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한국 최초의 라디오 CM 송, 한국 최장의 라디오 CM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한국 최초의 민간 상업 방송국은 어디일까? 한국 최초의 라디오 CM 송은 무엇일까?
아마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는 분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최장의 라디오 CM 송을 아는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민간 상업 라디오 방송국이 시작된 것은 1959년 4월 15일에 개국한 부산 MBC였다.
이 때 일제 영어인 CM(Commercial Message)이란 말이 등장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른다.
초기 라디오 광고를 둘러싼 이야기는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데, 한 가지 틀림없는 사실은 라디오 광고 판매를 위해 무척
고생했다는 것이다.
김소림의 <RADIO CM> 책 표지
<RADIO CM> 목차
라디오 상업방송이 시작된 지 5년 만인 1964년 8월 17일에 김소림(金素林)이란 분이 쓴
<RADIO CM>이란 책 (가로 10cm, 세로 16cm)이 부산 삼협(三協)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한국 최초의 일이었다.
모두 172편의 라디오 광고 카피가 수록되어 있는데, 프로그램 CM이 39편, 토막 광고가 113개 그리고 이른바
CM 송이 20편이다.
진로 라디오 광고를 포함한 5개 CM 카피
자그마한 이 책에는 다섯 분의 CM 송 작곡가와 11분의 작사가의 이름이 나와 있다.
작곡을 가장 많이 한 분은 허영철(許永喆)인데, 수록된 20개 CM 송 중 11개 곡이 이 분의 작곡이다.
작사자 11분 가운데 이수열(李壽烈)이란 분 5편, 이 책 저자인 김소림은 두 편을 썼다.
가장 긴 라디오 CM SONG은 <아이디알 미싱>. 재봉틀이다. 아마 그 무렵에도 동산 목록 제1호였을 것이다.
의식주란 우리말이 있는데, 그 첫째 의(衣) 즉 옷을 만드는 기계였기 때문이다. 이 광고 길이는 3분 42초이다.
전주와 간주 각각 4 소절을 합해서 모두 48 소절이다. 4분의 4 박자. 가사는 3절로 되어 있다. 첫 절 가사는 다음과 같다.
사랑하자 국산품 아이디알 미싱
쓰기에도 편리한 아이디알 미싱
너도나도 다정히 한 자리 모여
예쁘게도 누비는 고운 솜 이불
돌아라 빨리빨리 돌아라
물레야 쉬지 말고 돌아라
해외로 수출하는 재봉틀 정말 좋아요
야 야 차 차 차, 야 야 차 차 차
그 이름 그 상표 빛나는 아이디알 미싱( 2, 3절은 생략)
1절은 여성, 2절은 남성, 3절은 혼성으로 부른다는 각주가 있다. 가사 일부는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4,3,4,3으로 시조 풍이다. 곡의 일부는 역시 서양풍. 야야야 차차차이다. 국산품 애용, 수출하는 제품이라는 자랑이 곁들여진 가사이다.
이 곡 작곡가는 허영철. 당시 MBC 부산 라디오 악단장(?)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디알 미싱" 악보
다행하게도 김소림이란 분이 계셔서, 별로 “존경 받지도 못하는“ 라디오 광고 카피를 남겼다.
그리고 라디오 CM과 관련되는 여러 가지 소중한 자료를 묶어서 출판했다.
한국 최초의 라디오 CM 송은 진로소주의 노래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악보와 가사도 남아 있다.
역시 손권식 작사, 허영철 작곡이다. 이 진로 CM 송은 극장 광고가 되었는데 유명한 사진작가, 음악가인
신동헌(申東憲) 선생 작품이다.
진로 CM 송
미국 최초의 TV광고, 일본 최초의 라디오 CM이 언제 어디서 방송되었다는 기록은 읽은 적이 있다.
다만 우리의 라디오 CM과 CM 송 그리고 극장 광고와 TV CF가 무엇이며, 어느 날 몇시 몇분에 방송되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기록이 없으니까.
UN 기구가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 되었다는 발표로 온 언론 매체가 떠들썩한 것이 지난 7월이었다.
한국광고비가 1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10위권 안에 들었다는 소식은 뉴스가 아니라 구문(舊聞)이다.
다만 100억 달러를 넘는 광고비를 가진 나라, 광고 관련 학회가 셋이나 있는 나라에서 자기 나라 최초의 라디오, 극장,
TV 광고가 무엇이며 언제 어디서 방송되었는가를 연구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 적나라한 한국 광고의 현실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광고하는 사람들이 광고를 하찮아 연구할 거리가 못된다고 생각하면
남이 광고를 알아 줄 리가 없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첫댓글 새로운 정보를 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