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쉬 하우스 앞 길드교회(King Edward IV교회) 옆에는 세익스피어가 다녔다는 학교가 있다. 그는 천재임에는 틀림없지만, 학생 셰익스피어는 분명 ‘(모)범생’은 아니었나 봅니다. 당시 학교는 아침 6시에 시작하여 오후 5시까지 계속되었다 하고, 게다가 배우던 과목이 라틴어, 성경, 수사학, 논리학, 문법 등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지루했겠는지 상상해보세요. “As You Like It”(“뜻대로 하세요”) 코미디극에서 “책가방을 메고 징징 울고 있는 학생.. 달팽이처럼 기어가는 구나. 학교에 가기 싫어서”라고 학교 시절을 풍자하고 있다죠.
사진 : 깔끔하게 가다듬은 낭만적인 화장실, 요것이 시방 차말로 치칸이란 말이여 ?
화장실 앞에 넓디 넓은 푸른 잔디밭이 펼쳐 있어, 저 아담한 작은 건물이 화장실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사진 : 셰익스피어 축제주간의 어느 일요일, 트리니티 교회의 입구에서 목사님과 함께
사진 : 저 멀리 뾰족 지붕이 셰익스피어가 묻혀있는 성 삼위일체 교회, 오른쪽 상단은 왕립 셰익스피어극장 뒷편
또 셰익스피어와 부인, 딸, 사위가 영원한 안식처로 잠들어 있는 '홀리 트리니티' 교회는 그 모습만으로도 저절로 발길이 닿는 곳이다. '성삼위일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에이번'강과 더불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셰익스피어도 즐겨 찾았다 한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의 유언장 내용이 재미있다. 누가 무엇을 얼마나 받았을까(Who get what) ?
큰 딸(Susanna)과 사위 홀(John Hall)에게는 뉴플레이스와 소장품의 나머지 전부를 남겨주고, 손녀(Elizabeth Hall)에게는 그의 모든 접시를, 둘째 딸(Judith)에게는 넓은 은박 접시와 돈을, 누이(Joan)에게는 20 파운드와 그의 옷 그리고 오빠에게 세주고 살았던 그 집을, 스트렛포드 지방의 어느 가난한 사람에게는 10 파운드를, 이웃사람(Thomas Combe)에게는 그의 칼을, 그의 신앙의 아들(大子, Willaim)에게는 금화 20실링을... 근데 정말 흥미로운 사실은 셰익스피어가 작가와 연극인으로 대성공을 하고, 런던에서 돈도 많이 벌어 고향에 땅도 사들이고 했지만, 정작 80세인 부인에게는 침대 하나를 남겼다고 하니...“나는 아내에게 가구가 딸린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남긴다~”(my second best bed with its furniture).
근데 ‘왜 그렇게 했을까’ 이것이 무척 궁금했다. 가는 데마다 해설사들에게 물었다. 가장 좋은 침대도 아니고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달랑 하나 유산으로 남겼느냐고...대답이 여러 가지였다. 당시 사회에서는 여자가 (다시) 결혼하면 모두 남자의 재산이 되버렸다고 한다. 근데 셰익스피어의 미망인은 나이가 80세이었지만 매력적이어서, 만일 흑심 품은 나쁜 넘(?)과 결혼이라도 해버린다면 모든 재산이 그 나쁜 넘의 것이 되버리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묘한(?) 해석이다. 그러면서 큰 딸에게 온가족을 돌보라고 부탁하면서 큰 딸부부에게 그 많은 재산을 많이 물려주었다고....가장 좋은 침대는 집에 오는 귀한 손님을 위해서 놔둔다고....근데 그 해설사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고, 세익스피어 재단에서 봉급을 받는 유급직원들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나는 다시 다산의 부인 홍씨를 떠올려 본다. 다산의 귀양살이 10년 째 부인은 당신이 시집 올 때 입고 왔던 다홍치마 6폭을 인편에 보냈다. 오래되 빛바랜 치마에 다산은 가위로 잘라, 네 개는 첩(帖)을 만들어서 두 아들에게 경계의 글을 써주었고, 그 나머지 천으로는 작은 족자를 만들어 외동딸아이에게 넘겨주었다고 하니. 우리가 잘 아는 매조도(梅鳥圖)로 매화 나무가지에 두 마리 새가 다정히 앉아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은가 ?
사진 : Holy Trinity 교회 내부 스테인글라스와 한국말 팜플렛을 나눠주는 안내인, 저 안에 셰익스피어 무덤이 있다.
사진 : 시인의 무덤 : 자기 뼈에 손대면 혼난다(?)고 되어 있다.
성 삼위일체 교회 현관 안쪽문의 손잡이는 13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곳은 지성소이기에 어떤 죄인도 37일동안은 보호받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삼한시대의 소도처럼...
