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9시에 집 사람과 함께 대구 집을 나섰다.
2달 만에 보는 딸(효빈)에게 주려고 차에 싣고 갈 여러 가지 짐을 두 손 가득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내부의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며 웃는다. 서울 나들이의 흥분과 이사 갈 집에 대한 궁금증이 뒤섞여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이다. 좀 더 좋은 여건에서 공부시켜 주지 못하는 아버지로서의 자격지심도 뒤범벅이 된 야릇한 느낌이다. 일편단심 딸 아이에 대한 지극정성을 보여주며 여러 가지 준비에 땀 흘려준 아내에 대한 미안함도 포함된........ 지구상에 경탄할만한 일이 참으로 많지만 그 중에서도 늘 우리를 꼭 놀라게 하는 것들 중 하나가 모성애 현상이라고 새삼 생각하면서 출발하였다. 기름을 넣어달라는 표시등에 어제부터 불이 들어왔으므로 북대구 IC 길목에 기름을 가득 채워 넣었다. 이른 아침이라 차량이 한산하여 북대구 톨게이트에 도착하니 9시 20분이다. 씽씽 마구 달려서 올라갔다. 딸아이와 점심을 함께 하고 싶어서........ 무더운 날씨라 짜증이 날수도 있었지만 집사람과 테니스 및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눔으로 여주 휴게소에 도착하니 11시 정각이다. 아니 대구서 1시간 40분에 달려오다니........ 나 스스로 너무 과속한 운전결과를 확인하고는 내심 쑥스러웠다. 간단히 용무를 마치고 다시 출발하여 효빈이 거주하는 원룸 방 집에 도착하니 12시 정각이다. 예정 시간을 1시간 앞당겨 도착하고 보니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1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과 너무 차이가 나서 난감해 하던 차 전화 연락을 몇 번 시도하던 집사람이 통화를 성공하고 나서는 “아이가 집에 있네요......”라며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잠이 들어 진동소리를 잘 들을 수 없었다면서.......
그 동안 난 차에서 서울 형님들께 문안 인사 전화 드리며 서울 왔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었다. 이처럼 무더운 여름 날 가족과의 휴일 스케줄에 혹여 방해를 줄까 염려하여서........
집사람이 현관 출입 도어 번호를 문자로 받고 나서 5층 딸아이 방으로 올라가보니 자고 일어난 효빈이가 반겨 맞이하여 주었다. 챙기다 마다한 짐들이 어지러이 놓인 집안 상태였건만 부녀, 모녀 상봉의 반가움을 이겨내지는 못 하였고, 재빨리 밥을 지어서 준비하여 올라간 반찬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모녀가 이삿짐을 다시 제대로 챙길 때 난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거나 효빈이 노트북 컴퓨터 인터넷 진갱빈 카페 사이트 입장하여 회원 소식 글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고.........2시간쯤 지나서 새로 이사 갈 집으로 가보았다. 법대 3학년 학생이 신림동 고시촌으로 공부하려가게 됨에 따라 나온 4층에 위치한 원룸이었는데 살고 있던 방보다 아주 넓고 밝아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거의 그대로 두고 가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내일 12시 쯤 이사 들어오라는 마음씨 착한 울산 출신 학생이었다. 기분이 좋은 상태로 예비 견학을 마치고 인근 이마트에 쇼핑을 함께 갔더니 주차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대구는 참으로 살기 좋음을 함께 느껴보면서........ 올 6월 달 덕수상고 동창 체육대회 참석하면서 갖게 된 10만원 상품권으로 딸아이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상품을 구입하였다. 비싼 백도 복숭아 다섯 개 포장 상품을 들뜬 기분으로 사서 먹어보았는데 가격에 비하여 대구의 상품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대구에서 구입하여 올라가려다가 포기한 일이었기에 아쉬움이 색달랐다. 저녁은 효빈이가 자주 가서 외식하는 지하철 고대역 부근의 음식집 밀집 지역에 가기로 하였기에 고대 교정을 가로질러 산보 겸 걸어갔다. 가는 길목 고대 본관 야경을 배경으로 휴대폰 카메라로 기념 사진 2장 찰칵하였고.....
