鳥鳴磵조명간 새 우는 산골물
王維왕유
人閒桂花落 인한계화락 사람이 드물어 계수나무 꽃 떨어지다
夜靜春山空 야정춘산공 밤이 고요하고 봄 산이 비다
月出驚山鳥 월출경산조 달 떠오르고 산새들 놀라다
時鳴春澗中 시명춘간중 봄 산골물 가운데 때 맞춰 울다
제목의 磵간은 4행에 나오는 澗간과 모두 산속에 있는 계곡의 시냇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목의 磵간은 부수가 石이고 澗은 부수가 水이다. 磵은 계곡 자체를 암시한다면 澗은 계곡을 흐르는 물을 뜻하도록 되어 있다. 磵과 澗이 호응하면서 계곡의 바위틈에서 물이 흘러가는 모습과 소리를 들려준다. 磵을 써줌으로써 골짜기라고 하는 공간이 생겨나고 그 공간을 울리는 소리까지 생겨나게 해주고 있다.
閒은 한가하다, 드물다는 뜻을 가진 말로 보면, 사람이 드물어지고 계수나무 꽃이 떨어진다,가 된다. 사람이 사라지자 꽃이 떨어진다. 봄인데도 꽃이 떨어진다. 사람이 없으니 꽃도 존재이유가 없다. 혹은 사람이 없으면 꽃도 존재이유가 없다. 閒한을 사이[間간]로 보면, 사람 사이에 계수나무 꽃이 떨어진다,고 해야 한다. 사람 사이에는 무한대 혹은 영원이 있다. 사람 사이에 떨어지는 꽃은 이를테면 散花功德산화공덕의 꽃으로 던져진 꽃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봄인데도 꽃이 떨어진다고 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징검다리처럼 꽃이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꽃. 사람이 사람에게로 꽃을 밟고 오고 간다. 계수나무 꽃향기와 더불어.
밤이 고요하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분쟁이 사라졌으므로 고요하다[靜정]. 밤은 에너지가 재생되는 시간. 활발하게 에너지가 재생되고 있지만 고요하다. 靜中動정중동. 사람과 사람 사이에 꽃이 매개가 되고 있고 고요히 우주의 기운이 채워지고 있다.
봄 산은 비어 있다. 꽃이 떨어졌으므로 비어 있다. 사람이 지워지고 꽃이 떨어지고 비로소 空에 이르자, 그 空에서부터 새로운 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空은 에너지의 충만의 시작이 아닐까. 空하므로 채워질 수 있다.
달이 떠오르는 것은 빈 산을 채우는 것, 滿空山만공산이다. 달이 떠오르자 새는 놀란다[驚경]. 새로운 깨달음의 경지를 은유한다고 볼 수 있다. 깨달음을 얻은 새는 때에 맞춰서 운다. 때에 맞춰서 우는 것은 자기의 소리를 가진 존재가 되었음을 뜻하는 것. 자기의 것이 아닌 울음을 울거나, 때에 맞지 않게 울지 않는다. 春澗中춘간중. 새 울음소리와 산골물 소리가 어울러지면서 산골짜기[磵]로 울린다. 中은 1행의 閒과 호응하면서 산골짜기 사이에서 울리는 소리가 곧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리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