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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 <므첸스크郡의 맥베스 부인>
대본 안톤 프레이스 및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
초연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1934년 레닌그라드 마루이 극장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 1963년 모스크바 스타니슬라프스키-네미로비치-단첸코 극장
배경 1865년 므첸스크郡의 군청 소재지
<2006년 6월 25일 암스테르담 헤트음악당 / 165분 / 한글자막 / 19금>
로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 & 네덜란드 오페라 합창단 연주 / 마리스 얀손스 지휘 / 마르틴 쿠세이 연출
카테리나 혹은 에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지노비 이즈마일로프의 아내.........에바-마리아 웨스트브룩(소프라노)
세르게이...............................................이즈마일로프 가의 고용인............크리스토퍼 벤트리스(테너)
보리스 이즈마일로프...............................상인. 카테리나의 시아버지...........블라디미르 바녜프(베이스)
지노비 이즈마일로프...............................상인. 카테리나의 남편.................루도비트 루다(테너)
악시냐..................................................이즈마일로프 가의 여자 고용인.....캐롤 윌슨(메조소프라노)
그외 소녜트카(젊은 여죄수), 농부, 경찰서장, 늙은 죄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참 알쏭달쏭한 제목입니다.
므첸스크는 우리말의 군(郡)에 해당하는 러시아어...그러니까 무슨무슨 지방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러시아의 어느 지방, 혹은 므첸스크라는 이름을 가진 러시아의 작은 마을...머 대충 이 정도인 거 같고
문제는 맥베스인데...한글자막과 보너스 트랙의 인터뷰를 샅샅이 훓어봐도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러시아 어느 시골 혹은 므첸스크郡에 사는 맥베스라는 이름을 가진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기인 것만은 분명한데,
또 한편으로는 여주인공의 극중 이름이 에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로서 통상 카테리나 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으니
도대체 '맥베스 부인'은 영문을 알 수가 없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에서 단서를 찾아봐야 할 거 같은데...원작을 댓글로 정리하겠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욕정에 눈이 멀어 시아버지와 남편을 차례로 살해한 두 남녀의 배신과 파멸에 관한 막장 드라마였습니다.
죽기 일보 직전까지 며느리를 노골적으로 탐을 내는 시아버지의 끈적끈적한 눈길 역시 막장에 한몫 합니다.
막장 드라마라는 점에서 <카라마조프家의 형제들>...사실은 형제들이 아니라 부자들...에 켤코 뒤지지 않습니다.
욕정...배신...그리고 파멸...이 세 단어가 전부입니다.
이렇다할 아리아 하나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현악의 힘만으로 밀어부치고 끌고가는 오페라였습니다.
(아리아가 왜 없겠습니까? 단지 따로 독립적으로 갈라 콘서트 등에서 불릴 만큼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것인데,
오페라를 다 보고 나면 비로소 그 이유를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모던한 무대와 파격적인 연출, 가수들의 열연, 그리고 마리스 얀손스의 집중력이 돋보인 명연이었습니다.
스물다섯의 청년이 이런 드라마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시종일관 울려대는 타악의 향연, 한마디로 쇼스타코비치 관현악의 진수를 들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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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부유한 상인의 며느리로 들어온 카테리나는 남편에 대한 애정은 없어, 부부의 지루함과 시아버지의 감시로 결혼 생활에 염증을 낸다.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에 그녀는 젊은 하인 세르게이의 유혹에 넘어간다. 그녀의 외도를 시아버지가 눈치를 채자, 카테리나는 쥐약을 먹여서 시아버지를 살해한다. 그리고 두 남녀는 노골적으로 관계를 계속한다. 이에 남편이 갑자기 귀가하자, 당황한 남녀는 또다시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숨긴다. 더 이상의 방해가 없어진 두 남녀는 결혼식을 올리지만, 남편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들은 체포된다. 두 사람은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데, 유형을 가는 동안에도 세르게이는 젊은 여자에게 한 눈을 판다. 격분하고 실망한 카테리나는 그 여성과 함께 강물로 뛰어들면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마감한다.
=== 프로덕션 노트 ===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러시아의 소설가 니콜라이 레스코프가 쓴 19세기 후반의 러시아 소설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20세기 러시아 최고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에 의해서 오페라로 발표되었다.
