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PR이 살아남는 법>
KAPR 기획국장 이대호(12기 / 경기콘텐츠진흥원)
메타버스 광풍이 거세다. 언론 지상에서도 증권가에서도 최근 1년간 새로운 이슈의 중심에는 메타버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메타버스는 현재 산업적으로도 핫한 분야다. 게임 콘텐츠 분야만 따로 떼어 놓고 봐도,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기반 3대 게임의 이용자는 7억 명을 상회한다. 5년 전만 해도 메타버스 기반 산업인 VR・AR 산업이 정체기를 맞는 듯하였으나, Ark Investment Management의 조사에 따르면 관련 VR・AR 산업규모는 매년 평균 59%의 성장을 기록해 2025년 280억 달러(한화 약 30조원) 규모로 확장되고, Statista는 2024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900억 달러(한화 약 338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적인 메타버스 생태계를 봤을 때도, 최근 1~2년 사이 폭발적인 성장세의 초입을 나타내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의 M&A를 통한 적극적인 투자와 참여를 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우리 생활에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VR을 기준으로, 기대와는 달리 메타버스를 전면적으로 도입 활용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아직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다.
소스와 리시버 혹은 디스플레이 모두 기술적으로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스 측면에서는 기본적인 실사 렌더링, 폴리곤 구현을 위한 프로세싱 파워가 매우 미흡하다. 무어의 법칙에 대한 의구심도 계속 쌓여간다.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소스가 좋아도 눈에 비치는 영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VR 기기들의 해상도는 이제 유사 4K에 근접하는 정도다. 자연스러운 컬러 구현에 있어서도 갈 길이 멀다.
둘째, 편의성의 문제다.
아직 거추장스러운 장비가 반드시 있어야 구현 혹은 체험이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MR(Mixed Reality, 혼합현실)도 마찬가지다 구글 글래스나 홀로렌즈 등도 아직 실생활이나 산업 현장에서 전면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다.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의 메타버스 활용은 오히려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일 것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 후보는 닌텐도 ‘동물의 숲’ 안에 ‘바이든 섬’이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자신을 홍보하는 매개로 삼아 화제를 낳았다. MZ세대에 타게팅된 좋은 예이다.
기업들의 경우, 기초적인 형식인 3D 모델링 제품의 시연, 캐주얼 게임, 아바타를 활용한 콜라보 등이 메타버스 활용의 주를 이룬다. SK그룹은 채용을 메타버스 상에서 시도하고, 현대자동차는 아예 제품 발표를 메타버스로 진행했다. 메타버스로 사내 행사나 회의를 시도하는 것은 이제 철 지난 유행이 된 느낌마저 든다.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는 이렇게 벌써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시대 PR 전략의 방향성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먼저, 메타버스의 본질을 파악해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위와 같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경제학적, 인문학적 조명이 필요한 때이다.
첫째, 수단과 목적을 분별해야 한다.
메타버스는 결국 사람이 무엇인가와 접하는 터미널의 역할이다. 메타버스의 실질적인 구현, 기술적인 성취를 우선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한 홍보 활동은 지속적이지 못할뿐더러 주객전도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목적은 분명히 사람에 있다.
둘째, 메타버스=디지털 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메타버스가 구성되는 방법과 플랫폼의 구성 알고리즘은 디지털로 구현된 것일 뿐, 그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결국 사람의 느낌과 행동이 나타나는 아날로그이다. 2018년도에 히트작이었던 블록버스터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1980년대의 아날로그 록 음악인 반 헤일런의 ‘점프’를 왜 삽입했는지, 80년대의 대표 콘텐츠들을 왜 대거 출연 시켰는가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PR의 정의 자체를 뒤흔드는 파괴력을 보여줬다.
과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페이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가 뜨겁게 PR계를 달궜다. 실무자들은 기존 언론 위주의 업무 외에,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매체를 활용해 보라는 지시 속에 밤낮을 고민했을 것이다. 또한 이는 PR학계, 업계의 풀기 힘든 화두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했는가? 한때 유수했던 매체들이었지만, 2, 3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플랫폼이 부지기수였다. PR인의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경영진의 이상적인 바람과는 달리, 추진 자체는 물론, 실질적 성과나 홍보 전략 및 KPI조차도 정립되기 전 사그라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거대한 파도가 코앞에 다가와 있다. 그러나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서두로 돌아가서, 마인크래프트나, 제페토 등등 메타버스 플랫폼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기술적인 한계를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을 통해 그 해법을 찾았고 결국의 시대를 대표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바로 이러한 사례가 해답의 단초가 아닐까 싶다. 일례로, 로블록스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62%는 ‘친구와의 소통’을 로블록스의 주기능으로 뽑았다. PR담당자들의 고민은 결국 메타버스 시대에 있어 어떻게 이용자의 ‘친구’가 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기존 PR의 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리하자면, PR의 전략 수립 및 실행에 앞서 PR의 본질, 곧 인간과 인간 간의 Relationship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논의에 따른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할 때이다.
PR인들은 메타버스의 광풍에 주저할 것인가, 아니면 새 시대의 홍보 방법으로, 장차 메타버스를 현실보다 편안히 여길 미래 세대를 위한 꾸준한 준비를 할 것인가? 선택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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