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님 안녕하세요?
초2 남자아이인데 곤충에 관심이 많다고 하니 몇 년을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책만 읽어달라고 해서 힘들어하던 동서와 조카가 생각나네요.
수학 연산을 힘들어하는데 개념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고, 실제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가 궁금하신거죠?
먼저 아드님에게 무엇이 가장 힘든지, 얼만큼 힘든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엄마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만약 엄마의 도움 없이 혼자 해보겠다고 하면 어머님이 보시기에 답답하고 부족해 보여도 기다려주세요. 이게 먼저더라구요. 저도 사실 이렇게 못하고 방법 제시하고 하라고 시키기만 했어요. 만약 아드님이 도와달라고 하면 아래 방법들을 해보시면 좋겠어요.
우선, 최수일 선생님의 책과 강의를 들으셨다고 하시니 수학에 관한 중심은 잡혀있으시네요.
그런데 초등2학년에게 개념을 익히게 할만한 게 많지 않아요. 최수일 선생님이 쓰신 [매우잘함초등수학사전]과 수포자 소책자 부록의 개념연결 로드맵을 옆에 두고 참고하세요.
2학년 수학 목차예요. 보시면 알겠지만 연산과 관련된 항목은 8개 밖에 없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힘들어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으니 아이와 같이 보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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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수학사전
1-3 덧셈과 뺄셈 ‘9 - 5 + 4’를 계산하는데, 눈에 보이는 대로 덧셈을 먼저 계산하고, 그 값을 9에서 뺐어요. · 90
1-1 세 자리 수 427(사이칠)에서 4가 어떻게 400이에요? · 94
1-3 덧셈과 뺄셈 계산 문제가 가로로 나오면 못 풀겠어요. · 98
1-3 덧셈과 뺄셈 덧셈에서 받아올림한 수를 어디에 쓰는 건지 모르겠어요. · 102
1-3 덧셈과 뺄셈 문제를 풀어 답을 구했는데 왜 자꾸 다른 방법으로도 풀어 보라고 해요? · 106
1-3 덧셈과 뺄셈 왜 답 쓰는 칸이 식 중간에 있어요? · 110
2-1 네 자리 수 큰 숫자가 있는 쪽이 큰 수 아닌가요? · 114
2-2 곱셈구구 구구단이 곱셈인 건가요? · 118
1-2 여러 가지 도형 △, 이런 모양도 삼각형이에요? · 122
1-4 길이 재기 길이는 자로 재면 되는데 왜 손이나 발로 재는 방법을 배우나요? · 126
1-4 길이 재기 엄마, 이 연필은 10씨엠이에요. · 130
2-4 시각과 시간 저, 시계 볼 줄 모르는데요? · 134
2-4 시각과 시간 지금 시간이 몇 시예요? · 138
2-4 시각과 시간 새벽 1시는 오전이에요, 오후예요? · 142
2-4 시각과 시간 2월은 왜 마지막 날짜가 같지 않아요? · 146
2-3 길이 재기 1m 20cm가 어떻게 120cm예요? · 150
2-6 규칙 찾기 수가 작아지는 것도 규칙이에요? · 154
2-6 규칙 찾기 수 배열표의 규칙을 설명하지 못하겠어요. · 158
2-6 규칙 찾기 이렇게 복잡한 무늬가 이어지는 포장지에 무슨 규칙이 있어요? · 162
2-6 규칙 찾기 어느 것이 기본 도형인지 찾지 못하겠어요. · 166
2-6 규칙 찾기 문제에서 다음에 올 그림을 그릴 수는 있는데 수로 나타내는 건 어려워요. · 170
2-6 규칙 찾기 같은 설명을 듣고 쌓았는데 왜 모양이 다르지? · 174
1-5 분류하기 분류하기는 어떻게 해요? · 178
1-5 분류하기 분류하기에서 분류 기준을 찾지 못하겠어요. ·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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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은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하는 학년이에요. 그런데 구구단을 우리나라처럼 빨리 한 단원으로, 기계식으로 배우는 나라는 없대요. 어른인 저도 7,8단은 헷갈리는데 말이죠. 그러니 천천히 쉬운 2단, 5단부터 하고 7,8단은 나중에 하면 돼요. 1학기 연산은 3, 4자리수가 많아져서 1학년에 비하면 어렵다 느낄 거예요. 1학년 때 1부터 10까지 가르기와 모으기를 많이 했다면 거기에 자리수만 많아지는 것뿐인데도 받아올림과 받아내림까지 해가면서 몇 번을 해야하니까요.