1934년에 있었던 레닌그라드에서의 초연 당시에는 외설적인 표현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보여주어서 온 소련을 떠들썩하게 할 정도의 스캔들을 일으켰다. 그 후로 이 작품은 선정적인 이유와 정치적인 목적으로 몇 번의 상연 금지와 회복을 반복하면서, 점점 러시아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품이자 세계적인 레퍼토리로 성장하였다. 한 때 작품명이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로 개명되기도 하였으나, 다시 원래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라는 제목을 되찾아 이제는 굳이 러시아나 동유럽이 아니더라도 세계의 주요 오페라 하우스에서 자주 상연되는 스탠더드 레퍼토리가 되었다.
2006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암스테르담의 헤트 음악당에서는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의 새로운 프로덕션을 최고의 연출과 최고의 연주로 올렸다. 즉 여기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악단으로 일컬어지는 로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가 관현악을 맡았으며, 역시 세계 정상급 지휘자이자 특히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전집 음반을 내놓은 최고의 쇼스타코비치 전문가인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를 맡았다. 라트비아 출신으로 유달리 러시아적인 문화에 밝은 그는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다년간 있으면서 많은 경험과 명성을 쌓았으며, 지금은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을 정기적으로 연주하는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의 한사람이다.
마르틴 쿠세이는 우리 시대의 최고 연출가 중의 한 사람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그는 사회 밑바닥에서 겪었던 많은 경험을 토대로 댜른 연출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에 대한 깊은 표현력과 사회의 어두운 구석에 대한 조명을 직접적이고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즉 그는 프로 핸드볼 선수, 서핑 강사, 육체노동자 등을 겪은 독특한 이력으로서, 나중에 극장에 들어가서 밑바닥부터 극장의 생리와 체계를 경험하였다. 결국 오페라 연출가가 된 그는 자신이 직접 체험하였던 사회의 어두운 면과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파헤쳐서 기존의 오페라에 접목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쿠세이는 독특한 성격으로 극장측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하였지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초대되었던 최고 연출가 중 한 명이 분명하다.
지금은 오스트리아 보다는 주로 독일이나 스위스, 네덜란드 등을 중심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의 많은 프로덕션들 중에서 일련의 모차르트 작품들 즉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투테> 그리고 <마술피리> 등은 과거 70년대 피터 셀라스의 참신한 업적에 비견할 만큼 위대한 것들이다. 그의 많은 프로덕션들 중에서 이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특히 그의 특징 중의 하나인 에로티시즘과 어두운 점을 절묘하게 잘 어울려 놓은 수작이다.
젊은 나이에 결혼한 이후, 남편으로부터 싫증이 난데다가 이제는 남편이 오래 집을 비워서 매일매일을 지루함과 공허함으로 보내고 있는 젊은 부인인 카테리나의 심리를 연기와 미술로서 기막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무료함을 파악하고 그녀에게 과감하고 노골적으로 접근하는 젊은 난봉꾼 세르게이, 며느리 카테리나의 그런 취약점을 걱정하면서도 내심 자신도 그녀에게 욕정을 보이는 시아버지……그런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사방이 유리로 된 현대식의 방에 일거수일투족이 관객에게 보여진 채로 혼자서 지내고 있는 카테리나, 큰 노출이 없으면서도 관능적이고 현실적인 분위기를 잘 자아내는 하인들의 모습, 조명만으로 잘 처리한 정사 장면, 획일적이고 현대적이면서도 부정과 부조리로 만연한 경찰서의 모습,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시베리아 유형지의 세트……어느 하나 쿠세이 답지 않은 장면들이 없다. 전반적으로 뛰어난 연출과 세련된 무대 미술, 노련한 지휘자와 세련된 오케스트라 그리고 좋은 성악가들……모든 요소들이 잘 뒷받침되어 레스코프와 쇼스타코비치의 원작이 명확하고 쉽게 표현된 좋은 프로덕션이다.
=== 작품 해설 ===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억압과 구속에서 분출하는 그녀의 공격성과 관능성
최근 들어서 세계적으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작품들이 콘서트와 음반을 통하여 자꾸만 많이 연주되고 거론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그의 작품을 연주할 수 없었던 시절도 있었으며, 그의 사상적인 논란은 지금도 종종 인구에 회자된다. 하지만 그런 것을 모두 떠나서 그의 음악이 20세기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쇼스타코비치는 러시아인의 영혼을 그 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남김 없이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다. 그의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역시 불편한 건강상태, 그리고 역시 불안정한 주변의 정치적 환경, 이 세 박자는 그의 음악세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하였다.
