 수놓아 가는 산 벚꽃과 밤하늘의 별처럼 촘촘히 박혀 묵묵히 빛을 발하고 있는 학원동산의 개나리와 철쭉에서도 봄의 교향악은 힘차게 울려 퍼지고 있다.
더운 백사장에 밀려들 오는 / 저녁 조수 위에 흰새 뛸 적에 /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 흰 새 같은 내 동무야 /
네가 내게서 떠 돌 때에는 /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몇 백번 듣거나 불러도 싫지 않은 '사우'. 이 노래를 내 고향 뒷동산 범바위에 올라서서 월출산 천황봉을 바라보며 옛날처럼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