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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제일 마하가섭 (2): 글 조민기
마하가섭의 천생연분, 밧다카필라니
마하가섭의 부모는 아들의 이상형과 똑같이 생긴 여자를 찾기 위해 인도 전역으로 사람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맛다국 사갈라에서 바라문 꼬시야 장자의 아름다운 딸 밧다카필라니를 찾아냈다.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의 부모는 기뻐하며 두 사람의 결혼을 추진했다. 모두가 축복하는 이 결혼을 마땅치 않아하는 사람은 당사자인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 뿐이었다. 사실 밧다카필라니 역시 마하가섭과 마찬가지로 결혼보다는 출가하여 수행하는 삶을 꿈꾸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도 사회에서 여자의 몸으로 더군다나 고귀한 바라문 출신의 여인이 출가수행을 한다는 것은 그때까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부모님을 설득할 명분도, 결혼을 거부할 명분도 없게 된 두 사람은 답답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일설에 따르면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결혼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결혼식 전날 각자의 하인에게 자신이 결혼보다는 수행에 더 뜻이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편지를 전하러 가던 길에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하인은 자신의 주인들이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편지를 전달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의 결혼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청정함을 지킨 고귀한 결혼생활
첫날 밤, 아름답게 꾸며진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의 침실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가득했다. 손 하나 닿지 않은 채 마주 앉아 밤을 새운 두 사람은 동틀 무렵 서로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세속적인 부부의 삶이 아니라 수행을 원하는 마음이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순식간에 깊은 동지애를 느꼈다. 과연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의 부모는 자식들에게 최고의 천생연분을 찾아 준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에게 결혼생활은 더 이상 괴롭거나 고통스럽지 않았다. 두 사람의 사이가 다정하자 마하가섭의 부모는 안심을 했다.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손자와 손녀를 보고 싶어 하는 그들이 아직 모르는 것이 있었다. 겉으로는 부부로 지내되 서로의 수행을 방해하지 말고 돕자는 약속을 한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는 부모님과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 같은 방을 쓰지만 서로 다른 침대에서 잠을 자며 정결함을 지켰던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마하가섭의 부모는 아들과 며느리의 방에 들어와 한바탕 설교를 늘어놓은 후 침대 하나를 아예 부셔버렸다. 그러자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는 서로 자는 시간을 정해놓고 침대를 사용하였고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침대 가운데 꽃다발을 놓고 잠을 잤다. 이 꽃다발은 12년 후 마하가섭의 부모님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마하가섭이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출가 대신 결혼을 강요받은 것은 부처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출가를 결심했던 부처님은 아버지 정반왕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을 했으며 9년 만에 아들 라훌라를 얻었고 라훌라의 탄생은 부처님이 다시금 출가의 의지를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마하가섭의 출가는 부처님보다 늦긴 했지만 12년 동안 한 결 같이 청정함을 지켰던 밧다카필라니와의 부부생활은 그 자체로 고귀한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출가, 재산을 정리하고 집을 떠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예를 다하여 장례를 치른 후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는 재산을 처분하여 집안의 하인과 노예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부모님이 계실 때에도 언제나 출가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온 마하가섭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일족의 가장이며 지역의 지도자였다. 따라서 그 많은 재산과 마을 그리고 그를 의지하는 사람들을 모두 정리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또한 마하가섭이 출가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평소 그가 돌보아주었던 버려진 노인들은 이제 자신들을 버리는 것이냐며 슬퍼했다. 이에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는 출가로 인해 불쌍한 이들이 다시 헐벗고 굶주리는 생활을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이처럼 마하가섭은 실로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타고난 리더이자 탁월한 지도자였다. 이러한 행동은 훗날 마하가섭의 고향마을 전체가 부처님의 가르침과 교단을 철저하게 지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500명의 장로가 모인 제1결집은 마하가섭의 고향 부근에 있는 기사굴산에서 이루어졌다. 500명의 장로들이 밤낮으로 토론을 거듭하는 동안 그들을 공양 보필했던 이들 역시 마하가섭에게 은덕을 입었던 고향마을 사람들이었다. 마침내 모든 정리를 마친 마하가섭과 밧다카필라니는 서로 머리를 깎아주었다. 그리고 함께 집을 떠났다.