그는 15편의 교향곡으로 베토벤, 브람스, 차이콥스키, 말러 등과 비견되는 업적을 쌓았지만, 그런 쇼스타코비치의 다양하고 방대한 음악 세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야가 오페라다. 쇼스타코비치는 만년으로 갈수록 성악적 비중이 높은 작품과 극장 음악, 그리고 영화 음악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는 결과적으로 한 편의 오페레타와 세 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그중 한 편의 오페레타는 <모스크바의 체리용>이며, 오페라 중 두 편은 고골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코>와 <도박사>다. 나머지 하나가 이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다. 그렇게 본다면 겨우 세 편의 오페라가 아닌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만으로 그의 오페라에 대한 관심을 규정할 수는 없다. 즉 쇼스타코비치는 같은 러시아 선배인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를 거의 완벽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다듬었으며, <호반 사치나> 역시 훌륭하게 복원하여 오페라에 대한 그의 실력과 관심을 보여주었다.
또한 비록 오페라는 아니지만 3편의 발레음악인 <황금시대>, <볼트>, <밝게 빛나는 시냇물>을 작곡하여 극장 음악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였고, 여러 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하여 역시 극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보여주였다.
그런 모든 극장음악 중에서도 역시 쇼스타코비치의 최고, 최대의 작품이 바로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다. 이것은 그의 작품번호로 29번이 붙여진 것으로 1930년에서 1932년 사이에 작곡한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학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같은 이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쇼스타코비치 본인과 안톤 프레이스가 함께 대본작업을 하였다.
1934년 레닌그라드에서 초연된 이 오페라는 당시 대단히 높은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당시 겨우 25세에 불과한 작곡가의 명성을 드높여주었다. 이 오페라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세계 중 제1기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작품이 되었으며, 그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린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너무 큰 성공은 도리어 화를 불러왔다. 즉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초연 이후 레닌그라드에서 83회나 연속 공연되었으며, 이후 모스크바에서도 공연되게 되었다. 당시 집권자였던 스탈린은 오페라 팬이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역시 이 화제작을 관람하였다. 극장에 간 그는 이 오페라가 주는 대담한 음악성과 관능성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날 이후 공산당 기관지인 <프라우다>지는 이 오페라뿐만 아니라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엄청난 비판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이후 다시는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는 없었다. 아니 여러 가지 제약을 입은 채로 이 작품이 다시 극장의 무대에 서기까지는 무려 27년의 세월이 흘러야만 하였다. 오페라 역사상 이토록 큰 성공작이 이렇게 큰 고통과 멍에를 지게 된 것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불어 쇼스타코비치 역시 너무나 큰 시련에 빠지게 되었다. 이 일이 이후 그의 인생관과 음악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27년이 지나서 이 작품은 당국이 원하는 여러 가지 조건을 수용하고 개작하여 이름도 <카체리나 이즈마일로바>(여주인공의 극중 이름)로 개명하여 다시 무대에 서게 되었다. 1963년 모스크바의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에 올려진 <카체리나 이즈마일로바>는 비록 원래의 향기가 손상되었지만, 이 위대한 20세기 러시아 오페라에 대한 세상의 잊어버린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또한 1974년에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의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는 러시아를 떠날 때 그의 친구인 쇼스타코비치에게 했던 약속인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의 원어판의 녹음 및 공연을 실행하였다. 그리하여 로스트로포비치의 지휘와 그의 아내인 과거 모스크바 볼쇼이 오페라 극장의 명 프리마 돈나였던 소프라노 갈리나 비쉬니에프스카야의 주연에 의하여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서방 세계에서 중요한 레퍼토리로 자리잡으면서 대대적으로 부활하였다.
이제는 두 가지 제목의 판본이 모두 공존하게 되었지만, 원래 작곡가의 의도를 잘 살리고 있는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이제 이 오페라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제는 러시아에서도 이 원전판을 주로 공연하는 실정이 되었다. 이후로 이 작품은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와 <호반사치나>를 계승하는 러시아 최고의 걸작 오페라로 인정받고 있다.
