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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교회들
책을 펼치니 꿈이 ‘활짝’
어린이들에게 컴퓨터, 비디오, 만화를 빌려주는 가게는 많지만 양서를 구비하고 독서지도를 해주는 도서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관공서보다 앞서 지역 사회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열고 그들과 함께 꿈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아름다운 교회들을 찾아보자.
과도한 사교육에 찌들어 가는 어린이들에게 창조적인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데 책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양질의 장서와 덧붙여 또래 아이들과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마저 제공된다면 금상첨화.
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어린이도서관 개관에 교회들이 앞장서고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소중한 행복을 키워주고, 학부모들에게는 좋은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는 교회들의 어린이도서관을 소개해 본다.
우선 웬만한 사립도서관보다 월등히 좋은 시설과 규모를 갖춘 교회들이 있어 눈에 띈다. 서울강남노회 소망교회(김지철 목사)와 서울동남노회 명성교회(김삼환 목사)가 대표적인 경우로, 온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건물 내에 각각 어린이도서관과 열람실을 별도로 만들었다.
이들 교회들은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도서관 문을 열고, 기독교 관련과 일반도서를 비롯해 정기간행물, 교육용 비디오와 CD-ROM 등을 대여해 주는 한편, 수시로 신간 도서를 구입하는 것은 물론 전문 사서를 채용해 독서 지도 서비스를 해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일에는 평균 5백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삼환 목사는 도서관 개방의 배경에 대해 “진정한 교육이 사라지고 오염된 문화 가운데 방치된 아이들을 바라보며 풍성한 인생의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도서관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어린이 전문은 아니지만 도서관 내에 별도로 ‘어린이 코너’를 마련한 곳도 있다.
서울서북노회 은광교회(이동준 목사)의 ‘김종대 목사 기념도서관’의 경우 지역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아 어린이 도서가 전체 도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 이곳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온돌 열람실을 준비해 어린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도서관을 찾도록 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있다”며, “별도의 운영위원회가 신간 도서를 꾸준히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서북노회 일산 광성교회(정성진 목사) 도서관에도 어린이도서 코너를 만들어 2천 3백 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이 양은 전체 도서의 30퍼센트 가량으로, 어린이 회원들을 위한 교회의 배려를 알 수 있다.
그런가하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소박하게 교회 한 켠에 도서를 비치해 놓고 아이들을 반기는 교회들도 있다. 말 그대로 ‘작은 교회’에서 문화선교적 마인드를 갖고 운영하는 이들 도서관은 대부분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공간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일산에서 동녘도서관을 운영하는 한상수 목사(기감 동녘교회)는 “예배 시간을 제외하고는 예배당을 어린이도서관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비록 좁은 공간이지만 어린이들이 좋은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고, 여러 가지 문화 경험을 하게 해주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장고신 샘빛교회(성경득 목사)에서 운영하는 아이샘도서관은 좀 특이한 경우, 예배당 내의 30여 평 공간을 활용한 규모의 한계에도 불구, 장르별로 분류된 7천 권의 양서가 책장에 꽂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성경득 목사는 “교회가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교회로 찾아오게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며, “도서관 바닥에 형형색색의 테이블을 놓아두고, 연령별로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도록 낮은 서가와 앉은뱅이 탁자를 구비해 놓아 아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한다.
도서관이 아예 없는 지역이나 산골의 경우 교회의 어린이도서관 설립은 더욱 환영을 받고 있다.
사실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쓰기에 시설이 미비하거나 도서의 양이 턱없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교과서 외의 책을 접할 수 없는 저소득층 자녀와 신간 구경(?)이 힘든 시골 아이들에게는 도서관 찾는 일이 ‘기쁨’ 그 자체다.
여수노회 솔샘교회(정병진 전도사)는 개척 초기인 2002년부터 사립문고인 솔샘어린이도서관을 개관하고, 지역의 깡촌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정병진 전도사는 “시골 아이들에게는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어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가난한 농촌에서 아이들에게 값비싼 아동 도서를 사줄 수 있는 가정이 흔치 않은 상황에서 교회의 도서관 사역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동노회 강릉벧엘교회(김창하 목사)도 지역의 낙후된 문화시설로 어린이들이 인터넷에만 빠져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도서관을 교회 내에 개관했다. 지난해 태풍으로 예배당이 침수돼 그 동안 소중히 모아온 책들의 상당수를 버리게 됐지만 올해 재건을 위해 양질의 책들을 다시 모으고 있다.
특별히 교단 차원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선교국을 중심으로 40여 교회가 참여하고 있는 감리교어린이도서관협의회(caf.daum.net/mchildlibrary)를 창립하고 지역 교회의 어린이도서관 개관을 위한 자문과 지원, 교회에 어린이 도서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도서관협의회 총무 안성영 목사(사랑교회)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육현실을 바라보며, 그 대안을 제시해 보고 지역사회와 교회의 유대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어린이도서관 설립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본교단(예장 통합)은 협의회가 구성돼 있지 않지만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는 교회들이 제법 많은 가운데 최근 개관을 준비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올해만해도 서울서북노회 일암교회(김성일 목사)나 서울서남노회 고척교회(조재호 목사)가 중소형 규모의 도서관을 개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도서관은 단순히 도서 열람이나 대출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개관만 했다고 아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집과 학원을 오가며 어른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도서관 방문은 엄두도 못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해 발길을 도서관으로 인도하고 있다. 바로 ‘내 집’처럼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도서관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독후감 공모와 독서 지도, 글쓰기 행사, 헌책 바꿔쓰기 운동, 독서토론회 등을 진행하는 것. 게다가 인근 학원들의 개인교습소나 영어 구연동화장으로 장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교회 도서관의 활성화에는 교인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노력도 한 몫 한다. 어린이들에게는 독서지도를, 어른들에게는 자녀를 위한 양질의 도서정보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
교회들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어린이 교육문화 운동을 추진하는 단체에서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송정희 간사는 “국가에서 못해주고 있는 일을 교회에서 솔선 수범해 권장하고 실천하고 있어 매우 반가운 일”이라며, “교회들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공보 제2476호 / 신동하 기자)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