셰익스피어는 1616년 성상안치소에 매장되었다. 그가 목사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궁금했다. 이것은 그가 1605년 평신도 교구 목사로 봉해졌기 때문이란다. 그의 무덤 옆에는 그의 아내(앤)와 다른 가족들이 묻혀있다. 왼쪽 벽에는 셰익스피어의 흉상이 있는데, 이 흉상은 그의 사후 7년만에 그의 아내와 친구들이 살아있을 때 제작되었다. 시인의 묘비명에는 '이 묘를 만지는 자에게는 저주가 있을 것이다'라고 써있다고 하여 유명한데, 어느 일요일 성삼위교회를 찾았을 때 그 교회 담임목사님은 묘비에 ‘내 뼈를 움직이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해주셨다. 그 날은 셰익스피어 탄생기념 주간이라 무덤가에는 그를 기억하여 장미꽃 다발이 엄청나게 많이 놓여 있었다.
내가 처음 이 교회를 방문했을 때는, 함께 갔던 성악을 하시는 분이 관리인에게 양해를 구한 후에 성가대 석에서 두 손을 모으고 아리아를 찬송했는데, 참으로 ‘천상의 소리’가 따로 없었던 기억이 난다.
세 번째 셰익스피어의 고향에 간 날은 마침 셰익스피어 마라톤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축제를 기획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가 바로 마라톤이다. 주최측 입장에서는 돈 가장 적게 들이고 가장 사람을 많이 모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건강붐을 타고 마라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돈도 안들이고 자신의 에너지를 태워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좋은 운동인 모양이다. 모름지기 몸에 좋은 것은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 없어야 한다는 내 지론이다. 돈없는 사람도 맘과 뜻만 있으면 모두가 할 수 있어야 하기에....아는 선배는 한번 마라톤에 빠진(?) 뒤로 일주일에 한 두번은 하프 마라톤을 뛴다고 했다.
극장 앞에 펼쳐진 널따란 잔디밭을 조금 걸어가다 보면 운하가 나온다. 운하에 작은 배가 정박하는 그 건너편에는 이른바 ‘The Gower Memorial'이 있다. 1818년 10월 10일에 세웠졌다고 한다. 아래 우측 사진 1시 방향에 셰익스피어의 동상이 보인다. 덩컨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차지했지만 유령에 시달리는 ’맥베드‘의 고백이 적혀 있다. Life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more(?).. 부지런히 옮겨 적는다고 적었는데, 잘못 적었는지 해석이 영 어렵다. 대충해보면 ’인생이란 걸어다니는 그림자요, 가난한 연극배우에 불과하다고...‘ 웬지 허무가 스멀스멀 기어오는 것 같다.
사진 : 에이본 강의 운하를 따라 다니는 유람선
로얄 셰익스피어 극장을 끼고 돌면 아늑한 운하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저멀리 그가 잠들어 있는 교회가 그림처럼 보인다. 한가로이 에이본강가를 유영하는 백조(swan)의 모습이 여유롭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만을 공연하는 '왕립 셰익스피어 극장 입구까지는 들어갔지만, 아서라, 시간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하여, 세익스피어 연극은 관람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대사를 알아먹지를 못하는데 하면서 자신을 위로해야 했다.
사진 :Royal Shakespeare Theatre 앞의 넓은 공원과 셰익스피어 연극 전용극장
사진: 셰익스피어의 무덤이 있는 트리니티 교회를 배경으로 에이본 강가에서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죽으면서 유언장에 부인에게는 두 번재로 좋은 침대 하나만 유산으로 남겼다. 젊은 시절 고향에 있더라면 먹고살만한 정도의 재력은 있는 시부모집와 친정집에서 그런대로 편안하게 잘 살았을 텐데, 딴따라(?)한다는 남편 따라 객지에 가서 고생을 많이 했을 그의 부인, 엔 헤서웨이. 셰익스피어의 고향을 약간 벗어난 교외에 그의 부인이 태어난 생가가 있다. 지붕이 고풍스럽고 멋지다. 우리 초가집 마냥 짚으로 마람을 여러 겹으로 덮어놓은 것 같다. 그리고 지붕의 겉 부분에는 그물 같은 망으로 날아가지 않게 덮어놓았다. 물어보니, 20년에 한번씩 지붕의 짚을 교체한다고 한다. 전형적인 영국 시골의 전통가옥이다. 안에 들어갔더니, 두 젊은 청춘남녀 엔과 셰익스피어가 연애하던 시절 앉았던 의자라고 하면서, 그 집에서 가장 의미있는 값진 유물이라고 해석을 한다.
사진 : 5월의 튤립이 한창인 세익스피어의 부인 엔 헤서웨이의 생가에서 |
첫댓글 서교수님 반갑습니다.
모처럼 세익스피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감동이 됩니다. 시간내서 정성으로 쓰신 글들을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