므첸스크라는 말은 러시아 시골의 한 군(郡) 단위를 말하는 것이다. 이곳에 시집을 온 젊은 부인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의 심리와 그녀의 파란만장한 행실에 오페라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쇼스타코비치는 레스코프 원작 속의 여주인공을 한층 더 발전시켜서 그녀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즉 그녀는 시아버지를 죽이고 이어서 남편을 죽이는 악한 살인녀이지만, 그녀는 또한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며 도저히 견디어 낼 수 없는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에 대한 그녀의 반항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러시아 사회가 가지고 있는 오랜 전통, 잘못된 관행,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와 가정에 대한 고발이며 그녀 혼자서 깃발을 들고 싸우는 1인 시위이기도 하다.
이 오페라에는 25세의 젊은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영감에 넘치는 음악이 새롭고도 활기차게 흘러넘친다. 현대적인 리듬감과 색채미, 그리고 표현주의적이고 상징주의적인 기법이 넘쳐난다. 게다가 다양한 형태의 음악형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 그것들은 왈츠, 행진곡, 마주르카, 폴카, 갤롭에 이르며 러시아의 전례음악과 민속음악, 대중적인 로망스 등의 스타일을 마치 모자이크처럼 현란하게 구사한다.
물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오케스트레이션과 거부적인 색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25세의 작곡가의 치기 넘치는 천재적인 표현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쇼스타코비치는 이후 다시는 이렇게 활력이 넘치는 오페라를 쓰지는 못하였다.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이제 러시아 음악을 떠나서 20세기 오페라의 영원한 고전으로 남았다.
첫댓글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 니콜라이 레스코프 / 이상훈 / 비탈리 콘스탄티노프 삽화>
처녀 시절 자유분방하게 지내다가 집안 사정 때문에 나이 많은 부유한 상인에게 시집온 카테리나. 대를 이어주기 위해 시집왔건만 5년이 지나도 아이는 안 생기고...깨어나면 또다시 러시아의 권태, 상인집의 권태가 찾아온다. 그걸 견디느니 차라리 목을 매고 죽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이다...권태 끝에 찾아온 하인 세르게이의 유혹과 불륜은 결국 시아버지와 남편마저 죽이게 만들고, 유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조카마저 살해하기에 이르지만...결국 세르게이의 배신에 절망하며 연적 소네트카를 안고 볼가강에 뛰어드는 카테리나...재밌게 읽었습니다.
'카테리나 리보브나 이즈마일로프'라는 이름이 왜 '맥베스 부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된 것인지는 원작에서도 속시원히 밝혀주지 않았습니다...원작 첫 문단에 <언젠가 그녀가 일으켰던 끔찍한 사건 이후 우리 귀족들 사이에서 그녀는 간단히 므첸스크 군의 맥베스 부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게 전부였습니다.
천상 원작인 셰익스피어에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맥베스는 아버지와도 같은 선왕 덩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하지만 결국 배신의 댓가는 자신의 죽음이라는 파멸이었습니다.
므첸스크郡 상인의 아내였던 카트리나 역시 세르게이와의 불륜으로 남편을 배신하고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조카마저 살해하였으나 결국 세르게이의 배신에 절망하며 볼가강에 몸을 던집니다.
<배신과 파멸>이라는 점에서 맥베스와 같은 전철을 밟기 때문에 작가가 이런 제목을 붙인 게 아닐까 싶군요. 또 하나는 우유부단한 맥베스를 움직이게 한, 즉 권력을 갈망하는 맥베스의 부인과 욕망을 갈망하는 카테리나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관점입니다...저는 후자라고 봤습니다.
음란...퇴폐...잔혹...피칠갑...이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19禁 하드코어★★★입니다!
비위 약하신 분은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식 프로그램으로 올리기에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이런 작품을 소개하는 것 또한 <감상실의 역할>이라고 믿기에...
<불멸의 오페라 3 / 박종호> ★★★
아주 뛰어난 <맥베스 부인>의 영상이다. 무엇보다도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전곡 음반을 내는 등, 쇼스타코비치에 가장 해박한 지휘자의 한 명인 마리스 얀손스가 혼신을 다하는 열정적인 지휘로 무대를 이끌고 있다. 에바-마리아 베스트브뢰크(카테리나 역)의 가창과 연기 역시 대단히 뛰어나고 크리스토퍼 벤트리스(세르게이 역)와 블라디미르 바네예프(보리스 역) 등의 멤버들도 훌륭하다. 특히 마르틴 제헤트그루버의 무대 세트는 멋지고도 효과적이며, 무엇보다도 마르틴 쿠세이의 연출은 이 작품을 명쾌하게 해석하고 있는데, 특히 피날레는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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