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바람
황토 바람이 불어오는 길을 더 먹 머리 풀고 오른 나비
날개를 퍼지 못할 개미가 왕비를 맞이하듯이 삶을 노래하는 시간
잠을 청하는 오후
나비를 찾아 옷을 벗어버리고 일어난 허수아비도 멀리에서 백마를 몰고 달리던 고려 장수들 같은 호령
그 목소리가 산정을 휘여 잡고 밤을 재촉한다.
산은 저 만치에서 벼슬 관을 쓰고 임금이 된 몸
그 밤에 신하된 역사를 기억하려는 꽃 밭
2.
풀 벌래도 없는 빈 들판에서는 자작나무가 옷을 벗었다
3.
옷을 만들지 못한 종족이 있었는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몸
4.
반쯤은 죽어도 된다고 그랬던 같아 이것을 기억해야할 자연이다.
5.
세상을 등지고 살자 언약했던 초상집 여인도 반쯤은 무당이 된다.
무당의 옷자락을 붙들고 살아도 그 밤의 예언을 기억할 수 없자
6.
밤은 저 멀리에서 오고 있는데 그 날의 추억을 그림이라도 그리려고 그렇게 엎드렸다
손발이 물들려지도록 걸음을 재촉이라도 해야지
이것이 그날의 언 악이라고 말하지
말을 몰고 달리던 그 밤
선사는 산을 들고 일어나고 여인은 옷을 벗어 던진다
7.
산을 내려가야 한다고 외치는 바람이 있다
바람은 산을 들고 있어나 춤을 춘다.
거미가 집을 짓을 수 있는 기술을 배움을 통해서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거비도 집을 짓고 사는데
나는 어이하여 머물 집을 짓지 못하나
저 거미만도 못한 삶이여
8.
눈이 내린 것을 그림으로 그리려고 했는데 그림을 그릴 수가 없구나. 이렇게 말을 하자니 멀리 나오지 않아
침묵으로만 바라보았던 나목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비온 뒤에 무지개가 자작 나무숲을 안고 일어난다.
푸른 숲을 기름으로 붇고 불을 지르던 가을 밤
9
하늘에 별이 내려오기 전에 내려가야지 가는 길을 멈추고 있으니 나의 영혼이 살아서 말한다.
아득히 먼 하늘을 오르기 위해 춤을 추어야 하는 토기
얼굴에 분을 바르고 일어나 바라본다.
나의 육신에 기름을 바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