뭘 먹을까를 서로 망설이다가 짬뽕 전문집에 쌀로 만든 탕수육과 얼큰한 짬뽕을 시켜서 아주 맛있게 먹고 돌아 왔다. 고기를 대접하고자 한 딸아이의 권유에 연일 고기를 먹어서 싫다고 한 내 의견을 받아들여주어서 기뻤다. 에어컨을 켠 체 잠을 청하였으나 낯선 환경에 잠이 잘 올 턱이 없었다. 자고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랑곳 하지 않고서 챙겨 놓은 이삿짐 꾸러미를 양손에 가득 들고 5층을 내려가 차에 짐을 실었다. 5회 정도 오르락내리락 하였더니 온 몸에 땀이 샘처럼 솟았다. 시원한 찬물에 사워를 하고는 어제 점심 먹다 남은 반찬으로 아침을 지어먹고 나니 효빈이가 학교 도서관에 갔다. 스터디 반 운영 하려갔다가 12시 쯤 그 쪽에서 짐 모두 챙겨 이사 간다고 연락이 오면 함께 짐을 옮기기로 하였고....... 집 사람과 누워서 책을 보며 오전을 보내던 중 11시에 효빈이 전화가 왔다. 저 쪽에서 이사 나간다는 전화가 왔다면서..... 서둘러 이사 갈 준비를 마치고 도서관에서 돌아온 효빈이와 함께 약 100m 남쪽 방향의 새집으로 1차 이삿짐을 옮겨 이사를 하였다. 마침 이사를 나가는 울산 학생의 학부모도 마침 계셨으므로 서로 상면하여 인사를 나누었다. 1차 이삿짐을 대충 정리하고 나서 주방, 욕실, 현관의 신발 물품을 위주로 한 2차 이사 짐을 옮겨 정리를 마침으로써 1시 경 모두 마쳤다. 딸아이의 살림살이가 2년도 체 되지 않았건만 엄청 불었다. 학생 과외를 하면서 틈틈이 구입한 살림살이 물품 때문에........
점심은 새 집에서 물려주고 간 제대로 된 밥상에 차려 먹고 나니 오후 2시다. 모두 낮잠을 한 숨 곤하게 잤다. 4시에 일어나 갈 준비를 하여 4시 40분에 서울을 나서서 대구로 향하였다. 여유 있게 운전하며 돌아오니 북대구에 7시 반이었지만 주말 시내도로가 복잡하여 8시 10분에야 집에 도착하였다. 피곤한 몸 상태이건만 정성을 다해 차려주는 저녁상을 받고 보니 내자에 대한 고마움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1박 2일의 깜짝 서울 나들이는 더 좋은 환경으로 이사시켜 주어서 뿌듯한 마음과 더불어 여러 사람들에게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사는 미안한 심정이 교차하여 세월의 무게를 크게 느껴보았다.
첫댓글 이사 일정이 빡빡했겠지만 그래도 잠간 얼굴이라도 보고 갔으면- - - 아쉽네.
학업에 열중하는 효빈이 에게 아무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서울 형제들이 송구할 뿐이네.
역시 형님 말씀 듣고보니 제가 너무 경솔하게 행동하였나 생각되네요...... 대구 나가는 길에 잠시 들려 차 한잔 나눌 수 있었더랬는 데...... 효빈이는 꿋꿋하게 워낙 잘 지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구요... 스스로 몹시 바쁘게 살아서 친지댁 가끔씩 시간내어 찾아뵙도록 하라는 충고를 잘 실천하지 못하나 봐요. 이점이 오히려 서울 형님들께 마음 불편해 하게 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한편, 제가 받은 은혜를 제대로 갚지 못하면서 딸 하나 감당 못하는 아버지가 되어서야 .... 훌륭하신 형님들 서울 사시는 자체만으로 마음이 든든하답니다. ^*^ - ^*^
효빈이가 자취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지난주 토요일 만나서 들었네요. 대학생이 요즘은 가장 바쁜거 같아요.
효빈이를 서울 올라와서 결혼식 때 보고 첨 봤으니까요...^^ 자취한다고 너무 걱정마세요. 자주 전화해서 챙길께요.
저희 집이 학교에서 멀어서 자주 놀러오진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전화는 자주 주고받을꼐요.
마음 써 주어서 고맙고, 이뻐네...... 네 마음 씨 쏙 빼 닮은 예쁜 애기도 곳 세상 구경하겠구......
추석에는 못 보겠지....잘 지내다가 설 혹은 내년 추석에 보자꾸나......그 전에 볼 일이 있으면 더욱 기뻐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