밧다카필라니와의 이별과 부처님과의 만남
한참을 같이 걷던 이들은 갈림길에 도착하자 출가 전 부부였던 두 사람이 출가 후에도 함께하는 것은 다른 이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헤어졌다. 하지만 영원한 이별은 아니었다. 출가 전에도 좋은 도반이었던 이들은 누구든 먼저 스승을 만난다면 서로에게 가르쳐주기로 약속을 했다. 혼자가 된 마하가섭은 계속 길을 걸었다. 바로 그때 사리불과 목건련을 상수제자로 맞아 죽림정사에서 교단을 이끌고 계시던 부처님은 천안(天眼)으로 마하가섭이 마침내 집을 떠났음 보셨다. 그리고 이 특별한 남자를 제자로 맞이하기 위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몰래 길을 나섰다. 평생을 길 위에서 살아가며 수 천 명의 제자를 받아들이고 가르치신 부처님이지만 이처럼 자신이 직접 마중하여 맞이한 제자는 마하가섭이 유일무이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하가섭은 나무 아래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는 부처님을 만났다.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전해줄 제자를 기다려온 스승과 자신을 깨우쳐줄 스승을 간절히 찾아온 제자의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보았고 마하가섭은 자신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부처님에게 다가가 부처님의 두 발에 이마를 대고 말했다.
“당신은 저의 스승이십니다.”
부처님이 대답하셨다.
“가까이 오라, 그대를 기다렸다. 아는 척 하거나 본 척 하는 거짓된 사람이 그대처럼 진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예배를 받는다면 그의 머리는 일곱 조각으로 깨어질 것이다. 나는 모르면서 아는 척하거나 보지 못했으면서 본 척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아라, 그대의 예배를 받고도 터럭 하나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사실대로 알고 사실대로 보았기에 알고 본다고 말하는 나는 그대의 예배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렇다, 나는 그대의 스승이고 그대는 나의 제자다.”
부처님과 마하가섭의 만남과 두 사람이 첫 만남에서 나눈 대화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실제로 마하가섭과 부처님은 평생에 걸쳐 오직 두 사람만이 아는 법을 마음과 미소로 나누었는데 그러한 전통은 바로 이 만남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피와 칼로 얻는 자리, 제왕의 후계자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자식 문제로 속이 썩지 않은 제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나 시절이 무르익으면 한 번쯤은 강력한 왕이 등장한다. 그 위대한 왕은 정복전쟁 등을 통해 백성들의 정신력을 고취시키고 영토를 확장하여 생활을 안정시킨다. 그렇게 통치 기반이 안정되고 나면 곧바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후계자 문제이다.
역대 모든 왕조는 항상 정복 전쟁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후계자 전쟁을 치러왔다. 수 백 년에 걸친 춘추전국 시대를 마감하고 중원을 통일한 진시황도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세웠지만 2대를 넘기지 못하고 멸망했다. 진나라의 뒤를 이어 천하를 이어받은 한나라의 고조 유방 역시 고생을 함께해온 조강지처의 아들과 사랑하는 비빈의 아들을 놓고 후계를 제때 결정하지 못해 사후 수많은 피바람을 일으켰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 역시 천륜을 거스르고 왕위에 오른 아들 이방원과 평생 반목했지만 태종 이방원 역시 적장자가 아닌 셋째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카필라국과 마가다국은 부처님이 살아계시던 당시 인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였고 파제나짓 왕과 빔비사라 왕 역시 인도에서 가장 강력한 군주였다. 또한 그들은 부처님의 제자이자 열렬한 수호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모두 후계자 문제로부터 온전하게 자유롭지 못했고 끝내는 자신의 아들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출처: http://news.jogyesa.kr/news/articleView.html?idxno=4450
출처: http://news.jogyesa.kr/news/articleView.html?idxno=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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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jogyesa.kr/news/articleView.html?idxno=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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