전 초등 저학년은 문제집과 개념보다 생활 속에서 수학적 민감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연산도 꼭 교구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예요. 어떤 분은 계란판으로 하시는 분도 있고, 바둑알로 하시는 분도 있어요. 평상시에 요구르트 10개짜리를 사서 식구들 하나씩 나눠먹으면 몇 개가 남지? 이런 식으로 할 수 있구요.
길이도 자를 가지고 집안 곳곳을 재보게 해서 1M가 어느 정도의 길이인지 알아보고, 음료수도 몇mL인지 확인해보고, 체중계에 몸무게도 달아보고 쌀 20Kg이 어느 정도인지 들어보게도 하고, 시계도 지금 몇 시인데 30분 후에 밥 먹자 등등... 이런 것들이 다 생활 속에서 익힐 수 있는 초등 수학이에요. 문제집으로만 길이를 계산한 아이들 정작 1M가 어느 정도 길이인지 몰라요.
저와 수업하는 초등5학년 아이가 초등2학년 때 어림하기를 배우면서 식구들의 신발 사이즈를 어림해보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거기 써놓길 아빠 신발 430mm 이런 식으로 썼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발은 왠만해선 300mm가 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한 뺨이 어느 정도인지 자로 재보게 했더니 본인이 어림한 크기가 얼마나 큰 지 실감하더군요.
수학문제는 M를 Cm로, Cm를 다시 mm로 계산하게 해서 마치 연산처럼 문제를 만들어서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거죠. 이런 문제가 개념과 분리된 단순 계산훈련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답니다. 그러니 아이가 정말 수학의 개념을 어려워하는 것인지 어렵게 만들어놓은 연산 계산을 힘들어하는 것인지 잘 살펴보세요.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것 설명하게 하는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맞는 것은 아니에요. 초등저학년은 특히 어려울 수 있어요. 단순계산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설명하려니 힘들 수도 있는 거죠.(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했는데 왜냐고 물어보는, 장금이 대사)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내 아이에게 맞지 않다면 힘들게 하실 필요는 없어요. 설명하기는 초등 고학년은 돼야 좀 할 것도 있고 할 수 있어요. 언어지능에서 말하는 지능이 높은 아이는 쉬울거고, 외향적이라 나서서하는 게 힘들지 않은 아이도 있겠죠. 하지만 반대라면 그만큼 어려울거구요. 뭐든 하고 싶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재미있고 만만해야 해요. 연산을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자꾸 설명해봐라. 개념이 뭐냐 하면 더 힘들겠죠. 아이에게 편하고 쉬운 방법을 찾아보세요.
연산은 빨리 풀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엄마는 자꾸 개념을 물어보고 가르치고 아이 입장에서 답답할 수도 있을 거예요. 초2 개념 없이 연산만 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되지 않아요. 오히려 연산비중이 큰 초등에서 연산을 잘한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해요. 자꾸 야단을 쳐서 주눅 들게 하거나 수학 자체가 싫어지는 것보다 훨씬 좋겠죠.
한 가지만 집중하는 아이는 관심이 없는 다른 분야는 어떻게 저렇게 모를 수 있지 싶을 정도더군요. 대신 관심 있는 것에는 집중을 잘하니 아이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면 될거예요. 무엇이든 내 아이를 관찰하셔서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부모님이시니 가장 잘 알거에요. 그 방법을 찾아가면서 시행착오도 겪어보시면 정말 아이가 힘들어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되더라구요. 초등저학년, 이제 시작이니 어떤 시행착오도 실패가 아닌 경험이고 그 경험들이 앞으로 도움이 될 것들이에요.
글이 길어졌네요. 아드님과 즐겁게 생활 속의 수학을 해보시고 언제든 궁금한 점 생기면 글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