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소감문]급격히 사라지는 나라의 미래-정수경

[맨발각시]

대학 졸업반 시절, 전공수업에서 처음으로

'미래학'이란 말을 들었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미국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하다 돌아온 젊은 교수가

'피터 드러커'란 사람을 소개하면서

미래를 알아야 한다고 역설하던 그 때

저는 강의실 뒷켠에 팔짱 끼고 앉아서

매우 시니컬한 자세로 코웃음쳤지요

'당장 오늘의 문제도 해결 못하면서, 왠 미래?'

그러고보니 그게 벌써 20년이 다 된 일입니다

그 사이 '피터 드러커'는 국내에서 왠만한 경영학자들은

한번씩 언급하고 지나가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가 됐고

그가 주창한 '지식기반사회', '지식경영'은 이미 현실이 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주류적 현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IMF 직후, 김대중 정부가 우리나라를 '지식기반사회'로 만들겠다며  

IT부흥으로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을 삼고

'신지식인'을 선정한다고 한바탕 난리를 칠 때쯤에야  비로소 깨달았지요.

그 젊은 교수가 졸업을 앞둔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미래' 그 자체가 아니라 '미래를 읽는 힘'을 키우라는 말이었다는 것을.

세상은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조류(메가트렌드)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니

청년이여, 부디 그 흐름을 읽고 내일을 준비하라...

오늘 그런 분을 또 다시 만나니 새삼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일상의 자잘한 문제에 허덕이면서 큰 그림을 놓치는 우리들에게

의식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해주셨으니 말입니다

'미래예측의 맛보기' 차원에서 엄청난 '건너뛰기'를 하면서   

방대한 자료와 통계치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동안

언론과 책에서만 만났던 미래의 모습들이

정말로 현실로 다가오는구나 하는 느낌때문에

두려움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그것도 머나먼 미래도 아니고 10년, 20년후라니...

물론 강의하시는 방식이나 전개과정이 다소 혼란스러워

핵심을 잡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박영숙 선생님이 보여주신 

미래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을 얻은 것만으로도  

매우 큰 소득이었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봉착한 여러 문제들의

대안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구체적이고도 현존하는 힌트들이니까요

박영숙 선생님도 강의 도중에 몇 차례 말씀하셨지만

미래예측은 정책을 생산하고 다루는 사람들에겐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정부의 고위공무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이 고민하는 일들이 전부 미래예측과 관련된 일이더군요

예컨대,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 문제가 한창 이슈로 떠오를 때

건교부에서는 당면한 집값 안정도 최우선적인 문제이지만  

그보다 당장 발표할 주택공급정책을 더 많이 고민하고 있었어요

정부가 발표하는 주택공급정책은 5년~10년 정도를 내다보고 하는데

2012년의 주택수급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때가 되면 우리나라 1인 가구수가 얼마나 증가하고

수도권에 어떤 주택들이 더 필요하게 될 것인지

이런 걸 고민하고 있더군요

기업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왠만한 ceo치고 미래예측 관련 보고서 한번

안 받아본 사람이 없을 거예요   

얼마 전 들은 얘기로는 삼성에서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삼성이 망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만들어놓고

그에 대비하는 시뮬레이션이 진행중이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GM과 GE가 망하고 시티그룹이 국유화되고

영국이 국가부도위기에 몰리는 판에

삼성이라고 늘 세계 1등일 수는 없겠지만 

어떻든 세계 경제가 하나의 시장이 되다시피한 상황이니

기업으로서는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발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정신없이 달려가는 세상의 거대한 조류에서  

우리가 끝까지 견지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제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사람'입니다

제조업도 망하고 금융업도 망하고 정보통신도 망하고

뭐든 생겨났다가 사라지겠지만

결국 살아남아야 할 것은 사람이니까요

교육, 의료, 사회복지 등등 미래산업으로 거론되는

모든 산업들도 전부 인간의 생존과 의식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제발 삽질경제는 이제 그만!해야 하는데... 

지난 겨울, 세계 경제에 쓰나미가 불어닥칠 때

우리나라 대표 경제학자인 정운찬 교수와 유종일 교수는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지요

제조업도 별 볼 일 없고 금융도 별 볼 일 없는

우리나라가 믿을 것은 사람밖에 없는데

이젠 그 사람조차 육성은커녕 아예 낳지도 않으니

국가경제를 걱정하시는 분들로서는 당연한 말씀이겠죠

특히 유종일 교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는데

'사람값이 높은 사회가 선진국이다'라고 하셨어요

옛날 못살던 60년대는 왠만한 집에선 다들 식모를 두었지만

요즘은 사람 쓰는 게 제일 돈이 많이 들지요

그런데 최근 몇년의 상황을 보면 다시 거꾸로 가는 듯 합니다

우석훈 교수가 쓴 '88만원 세대'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비정규직, 저임금이 일상화되기 시작했거든요

따라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둡지 않으려면

사람에 대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니 정글자본주의니 하면서

무한경쟁만 부추기는 상태로는

더 이상 아무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할 것이고

그리되면 박영숙 선생님 말씀대로

'급격히 사라지는 나라'가 되고 말겠지요

그렇잖아도 요 며칠 뉴스에서 MB정부도 '휴먼뉴딜' 정책 한다고

30조원을 쏟아붓는다고 하기에 뭔가 싶어 뒤져봤더니

무너지는 중산층을 지키는데 그 돈들이 다 쓰이더군요

중산층 지키는 일에 '사교육비 절감'도

매우 큰 항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밖에 1인 창조기업, 여성 일자리 증대, 영유아 서비스 등

공교롭게도 오늘 강연에 나온 얘기들이 다 나옵니다

휴먼뉴딜을 주관하는 기관 이름이 '미래기획위원회'이니

뭔가 관련이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

사람을 위해 투자를 하겠다니 좋긴 한데

워낙 삽질의 달인들이시라

제대로 쓰이기나 할랑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이제 우리의 미래를 살리는 일에

'교육'이 마지막 대안이라는 사실은

박영숙 선생님같은 미래예측 전문가는 물론

MB정부조차 인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여기 계신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감당해야할 몫이

더 커졌다는 얘기겠지요

거기에 뭣도 모르고 꼽사리 낀 저마저도...ㅜㅜ

오늘 강연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단순히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 국한시키지 않고

개인의 가치 향상, 평생교육, 기업과 국가경쟁력 차원으로

확대시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방향과 흐름을 알았으니

이제 구체적인 방법론을 고민해야할 터인데

현실의 문제는 또 지금 여기에서 시작되겠지요? ^^

우리의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지금으로선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지만

그래도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긍정적인 낙관을 가지고 한발 한발 걸어가야할 듯 싶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또 하나의 고민을 안고

짧은 잠을 청할까 합니다

'10년, 20년 후의 세상이 저렇게 달라지는데

내 아이의 직업은 커녕 당장 내 직업부터 바꿔야 하는 것 아냐?' -,,-;;;;

[김덕수]

잘 정리된 훌륭한 소감문 감사합니다.

[사랑을믿다]

짝짝짝 대단해요 마음이 후련하네요. 제 말이 이거였는데 워낙 글제주가 없다보니.....바로 이거였는데 제가 3강을 듣고 느낀점이. 님의 소감문은 강의보다 더 전문가의 소감문 같습니다. 직업을 왜 바꿔야 하는지 곧 사라질 직업중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